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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19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에서 세월호 참사 관련 대국민담화 발표 도중 의로운 희생자 이름을 부르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 눈물 흘리는 박근혜 대통령 박근혜 대통령이 19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에서 세월호 참사 관련 대국민담화 발표 도중 의로운 희생자 이름을 부르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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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세월호 참사의 원인은 황금만능주의가 빚어낸 참극이었다. 오로지 이윤을 남기기 위해 원칙들이 철저하게 무시되고 무너진 결과였다. 자본의 사회에서 '돈'의 위력은 무시할 수 없다. 대기업뿐 아니라 개인들조차도 이 문제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크든 작든 이런 '황금만능, 물신숭배'가 판을 치는 세상에 발 담그고 살았다는 것, 그런 결과들이 얽히고설켜 이번 참사가 일어났다는 것 때문에 많은 이들이 '미안하다'고 하는 것이다.

세월호 참사와 개인사가 전혀 관련성이 없다고 발뺌할 수 없기 때문에 그것을 조금이라도 속죄하려는 이들이 촛불을 밝히며 반성하는 것이다. 동시에 다시는 이런 참사가 재발해서는 안 된다는 강력한 바람이 촛불을 타오르게 하는 것이다.

주지하다시피 세월호 참사의 근본적인 원인은 '황금만능주의'이며, 그것을 법적으로 완결한 장본인은 이명박 정권이다. 노후선박의 사용연한을 대폭 늘려줌으로써 청해진과 같은 기업이 막대한 이득을 취할 수 있도록 도와줬다. 그러므로 이번 참사의 책임에서 이명박 정권은 자유롭지 못하다.

세월호 참사가 있기 전 박근혜 정권은 각종 규제를 철폐해야 한다며 관계자들과 끝장토론까지 하면서 규제완화에 대한 계획들을 내놓았다. 대기업과 거대자본의 이익만 대변하기에는 너무 버거워 끼워 넣기 혹은 생색내기로 몇몇 서민들을 위한 규제들을 완화하겠다고 했지만, 궁극에는 이명박 정권의 대기업이나 가진 자들의 편의를 위한 규제제 완화정책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혼자만 빠져나간 세월호 선장과 선원, 청와대와 유사

이번 세월호 참사 이후, 정부는 '적폐'(박 대통령의 표현)를 척결하려는 의지들을 희석화하기 위한 많은 작업을 했다. 북한발 기사로도 안 되고, 경제를 들먹여도, 종북좌파로 몰아가고, 보수언론을 동원하여 빠져나가고 싶어했지만 실패로 돌아갔다.

다시 한 번 국면전환이 필요했고, 결국 34일 만에 대통령이 대국민담화를 통해서 사과하며 눈물을 흘렸다. 그러나 이미 시기는 너무 늦었다. 세월호 선장과 선원들만 탈출한 상황과 다르지 않게, 박 대통령과 청와대만 이런 위급한 상황에서 쏙 빠져나가려는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지난 19일 대국민담화에서 밝힌 국가개조(?)에 준하는 일들이 얼마나 현실성이 있는지, 진정성이 있는지는 논하지 않겠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여전히 근본적으로 책임을 져야 할 이들이 입으로만 책임을 지겠다, 사과하겠다고 하는 것이다. 자신의 책임이라고 대통령 스스로 말하지만, 정작 자신은 어떤 책임도 지지 않는 이상한 상황이다.

책임자를 처벌하라며 시위를 하는 이들을 빠져나갈 틈도 없이 에워싸고는 형식적인 해산명령을 내리고 연행해가는 어처구니 없는 일, 집회 현장마다 과도하게 채증하는 경찰관들, 심지어는 유가족들을 미행하는 일들까지 버젓하게 이뤄지고 있다. 이런 일련의 상황들을 보면서 '자기들을 지키는 것처럼 세월호 구조를 했더라면 빈틈이 없었을 것'이라는 자괴감이 들지 않을 수 없다.

게다가 대국민담화를 마치자마자, 기자들의 질문도 받지 않고, 세월호 참사로 힘들어하는 유족들과 국민들을 위로하기는커녕 도망치듯 아랍에미리트 순방에 나서는 대통령의 모습에 착찹함을 느낀다. 아랍에미리트 순방은 언론에 보도된 대로 이명박 정권이 수주한 원전과 관련한 행사에 참여하기 위함이다. 언론에서는 이번 행사에 참여해야 이명박 정권이 수주한 원전사업의 경제적 이익을 얻을 수 있다고 보도한다.

원전 문제만 해도 그렇다. 이미 국내에 해결해야 할 심각한 문제들이 도사리고 있다. 이미 사용연한을 넘긴 원전이 가동되고 있으며, 언제 원전사고가 터질지 모를 위험천만한 상황에 노출되어 있다.

이런 상황에서도 '국익' 운운하면서 아랍에미리트 순방을 한다는 것 자체가 '황금만능주의'의 길을 계속해서 추구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 아닌가 싶다. 앞에서도 거론했듯이 이번 참사의 근본적인 원인은 '황금만능주의'다. 그런데 이 문제 앞에서 책임자 몇 명을 처벌하고, 기관을 해체하고, 공직자 몇몇을 교체하고, 새로운 기관을 만들면 된다는 식의 대국민담화는 국민을 기만하는 것이 아니고 무엇인가?

세월호 참사 근본적 원인 제공한 이명박에도 책임 물어야

17일 오후 서울 청계광장에서 세월호침몰사고 희생자 추모와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범국민촛불행동집회가 열리고 있다.
 17일 오후 서울 청계광장에서 세월호침몰사고 희생자 추모와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범국민촛불행동집회가 열리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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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대국민담화문이 진정성이 있으려면, 박근혜 대통령은 무엇을 해야 할까.

먼저, 얼핏 보면 이번 세월호 참사와는 무관해 보이는 것 같지만, 근본적인 원인을 제공한 이들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 그 첫 번째가 이명박 전 대통령이다. 임기 내내 4대강 사업을 하면서 국민의 혈세 22조 원 이상을 낭비하며 아름다웠던 강을 초토화한 범죄행위에 대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

'규제 완화'와 '경제 활성화'라는 이름으로 대기업과 자본가들이 활개치며 온갖 이익을 취할 수 있도록 보장해 준 죄, 국가의 안보를 책임져야 할 이들을 동원해서 지난 대선에서 불법선거를 자행한 죄 등을 말이다.

나는 아직도 의아하다. 감정조절에 탁월한 능력이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세월호'이야기만 해도 울컥하고 가슴이 먹먹한데, 팽목항 현장이나 분향소를 찾았을 때 박근혜 대통령이 눈물 한 방울 보이지 않는 것이 의아했다. 그 시점에서 대국민담화문이나 사과가 아니었다고 하더라도, 유족을 안고 펑펑 울었거나 진정성을 조금이라도 보여주었더라면 얼마나 많은 이들이 위로를 받을 수 있었을까?

그런데 이제 시기가 늦어도 너무 늦었다. 대통령의 눈물을 '악어의 눈물'이라고 평가하는 이들의 심정이 이해가 간다. 무조건 삐딱하게 보는 것이 아니냐는 반론이 있을 수 있겠다. 아니, 근본적인 원인을 터치하지 않는 한 그 어떤 조처를 해도 비판적으로 볼 수밖에 없다.

나는 박 대통령이 본인도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말한 점, 자기의 책임이라고 한 점에 대해서 어떤 조치가 이뤄지는지 지켜볼 것이다.

만일, 몇몇 고위직 관리들을 교체하고(내각총사퇴와 같은), 어떤 조직을 해체하고(해경), 몇몇 사람이나 단체에게 책임을 전가하고(세월호 선장과 선원, 유병언, 구원파 등등), 다 되었으니 문제를 제기하지 말라고 하면서 촛불 민심을 공권력을 사용해서 탄압한다면, 자리 지키기에 급급한 대통령으로밖에 볼 수 없다.

촛불민심과 세월호 참사의 진상규명을 위해 촛불을 든 이들을 종북좌파로 몰고, 사회불안세력으로 몰아가려는 시도들이나 국민적 관심을 다른 곳으로 돌리게 하려는 구태의연한 꼼수들을 지속해서 진행한다면, 국민을 미개한 국민으로 아는 대통령으로밖에 볼 수 없다.

박 대통령에게 말하고 싶다.

"돈보다 사람이 먼저입니다. 돈이 아무리 많아도 사람을 잃으면, 관계가 깨지면 행복하지 않습니다. 그래도 이 정부가 뭔가 하겠지라는 작은 기대마저 무너지게 하지 마십시오."


태그:#세월호, #대국민담화, #이명박 , #적폐, #국가개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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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소재로 사진담고 글쓰는 일을 좋아한다. 최근작 <들꽃, 나도 너처럼 피어나고 싶다>가 있으며, 사는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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