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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일 서초동 삼성본관 앞에서 열린 '삼성과 정권에 묻는다'에 참가한 반올림 활동가들의 모습.
 지난 19일 서초동 삼성본관 앞에서 열린 '삼성과 정권에 묻는다'에 참가한 반올림 활동가들의 모습.
ⓒ 홍진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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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수정 : 22일 낮 1시 47분]

지난 14일 삼성전자 권오현 부회장이 백혈병 문제에 대해 사과하고 합당한 보상을 하겠다고 발표한 뒤, 반올림(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 반올림)은 관심을 많이 받았다. '7년여 동안 이어온 싸움이 이제야 결실을 맺는다'는 축하부터, '지금부터 시작'이라는 신중한 응원, '앞으로 삼성이 또 어떻게 나올지 모른다'는 비판적인 시각까지, 다양했다. 하지만 삼성이 그간 외면하던 삼성 백혈병 문제 해결을 위해 나섰다는 점은 다행이라는 의견은 같았다.

이런 점에서 반올림도 삼성전자의 발표에 환영한다는 의사를 밝혔고, 삼성은 주체를 문제 삼아 5개월 동안 멈춘 교섭에 나서라는 입장문을 발표하고 대화를 제안했다. 또 한 번 삼성전자는 언론 앞에 나서 오는 28일 또는 29일에 반올림을 만나 14일 기자회견에 대해 설명하고 반올림의 의견을 듣겠다고 했다.

많은 이들이 삼성전자의 발표 후 제3 중재기구에 대한 반올림의 의견을 궁금해 했다. 그러나 반올림 교섭단에서는 애초 제3자 중재기구를 요구한 적이 없다. 앞서 반올림은 협의 없이 기자회견문에 제3 중재기구를 넣은 심상정 정의당 의원측에 사과와 정정요구를 했다. 이후 심상정 의원측에서도 당사자 간 대화가 우선이라고 말을 바꾸었다. 어찌된 영문인지, 이번에 또다시 삼성이 '제3 중재기구'를 언급해 유감이다.

대화가 시작도 안 되었기에 지금은 제3자 중재기구에 대해 반대냐 찬성이냐를 얘기할 순 없다. 물론 교섭 진행 중에 필요하다면 제3자의 참여도 논의할 수 있겠다. 어떤 것이 피해자들을 위해 최선의 방책인지를 피해자와 가족 7명, 반올림 활동가 2명으로 구성된 반올림 교섭단에서 논의해 나갈 것이다.

물론 지난 7년간 자신들과 무관한 개인질병이라 주장한 삼성전자측이 이제라도 삼성전자 사업장에서 일하다 백혈병 등 난치병에 걸려 투병중이거나 사망한 피해자들이 있었음을 인정했다는 점은 환영한다. 피해가족들과 반올림이 벌여온 고된 싸움의 의미 있는 성과라고 평가한다.

이번에 삼성전자측은 피해자들의 아픔에 대해 소홀히 한 부분이 있었음을 인정하고 사과했다. 그러나 이것은 첫걸음이다. 안전관리 책임 다하지 못한 점과 산재신청·보상인정 적극 방해한 점, 피해가족들과 반올림 활동가에 대하여 고소·고발 등으로 대응한 점에 대하여도 사과해야 한다. 또 보상과 재발방지대책에 대해 진정성 있게 협상하고 실천해야 한다.

애초부터 하지 말았어야 할 소송참가를 삼성전자측이 이제라도 반성하고 취하했다는 것과 앞으로도 소송에 관여하지 않겠다고 밝힌 점은 다행이다. 하지만 너무 늦은 감도 있다. 그동안 삼성전자측은 대규모 소송단을 꾸려 산재소송에 관여해왔고, 사실상 소송을 주관해왔다. 황유미 등 5인 소송은 이제 마지막 기일만 남겨두고 있다. 지금 취하한다고 해도 이제까지 관여했던 주장, 증거제출 등의 법적 효력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라 안타깝다.

삼성전자측과 반올림이 어서 만나 반올림 교섭단이 제시한 요구안에 대해 얘기하고, 진정성 있는 실천을 했으면 한다.

그런데, 삼성과의 대화에 나서는 반올림의 발걸음이 가볍지 않다. 최근 열악한 노동조건과 노조탄압으로 인한 어려움을 타개하고자 자신을 몸을 바친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양산분회장 염호석 동지의 뜻이, 빛이 바랜 사건이 발생했다. 경찰이 장례식장에 난입하고, 시신을 탈취하고, 이를 막는 이들에게 폭력과 연행을 단행했다.

염호석 동지는 세상을 등지며 "더 이상 누구의 희생도 아픔도 보질 못하겠으며 조합원들의 힘든 모습도 보지 못하겠기에 절 바칩니다"라고 말했다. 그 마음은 "더 이상 죽이지 마라"며 외쳐온 반올림과 같다. 노동자들의 인권이 반올림이 되길 바라기에 교섭단에서는 요구안에 "삼성전자는 노동조합의 설립과 활동을 방해하지 않는다"라는 문구도 넣었다.

노동자의 인권을 대하는 삼성의 태도에 아무런 변화가 없다면 우리 문제의 진정한 해결 역시 있을 수 없다. 이제야 반올림의 얘기를 듣겠다고 나선 삼성은 동료를 잃은 삼성전자서비스 노동자들의 절규도 듣길 바란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를 쓴 권영은씨는 반올림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태그:#삼성백혈병, #반올림, #염홍석 열사, #삼성서비스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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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황상기 씨의 제보로 반도체 직업병 문제가 세상에 알려진 이후, 전자산업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을 보호하기 위하여 만들어진 시민단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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