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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닥토닥협동조합(이하 토토협) 이사장 조금득(36). 현재 서울시 청년명예부시장도 맡고 있다. 그녀를 설명하는 또다른 수식어는 청년유니온 초대 사무국장을 지냈다는것. 얼핏 화려해 보이지만 심상치 않은 이력에서 강을 거슬러 올라가는 연어의 힘찬 이미지가 그려진다.

지난 15일 서울 마포구 홍대근처의 조합사무실에서 만난 그녀의 첫 인상은 조합원들에게 애칭으로 불리는 토토리마을 '이장'에 잘 어울리는 단아한 모습이었다. 협동조합 창립 1년을 맞이하여 살림살이가 좀 나아졌는지 궁금했다.

"아니다(웃음). 그동안 함께일하는재단의 지원과 서울시 프로젝트 사업을 진행하면서 혁신활동가 인건비지원이 있었다. 지원사업으로 이타적 관계들이 선순환으로 연결될 수 있는 실험들과 연구사업들에 집중하느라 자립에 대한 구상과 후원회원을 조직하는 데 소홀했었다."

자체수익을 갖는 사업모델의 부재로 자립할 수 있는 여건이 아직 만들어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당장 발등에 떨어진 불은, 함께일하는재단의 도움으로 공간에 대한 어려움 없이 다양한 연구와 조사 실험들로 성과를 만들어냈던 사무실을 2월에는 다른곳으로 옮겨야 한다는 것이다. 절박한 상황이지만 조합의 재정을 감안하면 현실적으로 녹록치 않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다양한 자체 수익사업들로 '보릿고개' 넘길 것

조금득 이사장
 조금득 이사장
ⓒ 오창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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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합을 운영하기 위한 공간문제와 더불어 상근활동가 네 명에 대한 인건비도 올해부터는 자체적으로 해결해야 하는 이중고에 직면해 있다.

하지만 외부의 프로젝트 사업으로 지원을 받는것은 멀리하려고 한다. 지난해 프로젝트 사업에 집중하면서 과부하도 걸렸고 조합을 통해서 하려고 했던 중요한 것들을 놓치고 있다는 고민 때문이다.

올해는 다양한 수익사업들로 자립을 높이기 위한 계획이 있지만 상반기에 보릿고개를 피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자체수익을 낼 수 있도록 명확하게 사업계획을 세우고 후원과 투자유치도 받아서 어떻게든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절박하다. 일단 재정을 안정시키는 것을 목표로 마케팅을 계획하고 새로운 사업에 집중하면 하반기에는 좀 나아질 것으로 본다"

많은 사회적경제 영역들을 가장 힘들게하는 재정적인 어려움을 토토협도 겪고 있다. 새로운 수익창출을 위한 프로그램이 준비되어 있다고 하지만 그것이 본 궤도에 오르기까지 버틸수 있는 동력을 유지해 줄 힘이 필요해 보인다.

새로운 계획 가운데 '청년지갑 트레이닝센터'가 눈에 띈다.

"금융협동에 있어서 대출만 해서는 수익이 안 되고 궁긍적으로 재무관리를 할 수 있는 교육이 필요하다. 돈은 목적이 아닌 수단이다. 그런데 청년들은 얼마를 벌어서 쓰는 것에 위축되어있다. 그래서 재무관리로 경제적 자존감을 높이자는 취지로 시작했다. 재무교육과 상담을 하고 가계부 워크숍을 통해서 자기 관리를 할 수 있도록 해준다. 그리고 꿈꾸는 가게부 판매등을 통해서 수익을 낼 수 있다."

돈을 굴리는 재태크와는 거리가 먼 재무교육이지만 자기주도적으로 어떻게 소비하는것이 옳은가에 대해서 그리고, 사회적으로 부추기는 과소비와 자신의 진짜 욕구를 파악해서 꼭 필요한 소비에 대한 교육을 한다.

또다른 사업은 '재능코디네이터'를 양성할 계획이다. 그동안 재능나눔을 통해서 기술을 가르치고 배우는 것에서 그쳤다면, 재능기술을 가진 사람과 그것을 필요로 하는 곳에 연결을 해주는 다리 역할을 하는 것이다. 이 사업으로 청년의 일자리도 만들어내고 수익의 일부는 조합의 운영비로 후원받을 수 있는 구조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현재 사용중인 사무실공간은 2월에는 비워줘야 하지만 새로운 공간을 얻지 못하고 있다
 현재 사용중인 사무실공간은 2월에는 비워줘야 하지만 새로운 공간을 얻지 못하고 있다
ⓒ 오창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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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이 막혀 꺼져버리고 싶었던 날들... 사회문제 눈떴다"

주위의 많은 걱정에도 불구하고 세계 최초의 '세대별 협동조합'을 만들 수 있었던 것은 청년세대들의 공감을 믿었기 때문이다. 조합활동을 통해서 믿음이 쌓이면 신용으로 작용할것이라고 확신하게 된 것은 청년유니온 활동을 통해서 일궈낸 자신감이었다. 지금 이 자리까지 거침없이 직진한 그녀의 20대 청년시절은 특별할 것 없이 평범했다.

"IMF가 터졌을 때 호텔경영학과에 입학했다. 호텔의 중식당에 웨이트리스로 실습을 나갔는데 성추행이 만연해 있었다. 첫 노동의 좋지않은 경험은 충격이었고, 그것으로 내 삶을 그려갈 수는 없었다. 하지만 연극배우의 꿈을 잃지 않으면서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내세울만한 기술이 있는 것도 아니고, 정규직도 없을뿐더러 단기계약직을 해야만 했다. 꿈이 내 삶의 장애가 될 줄 몰랐다. 고등학교 때는 꿈이 있다는것이 스펙이었고, 패기가 넘쳤는데, 팍팍한 삶속에서 꿈은 장애가 되었다. 살다가 불쑥불쑥 심장이 뛰듯이 튀어나오는데 꿈을 이루지 못했으니 아팠다."

'아르바이트 천국'이란 별명이 붙을만큼 단기계약직 일들을 하다가 서른 살이 되면서 불안했다. 결혼을 생각할 수도 없고, 집에서 독립도 못하다 보니 안정적인 일이 필요했다. 어느날 눈에 띈 월 250만 원을 보장한다는 구인광고를 믿고 찾아갔다. 아웃소싱(외부위탁)으로 핸드폰조립을 하는 공장이었다.

그러나 미국발 경제금융위기가 몰아치면서 공장은 거의 돌아가지 않았다. 출근했다가 곧바로 퇴근하는 일들이 많아졌고 한 달에 50만 원이 쥐어졌다. 당시 이명박 대통령은 청년들에게 눈높이를 낮추고 공장에 가라며 자신의 청년시절을 자랑하고 '내가 해봐서 잘 안다'며 거들먹거렸다. 청년들은 분노했지만 그녀는 현실을 모르는 대통령에게 분노는 없었다. 그저 야속했을 뿐이다.

"내가 세 살때 집을 나간 아빠가 서른 살에 돌아와서는 내가 어떻게 살았는지도 모르면서 '너 이렇게 밖에 못살아. 너가 노력해서 잘 살아야지'라고 말하는 것과 같았다. 더 서글픈것은 엄마에게 위로받지 못한 것이었다. 이 사회가 숨막혔다. 자존감이 떨어졌으며 꺼져버리고 싶었다."

그때까지 물 흐르듯이 살아온 그녀는 역사와 거시적인 큰 사회문제가 내 삶에 깊숙이 들어왔다기보다는 언론이나 책을 통해서 의문이 생기는 정도의 관심이었다. 팍팍한 삶을 살면서도 어떤 구조적인 문제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공장에 다니면서 박탈감을 느끼고 이러한 것들을 구조적인 문제로 인식한 것은 30대에 들어서였다.

"그것들이 내가 사회문제에 눈뜨는 과정이었다고 본다. 지금 나의 현실이 팍팍해서 문제를 해결하려고, 아니 위로받고 싶어서 친구들을 만났다. 그 친구들과 우리들의 문제를 구조적인 것으로 인식하였고 청년유니온을 만들게 되었다. 그것이 나로부터 시작해 모두가 나눌수 있는 꿈이 되었고, 토토협을 통해서도 청년들이 다시 꿈꾸거나 새로운 꿈을 찾을수 있도록 해주고 싶었다. 지금도 여기서 멈추는것이 아니라 새로운 꿈을 꿀 수 있는것들을 찾아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꿈꾸는 청년들의 연대은행 토닥토닥협동조합
 꿈꾸는 청년들의 연대은행 토닥토닥협동조합
ⓒ 오창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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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들의 가슴 속 이야기를 들어줄 사회가 될 때까지

긴급생활자금대출 등의 금융협동이 위기의 청년들에게 지속가능한 안전망이 되지는 못할것이다. 정부의 복지정책이 요원한 상황에서 개인대출로 당장의 급한 불을 끄는것을 넘어서는 대안이 필요해보였다. 올해 새로운 사업 중에서 청년들이 주축이 된 창업지원을 해줄 협동기금대출도 청년들이 자립의 토대를 마련할 수 있는 기반이 되어줄 실험으로 보인다.

"협동기금대출이 어떻게 작용하는 것이 좋겠는가 봤을 때, 그것은 미래에 대한 꿈을 가질수 있는 든든한 비빌언덕으로 자립할 수 있는 형태가 되어야 한다. 우리는 청년들이 시도해 볼 수 있는 것을 지원하고 실패해도 괜찮은 자금들을 대출해주는 사업들에 주력하려고 한다."

그녀는 사업계획으로 '미래비전팀'을 만들어 조합원들과 회의를 통해 재능활동에 참여해보니 좋았다고 한다. 그것들이 꿈꿀수 있는 기반으로 연결되도록 투자사업이 있었으면 하는 논의가 있었다. 크라우드펀딩처럼 작고 소소한 것이지만 응원해줄 수 있는 소규모의 창업정도는 지원해줄 수 있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며칠 전, 실업률에 대한 발표가 있었다. 청년실업률은 8%로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조사를 위해 현장에서 만나본 청년실업의 고통에 대한 느낌은 두 가지라고 한다. 당장 취업이 안되니 생활이 어렵고 미래의 꿈을 갖지 못한다. 하지만 취업만 되면 다 해결되어서 꿈을 가질수 있다고 생각하는 한편, 또 다른 측면에서는 실현불가능하고 막연하고 구체적이지 않은 꿈을 갖는다고 한다. 두 경우 모두 미래에 대해 구체적인 계획이나 희망을 갖지 못하게 하는 사회구조가 바뀌지 않는다면 앞으로도 청년들은 미래를 꿈꿀수 없을것이다.

조 이사장은 청년들을 삼포, 88만원세대로 규정하는 사회가 청년들에게 말해주고 싶은것이 있겠지만 청년들이 대상화 되는것을 원치 않는다고 했다. 찌질하게 보호받아야 하는것도 아니며 바리케이드를 치고 돌을 던지는 분노가 없다고 야단칠 것도 아니다. 아프면 아프다고 말하고 소리칠 수 있는 자신의 이야기를 속 시원하게 풀어낼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주면 청년들이 사회문제에 관심을 갖는다는 것이다.

조합에 찾아오는 청년들이 서로 관계를 통해서 사회문제에 눈뜨게 되는것에 도움을 주는것이 토닥토닥협동조합이 가는 길이라고 한다.

덧붙이는 글 | 조합원가입과 후원문의는 http://cafe.daum.net/ybank1030 전화:02-332-5804



태그:#토닥토닥, #조금득, #청년, #협동조합, #협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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