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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성기가 달리고, 운동원들이 이동할 때 사용하는 유세차량의 제작및13일 대여비 5백여만원이다. 우리는 지인의 트럭을 빌려 30여만원을 들여 목공작업만 끝냈다. 결국, 사람이 탈 공간이 없어서 대부분 걸어다녀야 했다.
▲ 유세차량 자체 제작 확성기가 달리고, 운동원들이 이동할 때 사용하는 유세차량의 제작및13일 대여비 5백여만원이다. 우리는 지인의 트럭을 빌려 30여만원을 들여 목공작업만 끝냈다. 결국, 사람이 탈 공간이 없어서 대부분 걸어다녀야 했다.
ⓒ 이정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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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시민의 선거 이야기, 그 세 번째 시간이다. 구구절절 경험담만 늘어놓기에는 지면의 한계가 있기에, 이번 회에서는 일반 시민으로서 선거를 치르며 느낀 문제점들에 관해서 쓰려고 한다. 선거 뒷이야기도 재미가 쏠쏠하지만, 선거의 한가운데서 몸소 체험한 문제점들을 쓰는 것도 의미가 있겠다는 생각 때문이다.

첫 번째 문제점은 무엇일까? 눈치 빠른 독자는 짐작하셨겠지만, 역시 기초선거 정당공천제의 폐해다. 선거를 겪고 나니 반드시 폐지되어야 할 악의 제도라는 생각이 든다. 기초선거란 내가 사는 동네의 일꾼을 뽑는 것이다. 주민 자치라는 근본 취지를 가지고, 특정 당의 정치적 성향과는 별개인 주민의 대표를 뽑는 선거인 것이다.

물론 나 역시도 어쩔 수 없이 제1야당의 공천을 거쳤지만(후보자가 없어서 간단한 인터뷰로 끝낸 공천), 내가 만난 대다수 유권자들은 '지방자치는 이제 당이 아닌 인물을 보고 뽑아야 한다'고 말했다. 백배 공감한다. 우리 동네 살림살이를 맡아 일할 머슴을 뽑는데 능력과 됨됨이로 판단해야지, 족보 따지고 성향 따져서 어디에 쓸 것인가?

결국 이번 선거에서도 뻔한 결과가 나왔다. 세 명의 시의원을 뽑는 우리 지역구에서 1등은 새누리당 기호1-가, 2등은 새누리당 기호1-나, 그리고 3등은 친박연합 출신의 현역 시의원이었다(다행인지 불행인지, 새누리당 후보 세 명 모두에게 도장을 찍어 발생한 무효표가 많았다고, 개표 참가자가 귀띔해줬다).

기초선거 공천에는 지역 국회의원들의 입김이 크게 작용한다. 지역주의가 심한 지역에서 공천은 곧 당선과 마찬가지다. 유력 정당의 공천을 받은 후보자들은 형식적인 선거를 치르게 되고, 결국 당선이 된다. 이는 총선과 대선으로 이어져, 자신을 공천해준 그분들의 행동대장으로 열과 성을 다하게 되는, 일종의 조직 서열정리와 구역관리인 셈이다. 이게 바로 내가 경험한 기초선거 정당공천제의 참모습이다.

지난 대선에서 여야 한목소리로 기초선거 정당공천제를 폐지하겠다고 공약했다. 하지만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고, 박근혜 대통령은 아직까지도 묵묵부답이다. 이 자리를 빌어 대통령께 묻고 싶다. 약속은 언제 지킬 건지, 그리고 기초의원들에게 정치적 성향과 정당의 존재가 그리도 필요한 이유가 무엇인지를.

그동안 숱한 잡음과 폐해를 남긴 정당공천제는 이번 선거에서도 살아남았다. '깨끗한 공천'이라는 말을 비웃기라도 하듯 '공천 심사 때 들고 가는 보따리 속의 액수가 얼마라더라'라는, 마치 증권가 전단지 내용 같은 풍문이 저잣거리를 휩쓸었다. 하지만 늘 그래왔듯이 그 실체는 당사자들 외에는 확인할 길이 없다.

기초선거 정당공천제 폐지 약속, 언제 지킬 겁니까

코너 쪽 인도를 빼앗기고, 어쩔수 없이 옆 도로가에서 퇴근길 인사를 진행한다. 사람들에 가려져 우회전할 때 보행자가 보이지 않으므로 사고가 발생하게 된다.
▲ 네거리 퇴근길 인사 코너 쪽 인도를 빼앗기고, 어쩔수 없이 옆 도로가에서 퇴근길 인사를 진행한다. 사람들에 가려져 우회전할 때 보행자가 보이지 않으므로 사고가 발생하게 된다.
ⓒ 이정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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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운동 하면서 느낀 두 번째 문제점은, 출퇴근길 인사의 위험성이다. 본격 선거운동 기간이 되면 차량 통행이 많은 큰 네거리에서는 선거운동원들 간의 자리다툼이 치열하다. 어떻게든 잘 보이는 위치에서 인사를 하기 위해, 운동원들 사이에 신경전과 주먹다짐 직전의 상황이 벌어지기도 한다.

하지만 네거리에 설 수 있는 인원과 장소에는 한계가 있는 법이다, 이번 선거에 나온 우리 동네 시의원 후보만 7명이다. 거기에 시장, 도지사, 교육감, 도의원 후보까지 합치면 스무 명 남짓하다. 각각의 운동원들을 포함하면 그 수는 엄청나게 늘어난다. 그러다보니 아침저녁으로 네거리 건널목은 물론이고 주변 도로까지 후보자와 운동원으로 빼곡히 들어차는 웃지 못할 풍경이 연출된다.

문제는 북적이는 사람들로 인해 운전자와 보행자가 서로를 못 보는 상황이 발생한다는 점이다. 특히 횡단보도의 인도 쪽 인접도로를 따라 다닥다닥 붙어 있는 운동원들 때문에, 우회전 차량이 횡단보도를 건너는 보행자를 보지 못하게 된다. 실제로 이번 선거운동 기간에 내 눈앞에서 벌어진 차량과 자전거 간 접촉사고만 세 건이었다.

물론 일단정지 신호를 지키지 않은 운전자의 책임이 가장 크고, 자전거를 탄 채로 횡단보도를 건넌 보행자의 책임도 일부 인정되지만, 그 시야를 가려버리는 선거운동원들이나 후보에게도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더구나 유세차량이나 현수막 등으로 신호등 자체를 가려버리는 일도 허다하니, 이는 시민들의 안전을 직접적으로 위협하는 잘못된 선거운동 방식이다.

새벽부터 도로가에 서서 기계적으로 인사를 해야 성실한 일꾼인 것처럼, 예의바른 후보자인 것처럼 생각하는 일부 유권자들의 인식부터 바뀌어야 한다. 13일간의 운동 기간 동안 90도로 인사하던 후보자들 중 당선 뒤에 주민들을 만나서 마찬가지로 고개 숙여 인사하는 공직자를 나는 거의 본 적 없다.

나 역시도 남들 다 하니까, 어떻게든 존재를 알려야 하니까 출퇴근길 인사를 피할 수는 없었다. 아침저녁으로, 선팅이 진하게 되어 누가 탔는지도 모르는 자동차에 대고 부지런히 인사했지만 '이것이 과연 주민들을 위한 일인가'라는 회의가 끊임없이 들었다. "후보자의 체력을 테스트 하려면 차라리 공개 체력장이라도 벌입시다!"라고 외치고 싶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토론이나 정책은 사라지고, 도로가에 서서 몇 시간씩 인사하며 눈도장 찍고, 큰절이나 '도와주세요' 피켓 같은 이벤트로 주민들의 환심을 사려는 선거문화가 과연 간접 민주주의의 대표성을 실현하기 위해 필요한 과정인지 의문이 차고 넘쳤다. 이러한 선거운동 방식은 없어져야 한다. 차라리 정치 신인들이 동네 반상회마다 참석해 자신의 공약과 비전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는 게 훨씬 좋은 방법이다.

주민들이 낸 세금으로 '쓰레기'만 만드는 선거

최소한의 비용으로 선거를 치뤄보자는 취지로 거의 하루에 한끼는 컵라면으로 해결한 듯하다. 나중에 보전되는 선거비용이 주민들의 세금이라는 걸 알면 쉽게 돈을 쓸수가 없다.
▲ 선거비용 절약 최소한의 비용으로 선거를 치뤄보자는 취지로 거의 하루에 한끼는 컵라면으로 해결한 듯하다. 나중에 보전되는 선거비용이 주민들의 세금이라는 걸 알면 쉽게 돈을 쓸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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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으로, 소소한 몇 가지 문제점들을 쓰고 글을 정리하겠다. 세월호 참사의 여파로 어느 때보다 조용한 선거를 치르겠구나, 했던 생각은 완전히 빗나갔다. 본격 선거운동에 접어들자 유세 차량에서는 확성기를 통해 선거 홍보노래를 귀가 따갑게 틀어대서 지나가던 시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조용한 선거, 돈 안 쓰는 선거를 지향했던 우리 캠프에서는 유세 차량에 아예 확성기를 달지도 않았다. 결국 우리 운동원들까지 옆 후보의 선거 홍보노래를 따라 흥얼거릴 정도였으니, 그 소음이 오죽했으랴.

또한 거리 곳곳에 버려진 명함들과 상점의 계산대 위에 쌓이는 명함들은 결국 쓰레기가 되어 환경을 오염시키고 있다. 나 또한 쓰레기 생산에 일정 부분 기여를 했기에 뭐라 할 말은 없다.

하지만 이것 하나만은 꼭 알아주길 바란다. 시민들은 후보자의 득표율이 15%가 넘으면 선거 비용을 전액 보전받는다는 사실을 잘 모르는 듯하다. 거기다 그 비용이 자신의 주머니에서 나간 세금이라는 사실은 더더욱 모르는 듯하다(당선되지 않더라도 10% 이상만 득표하면 절반의 비용을 보전받는다).

다시 말해 시민들은 자신이 낸 세금 가지고 떠들어대는 유세 차량의 소음에 시달려야 하고, 자신의 세금으로 만든 명함과 전단지로 더럽혀진 길거리를 바라보며 이맛살을 찌푸려야 한다. 우리는 언제까지 이러한 악순환의 구조에 빠져 있어야만 할까? 선거의 현장에서, 현명한 시민의 선택이란 무엇인가 진지하게 고민해보게 되었다.


태그:#정당공천제, #출퇴근길 선거인사, #선거비용 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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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이야기 위주로 어줍지 않은 솜씨지만 몇자 적고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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