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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8일 집회에 참석한 한 유치원 교사가 유치원 자녀를 데리고 나왔다.
 28일 집회에 참석한 한 유치원 교사가 유치원 자녀를 데리고 나왔다.
ⓒ 윤근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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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가 올해부터 3∼5세 유아들에게 하루 5시간 300분 수업을 진행하라는 강제 지침을 내렸다. 초등학교 1학년 학생들은 하루 40분씩 4교시 수업을 하는데, 3세 유아들은 1교시를 40분으로 따지면 하루 7.5교시 수업을 하라는 얘기다."(양민주 전교조 유치원위원회 부위원장)

초1은 4교시, 3살 유아는 8교시?

교육부가 올해 3월부터 유아들에게 '하루 5시간, 300분 수업을 진행하라'는 누리과정 강제 지침을 내린 것에 대해 유치원 교사들이 폭발했다. "3∼5세 유아발달 단계를 무시한 폭거"라면서 강력 반발하고 나선 것.

지난 28일 오후 정부 세종청사 교육부 앞에 모인 1100여 명의 공립유치원 교사들과 전교조 소속 초중고 교사들은 "세계에서 유례없는 8교시 강제수업 지침을 철회하라"고 한 목소리로 외쳤다. 지난 22일에 이어 6일 만에 다시 열린 유아교육 정상화를 위한 전국교사대회 자리다. 전국 공립유치원 교사는 모두 8000여 명이다.

교육부는 지난해까지 유치원별로 3∼5시간 수업을 자율 선택토록 했는데, 지난 해 말 '5시간 강제 지침'을 내리면서 사태가 커지고 있다.

이영주 전교조 수석부위원장은 대회사에서 "유아들에게 하루 5시간을 학습하라고 강제 지시하는 것은 아동 학대이자 탄압"이라면서 "이런 지시에 반대하는 우리의 투쟁은 교사 근무여건 개선 투쟁이 아니라 유아 인권을 위한 투쟁"이라고 강조했다.

박현숙 평등교육실현을위한전국학부모회 상임대표도 "탁상행정을 반대하고 유아교육 정상화를 위해 모인 유치원 교사들을 지원하고 응원한다"고 말했다. 유기홍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장도 서면 메시지를 통해 "5시간 강제 지침이라는 교육부의 독선행정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28일 집회에 참석한 유치원 교사들은 '유아교육 파행'의 책임을 물어 서남수 교육부장관의 퇴진을 요구했다.
 28일 집회에 참석한 유치원 교사들은 '유아교육 파행'의 책임을 물어 서남수 교육부장관의 퇴진을 요구했다.
ⓒ 윤근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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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참석 교사들은 오후 8시까지 벌인 마라톤 집회에서 '5시간 강제 수업 철회'와 함께 ▲방과후 과정반 전담교사 배치 ▲ 유치원 행정업무 인력 배치 등도 요구했다.

정규수업을 마친 유아들 가운데 상당수는 돌봄 기능을 하는 방과후 과정에 참여하고 있다. 그런데 현재 공립 유치원에는 이를 맡을 정규직 교사가 거의 없다. "대부분 계약제 보조원으로 땜질하고 있는 상태여서 유치원 교사들이 방과후 과정까지 부담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는 게 전교조 유치원위원회의 설명이다. 유아 행정을 담당할 인력 또한 배치된 곳이 전무한 상태이기 때문에 유치원 교사들이 행정업무까지 맡아야 하는 형편이다.

방과후 전담교사와 행정업무 인력 배치 요구

이날 광주지역 유치원 교사들은 다음과 같은 가사가 들어간 노래를 불러 많은 박수를 받기도 했다.

"떡실신 유치원 교사들은 강철 로봇 아하, 300분 수업하고 행정업무 아하, 희생과 봉사는 교사가 해라, 일 잘한다 칭찬은 교육부가 받을게…."

김은형 전교조 유치원위원장은 "이제 교육부는 더 이상 유치원 교사들에게 '좀 참아 달라'고 말할 자격이 없다"면서 "유아교육 파행으로 피해를 입는 것은 유치원 교사들이며, 이런 교사들의 상황은 유아들의 피해로 점점 더 크게 옮겨가고 있다"고 우려했다.

 28일 집회는 한겨울 추위 속에서도 6시간 동안 진행됐다.
 28일 집회는 한겨울 추위 속에서도 6시간 동안 진행됐다.
ⓒ 윤근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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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이날 집회에서는 경찰 간부가 방패를 갑자기 열도록 지시한 뒤, 경찰 사이로 빨려 들어간 교사들을 끌고 가 '함정연행' 말썽이 일었다.

이날 오후 6시 50분쯤 경찰은 집회에 참석해 촛불행진을 벌이던 이영주 전교조 수석부위원장 등 5명을 연행했다. 수사를 받은 뒤 오후 11시 45분쯤에 풀려난 교사들은 이 수석부위원장 말고도 김은형 유치원위원장, 양민주 유치원위 부위원장, 박아무개 전남지부 유치원위 정책국장, 정아무개 세종충남지부 유치원위원장이다.

이영주 전교조 수석부위원장 등 5명 '함정연행' 논란

연행 당시 경찰이 내세운 연행 사유는 "폴리스 라인 침범"이었다. 하지만 연행 교사들과 당시 주변에 있던 교사들은 경찰이 '함정연행을 자행했다'고 증언해 논란이 예상된다.  

연행 교사들 '바로 뒤에 있었다'는 김혜숙 서울지역 유치원 교사는 "갑자기 '방패 치워'란 지시를 받은 경찰 4∼5명이 방패를 치우자 그 안에 5명의 교사들이 밀려들어갔다"면서 "이 때 '짤러'란 지시가 이어지고 내 바로 앞에 있던 5명이 사라졌다"고 말했다. 김 교사는 "지시를 내린 사람은 검은색 점퍼를 입은 간부로 보였다. 경찰이 함정을 판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세종시경찰서의 한 과장은 "방패 열어", "짤러"와 같은 지시를 했느냐는 물음에 즉답을 피한 채 "거기에 대해서는 우리들이 찍은 동영상에 다 나와 있으니 자신 있다"고 말한 뒤 입을 닫았다.

덧붙이는 글 | 비슷한 기사를 인터넷<교육희망>(news.eduhope.net)에도 보냈습니다.



태그:#유치원 8교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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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에서 교육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살아움직이며실천하는진짜기자'가 꿈입니다. 제보는 bul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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