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오는 21일, 개장을 앞둔 '여수 갯가길' 1-1 <여수 밤바다> 코스인 투다리와 장군도 야경입니다.
 오는 21일, 개장을 앞둔 '여수 갯가길' 1-1 <여수 밤바다> 코스인 투다리와 장군도 야경입니다.
ⓒ 임현철

관련사진보기


"너와 함께 걷고 싶다 / 이 바다를 너와 함께 걷고 싶어~"

지난 해 발표됐던 버스커 버스커의 <여수 밤바다> 가사 일부입니다. 이 노래가 나온 후 여수에는 난리가 났었습니다. 웬만한 여수사람들은 이 노래를 휴대전화 컬러링으로 대신했으니까요. 대체 여수 밤바다가 무엇이길래, 버스커버스커의 장범준씨는 노래로 불렀을까요.

"우리 오늘 여수 밤바다 구경 한 번 할까요?"

지인도 흔쾌히 "그러자" 했습니다. 왜냐? 여수 갯가길 1-1 코스인 '여수 밤바다' 코스가 오는 21일 오후 5시 30분 중앙동 이순신 광장에서 개장할 예정이기 때문입니다. 이에 지난 5일, 9일, 14일, 세 차례 여수 밤바다 코스를 미리 가봤습니다.

'여수 밤바다' 코스는 이순신 광장~여객선 터미널~여수 수산시장 및 남산시장~예암산(남산공원)~돌산대교~돌산공원~거북선대교~종화동 하멜등대~종화동 해양공원~이순신 광장으로 이어지는 일명 '투 다리' 코스입니다. 투 다리 코스는 다리 두 개(돌산대교·거북선대교)를 끼었다고 해서 농담 삼아 붙인 이름입니다.

여수에 이런 풍경을 볼 수 있는 곳이 있었네!

장군도와 돌산대교, 그리고 배 한 척...
 장군도와 돌산대교, 그리고 배 한 척...
ⓒ 임현철

관련사진보기


여수 갯가길 1-1 <여수 밤바다> 코스 지도입니다.
 여수 갯가길 1-1 <여수 밤바다> 코스 지도입니다.
ⓒ 임현철

관련사진보기


배와 거북선대교 뒤로 저녁노을이 걸렸습니다.
 배와 거북선대교 뒤로 저녁노을이 걸렸습니다.
ⓒ 임현철

관련사진보기


해넘이가 연출되는 시점에 이순신 광장에 섰습니다. 장군도와 돌산대교, 거북선 대교가 훤히 보입니다. 거문도를 오가는 쾌속선이 항구로 천천히 들어오고 있었습니다. 불빛이 하나 둘 들어오고 어둠이 물밀 듯 밀려왔습니다.

여수 수산시장에서는 생선회를 사가는 사람들이 회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예암산을 부지런히 올랐습니다. 하늘에 뜬 구름들이 사진의 좋은 배경이 될 듯한 날씨였습니다. 석양까지 더해 아름다운 사진이 나올 것 같은 예감이었습니다.

"여수에 이런 풍경을 볼 수 있는 곳이 있었네!"

감탄이 절로 나왔습니다. 여수 밤바다를 밝힐 불을 기다렸습니다. 바다를 가르는 어선 한 척은 그림이었습니다. 저녁노을은 자신의 붉음을 보듬지 못하고 구름 사이로 삐져나와 자신의 아름다움을 과시하고 있었습니다.

그것도 잠시, 장군도와 돌산대교·거북선대교에 일순간 불이 들어왔습니다. 낯의 환한 빛을 밀어낸 어둠 속에서 빛나기 시작했습니다. 노란색·녹색·파란색·보라색, 게다가 붉은색 자동차 불빛까지 반짝반짝 빛났습니다. 헉, 이런 광경은 거의 반백 년을 여수에 살면서도 경험하지 못했던 놀라운 빛의 향연이었습니다.

이래서 여수 밤바다 밤바다 하는구나

여수 갯가길 1-1 <여수 밤바다> 코스인 돌산공원에서 본 돌산대교입니다.
 여수 갯가길 1-1 <여수 밤바다> 코스인 돌산공원에서 본 돌산대교입니다.
ⓒ 임현철

관련사진보기


여수 밤바다, 장군도와 여수 구 시가지 야경입니다. 인어가 나올까?
 여수 밤바다, 장군도와 여수 구 시가지 야경입니다. 인어가 나올까?
ⓒ 임현철

관련사진보기


여수 밤바다, 종화동 해양공원과 시가지 야경입니다.
 여수 밤바다, 종화동 해양공원과 시가지 야경입니다.
ⓒ 임현철

관련사진보기


행여나 놓칠까봐, 재빨리 돌산대교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역시나, 야경 촬영의 명소답게 많은 사람들이 찰칵이고 있었습니다. 해넘이 기운이 살짝 남은 돌산대교 야경은 멋스러움 그 자체였습니다. 시시각각 달라지는 불빛은 강렬한 유혹이었습니다.

덩달아 바다에 비추는 장군도 불빛은 인어가 떠오르길 기다리는 전설의 노래처럼 여겨졌습니다. 만약, 인어가 떠올라 꼬리를 감추고 사람 다리로 변하는 순간을 본다면 잽싸게 달려가 보쌈하고 말겠다는 어설픈 상상을 했습니다. 그래서 연인들의 야간 데이트 코스로 각광받나 봅니다.

장군도 뒤로 보이는 여객선 터미널 등 구 여수 시가지 불빛은 여인으로 변신한 인어를 채가지 못하도록 현실 세계로 이끄는 듯했습니다. 그러니까, 질투의 화신이었습니다. 질투의 화신을 잠재울 사랑의 이벤트를 연출한다면 사랑의 끈은 너끈히 부부의 인연으로 이어지겠지요.

진남관과 종화동 해변 등을 비추는 불빛은 이승과 저승을 비추는 다리일 것이라는 엉뚱한 착상을 가져왔습니다. 만일, '저 불빛이 이승과 저승을 연결하는 거라면 찬란한 사후 세계에 당도하지 않을까?'라는 상념이 기분을 매우 좋게 만들었습니다.

"아~, 이래서 여수 밤바다 밤바다 하는구나!"

돌산 백초 거북선대교 밑으로 옮겼습니다. 거북선대교 불빛은 돌산대교와 달리 파스텔톤이 느껴졌습니다. 이곳 바다는 도화지였습니다. 화가가 어떤 물감을 쓰느냐에 따라 즉시즉시 색이 바뀌는 화선지. 그러니까 거북선대교 근처 바다는 미친 환쟁이의 마음을 기꺼이 받아주는 너그러운 화폭이었습니다.

하멜의 야밤도주를 밝혀주는 한 줄기 빛?

여수 밤바다, 거북선대교 바다는 미친 환쟁이를 받아주는 너그러운 화폭의 바다였습니다.
 여수 밤바다, 거북선대교 바다는 미친 환쟁이를 받아주는 너그러운 화폭의 바다였습니다.
ⓒ 임현철

관련사진보기


여수 밤바다, 종화동 하멜등대입니다.
 여수 밤바다, 종화동 하멜등대입니다.
ⓒ 임현철

관련사진보기


여수 밤바다, 유람선과 돌산대교 야경입니다.
 여수 밤바다, 유람선과 돌산대교 야경입니다.
ⓒ 임현철

관련사진보기


거북선대교를 지나 종화동 하멜등대로 향했습니다. 밤 항구에 배가 정박해 있었습니다. 이 배를 보니, 새로운 상상이 떠올랐습니다. 하멜과 배입니다. 조선시대 서울로 압송된 하멜이 제주도로 귀양 간 후, 터전을 여수로 옮긴 뒤, 고생 끝에 일본으로 탈출했던 곳이 바로 여수입니다.

"여수 사람들이 몰래 몰래 하멜의 탈출을 도왔잖아. 그래서 하멜 표류기가 나온 거야."

이상율·김병호 씨 등 지역 향토사학자들의 말입니다. 그 자리에 하멜등대와 하멜전시관이 서 있었습니다. 거북선대교 밑으로 배 한 척 유유히 떠갑니다. 유람선 불빛이 하멜의 쓸쓸했던 일본으로의 야밤도주를 밝혀주는 한 줄기 빛인 줄 착각했습니다.

"고기 많이 잡혀요?"
"예. 불빛이 고기를 모아주니까요."

내년에 결혼할 예정인 버스커 버스커의 장범준씨, 결혼 축하합니다. 장범준씨, 청이 하나 있습니다. 당신이 그토록 간절한 마음을 담아 불러, 여수의 주가를 확 띄웠던 '여수 밤바다'로 신혼여행 오세요! 여수가, 여수 시민들이 당신을 따뜻하게 맞이하겠습니다. 당신의 음악 한 소절 들려드립니다.

"바다 이 조명에 담긴 아름다운 얘기가 있어 / 네게 들려주고파 전활 걸어 뭐하고 있냐고 / 나는 지금 여수 밤바다 여수 밤바다~♬"

여수 밤바다, 거북선대교와 유람선 야경 속에는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여수 밤바다, 거북선대교와 유람선 야경 속에는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 임현철

관련사진보기


덧붙이는 글 | 제 블로그에도 올릴 예정입니다.



태그:#여수 밤바다, #여수 갯가길, #돌산대교, #버스커버스커 장범준, #여수 야경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묻힐 수 있는 우리네 세상살이의 소소한 이야기와 목소리를 통해 삶의 향기와 방향을 찾았으면... 현재 소셜 디자이너 대표 및 프리랜서로 자유롭고 아름다운 '삶 여행' 중입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