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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마라톤 경험을 통해 어둠 속에서도 넘어지지 않고 안전하게 잘 달린다.
▲ 아침 6시 30분에 금오산 대주차장을 출발해 금오산 둘레길을 달린다. 오랜 마라톤 경험을 통해 어둠 속에서도 넘어지지 않고 안전하게 잘 달린다.
ⓒ 김도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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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쌀한 늦가을 11월의 마지막날 어두운 일요일 아침, 게다가 비까지 내려서 따뜻한 이불 속이 더없이 아늑한 순간이다.

비가 오게되면 웬만한 일들은 취소되지만 마라톤운동을 오랜시간 해온 이들에겐 추적추적 내리는 비와 눈은 아무런 방해가 되지 않는다. 이들이 웃으며 즐겁게 달릴 수 있는 것은 땀에 젖은 몸이나 비에 젖은 몸이나 달리다 보면 몸 상태가 별반 차이 없는 이유에서다.

일반인들이 보기에는 비를 맞으며 어두운 새벽에 금오산 자락을 달리는 것은 상상을 초월한 일이다. 게다가 나이 지긋한 사람들이 한 둘도 아닌 무리를 지어 달리는 모습에 이들 행렬이 사라질때까지 놀란 눈으로 멍하니 쳐다보게 만들기도 한다.

감기몸살이 걸릴까를 염려해 차가운 비를 맞는게 두렵다는 것은 마라톤 동호인들에겐 한낱 낭설에 불과하다.

마라톤에 입문해 올해 처음으로 서브4(4시간 이내 기록)를 달성한 난, 의욕이 넘친다는 이유로 금년 1월부로 내년 12월까지 사무국장이라는 중책을 맡아 일요일 정기 훈련때면 어김없이 빠짐없이 싫으나 좋으나 꼬박꼬박 운동에 참석해야 되는 사명감을 가지고 있다.

우리 마라톤클럽은 정회원들이 100여 명 가량 되며 이곳을 거쳐간 마라톤 동호인들은 수백명.

15년 전통을 가진 구미마라톤클럽
▲ 비오는 일요일 아침 훈련 뒤 단체기념촬영 15년 전통을 가진 구미마라톤클럽
ⓒ 김도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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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라톤운동의 특성상 규칙적으로 달리며 오랜시간 함께 해 온 회원들이 대다수여서 그 관계는 가족과 같이 끈끈하며 정감이 묻어난다. 하지만 적지 않은 회원수인지라 참으로 클럽일이 공사다망한 것이 나의 본업에 있어서 공사가 다 망할 정도로 클럽일에 신경써야 할 일들이 산재해 있다.

칠순을 넘은 연세가 지긋한 최고참 회원을 비롯해 통통튀는 새내기 신입회원들, 나이어린 신입회원 조차도 나이는 30세 이상의 회원이 대부분이다.

세대를 초월해 마라톤 운동을 함께하며 끈끈한 동료애도 형성되기도 하지만 사람사는 세상인지라 이따금 불협화음도 있어 삐그덕 소리를 낼 때도 있고 의견차이가 있기도 한 곳이 바로 마라톤클럽이다.

하지만 클럽 사람들은 마라톤운동을 통해 인고의 인생길을 달려오며 수많은 인간관계 속에 형성된 합리적인 단체문화가 형성되어 오랫동안 의가 상하지 않고 서로를 위해주기도 한다. 그리고 언제나 밝은 얼굴로 일요일에 만나 서로의 안부를 물으며 즐거운 마라톤클럽 활동을 해오고 있는 특징이 있어 자랑스러운 우리 클럽이기도 하다.

지난해 칠순 기념으로 춘천마라톤에 참가해 풀코스를 거뜬히 완주했다.
▲ 구미마라톤클럽 최고령 정준근 회원 지난해 칠순 기념으로 춘천마라톤에 참가해 풀코스를 거뜬히 완주했다.
ⓒ 김도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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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오는 날 일요일 아침, 마라톤훈련을 오랫동안 해온 선배들은 어련히 알아서 운동 나오지만, 올해 갓 들어 온 신입회원들은 지례짐작으로 운동 안할까 싶어 나오지 않는 경우가 일반적인지라 비가 와도 어김없이 운동을 한다는 사실을 문자를 통해 전 회원들에게 보냈다.

긴가민가한채 나온 신입회원들은 비오는 날 달리는 이채로운 경험을 하며 마라톤운동의 묘미를 맛보았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궂은 날씨에 아랑곳 않고 달리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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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구름에 가려진 금오산을 배경으로 달리는 사람들 .
ⓒ 김도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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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 이날 아침 일찍부터 교육청에서 청소년복지담당을 하고 있는 권복자 회원에게서 전화가 왔다. 중학교 2학년 형제들이고 어려운 형편이지만 마라톤운동을 하고 싶어하고 질풍노도의 시기인지라 또다른 분출구를 찾을려고 하는 아이들이라며 우리 클럽의 아침 운동에 참석해 함께 달릴 수 있기를 조심스럽게 부탁해왔다.

난 구미시청소년자원상담원 봉사활동을 하고 있는 이유로 권복자 회원의 얘기를 듣고 내막을 쉽게 알 수가 있었다. 이러한 청소년들에게 어른들과 함께 달리며 격려를 받게 해주면 교육상 도움이 될 것이란 판단이 섰다.

권복자 회원의 소개로 함께 참석한 우성이와 우태는 마라톤클럽 회원들의 앞에서서 어른들이 보란듯이 열심히 잘 달렸고 대견스러웠다.

비가 그치지 않고 점점 많이 내렸지만 회원들은 훈련코스를 모두 돈 뒤 출발 장소에 모여 기념촬영을 찍었다.

회원들에게 우성이와 우태를 소개 시켜주며 인사말을 전해 드릴 수 있도록 얘기했다. 둘은 무리하게 달린 관계로 중간에 몸에 탈이 났지만 앞으로는 더욱 열심히 달려 보겠다는 의지도 보였고 공손했다. 처음에는 무뚝뚝했고 표정이 굳어 있던 아이들이 생글 웃는 모습을 보니 더욱 좋았다. 운동을 통해 청소년들을 엇나가지 않게 바른 길로 안내할 수 있다는 사실이 새삼 떠올랐다.

한 청소년복지상담사로부터 질풍노도의 시기인 혈기왕성한 이 아이들에게 마라톤을 통해서 에너지를 분출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부탁과 함께 사연을 전해 들었다.
▲ 마라톤클럽 사람들과 아침 일찍 달린 소감을 얘기하는 아이들 한 청소년복지상담사로부터 질풍노도의 시기인 혈기왕성한 이 아이들에게 마라톤을 통해서 에너지를 분출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부탁과 함께 사연을 전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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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마라톤 운동을 좋아하는 이유는 자신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정신력과 체력을 키울 수 있다는 점 그리고 마라톤클럽 사람들이 함께 모여 달리며 일반 시민들에게 귀감이 되고 생동감 넘치는 삶의 모습을 보여준다는 점이다.

게다가 달리는 사람들에게는 걷기만 하는 사람들에게서 느낄 수 없는 삶의 역동과 에너지가 묻어나온다. 예전에는 클럽의 회원이 사회적인 이슈를 위해 먼거리를 달릴때 많은 회원들이 함께 달리며 응원을 해주기도 했고, 클럽의 전 회장은 기부천사인 진오스님과 함께 전세계를 달리며 소외된 이웃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먼거리를 마다않고 흔쾌히 달렸고 앞으로도 체력이 되는 한 영원히 달릴 계획이시란다.

마라톤 운동을 하는 사람들에게 있어 마라톤은 일종의 종교이자 신념과도 같다는 느낌이 드는 요즘이다.

육체적인 건강과 더불어 늘 밝고 건강한 정신을 가꿔주는 마라톤. 이렇게 멋진 마라톤 운동을 하지 않았더라면 비오는 날 이토록 운치 있는 금오산 둘레길을 즐겁게 달릴 수가 있었을까.

다람쥐 챗바퀴 도는 일상에서 벗어나 삶의 변화를 원한다면, 특히 나와 같이 인생에 있어서 나이가 어리지도 많지도 않은 어중간한 40대이고 다가오는 50대를 활기차게 맞이하고픈 사람들이라면 확실한 인생의 전환점이 되어 줄 마라톤 운동을 추천한다.

왼쪽부터 북구미마라톤클럽 강시광 사무국장, 정근철 전 구미시육상연합회 사무국장, 김종화 구미마라턴클럽 총무. 정근철 회원은 페이스메이커로 전국 대회를 다니며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다.
▲ 같은 날 진주마라톤대회에 참가한 구미마라톤클럽 사람들 왼쪽부터 북구미마라톤클럽 강시광 사무국장, 정근철 전 구미시육상연합회 사무국장, 김종화 구미마라턴클럽 총무. 정근철 회원은 페이스메이커로 전국 대회를 다니며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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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한국유통신문>과 <한국유통신문>의 카페와 블로그에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본인이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구미마라톤클럽 금오산 훈련, #마라톤훈련, #한국유통신문 오마이뉴스 후원, #구미김샘수학과학전문학원 수학무료동영상 강의, #마라톤운동 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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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빨간이의 땅 경북 구미에 살고 있습니다. 주변의 사람들이 체감하고 공감할 수 있는 우리네 일상을 기사화 시켜 도움을 주는 것을 보람으로 삼고 있으며, 그로 인해 고맙다는 말을 들으면 더욱 힘이 쏫는 72년 쥐띠인 결혼한 남자입니다. 토끼같은 아내와 통통튀는 귀여운 아들과 딸로 부터 늘 행복한 일상을 살아가고 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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