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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산강변 담양 태목리 대숲길. 옛 모습 그대로의 대숲과 비포장 신작로가 만나 정겹다.
 영산강변 담양 태목리 대숲길. 옛 모습 그대로의 대숲과 비포장 신작로가 만나 정겹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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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산강을 사이에 두고 광주광역시와 이웃하고 있는 전라남도 담양군 대전면이다. 한적한 농촌마을이다. 영산강이 적셔주는 들녘이 넓다. 겨울잠에서 깨어난 봄기운이 강물에 넘실댄다. 바람결에서도 봄내음이 묻어난다. 지난 18일이다.

강변에 대숲이 보인다.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된 담양하천습지가 품은 태목리 대숲이다. 대숲이 울창하다. 대숲 옆으로 난 제방의 왼쪽 길을 따라간다. 담양 오방길 가운데 하나인 습지길이다.

출발점은 강변에 있는 담양하천습지 주차장이다. 탐방안내소의 문이 잠겨 있다. 직원을 채용할 때까지 폐쇄한다는 안내문만 덩그러니 붙어 있다. 습지에 대한 설명을 들을 수 없어 아쉽다.

영산강변 산책로. 습지보호지역을 따라 강변 산책로가 나 있다.
 영산강변 산책로. 습지보호지역을 따라 강변 산책로가 나 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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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바구니 모양의 조형물. 담양하천습지 주차장에 있다.
 대바구니 모양의 조형물. 담양하천습지 주차장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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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차장에서 용산교 밑으로 산책로가 나 있다. 강물을 가까이서 호흡하며 습지와 눈 맞추기에 제격이다. 길옆으로 늘어선 빛바랜 갈대도 제법 운치가 있다. 그 길을 하늘하늘 걷는다. 강바람도 쉬고 있다. 물결도 잔잔하다.

반대편에는 문병란의 시 '담양골의 노래'가 시비로 세워져 있다. 큰 대바구니 모양의 조형물도 보인다. 언뜻 대로 만든 것 같은데 아니다. 죽림연우(竹林煙雨)라는 글귀와 함께 영산강8경이라는 팻말이 서 있다.

주차장에서 수북면 쪽으로 제방을 따라간다. 포장되지 않은 흙길이다. 어릴 때 깨복쟁이 친구들과 어깨 걸고 다녔던 길 그대로여서 더 정겹다. 그 길을 사람들이 걷는다. 자전거도 지난다. 둔치 옆의 대숲도 소담스럽다.

영산강변 담양 대숲길. 강변을 따라 대숲이 이어져 있다. 왼쪽은 제방을 따라 가고, 오른쪽은 대숲 전망대로 가는 길이다.
 영산강변 담양 대숲길. 강변을 따라 대숲이 이어져 있다. 왼쪽은 제방을 따라 가고, 오른쪽은 대숲 전망대로 가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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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산강변 담양 태목리 대숲. 다른 대숲과 달리 영산강변에 자리하고 있어 색다른 느낌을 선사한다.
 영산강변 담양 태목리 대숲. 다른 대숲과 달리 영산강변에 자리하고 있어 색다른 느낌을 선사한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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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른편으로는 더 울창한 대숲이 펼쳐진다. 대숲 가운데로 나무다리(데크)가 놓여있다. 언뜻 보기에도 깔끔하다. 자연스레 발길이 대숲으로 향한다. 데크 양쪽으로 대숲이 호위하고 서 있다.

옛날 주민들의 생계를 이어줬던 대숲이다. 잦은 홍수로 농사조차 지을 수 없을 때 이야기다. 조선시대 문인 윤선도의 표현처럼 '나무도 아닌 것이 풀도 아닌 것이' 항상 푸르니 좋아하지 않을 수 없다.

대숲을 걷는 멋이 쏠쏠하다. 대숲에서 불어오는 바람도 살갑다. 강바람에 댓잎 부대끼는 소리가 사각사각 귓전을 울린다. 감미로운 연주음악 같다. 대숲 사이로 난 데크를 빠져나가니 영산강이 반긴다.

대숲 끝자락에서 만나는 강 풍경이 색다르다. 백로 몇 마리가 강변에서 쉬고 있다. 오른쪽으로 용산교가 보인다. 강을 건너 담양과 광주를 이어주는 다리다. 강물과 강변 풍경을 차분히 느낄 수 있다. 한참 동안 머물렀다.

영산강변 태목리 대숲. 청량한 대숲 사이로 나무데크가 놓여 있다.
 영산강변 태목리 대숲. 청량한 대숲 사이로 나무데크가 놓여 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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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양 병풍산과 한재벌판. 영산강 제방길을 걸으면서 보는 왼쪽 풍경이다.
 담양 병풍산과 한재벌판. 영산강 제방길을 걸으면서 보는 왼쪽 풍경이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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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숲에서 나와 다시 제방을 따라 간다. 왼편으로 태목리와 강의리를 품은 한재벌판이 펼쳐진다. 따스한 햇살이 들녘에 내려앉아 있다. 겨울을 이겨낸 보리 이파리가 풋풋한 기운을 전하고 있다. 담양군 대전면을 감싸 안은 병풍산과 불태산의 자태도 넉넉하다.

영산강은 길 오른편에서 흐른다. 내가 걷는 방향과 반대로 흘러간다. 겨울의 끝자락을 붙들고 있는 강변 풍경도 고즈넉하다. 강물에 청둥오리 무리가 떠다니고 있다. 이름 모를 물새도 여러 마리 보인다.

여울과 습지도 무성하다. 강에 생명을 불어넣으며 강변의 운치를 더해주는 주인공들이다. 다양한 생물과 식물이 살아 숨쉬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운이 좋으면 멸종위기종인 수달과 삵을 만날 수도 있을 것 같다.

마땅한 곳이 없을까 하며 눈동자를 굴리는데, 조류관찰대가 눈에 들어온다. 하지만 여기도 탐방안내소와 같은 이유로 잠겨 있다.

영산강 습지와 여울. 강을 터전으로 살아가는 생명체들의 안식처다.
 영산강 습지와 여울. 강을 터전으로 살아가는 생명체들의 안식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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습지와 여울이 어우러진 영산강 상류. 강물도 맑고 깨끗하다.
 습지와 여울이 어우러진 영산강 상류. 강물도 맑고 깨끗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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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심스레 강변으로 내려갔다. 강물이 맑고 깨끗하다. 수초도 무성하고 군락을 이루고 있다. 강을 터전으로 살아가는 생명체들의 안식처여서 더 귀하게 다가온다. 아직 사람의 손을 덜 타 다행이라는 생각도 든다. 뭇 생명들이 놀랄까봐 조용히 발길을 돌렸다.

제방을 따라 대전면의 경계를 넘어 수북면으로 간다. 대숲이 사라지면서 강변 풍경이 조금 황량해졌다. 둔치는 여전히 호젓하다. 왼편으로 시설하우스 단지가 보인다. 유기농으로 쌈채를 재배하고 있는 곳이다. 녹색농촌체험마을로 지정된 황금마을이다.

마을로 내려가 하우스를 기웃거렸더니 아낙네들이 상추를 따고 있다. 상추가 우윳빛 진액을 듬뿍 머금고 있다. 어렸을 때 텃밭에서 뜯던 상추와 똑같다. 아낙네가 건넨 상추 한 잎을 입에 넣었다. 상추 본연의 쌉쌀한 맛이 살아있다. 아삭아삭 단맛도 난다. 겨우내 지친 입맛에 생기를 불어 넣어준다.

영산강변 황금리 한 농원의 상추밭. 수확한 상추가 우윳빛 진액을 잔뜩 머금고 있다.
 영산강변 황금리 한 농원의 상추밭. 수확한 상추가 우윳빛 진액을 잔뜩 머금고 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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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을 적게 줬어요. 건조한 상태에서 키운 겁니다. 보통은 상추를 따면 물을 주거든요. 그러고 사나흘 뒤에 상추를 따고. 또 물을 뿌려주고. 이렇게 하면 상추가 쑥쑥 커요. 근데 맛이 없어요. 우리는 물을 20일에 한 번 꼴로 줘요. 대신 적당한 습도와 온도를 유지해 주죠. 그래서 더 맛있어요."

이 마을에 사는 '유기농 명인' 김상식(50)씨의 말이다. 건강은 물론 환경까지 생각하며 농사짓는 그이가 더 빛나 보인다.

제방을 따라가는 길은 황금마을에서 봉산면 쪽으로 이어진다. 가는 내내 강변의 여울을 만난다. 습지도 이어진다. 봄기운이 완연해지면 봄나물을 캐러 나온 아낙네도 만날 수 있겠다. 둔치 풍경도 한층 더 아름다울 것 같다.

영산강을 따라가는 제방길. 군데군데 쉬어갈 수 있는 공간도 마련돼 있다.
 영산강을 따라가는 제방길. 군데군데 쉬어갈 수 있는 공간도 마련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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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대와 어우러진 영산강변 풍경. 이 일대가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돼 있다.
 갈대와 어우러진 영산강변 풍경. 이 일대가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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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 찾아가는 길
호남고속국도(고창-담양 구간) 북광주 나들목으로 나가 좌회전, 담양 대치방면으로 가면 오른편에 담양하천습지 주차장이 자리하고 있다. 내비게이션은 전라남도 담양군 대전면 태목리 659-5



태그:#담양하천습지, #담양 오방길, #영산강, #태목리대숲, #습지보호지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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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찰이 일상이고, 일상이 해찰인 삶을 살고 있습니다. 전남도청에서 홍보 업무를 맡고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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