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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염치한 대기업과 소비자의 외면 속에 활력을 잃어가는 전통시장. 하지만 그 속에 '참맛'을 본다면 안 가고 못 배길 터. 대형마트, 기업형슈퍼마켓(SSM), 백화점이 기를 써도 대신 할 수 없는 그 맛. 바로 전통시장의 다채로운 먹거리를 찾아 출동한다. 다이어트가 시급하나 우리네 전통시장이 다시 서는 그날까지, 이름하여 '전통시장 작심 먹방 기행(紀行)'은 계속된다. 쭉! - 기자 말

용호동 용호골목시장
 용호동 용호골목시장
ⓒ 이명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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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먹방' 기행지는 부산 남구 용호동의 '용호골목시장'이다. 본인이 지난 1년간 뻔질나게 드나든 곳이기도 하다. 그간 자주 봐온 썰렁하기 짝이 없는 여느 시장들과 달리 이곳은 거의 매일 북새통을 이룬다. 배고플 때, 심심할 때, 삶의 의욕이 주춤할 때 언제라도 가면 심신 100% 충족. 가까운 버스 정류장은 '용호2동 주민센터'이며, 차로 5분여 거리에 부산 대표 명소 '오륙도'와 '이기대'가 있으니 국내외 여행자들은 기억하시라.     

시장 초입부터 짭조름, 달큰, 고소한 향이 가득. 이제 본격 먹방을 시작해볼거나!  

청양고추 넣은 수제 오뎅
 청양고추 넣은 수제 오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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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제 오뎅 가게
 수제 오뎅 가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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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그대로 시장 입간판 지나자마자 눈과 코가 향한 곳. 바로 어묵가게다. 부산 하면 어묵, 어묵 하면 또 부산 아닌가. 하물며 수제(手製)라는 사실. 1년 전 젊은 훈남훈녀 사장이 야심차게 문을 열었다.

오전 8시면 밖에서도 보이는 깔끔한 내부 작업실에서 당일 판매용 어묵을 만들기 시작한다. 본인 입맛을 가장 사로잡은 건 청양고추를 넣어 매콤한 맛이 일품인 핫바. 즉석해서 먹겠다 하면 특제 소스를 뿌려 나무 꼬치에 꽂아 준다. 가격은 1000원.    

도토리묵 밥/잡채
 도토리묵 밥/잡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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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집
 묵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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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 눈 감추듯 핫바를 삼킨 지 채 1분도 안 돼 곧바로 또다른 맛의 유혹. 야들야들 탱글탱글 도토리묵에 아삭아삭 때깔좋은 야채를 더한 각종 음식들이 가게 앞에 즐비하다. 여유롭게 술 한잔 걸치고픈 손님들을 위해 좌석도 마련해 놓았다.

평소 '잡채 킬러'라 불리는지라 도토리묵잡채부터 한 접시 뚝딱. 적당히 익은 김치와 싱싱한 오이를 넣어 시원하고 아삭한 맛이 일품인 도토리묵밥도 강력 추천. 가격은 각각 3000원, 4000원. 한끼 식사로 손색이 없다.

추억의 옛날 과자
 추억의 옛날 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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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의 옛날과자 가게
 추억의 옛날과자 가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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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추억의 옛날과자! TV 광고와 대형 슈퍼마켓 가판대에서 흔히 보는 유명 과자들과는 모양도 맛도 완전 다르다. 달콤하고 바삭하기가 더할 나위 없는 소라, 고구마, 꽈배기, 오란다, 해삼부터 부드럽고 고소한 강냉이, 뻥튀기, 대롱, 한과를 포함 그밖에도 이름은 몰라도 맛은 아는 '속 보이는' 과자들이 한가득. 가격은 1000원부터 3000원.

하지만 한 봉지를 안아 들었을 때 그 실함은 질소 반, 포장지 반에 소비자 두 번 울리는 얄팍한 그것들과 현격히 대조된다.

침이 꿀~떡 넘어가는 달콤한 꿀떡!
 침이 꿀~떡 넘어가는 달콤한 꿀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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떡가게
 떡가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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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떡 사세요~ 떡!"

외치는 이 없어도 절로 발길이 멈춰지는 떡집. 추억의 옛날과자점 바로 옆이다. 이미 배는 불렀건만 윤기 좔좔 꿀떡에 침이 꼴깍 넘어간다. 이 집 역시 공장생생한 포장떡이 아닌 가게에서 직접 만든 떡을 판다.

최근에 서울 살던 주인 아들이 가업을 잇겠다 내려와 부모님을 돕고 있다. 올해로 경력 17년, 맛과 신선함은 본인이 장담한다. 왜? 가게 역사와 맞먹는 세월 동안 어머니의 단골 가게였고, 이 집서 산 떡은 대부분 내 차지였으니까.

'쫀득 족발'
 '쫀득 족발'
ⓒ 이명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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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음식은 소개할까 말까 한동안 망설였다. 보다시피 족발이다. 작고 깔끔해 뵈는 가게 안에서 삶아진 족발을 먹기좋은 크기로 포장해 판다. 그 맛은 '쫀득 족발'이란 이름대로 기름기 쫙 빠진 담백함에 육질이 쫀득하다. 가격은 소(小)자 5000원, 대(大)자 8000원. 그냥 먹어도 맛있지만 술안주로 최고 중 최고(였)다.

앞서 소개를 망설였으며 '최고였다'는 과거형을 쓸 수밖에 없었던 건 본인이 더이상 육식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못한다'는 표현이 보다 적절하겠다. 이유인즉, 우리가 먹는 가축을 대량 도살, 가공하는 현대의 '공장식 축산'이 얼마만큼 비인도적인 제도인지를 알게 됐기 때문이다.

우리를 위해 온몸을(마음까지도) 바치는 동물이 태어나서 사는 내내, 그리고 죽는 순간까지도 너무나 엄청난 고통을 당하고 있다. 사람 노동자도 예외가 아니다. 나는 채식주의를 지향하지 않는다. 하지만 지금의 상황에서 '아무것도 모르는 양' 육식을 계속 할 수는 없다는 판단이다.

'부디 잘 살다 잘 죽은 고기를 그저 감사한 맘으로 다시 먹을 수 있는 날이 오길 바란다.'

노릇노릇 명태전
 노릇노릇 명태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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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찬가게
 반찬가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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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전통시장 작심 먹방 기행, 마지막 맛은 족발가게 옆 반찬가게서 찾았다. 이제 따로이 설명할 필요도 없을듯 역시 주인 아주머니가 직접 만드는 음식들, 그 중에서도 명태전이다. 막걸리가 땅기던 한 밤, 안주를 찾아 시장을 어슬렁거리던 중에 '바로 저거지!' 했던 기억이 난다. 부드러우면서도 차진 생선살이 씹을수록 감칠맛을 더한다. 갓 구워 포장해둔 건 물론, 한 나절 지나 식은 것도 집에 가져와 살짝 데움 잡내 전혀 없이 그 맛 그대로다.

하지만 이 명태전 맛을 최고로 환상적으로 만드는 게 딱 하나 있는데……, 그것은 바로바로 부산 대표 막걸리 '생탁'! '부산합동양조'에서 만들고 아나운서 출신 방송인 왕종근씨가 여전히 해당 제품을 광고 중이다. 유통기한이 통틀어 열흘이지만 제조 당일부터 삼일된 것이 가장 최상의 맛이라는 것도 유념하시길.



태그:#용호골목시장, #부산맛집 , #옛날과자, #홈플러스, #생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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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보니 삶은 정말 여행과 같네요. 신비롭고 멋진 고양이 친구와 세 계절에 걸쳐 여행을 하고 지금은 다시 일상에서 여정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바닷가 작은 집을 얻어 게스트하우스를 열고 이따금씩 찾아오는 멋진 '영감'과 여행자들을 반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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