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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서산에는 규모와는 상관없이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절, 개심사(開心寺)가 있다. 절의 규모는 다른 유명한 사찰에 비할 바가 되지 못하지만, 이름에 어울릴 만한 가식없는 절의 모습은 찾는 사람에게 편안함을 준다. 그래서 일 년에 한두 번, 마음이 복잡할 때는 개심사를 찾는다. 개심사는 서산뿐만 아니라 전국적인 명소이다. 매 주말에는 사람들로 붐빈다. 그래서 개심사의 소박하고 고즈넉한 분위기를 제대로 즐기려면 평일이 좋다.

외나무다리 건너기, 양보와 배려의 의미를 담다

일주문은 소박함과 멀지만, 이곳을 지나면 마음을 닦고 열 준비를 해야한다.
▲ 개심사 일주문은 소박함과 멀지만, 이곳을 지나면 마음을 닦고 열 준비를 해야한다.
ⓒ 이경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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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심사 일주문은 지어진 지 그리 오래되지 않았는데, 개심사라는 절의 이미지를 생각하면 다소 과한 일주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일주문만 보고 개심사가 엄청나게 큰 절로 오해할 수도 있겠으나, 일주문의 분위기와는 전혀 다른 절이다. 일주문을 지나 소나무 숲을 지나면 개심사, 세심동(洗心洞)이라는 돌기둥이 나타나는데, 마음을 닦고 여는 절이라는 의미일 것이다. 개심사가 세심동에 위치하다니 더 이상의 궁합은 없을 듯하다.

외나무다리는 양보와 배려를 배우는 곳이다.
▲ 개심사 외나무다리는 양보와 배려를 배우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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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거진 숲 사이를 걸어 등에 땀이 날 듯 말 듯할 만큼 걸어 올라가면 개심사의 명물 외나무다리를 만난다. 개심사 연못 위에 놓인 외나무다리는 개심사를 찾는 사람들은 대부분 한두 번씩 건너보는 다리이다. 예전에는 더 좁은 다리였는데, 요즘은 큰 나무를 두 개 겹쳐놓아 비교적 넓어졌다.

예전에 좁았던 나무다리는 양쪽에서 동시에 건널 수가 없을 만큼 좁았다. 그래서 한쪽에 사람이 먼저 올라오면 반대 쪽에서는 그 사람이 다 건너오기까지 기다려야 했다. 절에 놓인 짧은 나무다리이지만, 양보와 상대에 대한 배려를 생각하고, 실천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는 것을 생각하면 개심사의 어떤 것보다 개심사의 진정한 의미를 담고 있는 명물이라고 할 수 있다.

굽은 나무와 모난 돌, 가식이 없는 정직함을 담다

외나무다리를 건너 해탈문을 지나면 안양루와 대웅전, 심검당이 보인다. 대웅전은 건축사적 가치를 인정 받아 보물로 지정되어 있다. 대웅전은 규모가 크지 않지만 단단한 느낌이 든다. 대웅전 옆 심검담은 개심사의 또 다른 자랑이기도 하다. 심검당 기둥을 받치고 있는 주춧돌들은 잘 다듬어진 돌이 아니고, 자연석을 그대로 쓴 것이다.

그리고 심검당 건물의 종무소 사무실 입구 목재들을 보면 매끈함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이 굽은 제멋대로의 것들이다. 절에서 이렇게 못생긴 목재나 돌을 사용한 경우는 흔치 않다. 심검당 뿐만 아니라 명부전의 주춧돌을 비롯해 개심사의 거의 모든 건물에서 못난이 돌들과 목재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굽은 나무와 다듬지 않은 돌들은 그대로 개심사가 전하는 삶의 깨달음이다.
▲ 개심사 굽은 나무와 다듬지 않은 돌들은 그대로 개심사가 전하는 삶의 깨달음이다.
ⓒ 이경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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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개심사는 외관의 멋스러움이나 화려함보다는 자연 그대로의 멋을 절 자체에 고스란히 담고 있다. 개심사는 그 절이 위치한 상왕산의 소나무들을 그대로 닮았다. 더 꾸미지도 않고, 자연에서 얻은 재료를 그것들의 생긴 대로에 맞게 사용했다. 가식적이지 않고, 담백하다. 개심사에서 양보와 배려 다음으로 배우는 것이 꾸미지 않은 솔직함, 정직함이다. 생긴 대로 솔직하지만, 그것들이 모여서 정말 소박하고 아름다운 절을 이루었듯이 가지각색의 사람들이 만들어 가는 거짓 없는 세상을 개심사에서 배운다.

마지막 가르침, 세상에 쓸모 없는 사람은 없다

개심사는 절의 규모가 워낙 작아서 그냥 보기로만 하면 시간이 얼마 걸리지 않는다. 그런데도 개심사에서 오랜 시간을 머물게 되는 것은 곳곳을 여러 번 오가면서 보게 되기 때문이다.

심검당과 명부전, 산신각까지 두세 번을 오가기도 하는데, 이것이 개심사만의 매력이다. 이렇게 개심사를 여러 번 둘러보다 보면 머리 속에 '탁'하고 떠오르는 한 생각이 있는데, 세상에 쓸모없는 존재는 없다는 것이다. 이것이 개심사에서 깨닫는 마지막 지혜이다. 가끔은 스스로 조금 못나다는 생각도 하지만, 개심사에 사용된 나무나 돌들처럼 언젠가는 나름대로 세상에 쓸모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갖게 된다. 

범종각의 굽은 기둥과 심검당 마루, 개심사 오르는 길 소나무 숲도 인상적이다.
▲ 개심사 범종각의 굽은 기둥과 심검당 마루, 개심사 오르는 길 소나무 숲도 인상적이다.
ⓒ 이경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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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이 들고 나서, 특히 사회생활을 하고 나서는 나의 존재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이 자꾸 줄어든다. 그리고 사람들에 대한 배려와 인내도 자꾸만 준다. 걱정이다. 그래서 개심사를 그렇게 자주 찾게 되는가 보다. 개심사에서 배운 세 가지 깨달음이 지극히 개인적인 것인지, 아니면 개심사가 전달하고자 하는 원래의 메시지인지인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개심사에 자주 가다 보면 다같이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을 만드는 지혜가 조금씩 보인다.


태그:#개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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