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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깨와 머리 흰눈이 수북이 쌓였다.
▲ 오죽헌의 율곡이이 동상 어깨와 머리 흰눈이 수북이 쌓였다.
ⓒ 최원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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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 사람들은 적설량 30㎝ 정도의 눈은 '눈' 취급도 안 한다. 이 정도 눈에는 자동차 바퀴에 체인도 감지 않고 운전하는 건 보통이다. 이 정도 눈이 올 때면 "올라면 제대로 오든가, 오다 말았다"고 표현하기도 한다. 눈이 50cm 쌓였다는 언론 보도에 외지 사람들이 "눈이 많이 왔다면서요" 하고 안부를 물으면 "반나절도 안 돼서 제설차들이 놀램쩔에 몽지리 치워싸(눈깜짝 할 사이에 모두 치워)"라고 대답한다.

5㎝ 이하로 오면 "대굴령에서 눈이 날리는가보다" 하고, 10㎝ 정도는 "눈이 내리다 말았싸" 할 정도로 눈에 익숙하다.

5일째 내린눈. 먼저 온 눈이 많이 녹았지만 삽자루의 손잡이만 남았다. 삽의 길이가 1m. 눈이 대략 90센티 가량 된다.
▲ 눈 측정 5일째 내린눈. 먼저 온 눈이 많이 녹았지만 삽자루의 손잡이만 남았다. 삽의 길이가 1m. 눈이 대략 90센티 가량 된다.
ⓒ 최원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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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강릉 사람들이 지난 6일부터 내린 눈이 며칠만에 70㎝를 넘어서자 "눈이 꽤 온다야, 비닐하우스 무너지면 우터하나(어떻게 하지), 큰일이다야" 하고 걱정을 하기 시작했다. 1m가 넘어서니 말이 줄어들고 걱정하는 눈빛이다. 일흔을 넘긴 어르신들도 이런 눈은 처음이라며 "뭐이 이다타나(뭐가 이렇다냐). 몸써리 난다야" 하신다.

요 며칠 사이 정말 눈이 많이 왔다. 기사를 쓰고 있는 10일 오후 현재도 많이 오고 있고, 앞으로도 많이 올 거란다. 오늘 출근할 생각으로 어제(9일) 마당에서 큰길까지 50㎝가 넘는 눈을 차가 다닐 수 있도록 모두 치웠는데, 어제 오후와 지난 밤에 더 많은 눈이 내렸다.

사람이 다닐 만큼만 길을 내놓았다. 그나마 중간에서 끊겨서 오른쪽의 눈더미를 헤치고 나가야 도로로 나간다.
▲ 오죽헌 인근 도로 사람이 다닐 만큼만 길을 내놓았다. 그나마 중간에서 끊겨서 오른쪽의 눈더미를 헤치고 나가야 도로로 나간다.
ⓒ 최원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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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당에 삽을 세워보니 손잡이만 남는다. 남아 있는 눈이 90㎝다. 그동안 치우지 않은 곳은 허리까지 잠긴다. 도로 사정은 어떨까. 큰길까지는 나가봐야 하는데 마당을 벗어나기도 쉽지 않다.

강릉과 주문진을 잇는 7번국도. 차량의 통행이 한산하다.
▲ 7번 국도 차량 강릉과 주문진을 잇는 7번국도. 차량의 통행이 한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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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 시내에서 주문진을 잇는 7번 국도도 한산하다. 다니는 차도 확 줄고 지붕에 눈을 이고 느린 속도로 달리는 차들이 간간이 눈에 띈다. 버스정류장 앞에도 눈이 수북하고, 오래된 이발소 앞에는 눈이 추녀 끝에 닿을 만큼 수북이 쌓였다.

도로와 인도에서 치운 눈이 쌓여 추녀끝에 닿을 정도다.
▲ 오죽헌 인근 이발소 도로와 인도에서 치운 눈이 쌓여 추녀끝에 닿을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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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게 마비됐다. 시내 중심도로만 겨우 뚫렸다. 시내버스 노선 중 절반 가까이가 불통이고, 택시도 중심도로만 오간다. 학교도 주민자치센터도 쉰다. 사람들이 다니지 못하니 변두리 식당도 손님을 받지 못한다. 관광객이 많이 찾는 오죽헌도 계속해서 내리는 눈에 '관람불가'다. 설경을 찍으러 온 사진작가들만 이리저리 오간다.

많은 눈으로 오죽헌 관람이불가능하다. 설경을 찍으려는 사진가들만 몇몇이 드나든다.
▲ 오죽헌 관람불가 많은 눈으로 오죽헌 관람이불가능하다. 설경을 찍으려는 사진가들만 몇몇이 드나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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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피해가 얼마나 될지 아직은 모른다. 지금부터가 고비다. 여기저기서 비닐하우스 눈을 치우고 있다.

문성사와 몽룡실이 있는 곳. 주변의 소나무 숲과 기와 지붕에 눈이 수북하다.
▲ 오죽헌 설경 문성사와 몽룡실이 있는 곳. 주변의 소나무 숲과 기와 지붕에 눈이 수북하다.
ⓒ 최원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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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짐승들도 위험한 고비를 넘기고 있다. 고라니나 멧돼지도 이런 눈은 헤집고 다니지를 못한다. 또 먹이도 눈에 덮여 힘겨운 날들을 보낼 것이다. 그나마 날짐승들은 강아지 밥부스러기라도 나눠 먹는다.

비닐하우스를 지키는 강아지. 참새가 날아와 개밥 부스러기를 주워먹는 것을 지켜보고 있다.
▲ 눈속의 강아지 비닐하우스를 지키는 강아지. 참새가 날아와 개밥 부스러기를 주워먹는 것을 지켜보고 있다.
ⓒ 최원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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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오후 3시 현재 강릉의 적설량이 107㎝란다. 해안가나 산간 지방은 이보다 더 많을 것이다. 이번 눈은 내일(11일) 낮부터는 점차 그치겠지만 수요일(12일) 오후에 또 한 차례 온다고 한다. 목요일(13일) 하루 쉬고 금요일(14일)과 토요일(15일) 또 다시 많은 눈이 내린단다.

5일째 내린 눈에 비닐하우스가 무너질까 눈을 치우고 있다.
▲ 비닐하우스 눈치우기 5일째 내린 눈에 비닐하우스가 무너질까 눈을 치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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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쯤 되면 강릉 사람들의 한마디 "눈이 개락이다"라는 말이 나올법하다. 눈이 엄청 많다는 강릉 토박이말 표현이다.


태그:#강릉폭설, #오죽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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