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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 전 대통령의 그림자가 한국 사회에 짙게 드리우고 있다. 지난달 25일 그의 추모예배에서 "한국은 독재를 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더니, 다음날 추도식에선 "유신시대가 더 좋았다"는 말까지 나왔다. 박근혜 대통령은 "제2의 새마을운동"을 거론하며 아버지의 업을 잇겠다고 했다. <오마이뉴스>는 14일 박 전 대통령의 96회 생일을 맞아 '신이 된 박정희'라는 연재기획을 통해 '2013년 대한민국의 박정희'는 어떤 모습인지 살펴본다. [편집자말]
김수민 녹색당 구미시의원.
 김수민 녹색당 구미시의원.
ⓒ 조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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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마을운동 마케팅은 현재 권력을 향한 충성이자, 선거 공천권을 위한 현상이다."

김수민(32) 녹색당 구미시의원은 박정희 전 대통령 기념사업을 두고 "오버(over)한다"고 표현했다. 2010년 지방선거에서 무소속으로 당선된 뒤 2011년 녹색당 창당에 참여한 김 의원은 "새마을운동은 아래로부터의 풀뿌리운동을 막는 국가 중심 사업"이라며 새마을운동을 향한 경계심을 드러냈다.

김 의원은 "이명박 정부가 4대강 사업과 같은 거대 토건사업을 벌였다면 박근혜 정부는 (새마을운동을 통해) 정신 개조운동을 벌이고 있다"며 "(박 대통령은) 1970년대를 영광의 시대로 인식하고 이를 복원하는데 박차를 가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구미는 2009년부터 2012년까지 '새마을선진화운동 사업'으로 약 480억 원을 썼다. 매년 평균 120억 원 정도의 예산을 새마을운동을 위해 쓴 것이다. 올해에는 대폭 축소된 40억 원을 배정했다가 1차 추경예산을 통해 84억 원으로 예산을 두 배 넘게 늘렸다. '새마을운동테마공원 토지매입비' 명목이다. 새마을운동테마공원 사업은 예비 타당성 조사와 정책종합평가에서 저조한 점수를 받아 논란이 된 바 있다. 구미는 대체적으로 2차 추경예산까지 거쳐 새마을선진화운동 사업의 예산을 늘려왔다.

구미시청 2층에 위치한 새마을과. 구미는 2009년부터 2012년까지 '새마을선진화운동 사업'으로 약 480억 원을 썼다. 매년 평균 120억 원 정도의 예산을 새마을운동을 위해 쓴 것이다. 올해에는 대폭 축소된 40억 원을 배정했다가 1차 추경예산을 통해 84억 원으로 예산을 두 배 넘게 늘렸다.
 구미시청 2층에 위치한 새마을과. 구미는 2009년부터 2012년까지 '새마을선진화운동 사업'으로 약 480억 원을 썼다. 매년 평균 120억 원 정도의 예산을 새마을운동을 위해 쓴 것이다. 올해에는 대폭 축소된 40억 원을 배정했다가 1차 추경예산을 통해 84억 원으로 예산을 두 배 넘게 늘렸다.
ⓒ 조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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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신제 예산 삭감' 꺼냈다 사퇴 요구... "특정 세력 위한 예산 많아"

29세에 당선돼 역대 최연소 구미시의원인 김 의원은 구미의 붙박이 예산이던 박 전 대통령의 탄신제와 추모제 예산을 건드리는 것으로 의정활동을 시작했다.

구미는 이명박 정부 들어 계획한 첫 '박 전 대통령 탄신제(2009년)' 예산에 전년도보다 약 11배 늘어난 6390만 원을 편성했다. 김 의원이 구미시의회에 들어온 2010년에도 약간 늘어난 6820만 원의 예산을 편성했고, 2011년부터 매년 7500만 원의 예산이 사용되고 있다. 구미는 탄신제뿐만 아니라 추모제에도 매년 700만 원을 쓴다.

김 의원은 "2010년 처음 구미시의회에 들어와 추경예산 심사를 할 때 탄신제와 추모제 예산이 있는 걸 발견했는데 이걸 삭감하자는 주장을 했다"며 "옳고 그름을 굳이 따지지 않더라도 논란이 많은 사람을 위해 왜 지자체 예산을 들여야 하는 의문이 들었다"라고 당시 상황을 떠올렸다.

김 의원의 주장에 당시 '친박연합'이 김 의원의 사퇴를 주장하는 성명서를 내놓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23명의 구미시의원 중 16명이 새누리당 소속인 상황에서 탄신제, 추모제 예산은 그대로 유지됐다.

김 의원은 "(구미공단이 들어서 있지만) 구미의 정책에 노동자적 관점이 거의 반영돼 있지 않다"며 "박 전 대통령 관련 사업과 같이 시의 규모나 면적, 구성원에 비해 지나치게 특정 세력을 보고 가는 정책이 많다"고 아쉬워했다.

김 의원은 "(구미가 박 전 대통령의 고향이기도 해서) 구미시민의 절대다수가 박 전 대통령을 신봉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그는 "구미시민 중 박 전 대통령을 싫어하거나 무관심한 사람도 많은데도 '박정희의 위상'이 그 다양한 목소리를 압도하는 데 문제가 있다"며 "특히 새누리당 안에서 (박 전 대통령이) 좋은 소재로서 강하게 작용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기성세대가 미래세대에게 박 전 대통령의 이모저모를 알려주지 않고 일방적으로 훌륭한 사람이었다고 교육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다음은 11일 오후 구미시의회에서 만난 김 의원과 나눈 일문일답 전문이다.

김수민 녹색당 구미시의원.
 김수민 녹색당 구미시의원.
ⓒ 조정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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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마을운동, 아래로부터의 풀뿌리운동 막아... 70년대 복원 위한 노력"

- '녹색당 소속의 구미시 의원', 재밌는 이력이다.
"2010년 6·2지방선거에서 무소속으로 당선됐다. 의정활동을 하다 보니 정당의 필요성을 느꼈고, 제가 구상했던 것과 가장 근접해 있는 정당을 창당하는데 힘을 보탰다. 2011년 가을부터 녹색당 발기인으로 시작해 지금은 녹색당 구미시의원으로 활동 중이다."

- 주로 관심을 두고 있는 분야는 무엇인가.
"여러 상임위원회가 있는 국회와 달리 구미시의회에는 기획행정위원회와 산업건설위원회, 둘 뿐이다. 녹색당이라고 해서 특별히 환경 분야만 다루지 않고 여러 방면에 힘을 쏟고 있다."

- 29세에 당선돼 역대 구미시 의회 최연소 의원이라고 들었다. 녹색당, 젊은 의원으로서 어려움은 없나.
"현재 구미시의회는 23명의 의원 중 새누리당 16명, 무소속 5명(그 중 4명이 보수 성향), 민주당 1명, 녹색당 1명으로 구성돼 있다. 하지만 모든 의원이 나와 의견이 다른 건 아니어서 정당과 관련해서는 크게 제약되는 건 없다. 나이도 크게 문제되지 않는다. 오히려 답답한 부분은 행정부와 지방의회 간의 역학 관계다. 지방의회의 위상과 권위가 지나치게 약하다."

- 박 전 대통령 탄신제와 추모제의 예산 삭감을 주장했는데?
"2010년 처음 구미시의회에 들어와 추경예산 심사를 할 때 탄신제와 추모제 예산이 있는 걸 발견했는데 이걸 삭감하자는 주장을 했다. 옳고 그름을 굳이 따지지 않더라도 논란이 많은 사람을 위해 지자체 예산을 들여야 하는 의문이 들었다. 이후 '친박연합'이란 곳에서 '해명을 못하면 사퇴하라'는 내용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어쨌든 당시 유야무야 지나가면서 아직도 탄신제, 추모제 예산이 집행되고 있다."

경북 구미 박정희 대통령 생가에 있는 새마을운동 동상. 이 동상 제작을 포함해 구미는 2008~2013년 286억원(구미시비 261억원, 경북도비 25억)을 들여 생가 주변 공원화 사업을 진행했다.
 경북 구미 박정희 대통령 생가에 있는 새마을운동 동상. 이 동상 제작을 포함해 구미는 2008~2013년 286억원(구미시비 261억원, 경북도비 25억)을 들여 생가 주변 공원화 사업을 진행했다.
ⓒ 소중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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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1년, 2012년 구미에선 새마을운동 100억 원이 넘는 예산이 사용됐다. '새마을운동 마케팅' 어떻게 바라봐야 하나.
"박근혜 대통령이 당선되기 직전과 직후에 가장 성행할 수밖에 없는 사업이다. 현재 권력을 향한 충성이자 선거 공천권을 위한 현상이다. 특히 새누리당 안에서 (박 전 대통령이) 좋은 소재로서 강하게 작용하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

현재 새마을운동은 굉장히 거대한 프로젝트로 진행되고 있다. 과거의 새마을운동을 계승하는 정도가 아니다. 이명박 정부가 4대강 사업과 같은 거대 토건사업을 벌였다면, 박근혜 정부는 (새마을운동 마케팅을 통해) 정신개조운동을 벌이고 있다. 새마을운동은 아래로부터 진입하는 풀뿌리운동을 막는 국가 중심 사업이다. (박 대통령이) 1970년대를 영광의 시대로 인식하고 이를 복원하는 데 박차를 가하지 않을까 우려된다."

- 구미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의 위상은 절대적일 것 같은데.
"(구미가 박 전 대통령의 고향이기도 해서) 구미시민의 절대다수가 박 전 대통령을 신봉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구미시민 중 박 전 대통령을 싫어하거나 무관심한 사람도 많다. 문제는 '박정희의 위상'이 그 다양한 목소리를 압도하는 데 있다. 그런데 박근혜 대통령이 없었다면 이러한 현상이 나타날까. 현재 권력을 향한 아부 성격이 짙고, 그렇게 활용되고 있는 것이다. 기성세대가 미래세대에게 박 전 대통령의 이모저모를 알려주지 않고 일방적으로 훌륭한 사람이라고 교육하는 게 걱정된다."

- 구미가 시급히 추진해야 할 정책은 무엇인가.
"구미엔 공단이 있어 젊은 노동자와 외지인이 많다. 하지만 정책에 노동자적 관점이 거의 반영돼 있지 않다. 대부분의 정책이 이윤 중심적이고, 자본 중심적이다. 하지만 구미의 현실을 들여다 보면 비정규직과 교대근무자가 계속 늘어나 시간의 여유가 없는 사람이 많다. 이런 사람들을 위한 정책이나 관점이 매우 부실한 상황이다. 시의 규모나 면적, 구성원에 비해 지나치게 특정 세력을 보고 가는 정책이 많다. 박 전 대통령 기념사업에 오버(over)하는 이유도 특정 세력만 보고가는 정치와 행정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태그:#김수민, #박정희, #구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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