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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힘들다. 해고된 지 4년이 다 되어 가는데, 나이도 50대 중반이라 마땅한 일자리도 없다. 대림자동차 해고자라는 딱지가 붙어 있어 '블랙리스트'처럼 되어 있다. 20년 이상 다니던 직장이었는데 …."

"집사람이 일을 해서 근근이 생계를 꾸려가고 있다. 아들이 대학 다니다 휴학하고 아르바이트를 한다. 요즘 회사가 경영이 많이 나아졌다고 하는데, 더 시간 끌지 말고 일할 수 있도록 해주었으면 한다."

2009년 대림자동차(대림차)에서 잘렸다가 복직투쟁하고 있는 해고노동자들이 이같이 호소하고 나섰다. 해고무효확인소송 항소심 재판부가 대림차 사측과 해고자들한테 조정심리에서 실질적인 교섭을 요구한 지 두 달이 되었지만, 아직 특별한 교섭안이 나오지 않고 있다.

전국금속노동조합 경남지부 대림자동차 해고자보직투쟁위원회는 5월 말부터 창원공단 내 대림차 정문 쪽에 컨테이너를 설치해 놓고 복직 투쟁을 벌이고 있다.
 전국금속노동조합 경남지부 대림자동차 해고자보직투쟁위원회는 5월 말부터 창원공단 내 대림차 정문 쪽에 컨테이너를 설치해 놓고 복직 투쟁을 벌이고 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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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토바이(2륜)와 4륜 자동차 부품을 생산하는 대림차는 2009년 매출 감소 등을 이유로 구조조정했다. 당시 구조조정 대상은 47명이었는데, 대부분 전국금속노동조합 경남지부 대림차지회 전·현직 간부들이었다. 19명은 무급휴직 뒤 복직했고, 16명은 퇴직했다.

12명은 '금속노조 경남지부 대림차 해고자복직투쟁위'(해복투)를 결성했다. 해복투는 지난 5월 30일부터 대림차 창원공장 정문 옆에 컨테이너를 갖다놓고 농성을 계속하고 있다. 대림차 노동자들은 금속노조를 탈퇴하고 지금은 기업별노조가 결성돼 있다.

이경수 '해복투' 위원장을 포함한 12명은 사측을 상대로 부당해고구제신청을 냈는데, 경남지방노동위·중앙노동위에서 모두 기각되었다. 또 이들은 창원지방법원에 해고무효확인소송을 냈는데 1심에서 패소했으며, 현재 2심이 진행 중에 있다.

항소심 재판부인 부산고등법원 창원재판부 제2민사부(재판장 김상환 부장판사)는 지난 9월 양측에 조정심리에서 한 달 안에 실질적인 교섭을 할 것을 제시했고, 양측 변호사들이 이를 받아들였던 것이다. 재판부는 실질적인 교섭을 연기해 오는 11월 25일까지 마무리 지을 것을 제시했다.

해고자들 "힘들다, 블랙리스트처럼 딱지 붙어"... 농성 계속

해고노동자들은 힘들게 버티고 있다. 이들은 거의 매일 아침 공장 정문 앞에서 출근선전전을 벌이고, 당번을 정해 컨테이너 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A(54)씨는 "힘들다"는 말부터 했다. 그는 아는 사람의 소개로 아파트관리사무소 직원이 비는 시간에 가서 화단 정리작업 등의 일을 하고 일당을 받기도 한다. 나이도 많아 새 직장을 찾기도 힘들다.

그는 "아파트관리사무소에서 일하는데 한 달 내내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별로 벌이가 없다"며 "집사람이 일을 해서 생계를 꾸려가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직장 취업도 생각해 보았지만 쉽지 않았던 것.

대림자동차 정리해고자 12명은 복직투쟁을 계속하고 있다. 사진은 전국금속노동조합 경남지부가 지난 7월 24일 창원공단 내 대림자동차 정문 앞에서 "정리해고 원상회복 결의대회"를 열었을 때 모습.
 대림자동차 정리해고자 12명은 복직투쟁을 계속하고 있다. 사진은 전국금속노동조합 경남지부가 지난 7월 24일 창원공단 내 대림자동차 정문 앞에서 "정리해고 원상회복 결의대회"를 열었을 때 모습.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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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나이도 있는 데다 대림차 해고자 출신이라는 딱지가 '블랙리스트'처럼 붙어 있다"며 "다른 회사에 취업 희망을 해서 처음에는 오라고 해서 갔더니 대림차 해고자 출신이냐고 물으면서 안 된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그는 "대림차에서 20년 이상 일하다 잘렸다"며 "요즘 회사의 경영이 나아졌다고 하는데, 기업의 사회적 책임도 있는 만큼 정리해고자들을 재고용해야 할 것"이라고 희망했다.

컨테이너 농성장을 지키고 있는 B(54)씨는 "나이도 있다 보니 다른 직장에 취직하기도 힘들다"며 "집사람이 일을 하면서 건건이 살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큰아들은 군 제대 뒤 대학에 복학했다가 경제적으로 어려워 휴학하고 아르바이트 하고 있으며, 작은 아들은 대학 1학년을 다닌 뒤 군대 입대했다.

그는 "어쨌든 햇수로 4년째다"며 "법원에서 실질적인 교섭을 제시했지만 사측은 구체적인 안을 내지도 않고 시간끌기를 하고 있는데, 정리해고자들의 처지를 안다면 빨리 해결책을 내놓아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50대 중반인 C씨 역시 마찬가지다. 그는 "밥은 먹고 지내는데, 이런 저런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지만 힘들다"고 말했다. 그는 부인과 아들, 어머니와 함께 살고 있다. 그는 "대림차 다니면서 모아 놓았던 돈을 거의 다 쓴 셈이다"며 "더 이상 버티기 어려울 정도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 대림차 안에 있는 노동자들은 민주노조를 탈퇴하고 기업별노조로 전환했는데, 지금은 우리 이야기를 전달할 회사 창구가 없는 셈이다"며 "대림차 경영진도 그룹의 눈치를 보는 것 같은데, 해고자들은 더 힘들고 답답하다"고 강조했다.

해고자들은 대부분 사회적기업, 아파트관리사무소, 마트, 막노동, 영업 등 비정규직으로 일하거나 그런 일자리조차 얻기 힘든 상태다. 이경수 '해복투' 위원장은 "다들 힘들게 버티고 있다"고 말했다.

금속노조 "사측은 교섭에 나서 해고자 문제 해결해야"

금속노조 경남지부는 8일 "해고 4년, 대림차는 노사교섭에 나서 해고자 문제 해결하라"는 제목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금속노조 지부는 "이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며 "2009년 해고 사태가 민주노조 파괴를 위한 해고였다는 정황이 곳곳에서 드러난 마당에 대림차가 해고자 복직을 거부한다면 그룹의 양심조차 버리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경영상의 어려움을 호소한 회사는 지난 2010년 마치 해고자 민주노조 파괴를 위한 방법이었다는 것을 증명하듯 정상화 됐다"며 "같은해 217억을 투자해 공장을 신축하고, 2011년에는 상반기 밸브바디 2공장 증축을 위해 약 300억원을 투자하고, 자본금 1100억원으로 늘렸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금속노조 지부는 "노동자를 해고하며 명분으로 내세운 경영위기 역시 일시적이고, 극복 가능한 위기였다"며 "경영정상화에도 불구하고 거리에서 생활하는 해고자를 복직시키지 않는 것은 기업윤리에도 어긋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금속노조 지부는 "대림차 노사 교섭이 해고자 복직이라는 당연한 결과로 귀결되어야 한다"며 "대림차가 기업윤리를 실천하고, 진정한 지역민의 파트너로 자리잡기 위해서 적극 교섭에 나서 해고자 문제를 해결할 것"을 촉구했다.

대림차 사측 "2륜차 경영 나아지지 않아 ... 일치된 의견은?"

창원공단 내 대림자동차 정문 앞에는 금속노조 대림자동차지회 조합원들의 출입을 금지하는 법원 판결문을 고시해 놓았다.
 창원공단 내 대림자동차 정문 앞에는 금속노조 대림자동차지회 조합원들의 출입을 금지하는 법원 판결문을 고시해 놓았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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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림차 사측은 2륜차 부분의 경영이 나아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대림차 사측 관계자는 "자동차부품과 2륜차사업부로 나뉘어져 있는데, 2륜차사업의 경영이 계속 좋지 않고 거기는 인원이 남아 자동차부품 쪽으로 이동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어떻게 보면 2륜차 쪽은 경영 상태가 그때(2009년)보다 더 나빠졌다고 보면 되고, 그 때는 직접 인원 구조가 2륜차와 자동차부분이 7대3 정도였다면 지금은 역전되어 2대8 정도다"며 "2륜차 부분은 사람은 많은데 매출은 적다"고 덧붙였다.

대림차 사측은 최근 대리변호사를 통해 "원고(해고자)측이 제시한 협의안이 3개인데, 원고 모두의 일치된 의사인지 알 수가 없고, 만약 원고들이 내부적인 논의를 통해 결정된 것이라면 3개 중 어느 것에 대한 회사의 조정안을 마련해야 하는지 알 수가 없어 매우 난감한 상황"이라며 "일치된 안을 통보해 주면 회사의 조정안을 도출하여 알려드리겠다"고 밝혔다.


태그:#대림자동차, #정리해고, #금속노조 경남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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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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