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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름, 빠름, 빠름~" "빨리, 빨리, 빨리"

이동통신사들의 빠르기 경쟁과 외국인들도 가장 먼저 배운다는 우리나라말 '빨리'. 잠시 빠르다는 경쟁에서 옆으로 물러나 나를 돌아보면 넉넉한 어머니 같은 여유를 찾을 수 있는 곳이 있다. 한가위를 맞아 겨레의 대이동이 시작되는 요즘. 고향을 찾는 마음으로 돌담과 한옥이 어우러진 고풍스런 경남 산청 '남사예담촌'으로 시간 여행을 떠나보자.

남사예담촌 골목길
 남사예담촌 골목길
ⓒ 김종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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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 바다 위로 붉은 빛을 토하며 솟구쳐 오르는 해돋이를 보기 위해 많은 이들이 지리산 천왕봉을 오른다. 천왕봉에 올라가는 길목에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마을 1호로 선정된 '남사예담촌'이 있다. 경상북도 안동 하회마을과 비교되는남사예담촌에는 등록문화재 281호로 지정된 돌담으로 이루어진 골목길에 이씨 고가, 최씨 고가, 그리고 연일 정씨 문중 고가인 사양정사가 자리하고 있다.

남사예담촌은 마을 왼편으로는 공자의 고향 산 이름에서 따온 니구산(尼丘山)이 있고, 남사천이라는 개천이 휘감아 돌아 나가는 반달 모양이다. 보름달이 되어 다시 기울지 않기 위해 마을 한가운데를 빈터로 비워두고 있는데 지금의 주차장 자리가 이에 해당한다. 옛 지명이 반달 모양 모래 벌판 마을이라는 이름의 사월(沙月)이라 불렸다고. 강의 남쪽에 위치해 남사월이라 불려지다가 남사(南沙)라는 이름이 붙었다.

이씨고가 가는 길에 있는 부부나무라는 별칭을 가진 회화나무
 이씨고가 가는 길에 있는 부부나무라는 별칭을 가진 회화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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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에는 오래된 한옥과 돌담길 못지않게 유명한 나무들이 많다. 그중 하나가 이씨 고가로 향하는 길에 있는 수령 300년의 선비 나무라고도 불리는 회화 나무다. 이 나무는'X'자로 마치 부부가 껴안은 형상이라 '부부 나무'라고 불린다. 부부가 이 나무 아래로 손잡고 통과하면 백년해로 한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부부나무, 선비나무라는 별칭을 가진 회화 나무를 지나면 이씨 고가다. 이씨 고가는 본관이 성주인 이제의 저택으로 부인이 태조 이성계의 셋째 딸 경순 공주다. 대문을 열고 들어서자 왼편에 또 한 그루의 회화 나무가 서 있다. 수령 400여 년의 이 나무는 '삼신 할머니'라는 별칭을 가지고 있다. 나무 배꼽에 손을 넘으면 소원하는 아이가 생긴다고 한다.

이씨고가 마당 한가운데는 나쁜 기운을 빼기 위해 굴뚝이 서 있다
 이씨고가 마당 한가운데는 나쁜 기운을 빼기 위해 굴뚝이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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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당 한가운데에 굴뚝이 떡하니 서 있다. 불기운을 하늘로 올려 안 좋은 기운을 빼내는 의미라고 한다. 350여 년이 된 고택은 사랑해, 악랑채, 곡간채가 안채를 중심으로 'ㅁ'자로 배치되어 있다. 그 사이로 바람길이 나있어 자연과 조화를 꾀했다고 한다.

이씨 고가를 나와 돌담으로 된 골목길을 지나 사양정사로 향했다. 사양정사 앞에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감나무가 서 있다. 또한  봄에는 670년 된 매화나무 원정매가 있다. 오래된 마을의 역사처럼 이곳에서는 나무도 역사다.

남사예담촌 최씨고가에는 세가지 이유 때문에 화장실에 문이 없다
 남사예담촌 최씨고가에는 세가지 이유 때문에 화장실에 문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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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양정사를 지나 최씨 고가로 향했다. 이씨 고가처럼'ㅁ'자형인 최씨 고가는 이씨 고가에 비해 2배 정도 크다고 한다. 이씨 고가보다 뒤에 지은 집이라, 이씨 고가에 뒤지지 않게 넓고 크게 지었다고 한다.

최씨 고가에는 화장실 문이 없다. 화장실 문이 없는 이유가 3가지다. 우선 문이 있으면 가까이 와서 노크를 하게 되니 안에 사람이 있으면 냄새를 맡게 된다. 그런데 문이 없으면 멀리서 헛기침을 해서 화장실에 사람이 있는지 확인한 뒤 볼일을 보기 때문에 서로의 민망한 냄새를 맡을 수 없게 했다고 한다. 두 번째로 바깥 구경을 하면서 볼일을 볼 수 있다. 볼일을 보면서도 넓은 세상을 보면서 '학문'에 정진(?)한 셈이다. 끝으로 곰방대가 길기 때문에 문이 있으면 담배를 태울 수 없어서 문을 없애고 담배를 태웠다고 한다.  

남사예담촌 최씨고가 대문의 시건장치는 암수 거북이다.
 남사예담촌 최씨고가 대문의 시건장치는 암수 거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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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씨 고가의 대문 시건장치는 복을 기원하는 두 마리 거북이로 되어 있다. 왼쪽이 암놈이고, 오른쪽이 수놈이다. 오른쪽 수놈 거북이는 왼쪽보다 좀 더 크다. 수놈 거북이의 빗장을 암놈 거북이의 구멍에 밀어 넣는 셈이니, 음양의 이치가 담겨져 있다.

마을에는 한옥만 있지 않다. 슬레이트에서부터 별장까지 있고, 골목길은 돌담길과 시멘트담 등으로 이뤄져 과거와 현재의 다양함이 조화롭게 공존하는 곳이다. 빠름의 경쟁에 내몰린 지친 심신이 평안을 얻기에 그만이다.

덧붙이는 글 | 해찬솔일기 http://blog.daum.net/haechansol71/ 경상남도 인터넷신문 <경남이야기> http://news.gsnd.net/에도 실렸습니다.



태그:#남사예담촌, #돌담길, #전통한옥 체험, #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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