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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발의 기후변화대응법 제정 서명운동 '빅 애스크(BIG ASK)'는 본디 '큰 요구'라는 뜻입니다. '나는 요구합니다'라는 의미의 '아이 애스크(I ASK)' 릴레이 인터뷰는 빅 애스크 캠페인을 지지하는 각계 인사들을 찾아가 그들의 요구를 듣고 그것을 세상에 알리는 코너입니다. 릴레이 인터뷰 첫 번째 타자는 뛰어난 음악성을 인정받고 있는 뮤지션 윤영배씨입니다. - 기자말

무대 위에 선 작곡가 겸 가수 윤영배 씨
 무대 위에 선 작곡가 겸 가수 윤영배 씨
ⓒ 김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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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달 16일 EBS 스페이스 공감 녹화 현장. 빅 애스크 캠페인을 적극적으로 돕겠다고 나선 윤영배씨를 무대에서 만났다. 그의 노래는 빠져들 듯 진지했다. 어쿠스틱 기타와 두런두런 이야기하는 듯한 노래로 청중을 숨죽이게 하던 윤씨는, 카리스마 뒤로 개념 있는 수다를 풀어놓는 등 푸근한 아저씨로의 면모도 보였다.

그는 사회와 환경 등 심상치 않은 소재를 무겁지 않게 툭툭 털어내는 입담을 보여줬다. 마이크에 입술을 바싹 갖다댄 채 저음의 목소리로 숨을 조금씩 뱉어내듯 노래하는 윤씨는 뼈 있는 시를 읊고 있는 것 같기도 했다.

1993년 '유재하음악경연대회'에서 동상을 수상하며 가수로 데뷔한 그는 장필순, 조동익, 이한철 등의 앨범에서 작곡가로 활동하며 꾸준히 음악 활동을 해왔다. 2010년 자기 이름을 건 첫 번째 EP 앨범 '바람의 소리'가 나왔고 2012년 두 번째 EP '좀 웃긴'이 출시되었다. 지난해 세 번째 EP 앨범 '위험한 세계'가 발표된 뒤로는 2014 한국대중음악상 4개 부문 후보에 오르는 등 그의 조용한 활약은 계속되고 있다.

윤씨는 제주도에 산다. 제주도에서 아내와 함께 농사를 지으며 소박한 생활을 이어온 지 이미 10년이 넘었다. 활동가 포스를 풍기던 그는 사고부터 남달랐다. 농사를 짓는 이유에 대해 물었더니 먹거리보다도 '자립'의 의미라고 했다.

우리는 제철도 아닌데 너무 '다양한' 음식을 '많이' 먹고 있단다. 먹는 것뿐만 아니다. 에너지, 교통수단 등 우리는 의존하는 게 참 많고 수동적이라는 것이다. 선택의 여지 없이 수동성을 강요 받는 측면도 있다.

대구에서 태어나 도시에서 자랐고 10년 넘게 서울을 겪은 바 있던 윤씨. 그는 언젠가부터 '이대로 가다간 지속가능할 수 없다'는 불편한 생각들을 하게 되었단다. 풀 한 포기 제대로 숨쉴 수 없는 반생태적 도시가 되레 마음을 불편하게 했던 것.

제주도로 거처를 옮긴 뒤로는 삼 시 세끼를 텃밭에서 수확한 음식들로 집에서 해결하고 장보는 횟수를 줄였다. 윤씨가 요구하는 것은 '다른 세상'이다. 기후변화 문제에 대해 그는 온실가스만 다루는 부분적인 접근을 경계했다. 전체를 바라보는 통합적 사고를 유지하는 가운데 구조 개선과 같은 근본적 전환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

윤씨는 "빅 애스크 기후변화법 제정이 시스템 전환의 일환이 될 수 있기를 바라고 또 바란다"고 말했다. 그 길이 왜곡되지 않으려면 우리의 생활방식도 바뀌어야 하고 실질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정책도 실행되어야 한다.

아직 빅 애스크 서명운동에 동참하지 않은 사람들에게 윤씨는 말한다.

"기후변화를 하나의 뉴스거리, 공부의 대상 정도로 느껴선 안 된다. 이건 남의 일이 아니라 굉장히 시급하고 다급한 문제이다. 실제 자기 생활하고 연관성을 찾아내는 순간, 어느 누구도 가만히 있지 못할 거다."

다음은 윤씨와의 일문일답.

인터뷰 하고 있는 윤영배씨.
 인터뷰 하고 있는 윤영배씨.
ⓒ 김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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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도가 고향이세요?
"고향은 대구예요. 대구에서 자랐고 서울에서도 10년 넘게 살았어요."

- 제주도에 정착하게 된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서울에 있다가 다른 곳에서 지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제주도로 여행을 간 게 인연이 되었죠."

- 농사를 중시하시는 것 같던데 농사 때문에 제주도를 택하신 건 아니고요?
"농사 짓는 건 그냥 자연스러운 과정이었어요. 농사라고 해도 조그마한 텃밭 개념인 걸요. 농사를 지어서 파는 게 아니라 아내와 내가 먹을 걸 키워요."

- 뭘 키우세요?
"열댓가지 정도요. 이맘때는 마늘, 콩, 배추, 무 같은 것들이죠. 봄이 되면 더 다양하게 심을 수 있겠죠."

- 텃밭 농사를 하시는 건 재배해서 먹는 음식과 사서 먹는 음식에 차이가 있기 때문인가요?
"음식 때문에 농사를 짓는 건 아니에요. 자립의 의미죠. 뭐랄까. 우린 계절을 불문하고 너무 여러 종류를, 너무 많이 먹는 것 같아요. 철마다 나는 것만 먹어야 하는데 말이에요. 텃밭을 해보니 장보는 횟수가 줄었어요. (밖으로) 의존을 덜 하게 된다는 점에서 (텃밭 농사에는) 자립의 성격이 짙은 것 같아요."

- 밖에서 장을 안 보시나요?
"장을 보긴 보지만 내용이 많거나 다양하지는 않아요. 재배한 것으로 세 끼를 다 집에서 해 먹으니 밖에 나가 먹을 일도 없고요. 음식의 가짓수도 많지 않게 단출하게 해서 먹어요."

농사와 사회 운동은 다 연결... 의존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 자립을 위해 농사를 지으신다니 사회운동가 같은 느낌이 드는데요?
"(농사와 사회운동은) 다 연결되어 있다고 생각해요. 우린 의존하는 것도 많고 너무 수동적이에요. 가만히 생각해 보면 참 기분 나쁘고 자존심 상하는 일이에요. 먹는 것도 의존, 에너지도 의존, 교통수단도 의존…. 그런 것들로부터 독립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 언제부터 그런 생각을 하셨나요?
"어릴 때부터 그랬던 건 아니에요. 도시에서 자라면서 뭘 알았겠어요. 그러다 크면서 조금씩 불편한 생각들을 하게 되었죠. 이게 정상인가 싶기도 했고요. 내가 가졌던 막연한 생각이 <녹색평론> 같은 책에 구체적으로 나와 있는 것 같아 크게 공감이 됐어요. 한때 집에서 <녹색평론> 제주 모임을 열기도 했고요."

- 환경이나 자연을 생각하시는 거겠죠? 
"도시에 산다는 건 강제적으로 자연을 경험하지 못하는 거잖아요. 아이러니하게도 요즘 많은 사람들이 주말에 공원이나 산을 찾고 있고요. 자연이니 환경이니 말하기 이전에 (우리가 사는 모습이) 어떻게 이렇게 순식간에 바뀌었나 싶어요. 수천년 동안 살아왔던 방식을 버리고 이런 식으로 과연 얼마나 갈 수 있을지…."

- '이런 식'인 게 어떤 건가요?
"지금 보이는 것과 같은 도시 말이에요. 반생태적인 데다 풀 한 포기 자랄 수 없는 환경이죠. 불과 50년 전만 해도 이런 생활은 없었어요. 동시대에 살고 있는 다른 곳은 어떤가 둘러봐도 우린 좀 과도하게 심한 것 같아요."

- '우리'란 한국을 말씀하시는 거죠? 잠시 네덜란드에 계셨던 걸로 아는데 거긴 좀 달랐나요?
"네. 네덜란드는 이렇게까지 무지막지하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시장이 서구 사회에서 시작된 것이긴 해도요."

- 뭐가 문제일까요?
"너무 많이 쓰는 게 문제겠죠. 하지만 개인의 의지만으로 뭘 할 수 있겠어요. 기후변화 문제를 운전을 잘한다거나 전기 자동차를 사용한다고 해결할 수 없는 것처럼요. 좀 더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한 거죠."

- 그럼 수요를 줄여야 할까요?
"수요를 줄이는 게 맞다고 해도 그렇게 하는 게 지금 시스템에서는 굉장히 힘들지 않을까 해요. 자원고갈을 염려하기 앞서 이러한 생활 방식이 계속될 수 있겠나 싶은 의문이 듭니다."

"기후변화제정 법 뉴스 속만의 이야기가 아닌데..."

- 한국이 온실가스 배출량 세계 7위인데 어떻게 생각하세요?
"어디 그것 뿐이겠어요(웃음).

- 어떻게 해야 할까요?
"부분적으로 접근할 문제는 아닌 것 같아요. 기후변화 문제를 온실가스로만 접근해서는 안되고 온실가스 이야기가 나온 배경을 먼저 생각해 봐야겠죠. 훨씬 더 근본적인 전환이 필요하다고 봐요."

- 무엇이 '근본적 전환'일까요?
"쉽게 말해 지금과 똑같이 살면서 온실가스만 낮추는 건 아니라는 얘기죠."

- 생활방식을 바꿔야 한다는 말처럼 들리는데요?
"네. 근데 그건 개인의 노력 차원에서 바꿀 수 있는 건 아닌 것 같아요. 구조적인 문제니까요."

- 빅 애스크는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법을 제정하자는 것인데요. 법 제정이 시스템 전환의 일환이 될 수 있을까요?
"기후변화법 제정이 하나의 동기가 될 수도 있겠죠. 그래서 시스템 전환에 일조할 수 있다면 정말 다행이겠죠. 이 움직임이 제발 왜곡되지 않으면 좋겠어요. 개별 상황으로만 접근하면 도리어 중요한 걸 놓칠 수 있으니 전체적인 맥락이 꼭 고려되어야 해요." 

'나는 요구합니다(I ASK)'
 '나는 요구합니다(I ASK)'
ⓒ 김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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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직 빅 애스크 서명운동에 참여하지 않은 분들께 한 말씀 해주세요.
"이건 남의 일이 아니에요. 굉장히 시급하고 다급한 문제죠. 제대로 알기만 해도 가만있지 못할 텐데 너무 막연하게 기후변화, 환경위기…. 이렇게 얘기하니까 나와 상관없다고 생각할 수 있어요. 실제 자기 생활하고 연관성을 못 찾는 거죠. 하지만 기후변화를 하나의 뉴스거리, 공부의 대상 정도로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 마지막으로 생활 속의 실천 방법을 권유하신다면요?
"구조를 바꿀 수 있는 올바른 방향을 찾는 게 중요하다고 봐요. 예를 들어 서울이 자동차 문제만이라도 방향을 제대로 잡으면 무척 다른 모습이 될 것 같아요. 프랑스 일부 지역에서는 대중교통을 공영화해서 무료로 하니까 복잡한 시내 차량 문제가 확 줄었다잖아요. 이런 정책이 시행된다면 서울에 사는 게 훨씬 즐겁지 않을까요?"

*빅 애스크(BIG ASK) 홈페이지에 가면 지금 바로 기후변화법 서명에 동참하실 수 있습니다.


태그:#빅애스크, #요구, #I ASK, #BIG ASK, #윤영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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