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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건강하고 자신감 넘치는 모습이 보기 좋은 이효리씨 안녕하세요? 갑작스런 편지에 많이 당황하셨지요? 편지를 써도 되냐고 여쭤보고 쓰기도 그래서 무작정 컴퓨터 앞에 앉았습니다.

전 사실 연예인들에게 별 관심이 없어요. 고등학교 다닐 때 가수 이선희에 열광했던 이후로 그리 됐네요. 당시 이선희는 우리 중고등학생들의 관심을 순식간에 빨아들인 블랙홀과도 같은 존재였으니까요.

아무리 연예인에 무관심해도 여자들로만 구성된 아이돌 1세대가 SES와 핑클이라는 사실 정도는 압니다. 굳이 두 그룹 중 누가 더 좋았냐고 물으신다면 당신껜 미안하지만 SES예요.

멤버 중 유진이 셰익스피어의 고전을 영화화한 <로미오와 줄리엣>의 올리비아 핫세를 닮은 바람에 그랬지 뭡니까. 연예인의 첫인상, 역시 팔할은 외모가 결정하는 것 같아요. 인기를 유지하는 것은 다른 얘기지만요 물론.

제 소개가 늦었습니다. 나이는 사십 대 중반(효리씨와 딱 십 년 차이), 아내와 두 아이를 거느린 한 집안의 가장이고요, 하는 일은 무역업입니다. 효리씨를 TV에서 본 지가 벌써 십 년도 훨씬 넘었겠지요.

핑클 중 한 명이라 생각했던 당신

핑클 멤버들의 10년 전 모습. 옥주현은 <레베카>등 뮤지컬배우로 왕성하게 활동 중이고, 성유리와 이진은 배우가 됐으며, 효리만 대중가수로 남았다.
 핑클 멤버들의 10년 전 모습. 옥주현은 <레베카>등 뮤지컬배우로 왕성하게 활동 중이고, 성유리와 이진은 배우가 됐으며, 효리만 대중가수로 남았다.
ⓒ DS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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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을 핑클 중 개성이 강한 멤버 정도로만 알고 있던 어느 날, 솔로로 활동한 지 한참 지났을 때겠지요. 어떤 프로그램에 나와 인터뷰하던 모습에 강한 인상을 받았습니다.

몇 년 안 됐을 것으로 기억하는데요.

"(핑클 시절 숙소에)늘 갇혀 지내는 게 불만이었고 동생들 (핑클 멤버들)을 챙겨줘야 하는데 오히려 제가 불평불만하고 방황했던 시기였던 것 같아요. 그때는…."

한창 활동하시던 시기에 대한 회상이었을텐데요. 이렇게 말하고 있는 효리씨의 표정이나 말투는 '아무리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대중들에게 인기를 얻었어도 내가 행복하지 않으니 별 소용이 없었어요'라고 말하고 있었습니다.

그 인터뷰를 보고 나니 십여 년 전 솔로로 독립한 효리씨가 섹시 아이콘으로 크게 성공했을 때 제가 '앨범의 성공은 그저 연출력의 승리거나 우연의 결과일 뿐이겠지. 아니면, 앨범 제작자 같은 높은 사람들에게 잘 보여서 된 결과일 거야'하며 제 나름대로 가졌던 선입견이 틀린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그때 어떤 연예인에 대해 처음으로 진지하게 인간적인 관심을 가지게 된 것 같습니다.

결혼 적령기를 넘겨 '인기 떨어진 효리는 언제 시집가나'하고 있는데, 개성 있게 생긴 멋진 남자를 만나 편안하게 사귀다길래 그러려니 했습니다. 요즘 젊은이들처럼 아니, 오히려 더 소박하게 결혼식을 하고 신혼여행도 다녀오더군요.

그리고 떨어지는 인기도 가을날의 낙엽처럼 편안하게 받아들이는 효리씨의 모습도 예뻤습니다. 당신의 모든 행동이나 표정이 누군가에게 특히 팬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기 보다 자신과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사람들이 행복하면 된다고 웅변하고 있는 것 같았어요.

부디 부담 갖진 마세요, 효리씨

<4만 7000원이 두드린 어깨>란 제목의 기획기사다. 팬들과 독자들 모두 놀랄만한 일이었는데 공중파며 주요일간지 등에서는 기사를 찾아볼 수 없었다.
▲ <시사인 제 337호> 기사 <4만 7000원이 두드린 어깨>란 제목의 기획기사다. 팬들과 독자들 모두 놀랄만한 일이었는데 공중파며 주요일간지 등에서는 기사를 찾아볼 수 없었다.
ⓒ 시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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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효리씨에 대한 호감도가 급상승하고 있을 즈음이었는데요. 제가 구독하는 잡지 <시사IN>을 펼쳤는데, 빨간 드레스를 입고 다소곳이 앉은 효리씨 사진과 함께, '안녕하세요. 가수 이효리입니다….' 로 시작되는 편지가 소개되어 있더군요.

저도 배춘환씨의 제안에 이미 동참은 하고 있었지만 효리씨의 편지와 정성에 감동받았음은 물론이고 그 편지를 통해 기성세대에 편승하고 있던 제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저는 그냥 계좌에 송금만 하고 기부 영수증 달라는 전자메일만 덜렁 보내놓은 상태였거든요.

당신의 소신과 그 의도에 감동했습니다. 큰 돈을 기부해서 '통 큰 연예인이다. 역시 효리다'하는 허세를 과시하기보다 최초 제안자의 의도에 충실하면서도 정성을 듬뿍 담은 손 편지는 많은 분들의 참여를 독려하기에 충분하고도 넘쳤으리라 생각합니다.

항상 팬들에게 관심 받고 기자들이나 연예관련 사업하는 분들과 일하다 보면 시달리기도 하고 사생활이 노출되니 그것도 늘 피곤한 일이 될 테고요. 그러다 보면 매너리즘에 빠지기 쉬운 직업이 연예인라던데, 효리씨는 너무 건강하게 잘 지내는 것 같습니다. 정말 동네 여동생 같은 느낌도 들어요.

'쌍용차 노조가 손해배상 판결을 받고 책임져야 할 돈이 47억 원이나 되는 게 말이 되냐면서도 4만7천원씩 10만 명이 모으면 어떨까'하며 배춘환씨가 모금을 최초 제안한 지도 벌써 4개월쯤 되어가네요.

1차 모금이 성공리에 끝나고, 이제 2차 모금이 시작됐다고 합니다. 이번에도 송금만하고 기부영수증만 신청하려다가 이렇게 장황한 편지를 쓰게 되었습니다. 효리씨가 또 동참하라고 편지를 드리는 것은 아니니 절대로 부담 갖지 마시기 바랍니다.

물론 제가 아는 효리씬 부담 가지실 분도 아닌 걸 알아요. 이 편지가 효리씨에게 전달이 될지 모르겠지만 팬으로서 감사하다는 말과 인생을 좀 더 산 선배로서 여러 모로 미안하다는 말을 하고 싶었습니다.

효리씨 당신이 있어 정말 행복합니다. 이젠 SES보다는 핑클이지요. 항상 건강하세요.


태그:#효리, #핑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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