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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돌상 차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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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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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이에게 물려가도 정신만 똑바로 차리면 살 수 있다'는 말이 있습니다. 어떤 경황없는 상황에 처할지라도 정신만 똑바로 차리면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는 걸 이르는 말입니다. 다시 말해 경황없는 상황에 직면 할지라도 의지대로 행동할 수만 있다면 어떤 위기도 지혜롭게 모면할 수 있게 된다는 말 일겁니다.

인간이 한 평생을 살아가면서 접하게 되는 수많은 경황없는 일 중에서 가장 끔찍하고 아찔한 경황, 궁극적으로 정신을 차릴 수 없을 만큼 가장 무서운 순간은 바로 죽음을 맞이하는 순간이자 죽음자체일 것입니다.

죽음을 무서워하지 않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본능적으로 무서워 할 수도 있고, 부지불식간에 들었던 소문이나 간접경험이 과장 돼 '죽음은 무서운 것'이라는 등식에 세뇌 돼 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대개의 사람들은 죽음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보지 않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그렇게 무서워하면서도, 누구도 피할 수 없는 게 죽음이라는 걸 너무도 잘 알고 있으면서도 막연하게만 생각합니다. 대충 생각하고, 추측하고, 짐작하는 정도로만 어림해 볼 뿐 정말 진지하게 죽음을 생각해 보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생각됩니다. 

행복한 삶과 죽음의 지혜 <죽음 수업>

<죽음 수업> / 지은이 김영로 / 민족사/2014년 7월 10일 /각 1만 5000원)
 <죽음 수업> / 지은이 김영로 / 민족사/2014년 7월 10일 /각 1만 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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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 수업>(지은이 김영로, 민족사)은 죽음이 무엇인가를 진지하게 생각해 보도록 던져주는 화두이자, 죽음에 대해 가질 수 있는 막연한 공포를 행복한 삶으로 치환 해 줄 수 있는 지혜를 이식시켜 주는 내용입니다.

호랑이에게 물려갔을 때, '정신을 똑바로 차린다'는 건 호랑이의 실체를 제대로 보는 데서부터 시작될 것입니다. 죽음도 마찬가지입니다. 대충 생각하고 막연하게 추축하는 죽음은 괴물만큼이나 형체를 알 수 없는 무서움 일수 있습니다.

하지만 두 눈을 똑바로 뜨고 호랑이를 바라보듯이 '죽음이란 과연 무엇인가'를 살피고 나면 죽음의 실체가 보이고, 우리의 인생에 있어 죽음이 갖는 의미를 또렷하게 새길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요즘, 놀이공원을 찾아 컴컴한 터널을 지니다보면 온갖 귀신들이 느닷없이 등장해 사람을 놀라게 하는 공포물들이 시설돼 있는 걸 종종 볼 수 있습니다.

처음, 아무런 생각 없이 들어갔다가는 불쑥 튀어나오는 괴물체에 혼비백산할 만큼 놀랍니다. 하지만 거듭해 들어가다 보면 이쯤에서는 어떤 괴물체가 나오고 저쯤에서는 어떤 괴물체가 나올 거라는 걸 알게 돼 무섭기는커녕 마음 편하게 즐길 수 있게 됩니다. 

죽음도 마찬가지입니다. 미리미리 그 실체를 알려고 공부하고, 연습하고, 훈련해 놓으면, 어느 날 갑자기 죽음과 맞닥뜨리더라도 혼비백산해 엉겁결에 맞아들이지는 않게 될 것입니다.

성공이 행복의 열쇠가 아닙니다. 행복이 성공의 열쇠입니다. (왜냐하면) 당신이 하는 일을 사랑하면, 당신은 성공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 앨버트 슈바이처  <죽음 수업>27쪽 -

그러니까 섹스 요가(합일 수행)의 목적은 깨달음을 얻기 위한 수행이지, 육체적인 욕망의 충족이 아닙니다.
- <죽음 수업> 58쪽-

그러고 보니 참으로 알 수 없는 게 인생입니다. 모두들 열심히 살려고 합니다. 너나없이 잘 살려고 치는 발버둥 일색인 게 세상사입니다. 그런데 가만히 들여다보면 잘 산다는 건 결국 잘 죽어가는 과정일 수도 있으니 생각 할수록 요지경인 게 인생입니다. 죽겠다고 열심히 사는 사람은 분명 없습니다. 하지만 궁극적으로 삶 끝에 이어지는 건 결국 죽음이니 '잘산다는 건 잘 죽어간다'는 억측 같은 주장이 가능합니다.

결혼이 삶의 한 과정이듯 죽음 또한 인생의 한 과정일 수 있습니다.
 결혼이 삶의 한 과정이듯 죽음 또한 인생의 한 과정일 수 있습니다.
ⓒ 임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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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 수업>에서는 죽음을 위한 준비, 죽음을 위한 연습을 아주 진지하게 제시하고 있습니다. 죽음을 위한 준비, 죽음을 위한 연습이라고 하니 무슨 괴변이며 뚱딴지같은 소리냐고 할 수 있습니다. 염세주의를 조장하는 거냐는 반문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잘 사는 게 잘 죽는 거'라고 앞서 말했습니다. <죽음 수업>은 정말 행복하게 잘사는 방법을 연습하고 준비함으로 행복한 삶을 살다, 지혜롭게 죽음을 맞이할 수 있도록 대비시키고 훈련시켜 주는 내용들입니다.

죽음은 영원한 들어야 하는 잠이 아니다

건강을 위해 운동을 하고, 지식을 쌓기 위해 공부를 하듯 행복한 삶도, 지혜로운 죽음도 연습과, 훈련, 복습을 통해서 이룰 수 있다는 것을 아주 진지하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죽음 수업을 한다는 건 결국 '잘사는 법'을 익히고 연습해서 잘사는 삶을 체질화하는 것입니다. 경황없이 맞아들여야 하는 죽음조차도 의지대로 맞아들일 수 있는 여유로운 삶에 대한 역설입니다. 

"죽음은 영원한 잠, 영면(永眠)이다"

이런 말들은 모두 무지의 소리이거나 궤변입니다. 지금도 여전히 세상은 이런 무지와 궤변으로 덮여 있습니다. 학자들도 대부분! 예를 들어, 고인에게 "편히 잠드소서!"라고 기원하는 것은 오히려 해가 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죽음의 과정에서 의식은 또렷이 깨어 있어야 해탈하거나 좋은 곳을 찾아가 다시 태어날 수 있는데, 그렇지 않으면 지옥 같은 곳으로 떨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 <죽음 수업> 125쪽-

죽음의 과정은 거의 순간적인 것이어서 일반인들은 자기에게 무엇이 일어나고 있는지 모른답니다. 그러나 죽기 전에 공부를 충분히 해 놓은 분들은 공성空性에 대해 명상 속에 1주일 정도 머물면서 해탈은 물론 성불도 할 수 있고 자지가 원하는 좋은 수행자 가문에 다시 태어날 수도 있답니다.
- <죽음 수업> 288쪽-

경황 없이 맞을 수밖에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는 죽음도 연습이 필요한 이유가 있습니다.
 경황 없이 맞을 수밖에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는 죽음도 연습이 필요한 이유가 있습니다.
ⓒ 임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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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순해>,<영어순해BASIC>,<김영로 Vocabulary> 등의 저자로 유명한 저자  김영로는 2010년에 졸지에 아들을 잃는 비극을 경험합니다. 저자 역시 그때까지는 죽음을 막연하게만 생각했을지도 모릅니다. 때때로 생각한 적은 있을지 모르지만, 이토록 진지하지 생각해 보지는 않았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아들을 잃는 비극을 겪으면서 진정한 행복이 무엇인가를 고뇌하고, 죽음의 실체가 무엇인가를 절절한 가슴으로 진지하게 파헤쳐냈을 거라 생각됩니다. 퍼즐조각처럼 여기저기 흩어져 있던 행복한 삶을 꾸릴 수 있는 요소, 죽음에 대한 지혜를  아들을 잃는 비극을 계기로 정말 진지하게 추스르고 간추려서 엮은 것이 <죽음 수업>이라 생각됩니다.  

가족사의 아픔을 계기로, 가슴 절절하도록 들여다본 죽음에 대한 실상을 모두와 함께 공유하고자 하는 법보시(가르침), 막연히 무섭게만 생각하는 죽음을 보다 여유롭게 맞아들일 수 있는 찰나의 지혜로 승화 시킬 수 있는 디딤돌을 나눠 주는 자비, 먼저 깨우친 자가 대가 없이 베푸는 자비의 편린이 <죽음 수업>을 통해 읽을 수 있는 저자의 마음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덧붙이는 글 | <죽음 수업> / 지은이 김영로 / 민족사/2014년 7월 10일 /각 1만 5000원)



죽음수업 - 행복한 삶과 죽음의 지혜

김영로 지음, 민족사(2014)


태그:#죽음 수업, #김영로, #민족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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