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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오는 소리

'세상에 공짜는 없다'고 합니다. 그냥 얻어지는 것은 없다는 것을 빗대어하는 말일 것입니다.

봄이 오는 것도 그럴까요? 때 되면 저절로 올 것 같은 봄도 쉬이 오는 법이 없습니다. 무슨 대가라도 치러야하는 듯이 말입니다. 꽃샘추위가 심술을 부립니다. 봄이 오는 길목에 시샘을 부리는 추위가 밉습니다. 그래도 봄은 왔습니다. 새봄입니다. 어김없이 우리 곁을 찾아오는 봄이 반갑고 고맙습니다.

목련, 산당화, 산수유, 장미, 개나리, 철쭉... 봄소식을 전합니다.
▲ 새봄에 움튼 생명 목련, 산당화, 산수유, 장미, 개나리, 철쭉... 봄소식을 전합니다.
ⓒ 전갑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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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오른 나뭇가지에 움이 트기 시작합니다. 잎눈, 꽃눈으로 몸집을 줄여 혹독한 겨울을 견딘 나무에 생명의 싹이 고개를 내밉니다. 양지쪽 화단에도 새 생명의 풀이 돋아났습니다.

점심시간, 봄 햇살이 따사롭습니다. 바람결이 부드럽습니다. 사무실에 앉아 있기가 좀이 쑤십니다. 코에 바람이라도 집어넣을까하고 밖으로 나왔습니다. 카메라도 챙겼습니다. 고슬고슬한 운동장 흙바닥에서 씩씩한 남학생들이 공을 차고 뛰놉니다. 녀석들, 고래고래 소리는 왜 지르는지요. 그래도 깔깔대고 뛰노는 젊음의 숨소리가 따스한 봄날과 잘 어울립니다.

"야! 공 이리 좀 보내!"
"알았어! 알았다구!"

한 아이가 넘겨준 공을 드리블로 이리저리 움직이다 골문을 향해 내찹니다. 공이 골문을 향해 멋지게 빨려 들어갑니다. 같은 편들이 환호를 지릅니다. 봄날의 활기가 느껴집니다.

아주 작은 보라색꽃들이...

소녀들이 봄소식을 전해듣습니다.
▲ 봄처녀 소녀들이 봄소식을 전해듣습니다.
ⓒ 전갑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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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단에 예쁜 두 여학생이 뭔가를 발견한 듯 재잘거립니다.

"너희들 거기서 뭐해?"
"선생님, 여기 좀 보세요. 꽃이 피었어요? 야생화인가 봐요."
"꽃을 보고 있구나. 보라색 꽃이 참 예쁘지!"
"네. 이렇게 작은 꽃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네…."

"그 꽃 이름 알아?"
"이 작은 꽃에도 이름에 있어요?"
"이름 없는 꽃이 어디 있어! 물론 있지!"
"선생님은 알아요?"
"그럼, 선생님은 이 꽃으로 시도 썼는걸!"
"시를요?"

녀석들이 찬찬히 들여다 본 꽃은 봄까치꽃이었습니다. 작은 꽃들이 옹기종기 모여 예쁘게 피어났습니다.

이른 봄, 청초한 모습의 봄까치꽃이 '기쁜 소식'을 전해줍니다.
▲ 봄까치꽃 이른 봄, 청초한 모습의 봄까치꽃이 '기쁜 소식'을 전해줍니다.
ⓒ 전갑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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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 이른 아침,
보랏빛 작은 꽃들이 입 모아 인사합니다.

얼굴가득 수줍어 보입니다.
새봄 먼저 꽃 피우려고,
설레는 가슴 누르며 언 땅에서 얼마를 기다렸을까요?

따사로운 봄바람에는 부끄러움 벗어던지고,
화사한 웃음보 터뜨립니다.
누가 들을까 살짝 걱정하면서요.

꽃 한 송이 버티는 건 하루뿐.
형님꽃 지면 다음날 아우꽃 피고, 또 아우꽃 피고….
여러 봄날 친구하고 놉니다.

꽃이 친구끼리 말합니다.
"우리 살아 있어 행복하지!" 
                              - 자작시 <봄까치꽃> 전부

학생들은 작은 생명에도 당당히 이름이 있고, 자신의 존재가치를 드러낸 것에 대해 새삼 놀라는 표정입니다.

작아도 기쁨을 주는 봄의 전령사

우리 학교에 봄소식을 가장 먼저 전하는 준 봄까치꽃. 봄까치꽃은 잔설이 녹고 따뜻한 봄기운 도는 2월 하순경이면 꽃을 피우기 시작합니다. 애타게 봄소식을 기다리는 우리들에게 새 희망을 불어 넣어주는 봄의 전령사입니다.

봄까치꽃은 그 크기가 아주 작습니다. 사람 눈에 잘 띄지 않을 정도입니다. 푸른빛이 도는 연보라색의 꽃은 가냘파 보이기까지 합니다.

작고 가냘픈 몸으로 어떻게 매서운 겨울을 났을까? 또 땅이 풀리자마자 꽃을 피워 남보다 먼저 새봄을 알려줄 생각을 했을까?

봄까치꽃, 이름이 참 예쁩니다. 그런데 봄까치꽃의 원래 이름은 큰개불알풀이라 합니다. 꽃이 지고 난 후 씨앗이 개불알을 닮았다하여 그렇게 불렸다는데 맞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래 사람들은 그 이름이 민망하여 예쁜 꽃이름으로 개명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까치가 울면 좋은 일이 있다고 합니다. 봄의 '기쁜 소식'을 먼저 준 꽃에 까치 이름을 넣어 봄까치꽃이라는 새 이름을 붙여준 것 같습니다. 꽃과 이름이 잘 어울립니다.

여러 봄날 꽃들이 친구하고 놉니다.
▲ 봄까치꽃 여러 봄날 꽃들이 친구하고 놉니다.
ⓒ 전갑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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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까지꽃은 보라색 꽃잎 4장에 수술 2개, 암술 1개가 있습니다. 꽃은 변덕스런 봄 날씨에 적응하느라 애를 먹습니다.

이른 아침, 꽃샘추위에는 닫힌 꽃잎을 파르르 떨다가도 따뜻한 봄볕에 화사한 꽃잎을 펼칩니다. 꽃 한 송이는 해지면 꽃잎을 떨구고 하루를 삽니다. 그리고 다음 꽃송이가 대를 이어 봄이 끝나는 무렵까지 수도 없이 얼굴을 내밉니다. 살아 있어 행복을 느끼는 것처럼 오손도손 살아갑니다.

꽃의 이름을 안 여학생들이 작고 앙증맞은 꽃을 소중히 여기며 보고 또 봅니다. 작은 생명이 피어난 것을 무심하게 지나친 것에 대한 미안함을 느끼기라도 한 듯이 말입니다.

봄까치꽃들이 낮은 목소리를 내는 것 같습니다.

"우리에게도 많은 관심을 가져주세요!"

작은 생명들이 관심은 사랑이지 않느냐고 가르쳐 줍니다. 봄날이 화려합니다.


태그:#봄까치꽃, #봄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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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 마니산 밑동네 작은 농부로 살고 있습니다. 소박한 우리네 삶의 이야기를 담아내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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