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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화순의 자랑거리였던 화순군 남면 사수리 일원 주암호 둔치의 꽃창포.
 한때 화순의 자랑거리였던 화순군 남면 사수리 일원 주암호 둔치의 꽃창포.
ⓒ 박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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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화순의 꽃창포단지를 기억하시나요? 인구 7만 명이 채 못되는 전남 화순군에는 매년 봄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는 꽃창포들이 군락을 이루는 곳이 있습니다, 아니 이제는 군락을 이루는 곳이 있었다고 해야겠네요.

전남도민들의 식수를 공급하는 주암호 상류, 화순군과 보성군의 경계면에 위치한 화순군 남면 사수리 일원 둔치가 그곳이지요.

해마다 봄이면 진한 자주색과 노랑색 창포가 활짝 꽃을 피우면서 화순군의 명소로 이름을 떨치기도 했습니다. 창포가 활짝 필 때면 그 아름다움을 앵글에 담아 간직하기 위해 전국 각지에서 사진작가들이 찾기도 했죠.

화사한 꽃창포에 끌려 잠시 걸음을 멈추는 이들도 많았답니다. 저 역시 해마다 봄이 되면 언제 꽃창포가 피려나 기다렸고, 꽃이 활짝 필 무렵이면 잊지 않고 찾아갔습니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제 기다림이 소원해지더라고요. 언제 꽃이 피는지 그닥 기다려지지 않더군요. 그런가보다 했습니다. 오랜동안 해마다 발길을 하다보니 제 관심에서 멀어졌나보다 싶었습니다. 그런데 제 탓만은 아니더라고요. 

꽃창포가 밀려난 자리에는 갈대가 군락을 이뤘습니다.
 꽃창포가 밀려난 자리에는 갈대가 군락을 이뤘습니다.
ⓒ 박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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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아는 분이 순천에서 화순까지 주암호를 따라 차를 달렸는데 남면 주암호 둔치의 갈대가 장관이었다고 말씀하시더군요. 주암호 둔치에 갈대군락이 있기는 했지만, 꽃창포군락을 제외하면 그 면적이 그리 넓지 않아서 장관이라고 할 정도는 아니었거든요.

하여 시간을 내서 주암호 둔치로 향했습니다. 꽃창포 군락이 있던 자리까지 갈대가 차지하면서 장관을 이루고 있더군요.

화순군은 주암호 둔치 11ha면적에 꽃창포를 심어 화순군의 명물로 만들겠다며 2003년부터  자주색과 노랑색의 꽃창포를 심어왔습니다. 그 면적을 갈대가 점령했으니 얼마나 넓은 면적인지 상상이 가시죠?

지난 주말 찾아간 주암호 둔치는 온통 은빛 갈대 물결로 출렁이고 있었습니다. 한때 화려함을 자랑했던 꽃창포들은 갈대에 밀려 사라지고 거의 흔적을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일까요? 탄성과 함께 애잔함에 가슴이 아리더군요.

화순군이 꽃창포를 심는데 집행한 금액만도 8억 원이나 됩니다. 적지 않은 액수죠. 대부분의 국민들은 평생 만져볼까 말까한 금액입니다. 그렇게 많은 돈을 쏟아부었지만 자연의 섭리를 거스를 수는 없었나 봅니다.

인간의 간섭이 없어지면서 생존력이 더 강한 갈대가 꽃창포를 밀어내고 그 자리를 차지한 것이죠. 매년 봄, 저마다의 색을 자랑하는 꽃창포의 아름다움에 끌려 꽃창포단지를 찾았던 이들도 사라졌습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군락을 형성하며 가을 햇살에 은빛으로 반짝이는 갈대군락을 보려는 이들이 알음알음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꽃창포가 아니라 갈대군락을 보러 화순 주암호 상류로 오라고 말해야 겠죠? 그런데 자꾸만 8억 원이나 들여 심었지만 사라져버린 꽃창포들이 생각나 마음이 복잡하네요.

주암호 상류 갈대.
 주암호 상류 갈대.
ⓒ 박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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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암호 상류 갈대.
 주암호 상류 갈대.
ⓒ 박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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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창포가 있던 자리는 온통 갈대가 차지했습니다.
 꽃창포가 있던 자리는 온통 갈대가 차지했습니다.
ⓒ 박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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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다음블로그(http://blog.daum.net/junima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화순, #주암호, #갈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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