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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을 거치면서 민둥산에 가깝게 헐벗었던 우리나라 산림 면적은 국민의 노력으로 40년 전보다 11배나 증가했다. 우리나라 산림녹화는 세계적으로도 유례없는 성공사례로 꼽힌다. 지난 반세기 동안 숲을 가꾸고 지키기 위한 전 국민의 노력이 지금의 숲을 만든 것.

제69회 식목일을 앞두고 숲의 가치와 식목일의 중요성을 알리고자 지난 1일 국립산림과학원 야외광장에서 신원섭 산림청장, 숲 해설가 이성경씨, 나무 칼럼리스트 인하대 고규홍 교수와 함께 '3인(人) 3색(色) 토크 콘서트, 나는 초인(草人)이다'가 열렸다.

산림청이 일반인과 함께 하는 토크 콘서트를 개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최근 나무와 숲의 위상이 높아지고 있다. '숲에서 힐링(치유) 한다'는 말은 더 이상 어색하지 않을 정도가 됐다. 많은 사람들이 일상의 스트레스를 숲으로부터 치유 받고 있다. 나무의 유익함은 다다익선(多多益善)이란 말과 딱 맞아 떨어진다.

일단 나무에서 나오는 '피톤치드(Phytoncide)'라는 천연 향은 마음을 편하게 해준다. 피톤치드는 숲 속의 식물들이 만들어 내는 살균성 물질을 통틀어 지칭하는 말이다. 피톤치드는 심리적인 안정감 이외에도 말초 혈관을 단련시키고 심폐 기능을 강화시킨다. 기관지 천식과 폐결핵 치료, 심장 강화에도 도움이 된다고 알려져 있다. 뿐만 아니다. 피부를 소독하는 약리 작용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때문에 숲에서 삼림욕을 하면 스트레스 해소와 심신의 안정을 되찾을 수 있다.

또한 나무는 한여름 홍수와 산사태, 봄철 가뭄 등 자연재해 예방에도 도움을 준다. 나무는 비가 올 경우 뿌리에 물을 저장했다가 조금씩 흘려보낸다. 나무가 있는 산에서는 빗물의 35%가 저장돼 지하수로 흐르지만 나무가 없는 산에서는 빗물의 10%만 저장된다.

나무는 유일한 탄소 흡수원이기도 하다. 광합성 작용을 통해 깨끗한 산소를 방출하고 이산화탄소를 흡수한다. 공기를 맑게하고 지구온난화의 주범인 이산화탄소를 흡수해 지구의 온도를 낮추는 역할도 하고 있다. 

이렇듯 숲에는 많은 가치들이 혼재돼 있다.

숲길 걸으며 암 치유 경험 소개

숲 해설가 이성경 씨가 자신의 경험담을 이야기하고 있다 ⓒ 박선주 기자
 숲 해설가 이성경 씨가 자신의 경험담을 이야기하고 있다 ⓒ 박선주 기자
ⓒ 온케이웨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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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 해설가 이성경씨는 색다른 이력을 지녔다. 젊은 시절 고등학교 무용 교사로 재직하던 그가 어떻게 숲 해설가가 됐을까.

이성경씨는 "47세 여름에 '암' 판정을 받게 됐다. 그때부터 숲을 찾게 됐다. 당시에는 왜 나한테 갑자기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이해가 되지 않고 답답한 마음뿐 이었다"며 "가족 앞에서는 눈물을 보이지 않았지만 숲에서 무작정 걸으면서 실컷 울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는 퇴근 후 숲을 찾아 어두워질 때까지 걸었고 주말이면 하루 종일 숲길을 걸었다. 그렇게 5년이란 시간이 흘러 다행히도 '완치' 판정을 받게 됐다. 교단에서 내려올 땐 건강한 몸으로 퇴임할 수 있었다.

그는 "5년이란 시간동안 한결같이 숲을 찾아 걸었다. 그렇게 숲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질수록 이전에 우울하고 부정적 이었던 마음도 긍정적이고 밝게 변했다"고 말했다.

퇴임 후 어떻게 살까 고민하던 그는 자신을 치유해 준 숲을 떠올렸고 대전충남숲해설가협회에 등록해 지금까지 숲 해설가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숲을 찾는 사람들의 눈높이에 맞춰 숲에 대해 이야기 하고 소통하는 데 큰 보람을 느낀다"며 "앞으로도 숲이 잘 보존돼 자신이 그랬듯 기쁨과 넘치는 행복을 느끼는 이들이 많아졌으면 한다"고 소회를 밝혔다. 

인간의 역사 중 99%는 숲과 함께 했다

신원섭 산림청장은 많은 가치가 혼재돼 있는 산림을 잘 보존하고 지켜나가자고 강조했다 ⓒ 박선주 기자
 신원섭 산림청장은 많은 가치가 혼재돼 있는 산림을 잘 보존하고 지켜나가자고 강조했다 ⓒ 박선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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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원섭 산림청장도 이전에 교육자의 길을 걸었다. 신 청장은 "지난해 3월 산림청장에 임명되기 전까지 대학에서 임학을 가르치는 사람이었다"며 "대학에서 숲을 보존하는 방법, 숲으로 인해 인간의 삶이 어떻게 변할 것인가, 숲과 함께 행복한 삶은 어떻게 만들 수 있을지 고민했다. 산림청장이 돼서도 그 고민은 지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신 청장은 "특히 숲이 사람의 생각·말·행동을 변화시키는지 30여 년간 연구해왔다"며 "이를 통해 많은 것을 알 수 있었다. 한 예로 정신병원에 추상화를 걸어두면 금방 찟기거나 훼손됐지만 농촌·들·숲·나무 등 자연을 담은 그림은 오래 보존이 된다"고 말했다.

그는 한 연구결과를 소개했다. 2009년 사이언스에 '인류의 기원을 찾아서'라는 주제의 글이 게재됐다. 당시 에티오피아 서쪽 산림에서 두개골이 발견됐다.

그는 "두개골은 430만년 전 인간의 것으로 밝혀졌는데 주목할 점은 인류의 기원이 거기서부터 시작됐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인간과 유인원이 갈라졌던 시기가 600~700만년 전으로 추정되고 있다"며 "진화론적으로 봤을 때 1만년 전부터 인간이 공동체를 이루고 살기 시작한 것을 감안하면 인간의 역사 중 99% 이상을 숲과 함께 한 것"이라고 말했다.

숲의 첫 느낌은 평온함, 아름다움, 평화 등이다. 왜 숲을 보면 마음이 안정되고 평화로운 것일까. 신 청장은 "숲을 보거나 숲이란 이름을 들었을 때 느끼는 감정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같을 것이라고 생각된다"며 "그것은 우리 인류가 숲에서 오랜 시간 살아왔기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나라 국토의 65%가 산림이다. 산림청에서는 이 공간을 아이와 산모의 건강을 위한 태교의 공간으로, 아이들의 숲 유치원, 청소년 문제 해결을 위한 교육 공간 등으로 숲을 활용해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며 "또 젊은이들의 좋은 일자리를 만들어 숲이 우리의 쉼터이자 삶의 터로 거듭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국토의 절반 이상을 산림이 차지하고 있는 것이 경제적인 가치는 낮을 수 있지만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많은 가치가 있는 만큼 산림을 잘 보존하고 지켜나가자"고 강조했다.

"나무 평화롭게 사는 곳에선 사람도 평화로워"

나무칼럼니스트 고규홍 씨가 자신과 인연이 깊은 경북 안동 용계리의 은행나무를 소개했다 ⓒ박선주 기자
 나무칼럼니스트 고규홍 씨가 자신과 인연이 깊은 경북 안동 용계리의 은행나무를 소개했다 ⓒ박선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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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 발제자로 나선 나무 칼럼니스트 고규홍씨는 "나무가 평화롭게 살 수 있는 곳은 사람도 평화롭게 살 수 있다. 반면 나무가 살 수 없는 곳은 사람도 살 수 없다"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이어 "나무는 숲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도심에도 있다. 첫 직장생활을 했던 서울 서소문동에도 은행나무·벚나무·회화나무 등이 있었다. 어느 날 문득 그 일대의 나무를 수첩에 적어나갔는데 그 종류가 50여 가지가 넘었다. 같은 길을 다니면서도 보지 못했던 나무를 발견하고선 내 곁에 있는 나무를 다시 바라보게 됐다. 그 길로 10여 년간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지금까지 나무만 찾아다니고 있다"며 나무와의 인연을 소개했다.

이어 그는 나태주 선생의 '풀꽃' 이란 시를 소개했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그는 "짧은 글이지만 직접 나무와 식물을 관찰하면서 느낀 점을 이 시가 잘 말해주고 있는 것 같다"며 "나무를 온전히 본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잎이 나고, 꽃이 피고, 단풍이 드는 과정 등을 통해 나무 한 그루를 제대로 보려면 최소 2년은 지켜봐야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나무들은 한자리에서 평생을 보내야하지만 살아서 움직이기 때문에 자라고 있고, 상아 움직이고 있다. 그리고 그 세월을 마디 안에 쌓아나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직장을 그만두고 처음 찾았던 경북 안동 용계리의 은행나무를 소개했다. "이 은행나무는 죽음의 위기를 넘긴 나무이다. 높이 31m, 가슴둘레 14m로 700년을 살아온 나무다. 하지만 1987년 임하댐 건설이 시작되면서 이 나무를 포함한 마을 전체가 물에 잠길 위기에 처했다. 당시 수자원공사와 정부에서는 용계리 은행나무의 이식공사를 허락했다. 나무 살리기 작업이 시작됐다"고 회고했다.

나무를 옮겨 심는데 4년이란 시간이 걸렸고 지금으로 치면 160억 원의 공사비가 들었다. 또 이 나무가 잘 살아나는지 확인하는데 최소 1년 이상의 관찰이 필요했다. 아무리 큰 나무도 옮겨 심어 살릴 수 있다는 사례를 보여주는 것이다.

그는 나무를 바라볼 때 '마음의 눈'으로 바라볼 것을 제안했다. "그러면 항상 다니던 집, 회사 주변의 나무들이 아름다워 보일 겁니다. 또 봄철이면 꽃놀이를 가고 가을에는 단풍놀이를 가지만 자신의 주변에 있는 나무가 아름다운지 알면 굳이 먼 길을 떠날 필요가 없겠죠."

이어지는 질문... "산림욕은 언제가 좋아요?"

토크콘서트 ‘3인(人) 3색(色) 토크 콘서트, 나는 초인(草人)이다’에 참여한 청중들 ⓒ 박선주 기자
 토크콘서트 ‘3인(人) 3색(色) 토크 콘서트, 나는 초인(草人)이다’에 참여한 청중들 ⓒ 박선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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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사들의 발제에 이어 신 산림청장을 향한 청중들의 질문이 이어졌다.

- 기후변화로 인해 올 봄에 초여름 날씨를 보이는 등 이상기후가 빈번하게 나타나고 있다. 이때 산림을 어떻게 관리해야 할까.
"기후변화는 지구생태계와 인간건강을 위협한다. 산림청은 제주도에 있는 난대림연구소에서 기후변화에 유연하게 적응할 수 있는 나무 수종을 연구·개발하고 있고 이 나무들을 조림할 계획이다."

- 강원도 정선군 가리왕산의 '500년 보호림'에 오는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의 알파인스키 활강경기장 건설이 예정돼 있다. 15일간 열리는 올림픽을 위해 500년간 보존된 산림이 훼손돼도 괜찮은 것인지.
"만약 가리왕산에 스키코스가 들어선다면 이 나무를 따로 보관했다가 다시 식재하는 방법도 생각하고 있다. "국제 규격이 맞아서 그쪽에 스키장이 들어서게 되는 것인데 사후 관리가 잘 되도록 신경 쓰겠다."

- 삼림욕 하는 시간은 언제가 가장 좋은가.
"녹음이 짙은 숲에 가는 것은 '언제든' 좋다. 삼림욕을 통해 피톤치드라는 물질을 흡수하게 되면 심리적인 안정감과 건강 회복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피톤치드라는 말은 식물을 의미하는 피톤(Phyton)과 살균력을 의미하는 치드(Cide)가 합성된 말이다. 피톤치드의 주성분은 테르펜이라는 물질인데 바로 이 물질이 숲 속의 향긋한 냄새를 만들어 낸다."

덧붙이는 글 | 박선주(parkseon@onkweather.com) 기자는 온케이웨더 기자입니다. 이 뉴스는 날씨 전문 뉴스매체 <온케이웨더(www.onkweather.com)>에도 동시 게재됩니다.



태그:#식목일, #나무, #토크콘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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