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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장성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이 처형됐다. 북한이 내세우는 공식적 이유는 조선인민군 최고사령관 명령에 불복하는 반혁명적 행위, 경제 지도기관이 제 역할을 할 수 없게 만든 반인민-반국가적 행위, 자본주의 생활양식에 젖은 문란한 사생활이었다.

과연 북한의 주장처럼 개인범죄 때문일까? 아니면 남한정부의 판단처럼, 김정은의 권력공고화 과정에서 발생한 사건일까? 그러나 제거되는 과정을 볼 때, 이들보다 군부가 김정은 측근을 제거하고 권력 강화에 나서고 있다는데 무게가 더해진다.

남한정부는 장성택 사태로, 북한의 호전성이 강화될 것으로 판단한다. 김관진 국방부 장관은 북한 급변사태에 대비하여, 국지전과 전면전을 준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김정은 체제의 공포정치를 언급하면서, 자유민주주의 수호를 강조하고 있다.

모두 온건파인 장성택이 사라졌기 때문에, 북한의 강경 모드가 불가피하다는 전제를 깔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단순한 분석으로는 북한의 변화를 읽을 수 없다. 장성택이 제거된 원인으로부터, 북한의 변화를 예측하고 남한의 대응책을 선택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장성택 제거 과정의 특징은?

북한의 장성택 처형 소식이 알려진 13일 오전 열릴 예정인 국회 국방위원회 회의실 앞에 군 관계자들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 장성택 처형 '충격'... 군 관계자 대응 분주 북한의 장성택 처형 소식이 알려진 13일 오전 열릴 예정인 국회 국방위원회 회의실 앞에 군 관계자들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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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성택 사태의 특징은 3가지다. 먼저 정치국확대회의의 숙청 결정이다. 동 회의는 위원과 후보위원뿐만 아니라, 관련 중앙 및 지방 당 간부가 참여하는 당 간부회의체이다. 다음으로 장성택 숙청이 <조선중앙TV>로 방영되었다는 점이다. 북한에 단 하나뿐인 전국 규모의 방송으로 모든 주민이 지켜보도록 한 것이다.

마지막으로 장성택의 죄목을 4페이지에 걸쳐 낱낱이 열거했다는 점이다. 김정은이 후계자가 된 이후 31명의 고위인사가 숙청되었지만, 단순한 죄목만 발표되었을 뿐이었다. 여기서 숙청에는 당과 인민의 지지를 등에 업을 필요가 있었고, 재기의 가능성을 완전하게 차단하려 한다는 의지를 읽을 수 있다.

일단 한국정부의 해석, 즉 김정은이 권력 강화과정에서 위협 세력인 장성택 일파를 제거했다는 주장은 신빙성이 떨어진다. 장성택은 김정은의 경쟁자가 아니고, 오히려 김정은의 권력공고화에 유용한 방패가 될 수 있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장성택이 김정은에게 위협이 될 정도라면, 조용하게 처리하는 게 유리했을 것이다. 아니면 김정일이 김평일에게 그랬던 것처럼, 외국으로 보내는 방법도 좋았을 것이다. 북한이 발표했듯이, 정말 죄를 지었다고 해도 마찬가지다. 고모부의 죄상을 조목조목 열거하고, 공개적으로 내치는 것은 최고지도자의 면모가 아니기 때문이다.

장성택 제거는 군부가 주도

해답은 군부에 있다. 군부는 김정은을 제어할 힘은 있지만, 당과 인민의 지지 없이는 불가능하다. 그리고 김정은 측근을 재기불능으로 만들어야 권력을 확보할 수 있다. 충분히 실행 가능한 상황이다. 김정일의 선군시대에 군부는 전성기를 구가했지만, 김정은 세력은 '군부 힘 빼기' 작전이 들어갔기 때문이다. 즉 2009년 2월 김정일의 친구이자 김일성 주치의 리봉수의 아들인 리영호를 총참모장으로 임명했다. 2012년 4월엔 민간인 출신인 최룡해를 총정치국장에 임명했다. 그리고 역시 민간인 출신인 장성택을 2009년 4월 국방위원회 위원에 이어, 2010년 6월 부위원장에 임명했다.

게다가 장성택이 제3경제를 책임지고 있었기 때문에, 군부의 박탈감은 배가 되었다. 제3경제란 제1경제(내각 경제), 제2경제(군수)와 별도의 경제영역이다. 해외유치자금을 내각이 운용하는 국가예산에 반영하지 않고, 노동당 행정부가 관할하는 경제영역을 의미한다. 즉 각종 사업체를 운영하거나 관리하면서, 김정은의 통치자금을 만드는 역할을 수행한다.

장성택이 제3경제위원회를 통해 우량기업을 싹쓸이함으로써, 군부가 손댈 수 있는 이권은 대폭 줄어들게 되었다. 군부로서는 장성택을 없애지 않으면 안 될 절박한 상황에 놓이게 되었던 것이다.

이렇게 볼 때 군부가 자신의 권력회복을 위해 리영호 숙청을 압박했을 것이다. 또 가장 강력한 측근인 장성택을 제거함으로써, 종지부를 찍으려 했을 것이다. 그러나 과거 두 차례 장성택 제거작전에 실패했기 때문에, 재기불능 상태를 만들 필요가 있었다. 김정은의 고모부라는 특수관계 때문이다. 따라서 죄목 열거와 공개재판 및 TV방영으로 당과 인민을 등에 업고, 회복불능 상태로 만들어 버린 것이다.

그리고 숙청을 결정한 정치국확대회의 개최 4일 후인, 12월 12일 특별군사재판을 열어 신속히 사형을 집행해 버렸다. 김정은은 권력유지에 군부의 지지가 필수적이기 때문에, 군부가 장성택의 죄목을 가지고 들이 데는데 저항할 수 없었을 것이다.

장성택 이후 북한의 대남정책은?

북한 김정은 체제를 뒷받침해온 장성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의 실각설이 제기된 가운데 지난 9월 평양 김일성 광장에서 열린 북한 정권수립 65주년 기념일 행사에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과 장성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왼쪽), 최룡해 인민군 총정치국장(왼쪽 둘째)이 함께 참석하고 있다.
 북한 김정은 체제를 뒷받침해온 장성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의 실각설이 제기된 가운데 지난 9월 평양 김일성 광장에서 열린 북한 정권수립 65주년 기념일 행사에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과 장성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왼쪽), 최룡해 인민군 총정치국장(왼쪽 둘째)이 함께 참석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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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정권의 미래는 두 갈래로 예측 가능해진다. 하나는 김정은이 꼭두각시로 전락하는 경우다. 군부가 김정은의 최후 측근인 최룡해를 제거하거나 자기편으로 만들고, 장성택 잔당을 제거하거나 포용하는 상황을 말한다. 군부가 쿠데타를 감행하지는 않을 것이다. 김정은 유일영도체제를 내세우면서, 권력을 향유하는 편이 싸게 먹히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최룡해나 일부 군부가 중간 역할을 하면서, 김정은과 군부가 권력을 분점하는 경우이다. 물론 김정은 옆에 군부와 대적할 만한 세력이 있어야 가능해진다. 비록 김정은이 꼭두각시가 되더라도, 김경희가 권력을 회복하고 김정철과 김여정이 성장하면 권력분점도 가능해 진다.

김정은이 꼭두각시가 되면, 대남정책은 일사분란하게 전개된다. 혁명이나 전쟁에서 깊은 유대를 맺은 1-2세대와 달리, 3세대 군부는 권력과 이익에 의해 움직인다. 군부가 권력과 경제적 이익을 공유하는 한, 군부는 하나의 집합체가 된다는 의미이다. 그리고 남북관계 개선과 6자회담을 통한 경제적 이익을 추구할 가능성이 높다. 3세대 군부에게는 테크노크라트의 특성, 즉 실용성을 강조하며, 경제성장을 선호하고, 경제적 전문지식이 있기 때문이다.

김대중-노무현 정권과 이명박-박근혜 정권을 경험하면서, 협력이 이익이라는 점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분배할 이익이 줄어들게 되면, 군부 내 분열과 분열극복을 위한 대남 강경정책이 출현할 것이다.

김정은과 군부가 권력을 분점하게 되면, 대남정책은 복잡하게 전개된다. 일단 남한과 손을 잡는 시점에서 의견을 달리 할 수 있다. 어느 일방이 결정하면, 상대의 반대로 정책이 철회된다. 또한 의견일치가 늦어질 수 있다.

두 경우 모두 남북관계를 경색시킬 뿐만 아니라, 최악의 경우 무력충돌까지 예상된다. 또한 무력시위의 수위조절에 대한 의견이 일치하지 않을 수 있다. 군부가 먼저 실천에 옮기는 경우도 가능하다. 이 경우 남북한  관계는 평행선을 달리게 된다. 게다가 멈추는 시점에 대한 의견이 일치되지 않으면, 무력시위의 수준이 상승하게 된다.

북한의 권력구도가 변화하고 있다. 남한정부는 김정은 체제의 공고화에 방점을 찍는다. 그리고 독재체제의 강화가 부분 내지 전면전쟁과 연결된다는 판단에서, 철저한 대비태세를 주문한다. 정확한 원인에서 비롯되는 적절한 처방이 비용을 최소화 시키고, 당면 문제를 가장 빠르게 해결해 준다. 그런데 남한정부는 북한의 변화원인과 상태를 정확하게 파악하는데 실패한 듯하다. 안보라는 두루뭉술한 처방책 밖에 내놓지 못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전쟁대비는 상대국의 내부변화에 대한 정책이 아니라, 국가로서 갖추어야 할 기본 의무에 불과하다. 세부 원인과 각각에 적절한 대책, 그것이 바로 정책이다.

덧붙이는 글 | 이재영 기자는 경남대 교수(군사학)입니다.



태그:#장성택사형, #장성택숙청, #장성택, #김정은권력강화, #북한도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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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대학교 대학원 졸업(정치학박사) 전, 경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현, [비영리민간단체] 나시민 상임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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