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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2차 범국민촛불대회에서 사회자가 구호를 외치고 있다.
▲ 11월 30일 22차 범국민 촛불대회 지난 22차 범국민촛불대회에서 사회자가 구호를 외치고 있다.
ⓒ 김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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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는데 거리에서 많은 사람들과 마주 치는 일상 속에서조차 쉬이 '인연'을 만나기는 쉽지 않다. 매일 같은 일상 속에서 주말의 촛불은 새로운 일상 그리고 새로운 인연을 맺게 한다.

지난 주말, 벌써 22번째 촛불을 들었던 청계광장에 나섰다. 7월부터 벌써 6개월째에 접어든 11월의 마지막 날이었다. 날씨가 점점 추워지니 사람들도 그저 그렇게 줄어들 걱정을 안고 나섰던 촛불이었다.

여전하다. 이 사람들은 어쩌면 이렇게도 한결 같은 모습으로 '완전무장'을 한 채 거리를 메우고 있는 것일까. 이쯤되면 낯이 익어 나도 모르게 꾸벅 인사를 하기도 한다. 조금 이른 시간에 도착하면 너도나도 무대 근처에 모여들어 자칭 '촛불공장'을 돌린다. 지난 한주의 안부를 물으며 또 한번 꾸벅.

22번째 촛불, 이 사람들은 어쩌면 이렇게도...

범국민촛불대회에서 많은 참가자분들의 모금이 이루어진다.
▲ 국정원 시국회의 모금통 범국민촛불대회에서 많은 참가자분들의 모금이 이루어진다.
ⓒ 김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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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뜨거운 여름에 만났다. 나는 촛불집회 현장에서 몇 주째 국정원 대선개입 국민공소장 프로젝트 국민배심원단 모집 자원봉사를 했다. 천막을 친 현장부스에서 배심원단 신청을 받는 일이다. 많은 시민 분들이 한 손에는 촛불을, 한 손에는 피켓을 들고 들르는 곳이다.

이번 촛불에는 자원봉사자가 적었던지 국정원 시국회의에서 참가자들에게 돌리는(?) 모금함이 부스에 배치되었다. 그래서인지 약속으로 바쁠 주말 저녁에 일찍 자리를 뜨며 모금해 주시는 많은 시민 분들을 만나게 되었다. 일찍 뜨는 자리가 미안한 표정, 힘내라는 응원의 목소리, 더 잘해야하지 않냐며 꾸짖음까지 많은 얼굴을 만날 수 있었다.

촛불집회를 마치며 돌아가는 발걸음은 국정원 시국회의 현장부스를 가득 메운다. 그러다 '퉁' 하는 소리에 꾸벅꾸벅 인사하던 얼굴을 들었다. 그리고 한 번 더 '퉁'. 40~50대 정도의 중년 남성분이 가방 속에서 한웅큼 쥔 주먹을 꺼내 모금함에 넣었다. 짧은 순간, 모금함을 들여다 보고는 바람처럼 사라지시는 그 분의 성함이라도 여쭈러 달려갔다.

달려간 걸음이 무색케도 아는 체도 않고 정말 바람처럼 사라져 버리셨다. 그 사이에도 이어지는 시민 분들의 모금행렬에 다시 자리로 돌아왔다. '모금해주시는 시민 분들은 한결같이 바람처럼 사라지시는구나'란 짧은 생각 뒤에 자리를 정돈하면서 모금함을 들여다 보았다.

그 분의 주먹에서 떨어져 나온 기백만 원의 뭉치를 발견했다. 백만 원 정도의 뭉치인 줄 알았는데, 확인해보니 무려 500만 원 정도나 되는 거금이어서 깜짝 놀랐다. 뒤늦게나마 그 이름모를 독지가 분을 끝까지 따라가지 못한 게 후회됐다.

이렇게 큰 돈을 주신 그 시민분께 어떻게 감사를 드려야 할지…. 이런 자리로나마 성함도 제대로 여쭙지 못한 그 분께 감사인사를 전하고 싶다. 그리고 이렇게 매주 주말 촛불을 함께 들 수 있도록 성원해 주시는 많은 시민 분들에게도 머리 숙여 깊은 감사를 드린다.

뜨거운 여름에 만나 세 번째 계절을 맞이한 이 겨울, 더 많은 이들과 함께 뜨거워지고 싶다.


태그:#촛불, #특검, #대선개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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