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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기자는 별종이 아니라 새소식을 가지고 있고 그것을 남에게 전하고 싶은 모든 시민들이다." 우리는 그들을 '시민기자' 또는 '뉴스게릴라'라고 부릅니다. 지난 1월 초부터 7주간 <오마이뉴스>기자들과 함께 땀 흘렸던 19기 인턴기자들이 다시 '뉴스게릴라'가 되어 각자 묵직한 삶의 현장으로 돌아갑니다. '인턴기자가 뛰어든 세상' 시리즈를 통해 조심스레 세상을 향해 노크해봅니다. [편집자말]
"지금까진 내 심장을 뛰게 만드는 사람, 사건에 대해 일시적인 감정만 일었는데, 이번 교육을 통해 그런 사건들이 일어난 이유까지 깊게 공부해야 좋은 기자가 될 수 있다는 걸 알게 됐어요."

'오연호의 기자 만들기'(아래 오기만) 참가자 김우창(31)씨의 말이다. 지난해 3월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직업기자를 준비하는 그는 오기만 강의 중에서 '가슴론'이 가장 인상 깊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오기만 49기 참가자들이 오연호 <오마이뉴스> 대표기자의 강의를 듣고 있다.
 오기만 49기 참가자들이 오연호 <오마이뉴스> 대표기자의 강의를 듣고 있다.
ⓒ 박윤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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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씨처럼 글쓰기에 관심 있거나 직업기자를 꿈꾸는 사람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오기만 49기 참가자들은 20대부터 60대까지, 대학생·농부·헤어디자이너·편의점주·공무원·퇴직교수 등 다양한 직업군으로 구성됐다. 이들은 지난 17일부터 19일까지 강화도 오마이스쿨에서 오연호 <오마이뉴스> 대표기자와 한솥밥을 먹으며 취재·인터뷰·기사쓰기 등의 강의를 들었다.

오기만은 1998년 1기를 시작으로 이번 49기까지 17년 째 이어져 오고 있다. 그간 오기만을 거친 수강생만 해도 1100여 명, 그 중 300여 명은 실제 언론계로 진출했다. 오연호 대표기자는 '담임선생님'으로 불린다. 오 대표기자가 주로 강의를 이끌지만, <오마이뉴스> 상근기자나 타 언론매체 종사자도 강의를 진행한다.

글쓰기를 고민하는 다양한 사람들

그렇다고 강의만 계속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스트레이트 기사쓰기, 자유로운 기사쓰기 등 강의 후 실습도 진행한다. 오기만의 묘미 '남녀축구'도 수강생들이 좋아하는 프로그램 중 하나다. 하루 일과를 마무리할 땐 한 자리에 모여 술잔을 기울이고 친목도 다진다.

기자는 오기만 출신(47기)이란 이유로 이번 49기 강좌의 임시 조교로 차출됐다. 조교의 임무는 2박3일 프로그램이 좀 더 잘 진행되도록 돕는 것이다.

강의 시작 전 숙소나 운동장 등에서 쉬는 참가자들을 강당으로 불러 모으는 일, 질의응답 시간에 질문자에게 마이크를 전달하는 일, 수강생들의 여러 모습을 카메라에 담는 일 등이 모두 조교의 몫이었다. 조교라고 잔일만 한 것은 아니다. 참가자들 사이에 섞여 오기만 강사들의 명강의를 '공짜'로 청강하는 호사도 누렸다.

"아따, 호미 대신 펜을 쥐었당께~"

전남 함평에서 쌀·보리·밀농사를 짓는 농사꾼, 박정재(53)씨는 "글쓰기로 내 의견을 더 잘 표현하고 싶어 오기만에 참여했다"고 말했다. 박씨의 구수한 사투리에 참석자들은 박수를 치며 좋아했다. 박씨는 강의내용 뿐 아니라 질의응답 내용도 수첩에 빼곡히 적어 내려갔다. 코에 걸린 안경 너머로 강사를 바라보는 눈빛에서 '하나라도 더 내 것으로 만들어가자'는 의지가 엿보였다.

49기 최고령자인 이순철(68·퇴직교수)씨는 자신이 사는 대전지역에서 시민기자 활동을 준비하고 있다. 오기만 참가는 일종의 전초작업인 셈이다. 그는 일흔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매 강의 때마다 먼저 손을 들고 평소에 궁금했던 질문을 쏟아냈다. 식사나 뒤풀이 자리에서 20~30대 참가자들과도 쉽게 어울리며 진한 연륜이 묻은 '인생이야기'를 들려주곤 했다.

김선태(35·사회복지사)씨는 자신이 몸담고 있는 '청소년 문화의 집'에서 청소년들과 함께 신문을 창간하기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는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신문을 만들 건데 제가 여기서 먼저 배워서 아이들을 가르쳐야겠다는 생각에 왔다"고 말했다. '여기서 배운 것을 더 많은 사람과 나누자'는 오연호 대표기자의 강의 취지를 몸소 실천하는 셈이다.

편의점을 운영하는 남우현(39)씨는 지난 2월 1일부터 <연합편의점뉴스>에서 활동 중이다. 이 매체는 최저임금법 개정을 통해 편의점 가맹점주들의 권리를 증대하고 다양한 교육사업을 실시해 소득도 증대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설립됐다. 남씨는 <연합편의점뉴스>에서 활동하며 점주들과 소통하고 편의점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기사로 녹여내고 있다.

무엇이 가슴을 뛰게 만드나?

오연호 대표기자는 '가슴론' 강의에서 "좋은 기사는 기자를 뛰게 만든다, 더 좋은 기사는 기자의 가슴까지 뛰게 만든다"라며 가슴 뛰는 일을 찾아 기사로 쓸 것을 강조했다. 오 대표기자의 강연을 듣던 참가자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음악방송 PD를 꿈꾼다는 김형진(27·대학생)씨는 '가슴론' 강의 후 쉬는 시간에 'please please please let me get what i want'라는 곡을 신청했다. "그러니 제발 제발 제발 내가 내가 내가 이번엔 원하는 걸 갖게 해줘요"라는 내용이다. 김씨는 "내 가슴을 뛰게 한 건 무엇이었나 생각해보라"는 오 대표기자의 강의를 듣고 이 노래가 떠올랐다고 말했다. 노래가 재생되는 동안 참가자들은 눈을 지그시 감고 감상하거나 옆 사람과 지난 강의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나가기도 했다.

이어진 '기획론' 강의에서 오연호 대표기자는 어떤 소재가 기사거리가 될 수 있는지, 좋은 기획은 어떻게 찾을 수 있는지를 설명했다. 간혹 고개를 갸우뚱하는 참가자들에게 오 대표기자는 "다시 한 번 설명할 테니 잘 들어봐요, 들으면서 기획을 자꾸 떠올려보는 연습을 해보세요"라며 차근차근 알려줬다. 참가자들은 오 대표기자의 강의를 한마디라도 놓칠세라 그의 눈과 노트를 번갈아 바라보며 필기했다.

오기만 49기 마지막 날, 기사 첨삭을 하는 오연호 대표기자(왼쪽)과 참가자 김선태씨.
 오기만 49기 마지막 날, 기사 첨삭을 하는 오연호 대표기자(왼쪽)과 참가자 김선태씨.
ⓒ 박윤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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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어진 시간은 60분입니다. 60분 내에 스트레이트 기사 하나를 쓰세요."

오연호 대표기자의 지시가 떨어지자 참가자들의 시선은 일제히 컴퓨터 모니터 화면으로 향했다. '타닥타닥' 키보드 두드리는 소리만 컴퓨터실에 가득했다. 간혹 "아~"하는 탄식과 함께 머리를 감싸고 괴로워하는 참가자도 있었다.

둘째 날은 장윤선 <오마이뉴스> 정치선임기자의 '정치부 기자의 세계, 여기자로 산다는 것' 강의와 박상규 편집부 기자의 '현장취재, 승부는 여기서 난다' 강의가 진행됐다. 첫날보다 더 또렷한 눈빛으로 강의를 듣는 참가자들에게서 사뭇 진지함이 느껴졌다. 강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는 이도 있었고, 노트북에 열심히 받아 적는 이도 있었다. 강의를 자기 것으로 만드는 방법은 각자 달랐지만 흡수하고자하는 의지는 모두 한결 같았다.

정치블로그를 운영하는 임병도(필명 아이엠피터)씨의 강의 '독립 블로거로 생존한다는 것'이 끝나자마자 질문공세가 쏟아졌다. '20대가 만드는 20대 대표언론' <고함20>에서 활동하는 이세정(22·대학생)씨는 "블로그만 운영하면 재정은 어떻게 충당하나", "방문자 수가 하루 1만 명을 훌쩍 넘는데 그 비결이 뭔가", "민감한 정치 사안을 다룬 기사를 쓰면 외압은 없는가", "기사소재는 주로 어디서 구하는가" 등 평소 궁금했던 질문을 했다.

이씨가 활동하는 <고함20>은 지난해 연말 아이템피터와 티스토리 블로그 대상 후보에 올랐으나 아이엠피터가 수상하면서 탈락했다. 임병도씨의 강의를 들은 이세정씨는 "저희를 제치고 (임병도씨가) 대상을 수상한 이유를 알 것 같다"고 수줍게 고백했다. 직업기자를 꿈꾸는 20대 초반의 그는 '언론'에 대해 치열한 고민을 거듭하고 있었다.

"배우는 당신이 아름답습니다."

마지막 날은 기사첨삭이 이어졌다. 참가자들은 오 대표기자와 일대일 면담을 통해 이틀 동안 쓴 자신들의 기사를 차례로 첨삭 받았다. 개별 첨삭이 끝나고 사무실 문을 열고 나오는 표정은 다소 굳어있었지만, 오 대표기자와 따로 만나 기사에 대한 의견, 평소 고민 등을 나눴다는 점에서 만족하는 분위기였다.

오기만의 마지막 강의는 이봉수 세명대 저널리즘스쿨 대학원장이 맡았다. '유럽 언론의 어젠다세팅에서 배운다'를 주제로 편집에 대한 강의였다. 이봉수 원장은 영국, 프랑스 등 유럽 국가에서 발행되는 신문을 가져와 참가자들에게 보여줬다. 신문 제호는 지면의 맨 위쪽에 있어야 한다는 편견을 깬 신문부터 가독성을 높이기 위해 A4용지만큼 작아진 신문까지. 참가자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왜 기자가 되려는지 늘 생각해야

예정된 두 시간을 훌쩍 넘기는 강의에 이봉수 원장은 물론 참가자들도 지친 기색이 없었다. 오히려 자리를 뜨려는 이봉수 원장을 둘러싸고 질문공세가 이어졌다. 이 원장도 준비한 자료를 더 꺼내 선보였다.

오기만 49기 마지막 날, 이봉수 세명대 저널리즘스쿨 대학원장의 강의가 끝난 후에도 참가자들의 질문공세가 이어졌다.
 오기만 49기 마지막 날, 이봉수 세명대 저널리즘스쿨 대학원장의 강의가 끝난 후에도 참가자들의 질문공세가 이어졌다.
ⓒ 박윤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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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기만 49기의 공식일정을 마칠 때, 한 참가자가 "2박3일은 너무 짧다"라며 아쉬워하자 주위에 있던 사람들도 동감했다. "이런 명강의는 일주일을 들어도 안 지칠 것 같다, 좀 늘려 달라"는 주문도 있었다. 오연호 대표기자는 강의 말미에 이렇게 말했다.

"제가 왜 49기까지 오기만을 계속 진행하고 있을까요? 저는 여러분과의 만남 자체가 즐겁고 또 여러분과 만나 이야기를 나눌 때 제 가슴이 뛰기 때문이에요. 늘 가슴 뛰는 일을 하는 여러분들이 되길 소망합니다."

참가자들은 수료증을 가슴에 품고 자신의 글로 세상과 마주하기 위해 발걸음을 뗐다. 이제 막 '기자 세상'에 발들인 기자도 '왜 기자가 되고 싶어 했나' '내 가슴을 뛰게 만든 것은 무엇이었나' 등을 좀 더 깊게 고민 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참가자들이 받은 수료증에는 이런 문구가 쓰여 있다.

"배우는 당신이 아름답습니다, 당신의 열정과 도전을 기억하겠습니다, 이곳에서 배운 것을 더 많은 사람들과 나누기 바랍니다."

덧붙이는 글 | 박윤정 기자는 <오마이뉴스> 19기 인턴기자입니다.



태그:#오연호의 기자만들기, #오연호, #오마이뉴스, #오기만 49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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