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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개발을 할 때 공원을 새로 조성하지 않고, 이전부터 있었던 야산을 남겨두어 조성을 한 도심의 공원이라 나름 생태환경이 양호한 편이다. 박새가 분주하게 날며, 먹이를 구하고 있다.
▲ 박새 도시개발을 할 때 공원을 새로 조성하지 않고, 이전부터 있었던 야산을 남겨두어 조성을 한 도심의 공원이라 나름 생태환경이 양호한 편이다. 박새가 분주하게 날며, 먹이를 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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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근처에는 작은 공원이 몇 개 있다.

특징이라면 개발할때 이전의 야산들을 보존하면서 조성한 공원이라는 점이다. 물론, 옛날 만큼은 아니지만, 그래도 어렸을 적에 보았음직한 나무들도 제법 있고, 모양새도 어느 정도 옛 모습을 간직하고 있어서 옛 추억을 떠올리기도 한다.

도심 공원 한 켠에 물이 고인 작은 웅덩이가 있다. 공원을 통틀어 자연적으로 고인 물은 이곳밖에 없어서 이런저런 새들이 다녀가며 목을 축인다. 공원에서 가장 많이 눈에 띄는 것은 박새와 직박구리다.
▲ 박새 도심 공원 한 켠에 물이 고인 작은 웅덩이가 있다. 공원을 통틀어 자연적으로 고인 물은 이곳밖에 없어서 이런저런 새들이 다녀가며 목을 축인다. 공원에서 가장 많이 눈에 띄는 것은 박새와 직박구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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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저기쯤이 아니었을까 싶다.

민물새우와 미꾸리, 붕어 등이 그득했던 저수지가 있었전 자리는 사라졌지만, 작은 웅덩이가 남아있다. 요즘 꽤나 가물었으니 저 정도의 수량을 유지한다는 것은 제법 습지라는 뜻이겠다.

임경업 장군이 장롱에서 투구를 꺼내어 썻다는 전설이 전해지는  '투구봉'은 개발되면서, 주변의 낮은 지대를 메꾸는데 사용되었다. 높지 않은 산이었지만, 10여 분 뛰어올라가면 한강은 물로 남산까지 한 눈에 볼 수 있었던 곳이었는데 사라져 버린 것이다.

그 전설만 남기도 흔적도 없지만 이름은 남아있어서 5호선 '개롱(장롱을 열었다)역'이 있고, 먹자골목인 '장군거리'가 있다. 여기서 장군은 '임경업 장군'이다.

떨어진 살구를 보고서야 살구나무의 존재를 알았다. 단맛에 길들여진 까닭에 살구의 맛을 잘 느끼질 못한다. 어린 시절, 살구는 참으로 맛난 주전부리였다.
▲ 살구 떨어진 살구를 보고서야 살구나무의 존재를 알았다. 단맛에 길들여진 까닭에 살구의 맛을 잘 느끼질 못한다. 어린 시절, 살구는 참으로 맛난 주전부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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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모습은 거반 사라졌다.
그러나 조성된 공원에는 내 어릴적 보았음직한 상수리나무 같은 것들도 남아있다. 어쩌면, 그 나무이길 바라는 것이기도 하겠다.

그곳을 오랜만에 걸었다.
박새, 직박구리, 참새, 까치, 딱새......살구, 버찌, 줄사철, 개암열매가 나를 반겨준다. 늘 그곳에 있었을 터인데, 새삼스럽게 오늘 그들이 보인 것이다.

직박구리가 벚나무 가지에 앉았다. 사람을 별로 두려워하지도 않는다. 벚나무 가지마다 새까많게 익은 버찌가 직박구리 눈만하다.
▲ 직박구리 직박구리가 벚나무 가지에 앉았다. 사람을 별로 두려워하지도 않는다. 벚나무 가지마다 새까많게 익은 버찌가 직박구리 눈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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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천히 걸으니 새로운 것들이 보이는 것이다.
내 삶이 분주한 삶에서 천천히 살아가는 삶으로 바뀌니 비로소 보이기 시작하는 것이다.

그렇게 바쁘게 살 필요가 있었을까?
그 삶이 특별히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직장에 얽매여서 시계추마냥 하루하루를 살아가면서 그냥저냥 살았던 것은 아닌가 싶다.

천천히 살았어도 큰 문제 없었을 것이고, 오히려 더 많은 것들을 보고 느끼며 의미있게 살아갈 수 있었을 터인데 너무 조바심을 내고 살아온 것 같다는 반성을 한다.

탐스럽게 익어가는 버찌, 잘 익은 버찌를 따먹으면 조금 쓴맛도 나지만 제법 맛나다. 어릴적 이맘때면 잘 익은 버찌나 오디 등을 따먹었다.
▲ 버찌 탐스럽게 익어가는 버찌, 잘 익은 버찌를 따먹으면 조금 쓴맛도 나지만 제법 맛나다. 어릴적 이맘때면 잘 익은 버찌나 오디 등을 따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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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사철이 소나무 한그루를 감싸안고 제법 높은 곳까지 올라갔다. 한창 때는 지났지만, 줄사철 꽃에도 많은 곤충들이 모여든다.
▲ 줄사철 줄사철이 소나무 한그루를 감싸안고 제법 높은 곳까지 올라갔다. 한창 때는 지났지만, 줄사철 꽃에도 많은 곤충들이 모여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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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암열매가 익어간다. 여름 끝자락에 소낙비가 온 뒤 버섯을 따러간 길에 따먹곤 했다. 도토리나 밤보다 빨리 익어 고소한 주전부리가 되곤 했던 개암도 참으로 오랜만에 만난다.
▲ 개암 개암열매가 익어간다. 여름 끝자락에 소낙비가 온 뒤 버섯을 따러간 길에 따먹곤 했다. 도토리나 밤보다 빨리 익어 고소한 주전부리가 되곤 했던 개암도 참으로 오랜만에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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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곁에 있었지만, 특히 개암열매는 너무도 오랜만에 본다.
개암열매는 무척이나 고소하다. 은행알 정도 크기의 열매의 딱딱한 껍질을 깨면 입 안 가득 고소한 냄새가 퍼진다. 주로, 늦여름 소낙비 내린 후에 버섯을 따러 간 길에 따먹곤 했다.

도토리나 밤보다는 조금 이르게 열매가 익었다.
도토리는 쓰고 떫어서 그냥 먹지 못하지만, 밤이 익기 전에 자연에서 만나는 견과류로서는 최상이었던 것이다.

혹시, 운이 좋다면 올해 늦여름에는 잘 익은 개암열매의 고소한 맛을 볼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아직 새끼라서 그런지 경계를 하면서도 여간해서 자리를 뜨지 않는다. 새들이 떠난 숲은 얼마나 황량할까? 많은 종이 아니더라도 이렇게 산책길에 새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 것은 행복한 일이다.
▲ 직박구리 아직 새끼라서 그런지 경계를 하면서도 여간해서 자리를 뜨지 않는다. 새들이 떠난 숲은 얼마나 황량할까? 많은 종이 아니더라도 이렇게 산책길에 새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 것은 행복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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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천히 걷는데 머리 위 나뭇가지에서 직박구리가 요란스럽게 울어댄다.
조류사진은 600mm 망원렌즈로 찍는 것이 일반적인데, 너무 가까이 있어 100mm로 담아도 꽉 차려고 한다.

새들이 이렇게 가까이 와주면 얼마나 좋을까?
직박구리는 요란한 새지만, 근교의 숲이나 도시에서도 자주 만날 수 있는 새다. 이들이 없었더라면 이 도시는, 숲은 얼마나 황량했을까?

뭔가는 있으려니 했다.
그러나 이렇게 많은 것들이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그들은 늘 그자리에 있었다. 단지, 내가 분주하게 살아가면서 그들에게 눈길 줄 생각조차, 시간조차 없었을 뿐이다.

기왕이면 이전에 보이지 않던 것들을 볼 수 있는 걸음걸이로 숨차지 않게 살아가자. 뛰어간들, 돌아보니 천천히 간 것과 그리 다르지 않은 것 같다.


태그:#박새, #직박구리, #개암열매, #살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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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소재로 사진담고 글쓰는 일을 좋아한다. 최근작 <들꽃, 나도 너처럼 피어나고 싶다>가 있으며, 사는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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