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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5(kV 송전탑). 내 재산 지키려고…. 우리 집 앞에 765(kV 송전탑)가… 해결할 기미가… 송전탑하고 150m라… 76만5000볼트가, 어떻게 해볼 수가…. 내만 죽는 게 아니라, 글로(그리로) 지나가면 이제…. 설마 그렇게 가까운 줄…. 아, 어떻게 하든 765가 글로 가면 안돼. 와 저놈의…. 없는 놈들을 못 살구로 하노."

처음으로 공개된 고 유한숙(당시 74살) 할아버지의 육성 녹음이다. 정부와 한국전력공사·밀양경찰서·밀양시가 고인의 죽음이 밀양 송전탑 때문이라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고 있는 가운데, 유족들은 고인 운명 한 달째를 맞아 육성 녹음을 공개했다.

밀양765kV송전탑반대대책위와 유족인 큰아들(유동환·45)·딸은 6일 오전 경남도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밀양시 상동면 고정리에서 돼지를 키우던 고 유한숙 할아버지는 지난해 12월 2일 밤 자택에서 농약을 마셨고, 나흘 뒤인 12월 6일 새벽 운명했다. 1월 6일은 고인이 숨을 거둔 지 한 달째 되는 날이다.

"누가 고인 죽음 왜곡하는지 밝혀내야"

밀양 송전탑 공사에 반대하며 음독자살했던 고 유한숙 할아버지가 운명한지 한 달째인 6일 오전 밀양765kV송전탑반대대책위와 유족들은 경남도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고인이 숨을 거두기 이틀 전인 2013년 12월 4일 병상에서 "765 때문에 농약을 마셨다"고 하는 내용의 육성 녹음을 공개했다. 사진은 이계삼 대책위 사무국장이 노트북에 저장된 음성파일을 틀어보이는 모습.
 밀양 송전탑 공사에 반대하며 음독자살했던 고 유한숙 할아버지가 운명한지 한 달째인 6일 오전 밀양765kV송전탑반대대책위와 유족들은 경남도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고인이 숨을 거두기 이틀 전인 2013년 12월 4일 병상에서 "765 때문에 농약을 마셨다"고 하는 내용의 육성 녹음을 공개했다. 사진은 이계삼 대책위 사무국장이 노트북에 저장된 음성파일을 틀어보이는 모습.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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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 송전탑 공사에 반대하며 음독자살했던 고 유한숙 할아버지가 운명한지 한 달째인 6일 오전 밀양765kV송전탑반대대책위와 유족들은 경남도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고인이 숨을 거두기 이틀 전인 2013년 12월 4일 병상에서 "765 때문에 농약을 마셨다"고 하는 내용의 육성 녹음을 공개했다. 사진은 아버지의 육성이 흘러나오자 유족인 맏아들과 딸이 고개를 떨군채 흐느끼고 있는 모습.
 밀양 송전탑 공사에 반대하며 음독자살했던 고 유한숙 할아버지가 운명한지 한 달째인 6일 오전 밀양765kV송전탑반대대책위와 유족들은 경남도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고인이 숨을 거두기 이틀 전인 2013년 12월 4일 병상에서 "765 때문에 농약을 마셨다"고 하는 내용의 육성 녹음을 공개했다. 사진은 아버지의 육성이 흘러나오자 유족인 맏아들과 딸이 고개를 떨군채 흐느끼고 있는 모습.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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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경찰서는 고인이 음독했던 원인이 '복합적'이라며 '밀양 송전탑 때문'에 자살했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또 밀양시도 경찰 수사에 따르면서 밀양시청 앞 분향소 설치를 허용하지 않고 있다. 한전도 고인이 송전탑 때문에 죽었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밀양765kV송전탑반대대책위 대표인 김준한 신부와 곽빛나 간사는 고인이 운명하기 이틀 전인 지난해 12월 4일 오후 1시께 병원으로 고인을 찾아가 30여 분간 이야기를 나눴고, 그 사이 대화 내용을 녹음했다. 음독했던 고인은 유서를 남기지 않았는데, 이때 녹음한 내용이 유언으로 여겨지고 있다.

김준한 신부는 "유족들이 기자회견장에 나왔다는 것은 고문이다, 아직도 장례를 못 치르고 있는데 (이는) 한전과 경찰·밀양시청이 저지르는 고문"이라며 "고인의 요청에 의해 병원에 찾아뵙고 유언을 들을 수 있었다, 어르신께서 말씀하시는데 차마 녹음기를 대고 (녹음을) 하는 게 예의가 아니라서 좀 떨어져서 하다 보니 음질이 좋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어 김 신부는 "밀양경찰서 수사관이 초동수사를 한다며 어르신께서 병원에 있던 12월 3일 자정께 찾아가서 가까이 대고 녹취한 게 있지만 아직 경찰은 그 녹음 내용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며 "사람 목숨보다 더 중요한 게 없다"고 강조했다.

문정선 밀양시의원은 "고인의 빈소에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밀양경찰서장이 조화를 보냈는데, 일반 시민이 돌아가셔도 조화를 보내는지 묻고 싶다"며 "누가 고인의 죽음을 왜곡하는지도 밝혀내야 하고, 이 일을 묵과하면 또 다른 희생이 따른다"고 말했다.

밀양경찰서는 고인이 부산대병원 응급실에 있던 2013년 12월 3일 새벽에 찾아가 '초동수사'를 한다며 녹취했다. 유족들은 이 녹취 내용의 공개를 요구하고 있다. 큰아들 유동환씨는 "당시 경찰이 아버지에게 '어르신 왜 그러셨습니까'라고 묻자 아버지께서는 '765 때문에 더 이상 살기 싫고 죽으려고 했다'고 분명히 말했고, 옆에 병원 관계자도 있었다"고 전했다.

유씨는 "그런데 경찰이 당시 녹취 내용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며 "아버지께서 약을 드시고 난 뒤에 처음에는 왜 그랬는지 몰라서 경찰이 묻길래 가감없이 말했던 것이다, 경찰은 자기들한테 유리한 내용만 짜깁기 해서 '복합적'이라고 발표했다, 아버지가 키우던 돼지 시세도 좋았다"고 설명했다.

유한숙-김준한 대화 내용 공개

밀양 송전탑 공사에 반대하며 음독자살했던 고 유한숙 할아버지가 운명한지 한 달째인 6일 오전 밀양765kV송전탑반대대책위와 유족들은 경남도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고인이 숨을 거두기 이틀 전인 2013년 12월 4일 병상에서 "765 때문에 농약을 마셨다"고 하는 내용의 육성 녹음을 공개했다. 사진은 고인의 큰아들인 유동환씨가 회견문을 읽는 모습.
 밀양 송전탑 공사에 반대하며 음독자살했던 고 유한숙 할아버지가 운명한지 한 달째인 6일 오전 밀양765kV송전탑반대대책위와 유족들은 경남도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고인이 숨을 거두기 이틀 전인 2013년 12월 4일 병상에서 "765 때문에 농약을 마셨다"고 하는 내용의 육성 녹음을 공개했다. 사진은 고인의 큰아들인 유동환씨가 회견문을 읽는 모습.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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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765kV송전탑반대대책위 대표인 김준한 신부는 2013년 12월 4일 오후 1시께 병원에서 고인을 만나 대화를 나눴다. 당시 대화 내용에 대한 녹음은 고인과 거리가 좀 떨어져 이뤄졌고, 고인은 가래가 심한 상태였다.

다음은 고 유한숙 할아버지와 김준한 신부가 나눈 대화 내용이다. 대화 내용은 음질이 좋지 않아 잘 들리지 않는 부분이 있다.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김준한 = "책위에 김준한 신부입니다. 따님이 잘하시네요."
유한숙 = "765…. 내 재산 지키려고 765…. 내 자식…. 18년 동안 돼지 키우고. 우리 집 앞에 765키로볼트가…. 내만 죽는 게 아니라 글로 지나가면…."

김준한 = "내가 다 이해했는지는 모르겠는데 아버지가 그래도 거기서 크면서 애들 공부시키고 시집보내고 결혼시키고 다했는데, 그거 들어오면 내 재산 다 날라 가고 더 이상 내가 뭐 할 수 있는 게 있냐고, 전자파나 소리가 쿵쾅거리면 더 이상 방법이 없다고 내가 할 수 있는 게 진짜 그럴 바에는 내가 당신은 765 때문에 그렇게 약을 드셨다라고 말씀을 하시고, 내만 죽는 게 아니라 그 지나가는데 사는 사람들 다 죽는다. 정말 그, 그래서 나는 희망이 없기 때문에 그럴 바에는 약을 드셨다. 말씀을 하시는 것 같아요. 내가 100% 다 이해하지는 못했지만…."

유한숙 = "한전이라는 과장이라는…. 설마 그렇게 가까울…."
김준한 = "한전 무슨 과장하고 누가 와가지고 설명을 하는데 150~200m인지 그전엔 몰랐다고. 그렇게 가까운지 몰랐다고 150m면…."

유선화(딸) = "저희도 몰랐어요. 그게 맞아요? 저는 요번에 그런 이야기를 처음 들었어요."
김준한(곽빛나) = "저희도 몇 번 자리인지 모르겠지만…. 117~118번 선하지에서 180m 정도 떨어진…. 철탑이 어디에 꽂히느냐 보다는 선 아래에서 180m 정도 떨어진 걸."

유한숙 = "어떻게 하든 765가 글로 가면 안돼. 와 저놈의…. 없는 놈들을 못 살구로 하노."

유족 "아버지의 억울한 죽음의 진살 밝혀달라"

밀양 송전탑 공사에 반대하며 음독자살했던 고 유한숙 할아버지가 운명한지 한 달째인 6일 오전 밀양765kV송전탑반대대책위와 유족들은 경남도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고인이 숨을 거두기 이틀 전인 2013년 12월 4일 병상에서 "765 때문에 농약을 마셨다"고 하는 내용의 육성 녹음을 공개했다.
 밀양 송전탑 공사에 반대하며 음독자살했던 고 유한숙 할아버지가 운명한지 한 달째인 6일 오전 밀양765kV송전탑반대대책위와 유족들은 경남도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고인이 숨을 거두기 이틀 전인 2013년 12월 4일 병상에서 "765 때문에 농약을 마셨다"고 하는 내용의 육성 녹음을 공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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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족들은 "아버지의 억울한 죽음의 진상을 밝혀달라"고 호소했다. 유족들은 고인의 시신을 밀양농협장례식장 냉동고에 안치해놓고, 12월 8일부터 밀양시 삼문체육공원 입구에 있는 시민분향소를 지키고 있다. 다음은 유족들의 호소문 전문이다.

저희 부친 고 유한숙 어르신이 운명하신지 한 달이 흘렀습니다. 49재가 훌쩍 다가왔지만, 아버지의 죽음에도, 아버지가 목숨을 끊으셔야 했던 밀양 송전탑 공사도 달라진 것이 없습니다.

지금 아버지의 영정은 영남루 맞은편 삼문동 시민체육공원 입구에 있습니다. 그 자리는 밀양시민들이 운동을 하고 산책을 하는 공간입니다. 밀양시민들에게 불편을 끼치고, 주변 상가 상인들에게 본의 아니게 영업에 지장을 초래한 점, 이 자리를 빌어 사과의 말씀을 드립니다.

아버지의 분향소는 차려지던 첫날 처절하게 훼손당했습니다. 천막이 찢기고 부러지고 주민들이 경찰에게 폭행당했습니다. 비닐 한 장으로 시작한 노천 분향소가 이제 한 달을 맞았습니다.

그동안 저희들은 서울 한국전력공사 본사도 갔었고, 서울시청 앞 분향소에도 올라갔습니다. 서울과 밀양에 차려진 분향소애는 경향 각지에서 많은 분들이 조문해주셨습니다. 그러나 아버지의 죽음은 공식적으로 '음주, 돼지값 하락 등 복합적 요인'에 의한 사망으로 발표되었습니다, 그리고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직전까지 괴로워하던 밀양 송전탑의 고통은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한전과 정부는 지금도 아무런 말이 없습니다.

우리는 더 이상 불효자가 되고 싶지 않습니다. 그래서 아버지 돌아가신지 한 달이 되는 오늘, 간곡하게 호소합니다.

조환익 한전 사장님. 저희 아버지는 한전의 밀양 송전탑 공사 강행으로, 그리고 28년간 일구어온 양돈농장이 765kV 초고압 송전탑으로 물거품이 된다는 사실 때문에 괴로워하시다 결국 세상을 떠나셨습니다. 한전도 인정하듯이 아버지는 2013년 11월 13일, 한전 차장과 대구대 교수의 방문으로 우리 집이 송전선에서 그렇게 가깝지만, 직접 보상 대상에서 제외된다는 사실을 알고부터 급격하게 괴로워하셨고, 결국 얼마 뒤 목숨을 끊으셨습니다. 그리고 '저거 들어오면 나만 죽는 게 아니라 다 죽는다'고 말씀하셨습니다.

8년 전부터 진행되어 온 국책사업이 어떻게 작년 11월이 되어서야 해당 가구에 일방적인 통보가 될 수 있는지, 저희는 도저히 납득할 수 없습니다. 아버지는 속수무책으로 죽음을 선택하셔야 했습니다. 그렇기에 한전은 아버지의 죽음에 직접적인 책임이 있습니다. 아버지께서 사죄하고 응분의 책임을 져야 합니다. 그리고 송전탑 공사를 중단해야 합니다. 그래서 아버지와 같은 억울한 죽음이 더 이상 없도록 노선을 재조정하거나 주민들의 피해를 줄일 방안을 찾아야 합니다.

김수환 밀양경찰서장님. 아버지가 음독하신 당일 경찰관이 와서 '송전탑 때문에 농약을 마셨다. 그래서 더 이상 살고 싶지 않다'는 말씀을 직접 녹음까지 해 갔는데, 왜 엉뚱한 이야기를 하십니까? 그 자리에는 유족도 함께 있었습니다. 경찰의 어이없는 사인 왜곡으로 지금 저희들은 심신상실의 상태입니다. 반드시 진실을 가리고, 책임을 져야 할 사람은 처벌을 받아야 합니다. 저희 집안은 그 때도 지금도 아무런 불화가 없으며, 아무런 금전적인 문제도 없습니다.

밀양경찰서장님께 정식으로 요청드립니다. 12월 3일 새벽, 부산대병원 응급실에 찾아온 수사관이 휴대전화로 녹음해갔던 아버지의 육성 녹음파일을 공개해주십시오.

엄용수 밀양시장님. 저희 아버지는 밀양 시민이었습니다. 밀양 시민이 765kV 송전탑으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저희들은 아버지의 죽음이 신변을 비관한 개인적인 죽음이 아니라 한국전력과 정부의 잘못된 정책으로 인한 사회적 타살이며 공적인 죽음이라는 사실을 밀양시청 분향소 설치를 통해 확인받고 싶습니다. 그래서 아버지의 명예를 회복하고 싶습니다. 밀양시청 앞 분향소 설치에 동의해 주십시오. 그리고, 아버지의 사인을 왜곡한 밀양시의 발표에 대한 유감 표명을 강력히 요구합니다.

전국의 시민 여러분, 그리고 밀양시민 여러분. 아버지의 시신을 병원 냉동고에 모셔 놓고 한달 째 거리에서 지내야 하는 저희들의 마음을 헤아려주십시오. 살아생전에 아버지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했던 우리가 아버지가 돌아가신 이후에도 말할 수 없는 불효를 저지르고 있습니다. 간곡히 호소드립니다. 아버지의 억울한 죽음의 진상을 밝혀주십시오. 그리고, 아버지와 같은 죽음이 다시 나오지 않도록 밀양 송전탑 공사를 중단시켜 주십시오. 저희들의 불효가 더 이상 이어지지 않도록 저희들을 도와 주십시오.

2014년 1월 6일, 아버지 운명 한 달에 즈음하여. 유가족 유동환(큰아들), 유선화(딸), 유대근(작은아들).

밀양 송전탑 공사에 반대하며 음독자살했던 고 유한숙 할아버지가 운명한지 한 달째인 6일 오전 밀양765kV송전탑반대대책위와 유족들은 경남도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고인이 숨을 거두기 이틀 전인 2013년 12월 4일 병상에서 "765 때문에 농약을 마셨다"고 하는 내용의 육성 녹음을 공개했다.
 밀양 송전탑 공사에 반대하며 음독자살했던 고 유한숙 할아버지가 운명한지 한 달째인 6일 오전 밀양765kV송전탑반대대책위와 유족들은 경남도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고인이 숨을 거두기 이틀 전인 2013년 12월 4일 병상에서 "765 때문에 농약을 마셨다"고 하는 내용의 육성 녹음을 공개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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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밀양 송전탑, #유한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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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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