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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로 3회째를 맞이하는 HIV(인간 면역 결핍 바이러스(human immunodeficiency virus, HIV) 감염인 말하기 대회가 20일 대구광역시에 위치한 소셜카페 빅핸즈에서 열렸다.

이번 행사는 사)대한에이즈예방협회 대구경북지회(회장 김난희) 주관으로 열렸다. '내 생애 첫 콘서트'라는 형식으로 감염인들이 일반인들과의 소담스런 토크 콘서트를 가졌다. 이 자리에는 초대를 받은 시민들과 시민단체 관계자 그리고 레드리본 대학생 봉사단이 함께 했다.

토크콘서트형식으로 열린 HIV감염인 말하기대회의 모습.
▲ HIV감염인의 말하기 대회 토크콘서트형식으로 열린 HIV감염인 말하기대회의 모습.
ⓒ 김용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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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에 나선 김난희 회장은 "2년 전부터 준비해온 감염인 자활 및 인식개선을 위한 소셜카페 빅핸즈의 오픈과 함께 이 자리에서 말하기 대회를 갖게 되어 기쁘다"고 소감을 전했다.

김 회장은 "UN이 정한 세계 에이즈의 날에는 'Getting to Zero'라는 슬로건을 걸고 '감염인 차별 제로'를 주장할 예정이다"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염인들에 대한 차별과 편견이 좀처럼 줄지 않는 것에 안타까움을 느낀다"고 말했다.

'내 생애 첫 콘서트'는 제일 먼저 김재희(가명, HIV/AIDS감염인자조모임) 회장의 인사말로 시작됐다.

김재희 회장은 "올해부터는 감염인 말하기가 콘서트 형식으로 한 명을 조명해, 콘서트의 주인공이 된다는 사실이 기뻤다"라며 "콘서트는 흥이 나거나 즐거운 자리이듯이 이곳에 참여한 여러분들에게  즐겁고 희망찬 자리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남성감염인 여운씨에게 질문하고 있는 이은주 힐링드라마아트센터 대표의 모습.
▲ 토크콘서트 모습 남성감염인 여운씨에게 질문하고 있는 이은주 힐링드라마아트센터 대표의 모습.
ⓒ 김용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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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진 순서에서는 얼마 전에 환갑을 맞았는 여운(가명)씨는 "세상이 너무 지겨웠다. 밤이 되면 아침이 되는 것이 두려웠고, 아침이 되면 저녁이 되는 것이 두려웠다. 혹시라도 자다가 가면 어쩌나 하는 생각에 앞이 캄캄했다"며 암울했던 과거를 회상했다.

이제는 "암울한 어둠의 굴레 속에서 벗어났다"고 말한 여운씨는 에이즈예방협회에서 전문 강사와 상담을 통해 위로를 받았다고 했다. 그는 어느 강사가 해준 "내가 남을 사랑하기 전에 나를 사랑해야 한다"는 말에 용기를 얻고 "이제는 힘을 내며 살아가고 있다"며 자신의 변화된 모습에 만족해 했다.

말미에 여운씨는 "어둡게만 느껴졌던 깜깜한 색에서 벗어나 환한 빛의 색으로 바뀌어 행복하다"고 전하면서 "비록 한번 넘어졌더라도 다시 한번 일어서서 용기를 내어 보라"고 권했다. 오늘 콘서트의 주인공이 된 그는 "영원히 소리가 되게 하소서"를 직접 낭독하기도 했고, '숨어오는 바람소리'라는 노래를 부르기도 했다.

여운씨가 자신에게 노래로 화답해주며 여운씨 때문에 용기를 내서 치료를 받고 에이즈를 이겨나가고 있다는 한 감염인을 안아주고 있는 모습이다.
 여운씨가 자신에게 노래로 화답해주며 여운씨 때문에 용기를 내서 치료를 받고 에이즈를 이겨나가고 있다는 한 감염인을 안아주고 있는 모습이다.
ⓒ 김용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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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가로 다른 감염인도 용기를 내 객석에서 노래를 부르기도 했다. 참석한 시민들은 감염인들의 용기에 박수를 보냈다. 여운씨의 노래에 화답하기 위해서 일어선 한 중년은 "여운님 덕분에 HIV를 잘 이겨내고 용기를 내서 살아가고 있다"며 서로 부둥켜 안았다.

이번 HIV말하기대회에는 많은 구술 참가자가 나서지는 않았다. 하지만 치료를 받고 있는 감염인들이나 그늘 속에 숨어서 자신을 감춘 채 살아가는 감염인들에게 이러한 자리가 적지 않은 용기와 힘이 되었으리라 생각된다.

2012년 말, 우리나라에서 HIV에 감염된 사람은 1만명에 다다른다고 한다. 현재 대한에이즈예방협회 대구경북지회는 HIV 감염인들의 자활을 돕기 위해 해밀과 레드 리본사회적협동조합과 함께 빅핸즈에 대한 수익창출 고민과 더불어 마음의 쉼터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다.


태그:#HI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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