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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잉브레인〉
▲ 책겉그림 〈바잉브레인〉
ⓒ 한국경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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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손이 가는 곳에는 이미 눈이 가 있다. 눈이 가 있는 곳에는 이미 마음이 날아가 있고. 마음이 날아간 곳에는 또한 감정까지 가 있다. 감정이 있는 곳에 사람의 삶은 계속되기 마련이고.

그렇다. 대형 마트에 진열돼 있는 상품 가운데 하나를 고른다 해도 이미 거기엔 내 마음과 감정과 삶이 깃들어 있는 제품을 선호하기 마련이다. 눈길은 마음의 지배를 받고, 마음은 감정에 의해 다스려지는 법이니 말이다.

"인간의 두뇌는 지난 10만년간 별로 변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그러나 사회는, 특히 사회 속에서 여성의 역할은 극적으로 변화해왔다. 우리 세대에서만 보더라도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 투표에 참여하고 재산을 소유할 수 있는 권리에서부터 아이를 낳는 일을 스스로 결정할 권리에 이르기까지, 그리고 오늘날 남성보다 더 많은 수의 여성이 일을 하고 있는 상황에 이르기까지, 여성은 새로운 역할에 점점 더 깊이 발을 들여 놓고 있다."(93쪽)

A.K. 프라딥의 <바잉브레인> 속에 나온 이야기다. 남성과 여성의 뇌는 지난 세월 동안 별로 변하지 않았지만 여성의 지위와 그 위치만큼은 두드러지게 발전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제품의 구매력을 결정하는 데 지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한다.

실로 맞는 이야기다. 가정이나 직장이나 그 어느 곳에서건 물건을 구매할 때 남성의 선택보다 여성의 선택이 훨씬 우위를 점한다. 거기에는 아이에게 영향을 줄 것까지 고려하기 마련이다. 그런 관점에서 볼 때 물건을 팔거나 살 때, 여성의 뇌에 대해 고민하지 않을 수 없는 시대가 됐다.

이 책은 그렇듯 구매 결정의 95퍼센트가 잠재의식에 의존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달리 말해 두뇌의식 프로세스와 잠재의식 프로세스의 상호작용을 이해하는 것이 마케팅의 핵심이라는 뜻이다. 비록 언어나 표현방식은 문화와 나라에 따라 차이가 나지만 두뇌만큼은 인류에게 보편적이라는 것이다.

이를테면 이런 것이다. 요즘은 소셜 미디어를 통해 두뇌를 유혹하는 방법을 활용한다고 한다. 그를 위해 기업과 광고회사는 다양한 정보를 노출시키는데 그 모두가 현대인들의 잠재의식을 공략하기 위함이란다. 수많은 정보를 통해 사람들의 뇌에 각인시키면 뇌는 불현듯 보상심리를 원하고, 그것이 구매욕을 자극하는 결과를 초래한단다.

총 2부로 구성돼 있는 이 책은 1부 '사람에게 숨겨진 욕망의 뇌'에서는 두뇌가 어떻게 인지하며, 왜 구매하는지 설명하고, 성별과 타깃별로 두뇌가 어떻게 다른지 살펴보게 한다. 2부 '뇌를 어떻게 설득할 것인가'에서는 브랜드, 제품 기획, 포장 디자인, 매장 진열, 광고, 스마트폰과 SNS 등 마케팅이 일어나는 모든 실제 현장에서 뇌를 어떻게 설득하고 마케팅을 할 것인지를 과학적으로 풀어낸다.

그 중에서 멋진 스포츠카를 전시해 둔 전시장의 광고효과는 정말로 대단하다고 한다. 그곳에서는 비디오에 운전자가 실제로 운전하는 장면을 삽입하여 새로 편집한 것을 내보내는데, 그걸 본 방문객들의 평균 시간이 143초였다는 것이다. 그것은 보통의 87초보다 훨씬  큰 효과를 발휘한 셈이라고 한다. 그것이 이 책에서 말하는 '거울 뉴런 효과'다.

"애플은 두뇌가 좋아하는 일은 '식별하고 분류하는' 일을 돕기 위해 이미 오래 전에 전략적인 결정을 내렸다. 복잡해서 겁이 나기까지 하는 기술에 대한 두려움과 불신을 덜어주고자 소비자들이 사용하기 쉬운 제품을 만드는 데 노력을 기울였다. 그리고 제품과 포장 디자인도 아름답게 하고자 노력했다."(190쪽)

대부분 두뇌와 설득력 있는 브랜드에 대해 탐구할 때 나오는 애플 이야기란다. 애플이라는 브랜드가 그렇게 사랑받는 이유는 다른 데 있지 않다는 것이다. 두뇌가 좋아하는 것을 잘 식별할 수 있도록 오래 전부터 인간의 브레인을 연구해왔다는 것 말이다.

이 책을 읽고 나니, 핸리 데이빗 소로우의 책을 읽으면서 깨달았던 명언이 생각난다. '생각은 고상하게, 삶은 단순하고 평범하게'가 바로 그것. 그것이 비록 소설책을 통해 새기는 격언이지만 제품의 브랜드와도 결코 무관치 않음을 알게 된다. 인간의 두뇌 속에 특별함을 각인시킴과 동시에 그 제품은 값싸고 편안한 느낌으로 다가가야 한다는 게 그것이다. 그래야 오래도록 사랑받을테니 말이다.


바잉브레인 - 뇌 속의 욕망을 꺼내는 힘

A.K. 프라딥 지음, 서영조 옮김, 한국경제신문(2013)


태그:#A.K. 프라딥의 〈바잉브레인〉, #애플, #핸리 데이빗 소로우, #사람에게 숨겨진 욕망의 뇌, #거울 뉴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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