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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선을 다해 전복을 보내준 박지인씨가 가게(황금수산) 앞에서 포즈를 취했다.
 최선을 다해 전복을 보내준 박지인씨가 가게(황금수산) 앞에서 포즈를 취했다.
ⓒ 오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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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보! 상견례 때 드리려고 전복을 주문했어요. 그런데 아침 7시까지 가게에 나오기로 한 전복가게 주인이 안 나와 할 수 없어 7시 반 KTX를 타고 서울로 올라와 버렸는데 어쩌지? 열차에서 전화통화를 해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 부천까지 보내달라고 했지만 걱정이네."

그랬다. 아내와 나는 딸과 함께 일요일 있을 상견례에 나가기로 약속이 되어 있었다. 딸 집은 부천에 있고 우리는 상견례 하루 전인 토요일에 상견례할 어른들께 전복선물을 보낼 예정이었다.

애를 태우는 아내가 몇 차례의 전화를 통해 확인한 결과 주문한 전복이 오후 6시쯤에 부천 터미널에 도착한다는 것이다. 여러 가지 일을 보고 오후 6시 1분 전에 간신히 부천 버스 터미널에 도착해 물품 담당자를 찾아 주문한 전복을 찾았다.

우여곡절 끝에 부천까지 배달된 전복 선물세트에 식구들이 감동했다. 이런게 바로 사람 사는 맛이 아닐까?
 우여곡절 끝에 부천까지 배달된 전복 선물세트에 식구들이 감동했다. 이런게 바로 사람 사는 맛이 아닐까?
ⓒ 오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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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 다행이다. 젊은 사람이 정말 괜찮은 사람이네. 여수에 내려가 선물이라도 해야겠네"하고  아내가 말했다. 옆에서 애를 태우는 모습을 지켜보던 나는 "그래 이게 바로 사람사는 맛이야. 요즘 죄송해요! 하며 말 한마디로 끝내버리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라며 맞장구를 쳤다.

여수로 돌아온 다음날인 월요일. 퇴근하자마자 최선을 다해 전복을 보내준 당사자를 만나기 위해 황금수산(여수시 중앙동)을 방문했다. TV를 시청하고 있던 젊은이가 손님인 줄 알고 "어서 오세요" 하며 반갑게 반긴다. 찾아온 자초지종을 말하자 "아! 그러세요. 죄송해요"하며 웃으며 말하는 그의 얼굴이 유난히 아름답다.

미남이기도 하지만 자그마한 감동을 준 당사자이기 때문일까? 의자에 앉자마자 "상견례라 중요한 순간인데 얼마나 애를 태우셨습니까?" 하며 사과를 한 그가 실수한 이유를 설명했다.

"전날 밤 친한 친구 결혼식 피로연이 있어 술을 마시고 잠에 곯아 떨어졌어요.  평소 같으면 아내가 깨워줄 텐데  아내도 피로연에 같이 가 아침 일찍 못 일어났어요. 아침 7시 20분에 일어나 가게로 오는 동안에도 7시에 약속했다는 사실을 까맣게 잊고 있었어요.

전화를 받고서야 아차! 큰 실수를 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모든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보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 시간에는 당일 택배가 끝나버렸고 버스를 통해 보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데 여수에서 부천으로 가는 직통 버스가 없어 터미널에 가서 광주로 보내 광주에서 다시 부천으로 보냈습니다. 아무튼 다행이에요. 물건을 받을 수 있어서."

박지인씨가 전복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앞줄 엄지 손가락쪽에 있는 전복은 굴이 붙어있어 크기가 적다. 앞줄 새끼 손가락 쪽 전복은 전복껍질에 붙은 굴을 떼어낸 자리가 하얗게 보인다. 반면 손목 부분에 있는 전복은 굴이 붙어있지 않아 크고 건강하다.
 박지인씨가 전복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앞줄 엄지 손가락쪽에 있는 전복은 굴이 붙어있어 크기가 적다. 앞줄 새끼 손가락 쪽 전복은 전복껍질에 붙은 굴을 떼어낸 자리가 하얗게 보인다. 반면 손목 부분에 있는 전복은 굴이 붙어있지 않아 크고 건강하다.
ⓒ 오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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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이 좀 들었을 텐데요?" 하고 웃으며 묻자, "아닙니다. 제가 실수한 건데요 뭐. 부탁한 분은 얼마나 절박했겠습니까." 각박한 세상과 메마른 인심에 상처를 받았던 내 가슴에 따뜻한 뭔가가 느껴진다. 이곳에 온 김에 전복에 대해 물어보기로 했다.

통통하고 속이 노르스름한 전복이 상품 가치 높아

삼촌네 가게에서 7년째 근무하고  있다는 그가 좋은 전복을 고르는 법에 대해 설명해줬다.

"전복은 통통하고 속이 노르스름하며 껍질에 굴이 붙어 있지 않은 것이 상품가치가 높습니다. 수족관에 오래 있으면 안 되고 빠른 시일내에 소비가 되어야 맛이 좋습니다. 신선한 전복은 달착지근하며 꼬들꼬들합니다. 수족관에 들어와 시간이 지나면 노르스름하던 색깔이 약해지며 짠맛이 나고 푸석푸석해 집니다."

박지인씨가 일하는 황금수산에 있는 전복들의 모습. 알이 탱탱하게 들었다
 박지인씨가 일하는 황금수산에 있는 전복들의 모습. 알이 탱탱하게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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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복을 까볼 때 살결이 노르스름한게 좋은 상품이라고 설명하는 박지인씨
 전복을 까볼 때 살결이 노르스름한게 좋은 상품이라고 설명하는 박지인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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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복껍질에 굴이 붙어 있으면, 영양분을 빨아 먹기 때문에 살이 적다"는 그는 "껍질에 굴이 붙어있지 않고 깨끗한 것이 좋은 상품"이라고 설명한다. 여수와 고흥, 완도 등 여러 곳에서 양식한 전복이 들어오지만 산지에 따라 맛이 다르다는 그는 "전복 맛은 조류와 먹이, 수온에 따라 영향을 받는다"고 보충 설명해줬다.

"거의 실수한 적이 없는데 이번 일은 죄송하다"며 거듭 사죄하는 그는 " 실수한 부분도 있지만 장사욕심 보다는 오신 손님에게 최선을 다하는 게 제 철칙입니다"고 말하는 그. "사모님과 함께 드시라"고 하며 전복 몇 개를 싸주는 그의 손이 더 예쁘다. 집으로 돌아와 깨소금에 전복을 먹는 맛이 오늘따라 훨씬 더 맛있다.  

덧붙이는 글 | 여수넷통에도 송고합니다



태그:#전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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