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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석춘의 〈10대와 통하는 기독교〉
▲ 책겉그림 손석춘의 〈10대와 통하는 기독교〉
ⓒ 철수와영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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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평소 알고 지내던 교회 권사님 한 분에게 그런 문자 메시지를 받았죠. 동방박사들이 아시아 지역 사람들이냐고 말이죠. 순간 나도 당황을 했죠. 머리가 멍해서 말이죠. 잠시 숨을 고른 뒤에 이스라엘 땅에서 동쪽이지 않겠냐고 말했죠. '동방에서 온' 박사들에 착안한 대답이었죠.

물론 곧바로 인터넷을 살펴봤죠. 그랬더니 당대에 동방이란 '페르시아' 지역이거나 '아라비아 반도', 더 멀리는 '인도'까지도 된다고 나왔죠. 팔레스타인 지역에서 해나 달이 떠오르는 지역이 바로 그 지역들을 의미하기 때문에 말이죠.

그런데 그들 '박사들'이 문제였죠. 과연 그들은 누구인가, 하고 말이죠. 요즘 유행하고 있는 드라마 <기황후>에 나오는 마술사들이 아닐까 생각했죠. 먹물로 마술을 부리는 탐욕스런 사람들 말이죠. 하지만 그들은 '조로아스터교의 성직자들'이었다는 걸 오늘에서야 알았죠.

"<마태복음>에 따르면, 예수가 태어날 때 동쪽에서 별을 보고 온 '동방박사'들이 경배하러 찾아옵니다. 학자들은 그들을 조로아스터교의 성직자로 보고 있지요."(41쪽)

손석춘의 <10대와 통하는 기독교>라는 책에서 알려주는 내용이죠. 그는 학자들의 연구를 빌려, 유대교와 기독교 그리고 이슬람교의 유일신 사상이 바로 그 조로아스터교에서 유래한 것이라고 하죠. 조로아스터교의 '아후라마즈다'(Ahura Mazda) 곧 '지혜의 주님'으로부터 유대교의 '야훼'(Yahweh)와 기독교의 '갓'(God)과 이슬람의 '알라'(Allah)가 태동되었고요.

물론 풀 수 없는 문제가 하나 남죠. 조로아스터교의 성직자들이 '아기 예수'께 황금과 유향과 몰약을 드리러 경배하러 온 까닭 말이죠. 그 먼 곳까지 '유대인의 왕으로 나신 이'를 찾아 나선 것 말이죠. 물론 이 책은 그에 대한 직접적인 해답은 주지 않죠. 그저 그 실마리를 찾을 수 있는 단초들이 드러나 있긴 하죠.

사실 이 책은 기독교의 역사책이라 해도 손색이 없죠. 성경에 기록된 예수의 출생과 어린 시절에서부터 예수의 십자가 처형, 그리고 예수의 제자인 베드로와 바울의 삶, 이후 기독교가 로마제국의 국교가 된 배경들, 그 뒤의 십자군 전쟁, 종교개혁과 근대사회의 태동 등을 차례로 기록하고 있기 때문에 말이죠.

"레오 10세는 이미 또렷해진 르네상스 흐름에 조응해 학자, 문인, 예술가 들을 적극 후원함으로써 로마의 문화적 번영을 일궈나갔습니다. 하지만 '재벌'의 아들로 소년 시절을 이미 추기경이 된 그의 끝없는 사치 생활로 인해 교황청의 재정이 바닥나기 시작하죠. 결국 그는 성 베드로 대성당을 건립한다는 명분으로 '면죄부'를 판매하기 시작합니다."(137쪽)

그 유명한 '면죄부' 판매에 얽혀 있는 교황 레오 10세에 관한 이야기죠. 그는 당대의 '재벌'인 메디치 가문의 13세 소년 시절에 추기경으로 임명된 인물이라고 하죠. 물론 그 배후엔 교황 인노켄티우스 8세가 있었고요. 그 정도로 교황은 세속적인 부와 끈적끈적한 관계를 유지했던 셈이죠.

어디 그 뿐인가요? 15세기 거의 모든 교황들은 타락과 부패의 정점에 있었죠. 교황 칼릭스투스 3세도 그의 친인척을 추기경으로 임명했는데, 26세에 추기경에 오른 청년 로드리고는 숱한 여성들과의 사이에서 4남 1녀를 두었고, 그 중 체사레 보르자란 아들을 추기경에 임명했죠.

그것은 알렉산더 6세도 다르지 않았죠. 그는 세속적인 군주보다 더 호화로운 궁정생활에다 성직매매, 그리고 무절제한 성적 쾌락을 즐겼죠. 또한 시스티나 성당을 설립한 교황 식스투스 4세는 두 명의 조카를 추기경으로 임명했는데, 그 중 한 명이 나중에 교황이 된 율리우스 2세였다고 하죠. 그런 카오스 상태였기에 종교개혁이라는 위대한 코스모스가 태동되었지 싶죠.

"조지 부시의 '십자군적 소명감'은 그가 대통령 재선에 나섰을 때 선거 자금을 모으는 데에도 적극 '활용'됩니다. 2004년 대선을 앞두고 부시 대통령의 선거운동본부 의장인 마크 래시콧은 2004년 4월 3일 선거 자금 모집책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부시 대통령은 어려운 시기를 강하고 변함없는 지도력으로 이끌어왔다. 우리 공화당의 대통령은 테러리즘에 대항해 전 세계적인 십자군 전쟁을 이끌고 있다'고 자화자합니다."(210쪽)

이른바 근대 이후의 기독교에 대한 단면적인 모습이죠. 부시 전 대통령이 기독교를 선거운동에 적극 활용했다는 점 말이죠. 그것은 이슬람과 성전을 치르던 십자군 전쟁 때도 다르지 않았죠. 정치적인 목적으로 신앙심을 이용하는 세력들은 예나 지금이나 똑같지 않나 싶죠.

일각에서는 오늘날의 개신교가 그 혼돈의 카오스를 경험한 중세와 다르지 않다고 말하죠.  그러니 제2의 종교개혁의 코스모스가 일어나야 한다고들 이야기하죠. 개신교 모두가 생명과 진리를 위해 자기 생을 던진 예수의 근원적인 가르침에 귀를 기울여야 할 때가 이 때이지 않나 싶어요.


10대와 통하는 기독교 - 청소년과 예수의 커뮤니케이션

손석춘 지음, 철수와영희(2013)


태그:#손석춘의 〈10대와 통하는 기독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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