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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빠진 갯가길을 걷습니다. 발에 밟히는 모래가 부드럽습니다.
▲ 갯가길 물 빠진 갯가길을 걷습니다. 발에 밟히는 모래가 부드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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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빠진 갯가길을 걷습니다. 발에 밟히는 모래가 부드럽습니다. 살진 갯벌 언덕도 보입니다. 갯골 따라 흐르는 물소리가 파도소리와 또다른 느낌입니다. 정신없이 모래밭에 쌓이고 박힌 이야기를 들으며 언덕을 넘습니다. 조그만 바닷가 마을이 보입니다. 마상포입니다. 눈에 익은 마을입니다.

곰곰이 생각하니, 지난해 취재 때문에 찾았던 마을입니다.(관련기사 : 바닷가 마을에 날리는 하얀 가루..."살기 괴로워요") 당시, 하얀 가루와 소음으로 주민들이 피부 가려움증과 두통을 호소하던 마을이었죠. 한데, 복잡하던 마을이 조용합니다. FRP 조선소가 사라졌네요.

여수 돌산 마상포가 변했습니다. 사람들이 욕심 조금 버리니 자연은 놀랍고 아름답게 변합니다.
▲ 변화 여수 돌산 마상포가 변했습니다. 사람들이 욕심 조금 버리니 자연은 놀랍고 아름답게 변합니다.
ⓒ 황주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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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출이 아름다운 마상포 해변에 섰습니다. 파도소리 들립니다. 물새가 인기척에 놀라 후다닥 달아납니다. 그 모습이 참 정겹습니다. 사람들이 욕심을 조금 버렸더니 자연은 놀랍고 아름답게 변하는군요. 지난 14일 오전, 선배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여수 갯가길 걷잡니다.

조금 당황스럽습니다. 저는 여수에 사는 덕분에(?) 눈 아프게 바다를 보거든요. 물론, 바닷가 걷는 일도 흔합니다. 한데, 바람찬 겨울 바닷가를 걷자니 황당합니다. 연인 사이도 아닌데 말이죠. 하여, 이유가 뭐냐고 조심스레 물었더니 돌아온 대답, 간단합니다. 군소리 말고 따라 나서랍니다.

우윳빛 감도는 실한 생굴입니다.
▲ 생굴 우윳빛 감도는 실한 생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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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전 한 덩이를 입속에 넣었습니다. 고소한 맛이 세상 부러울 일 없습니다.
▲ 굴전 굴전 한 덩이를 입속에 넣었습니다. 고소한 맛이 세상 부러울 일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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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이 바닷물을 한번 토해냈습니다. 짠맛이 적당히 배어 굴구이 맛이 꿀맛입니다.
▲ 굴구이 굴이 바닷물을 한번 토해냈습니다. 짠맛이 적당히 배어 굴구이 맛이 꿀맛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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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해안 푸른바다에 두둥실 떠있는 섬들입니다.
▲ 섬 남해안 푸른바다에 두둥실 떠있는 섬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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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배 말 들으니 굴구이가...

선배가 간단히 한마디 덧붙입니다. 여수의 멋진 속살을 보여줄 테니 기대하랍니다. 별수 있나요? 나이가 깡패죠. 선배의 소집명령을 받고 재빨리 돌산으로 차를 몰았습니다. 돌산 안굴전에 도착했습니다. 선배가 점심부터 먹잡니다. 역시, 어른 말씀 들으면 자다가 떡 얻어먹는다더니 그 말이 딱 맞네요.

불만제로 상태는 아니었지만 군소리 없이 선배 말을 들었더니 느닷없이 굴구이를 맛봅니다. 우윳빛 감도는 실한 굴 한 덩이가 입속에 들어갑니다. 그 맛에 세상 부러울 일 없습니다. 굴이 바닷물을 한 번 토해내서 일까요? 짠맛이 적당히 배어 굴맛이 꿀맛입니다. 배불리 점심을 먹고 길을 나섭니다.

여수시 돌산 안굴전에서 고개 넘어 마상포까지 이어진 갯가 길을 걷습니다. 길이는 약 5킬로미터입니다. 예전엔 어머니들이 갯것하며 걸었던 길입니다. 또, 낚시꾼들이 제집 드나들 듯 싸돌아다니던 길이기도 하고요. 그 길을 귀여운 거북이가 안내하는 방향을 따라 서서히 걷습니다.

바닷가 겨울바람, 의외로 춥지 않네요. 부지런히 길 걷자니 몸에서 땀이 납니다. 그렇게 여수 갯가 길을 걸었습니다. 그곳에는 많은 이야기가 숨어 있더군요. 바닷가에 밀려온 나무도 만져봤습니다. 매끈한 나무는 높은 산에서 떨어져 나와 낮은 해변까지 밀려오는 동안 무슨 일을 겪었을까요?

폐선 옆구리에 따개비들이 자리를 잡았습니다. 멀리서 바라보면 쓰레기처럼 보이는 물건들인데 곁에 다가가 찬찬히 뜯어보면 재밌는 이야기가 숨어있습니다.
▲ 따개비 폐선 옆구리에 따개비들이 자리를 잡았습니다. 멀리서 바라보면 쓰레기처럼 보이는 물건들인데 곁에 다가가 찬찬히 뜯어보면 재밌는 이야기가 숨어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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갯골 따라 흐르는 물소리가 파도소리와 또 다른 느낌입니다.
▲ 갯골 갯골 따라 흐르는 물소리가 파도소리와 또 다른 느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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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배는 세월이 흐르면서 플라스틱 옷을 입었습니다. 배 구실 조금더 늘려 보려는 사람들 생각이 희한한 모양을 만들었습니다.
▲ 폐선 이 배는 세월이 흐르면서 플라스틱 옷을 입었습니다. 배 구실 조금더 늘려 보려는 사람들 생각이 희한한 모양을 만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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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떠나니 자연이 찾아왔네

FRP로 만든 배도 보입니다. 폐선이 된 옆구리에 따개비들이 자리를 잡았네요. 또다른 곳에는 나무배가 있습니다. 이 배는 세월이 흐르면서 플라스틱 옷을 입었네요. 제 구실 늘려 보려는 사람들 생각이 희한한 배를 만들었군요. 갯가길에 흩어져 있는 물건들 속에 수많은 사연이 담겨 있습니다.

그냥 멀리서 바라보면 쓰레기처럼 보이는 물건들인데 곁에 다가가 찬찬히 뜯어보니 재밌는 이야기들이 숨어 있습니다. 그렇게 바다가 전하는 이야기를 들으며 작은 고개를 넘습니다. 잠시 붉은 열매가 아름다운 오솔길 걸어 고개 넘으니 탁 트인 시원한 해변이 보입니다.

마상포에 도착했습니다. 마상포는 제가 1년 전 FRP 조선소 때문에 힘들어 하는 주민들을 만나 취재했던 곳입니다. 한 해 전만 해도 이곳은 어지러운 곳이었죠. 모래가 예쁜 바닷가엔 유리섬유가 널브러져 있었고 마을 주변은 화학제품 냄새로 머리가 아프던 곳이었습니다.

또, 바닷가 모래밭에 줄줄이 늘어선 FRP선에서는 유리섬유 다듬는 작업을 하느라 귀 따가울 정도의 굉음이 울려퍼지던 곳이었죠. 하지만 오늘은 이곳이 조용합니다. 파도가 밀려와 모래를 핥는 소리가 부드럽습니다. 솔잎을 스치는 바람소리도 정겹습니다.

갯가길 걸을 때 귀여운 거북을 잘 보세요. 녀석만 따라가면 길 잃을 염려 없습니다.
▲ 이정표 갯가길 걸을 때 귀여운 거북을 잘 보세요. 녀석만 따라가면 길 잃을 염려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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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 바닥에도 귀여운 거북이 붙어 있습니다.
▲ 파란거북 땅 바닥에도 귀여운 거북이 붙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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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 돌산대교 너머로 해가집니다. 바다에 나갔던 배가 돌아옵니다. 가족이 있는 따뜻한 집이 그립습니다.
▲ 돌산대교 여수 돌산대교 너머로 해가집니다. 바다에 나갔던 배가 돌아옵니다. 가족이 있는 따뜻한 집이 그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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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 갯가길, 자연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습니다

물새들이 헤엄치며 그려내는 물결이 완벽한 대칭을 이룹니다. 마상포가 변했습니다. 사람들이 마상포를 떠나니 바닷가에 아름다운 자연이 찾아왔습니다. 마상포의 보드라운 해변으로 내려갔습니다. 모래밭에 발 딛고 저 멀리 수평선을 바라봅니다. 아침에 해 뜨면 참 예쁘겠네요.

한동안 사람들 손에 매여 있던 바다, 지금은 물새들 차지가 됐습니다. 물새에게 바다를 빼앗겼지만 억울하지 않습니다. 가끔씩 녀석들에게 신세지며 이곳에서 바다 구경하면 그만입니다. 현재, 여수 갯가길은 1코스, 12구간이 열려 있습니다. 총 길이는 23킬로미터로 8시간쯤 걷는 길입니다.

여수 돌산 우두리에서 출발해 마상포와 안굴전을 지나 무슬목까지 자연스레 이어진 바닷길입니다. 앞으로 25개 코스를 더 열 계획입니다. 길을 걸을 때 귀여운 거북을 잘 보며 걸으세요. 땅바닥과 나무 그리고 전봇대에 붙어있는 녀석만 따라가면 길 잃을 염려 없습니다.

갯가길은 지자체에서 인위적으로 만든 길이 아닙니다. 뜻 있는 몇 사람이 모여 걷기 시작하면서 단체를 만들고 그들이 힘들여 닦은 길입니다. 하여, 조금 불편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자연을 온 몸으로 느낄 수 있는 길이기에 소중합니다. 다음 기사에서는 '여수 밤바다' 풍경을 소개하겠습니다.


태그:#여수갯가길, #여수 밤바다, #여수 여행, #여수 맛집, #마상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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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아들 커가는 모습이 신기합니다. 애들 자라는 모습 사진에 담아 기사를 씁니다. 훗날 아이들에게 딴소리 듣지 않도록 노력합니다. 세 아들,아빠와 함께 보냈던 즐거운(?) 시간을 기억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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