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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지방선거의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첫 날, 박근혜 대통령은 안대희 전 대법관을 후임 총리로 지명했다. 안 총리 후보자는 기자회견을 갖고 '부정부패를 척결하고 대통령에게 직언하는 총리가 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여당은 당연히 환영했고, 야당도 무난한 인사로 판단하는 분위기다.

그런데 안 총리 후보자를 지명한 '시점'을 생각해 보면 석연치 않은 대목이 존재한다. 지난달 27일로 잠시 시계를 돌려보자. 일요일 오전 전격적으로 TV에 등장한 정홍원 국무총리가 '사의'를 표명했다. 잠시 후 청와대의 반응이 나왔다. 민경욱 청와대대변인은 박 대통령이 '사고 수습 후'에 사표를 수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사고수습이 끝나야 정홍원 국무총리 사표를 수리한다고 한 박근혜 대통령은 5월 22일 안대희 전 대법관을 후임 총리로 지명했다. <동아일보> 4월 28일 1면
▲ 세월호 사고수습은 끝났나? 사고수습이 끝나야 정홍원 국무총리 사표를 수리한다고 한 박근혜 대통령은 5월 22일 안대희 전 대법관을 후임 총리로 지명했다. <동아일보> 4월 28일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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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목요일 안대희씨가 후임 총리로 지명됐다. 세월호 사고는 수습이 됐는가? 지금도 16명은 실종자로 남아 있는 상태이다. 팽목항에서는 여전히 잠수부들이 바닷속으로 들어가고 있고, 실종자 가족들의 울음소리가 가시지 않고 있다. <JTBC> 뉴스 첫 보도는 여전히 진도발(發)이다. 유가족들에 대한 처리도 진행 중이다.

사고 수습에 대한 판단은 실종자 가족과 유가족들에게 묻는다면 동의하지 않을 것이다. 그 사이에 박근혜 대통령의 '세월호 관련 대국민담화'가 있었을 뿐이다. 최초 사고 수습이 먼저라면서 '조건부 사표수리'를 했던 박 대통령은 갑자기 왜 안대희 총리후보자를 지명했을까. 대국민담화 했으니까 사고는 수습이 되었다고 판단했던 것일까. 아니면 숨은 다른 의도가 있었던 것일까.

지난달 27일 박 대통령의 발언으로 비춰볼 때 안 후보자의 임명은 너무나 전격적이었다. 임명한 날짜도 인상적이다. 5월 22일, 이날은 6·4지방선거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한 날이었다.

6·4선거운동 시작한 주, 박 대통령 어떻게 보냈나

박근혜 대통령이 18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성당에서 열린 세월호 희생자와 유가족을 위한 미사에 참석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18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성당에서 열린 세월호 희생자와 유가족을 위한 미사에 참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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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 가장 바빴던 사람은 박근혜 대통령이었다. 그 자리가 한가할 리 없지만 이번 주에는 특히 분주했다. 일요일인 지난 18일 박 대통령은 명동성당에서 진행된 '세월호 미사'에 참석했다. '제 탓이오'를 세 번한 사진이 언론마다 게재됐다. 지난 6일 조계사 법요식에  참석해 웃던 사진이 공개돼서였는지 이번에는 경건한 모습을 보였다.

19일은 이번 주의 하이라이트였다. 박 대통령은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대국민 담화를 했다. 이 자리에서 최종 책임은 자신에게 있다고 말하고는 전격적으로 '해경 해체'를 선언했다. 그리고 세월호 의인들의 이름을 일일이 호명하면서 눈물을 흘렸다. 역대 대통령과 달리 흐르는 눈물을 굳이 닦지 않았는데 이 사진은 주요 언론의 1면과 머리기사를 장식했다.

1박 2일 UAE를 방문한 뒤 수요일인 21일 오전에 귀국했다. 그날 <조선일보> 등에 '후임 총리로 안대희씨가 유력하다'는 내용이 전해졌고 해당 신문은 22일자 1면에 관련 기사를 게재했다. 실제 박 대통령은 22일 오전에 후임 총리로 안대희씨를 지명했다. 뿐만 아니라 같은 날 정권의 핵심으로 인식된 남재준 국정원장과 김장수 안보실장을 전격 해임했다.

지난 주 일정과 비교해 보면 차이점은 더욱 뚜렷하다. <조선일보> 1면을 보면 지난 주 박 대통령은 거의 등장하지 않았다. 월요일자에 '이르면 이번주 대국민 담화' 정도로 등장했다. 이번 주에는 확연히 다르다. 월요일, 화요일은 본인이 직접 등장했고, 목요일 금요일에는 본인이 지명한 총리 후보자가 1면에 등장했다. 박 대통령은 왜 갑자기 바빠졌는가.

선거의 여왕, 떠난 '집토끼' 다시 불러 들이나

지난 5월 20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재미있는 여론조사결과를 발표했다. 지방선거 참여율을 조사한 것인데 '투표 참여 의향층(적극적 투표 55.8%+소극적 29.9%)'은 대략 80%였다. 선관위는 지난 6·2지방선거 대비 10% 정도 선거 관심이 높아진 것이라고 분석했다. 여론조사 결과 선거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는 의미다.

세월호 참사로 새누리당 후보 지지율이 급락했지만 새정치연합 후보로 이동하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한겨레> 5월 15일자 8면
▲ 새누리 지지율 하락은 부동층으로... 세월호 참사로 새누리당 후보 지지율이 급락했지만 새정치연합 후보로 이동하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한겨레> 5월 15일자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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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양자 대결구도'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납득하기 어려운 점이 발견된다. <한겨레>가 보도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세월호 참사 이후 새누리당 후보들의 지지율이 하락했다. 일부 지역에서는 급락했다. 그런데 새정치연합 후보들의 지지율이 높아지지 않았다. '무응답'층이 급증했다. 이 대목에 대한 해석이 매우 중요하다. '선거의 여왕'으로 인식된 박근혜 대통령이 이번 주 분주하게 움직인 것을 이해하는 하나의 지표가 되기 때문이다.

새누리당 후보들의 고전은 '집토끼'의 이탈 때문이다. 새정치연합 후보들 지지율이 세월호 이전과 비교할 때 큰 차이가 없다는 것이 그 반증이다. 투표하겠다고 응답한 사람들은 많아졌는데 야권 지지율은 높아지지 않았다. 새누리당 지지율만 빠졌고 '무응답' 수치가 높아졌다. 지금 이 상황이 야권에게 유리한 신호로 해석되는가.

19일 박 대통령 눈물의 대국민 담화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가 속속 나오고 있다. 박 대통령에 대한 50대 지지율이 증가했다. 50대가 박 대통령의 눈물에 신호를 보낸 것이다. 22일 이뤄진 안대희 후보자 지명 및 남재준, 김장수 실장 경질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 역시 기다려 봐야 하겠지만 야당에서 줄기차게 교체를 요구했던 두 인사였기 때문에 부정적 영향보다는 긍정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박 대통령의 전격적 인사에 야당에서는 '김기춘' 이름을 들먹이며 평가절하하고 있다. 이번주에 진행된 박 대통령의 전격적 행보로 미뤄볼 때 청와대 인사가 끝났다고 비판하는 데는 조심스럽다. '김기춘 실장' 유임에 대한 야당이 비판이 거세지는 순간 그에 대한 경질 및 개혁 성향의 후속인사가 지명되면 상황은 급반전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인사권을 쥐고 있는 박 대통령 손에는 아직 많은 카드가 놓여 있다.

선거전략도 없는 새정치연합, 집토끼가 새누리당으로 돌아가면?

박근혜 대통령이 19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에서 세월호 참사 관련 대국민담화 발표 도중 의로운 희생자 이름을 부르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 눈물 흘리는 박근혜 대통령 박근혜 대통령이 19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에서 세월호 참사 관련 대국민담화 발표 도중 의로운 희생자 이름을 부르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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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주 동안 박 대통령은 최선을 다했다. 새누리당 지도부도 이를 최대한 활용하고 있다. 공식선거운동이 시작된 지난 22일 이후 그들은 '박 대통령의 눈물을 우리가 닦아주자'는 말만 되뇌면서 거리를 누비고 있다. 그들의 감성 마케팅을 위해 박 대통령이 울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결과적으로 울었기 때문에 그들이 집토끼들을 대상으로 감성 마케팅을 펼칠 수 있었다.

반면 야권은 무엇을 하고 있는가. 지난 2010년 6·2지방선거 때와 달리 '야권연대'도 없고, '무상급식'이라는 강력한 공약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안철수 새정치연합 대표는 '야권연대는 없다'고 선언했다. 새정치 존재감도 부각시키지 못하고 있다. 광주광역시 전략공천 후 광주에 공을 들이고 있다. 새누리당이 대구, 경북에 공 들이는 것 봤는가. 투표하겠다는 국민들은 증가했지만, 새정치연합 후보들의 지지율이 그대로인 이유를 설명해주는 대목이다. 

각종 여론조사 결과 새정치연합의 흐름이 좋게 해석되고 있다. 이는 지난 6·2지방선거와 정반대 현상이다. <조선>과 <중앙> 등 보수신문에서조차 야권이 좋은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고 보도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야권의 표정이 나쁘지 않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새정치연합 후보들 중 상당수는 박빙의 리드를 보이고 있으며 '무응답' 층은 여전히 높다는 것이다.

6·4지방선거가 본격적인 레이스에 들어서면서 박근혜 대통령도 본격적으로 바빠지기 시작했다. 그녀가 보여준 눈물이, 이후에 보여줄 또 다른 움직임이 집토끼를 어느 정도 불러들이느냐에 따라 지방선거 성패가 결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대항하는 야권의 핵심 전략은 무엇인가. 세월호 이외에는 보이지 않는다.


태그:#박근혜, #지방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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