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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선, 그의 직업은 통일운동가입니다. 대통령을 포함한 모든 국민들의 소원인 통일에 대해 남들보다 더 많이 노력하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으니 정상적인 사회라면 존경받고 사랑받아야 마땅하지요. 하지만 최근 그를 둘러싼 일들은 옆에서 지켜보기 안타까울 정도입니다.

평생 경찰이라는 직업을 명예롭게 생각했던 그의 아버지는 딸의 방북으로 일자리를 잃었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가슴에 맺힌 딸은 1년 전 아버지를 췌장암으로 허망하게 떠나보냈습니다. 평생 딸이 통일운동하면서 좋은 세상 만들겠다고 부모 가슴에 못을 박았습니다. 황선은 자신과 남편이 허구한 날 검찰조사와 압수수색 그리고 구속까지 당하는 상황만 보여드린 것 같아 가슴이 미어진다고 했습니다.

팟캐스트 2년간 진행하면서 본 황선
신은미씨와 통일콘서트를 함께 진행 했던 황선 희망정치연구포럼 대표가 10일 오후 인천국제공항공사에서 신씨가 떠난 자리를 물끄러미 쳐다보고 있다.
▲ 물끄러미 바라보는 황선 신은미씨와 통일콘서트를 함께 진행 했던 황선 희망정치연구포럼 대표가 10일 오후 인천국제공항공사에서 신씨가 떠난 자리를 물끄러미 쳐다보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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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년간 팟캐스트 <라디오반민특위>를 진행하면서 본 황선은 제가 생각했던 독하고 굳센 운동권의 모습이 아니었습니다. 세월호 참사를 보면서 밤낮으로 울면서 서명을 받고, 아이들을 추모하는 아름다운 시를 쓰고 그 와중에도 두 딸 그리고 함께 사는 시어른들을 살뜰히 챙기는 부지런한 주부였습니다. 경제적으로 넉넉하지 않아도 수중에 돈이 있으면 자기 필요한 것은 뒤로 미루고 시어머니 좋아하시는 음식을 사서 즐겁게 귀가하는 착한 며느리였습니다.

빨갱이, 종북 소리를 듣고 손가락질을 당하고 두 부부가 번갈아 고된 옥살이를 하면서도 계속 왜 이 일을 하는 건지 이해할 수 없었던 의문은 그의 삶을 지켜보면서 풀렸습니다. 언젠가 제가 왜 남편도 없는 단칸방 시댁에서 시어른들과 함께 아이들을 키웠느냐 물었습니다. 아들이 감옥에 가고 없는데 자신이라도 며느리 노릇을 하는 게 도리인 것 같았다고 대답하더군요.

항상 그는 그렇습니다. 특별한 투사도 아니고 독한 운동가도 아니고 그저 상식적이고 인간적인 사고를 하는 사람입니다. 종북이라서 통일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아이들이 전쟁 위기에서 불안에 떨며 살 수 없기 때문에 통일을 말하는 것입니다. 정권이 싫어서 올바른 역사를 알리려는 것이 아니라 역사가 올바르게 정립되어야 우리 미래가 밝기 때문에 알리는 것입니다. 미국이 싫어서 자주적으로 살자고 하는 것이 아니라 국가가 자주적으로 되어야 국민이 행복하기 때문에 그런 주장을 하는 것입니다.

통일콘서트도 그렇습니다. 최근 얼어붙은 남북관계로 인해 통일의 분위기가 저조해지고 있기 때문에 북에 대해 잘 알아보고 친근감을 느끼며 통일에 대해 생각해보자는 취지로 작은 콘서트를 기획한 것입니다.

조계사에서 열린 통일콘서트장은 저에게는 싱거울 정도로 북에 대한 기초적인 모습을 이야기 하는 자리였습니다. 그저 북은 알려진 것처럼 우리와 많이 다르지 않다고 하면서 북에도 맥주를 마시고 남녀가 연애를 하고 노래도 부른다고 했습니다.

언론에 알려진 것처럼 북이 지상낙원이라느니 북을 찬양했다느니 하는 것은 강연을 들은 저로서도 금시초문입니다. 백여 명이 모여 조촐하고 부드럽게 진행된 행사였고 '우리의 소원은 통일'을 부르며 마무리했습니다. 종편에서 보도하기 전까지만 해도 전혀 그 콘서트가 문제 될 거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다음날부터 종편에서는 그 작은 콘서트를 마치 전쟁이라도 난 듯 보도하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어안이 벙벙하더군요. 처음에는 몇몇 발언을 악의적으로 편집해 내보내더니 다음날엔 이것은 북한의 사회상과 다르다고 하더군요. 또 그 다음날에는 북을 찬양하는 것 아니냐고 하더니 그 다음날엔 북을 지상낙원이라고 했다고 큰 자막으로 수십 차례 내보냈습니다.

그리고 그 다음날은 탈북자와 패널들을 모아놓고 콘서트 내용에도 없는 북의 세습정치에 대한 토론과 북의 맥주맛, 북의 대동강 수질에 대해 논하더군요. 그러면서 탈북자들이 울부짖으며 끝장토론을 하자고 하질 않나, 황선·신은미가 북에서 지원받고 있는 선전대라고 하질 않나. 거의 열흘 만에 통일을 바라는 두 여자들은 대한민국에서 빨갱이 마녀가 되어있었습니다.

종편 때문에 파탄난 두 여자의 평범한 삶

이쯤 되니 콘서트를 직접 눈으로 보았던 본인도 정말 북을 지상낙원이라고 했었는지 스마트폰으로 딴청을 부리느라 내가 못들은 것은 아닌지 헷갈리기 시작할 정도였습니다. 괴벨스의 말처럼 거짓말도 여러 명이서 떠드니 사실처럼 된 것입니다.

그리고 이런 종편의 무책임한 보도와 공안몰이가 결국 테러라는 비극적인 결말을 낳았습니다. 고3학생은 역시 황선·신은미의 통일콘서트에 대한 정보를 종편의 보도를 통해서만 얻었고 '북은 지상낙원'이라고 했다는 종편의 거짓보도에 분노해 폭탄테러를 저질렀습니다고 했습니다.

불이 나고 폭발이 있었고 부상자도 여러 명 나왔습니다. 또 고3학생의 가방엔 더 큰 폭탄과 황산도 1리터나 있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종편은 또다시 이 테러에 대해 축소보도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어떤 앵커는 이 테러를 낳은 황선·신은미가 잘못이라는 말도 안 되는 논평도 했습니다.

심지어 토크콘서트에 참석한 사람들도 국가보안법 혐의로 조사해야 한다는 둥 신은미씨를 출국정지 시켜야 된다는 둥 떠들었습니다. 검찰과 경찰이 움직이기도 전에 황선의 집을 압수수색한다는 속보를 내보내고, 신은미씨의 소환조사를 속보로 보도했습니다. 종편이 무슨 예언가라도 되는지 아니면 종편이 명령을 내리면 검찰과 경찰이 따르는 건지 모를 정도로 종편은 발 빠르더군요.

그 테러 이후 저희가 함께 진행하는 <라디오반민특위> 방송도 여러 차례 종편에 나왔습니다. 또 방송내용을 조사해서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를 찾겠다고 보도했습니다. 그 후 집에 택배가 오는 것만으로도 저는 불안했습니다. 혹시 테러를 하러 온 건 아닐까 하는 생각에 애꿎은 택배 아저씨들만 경계했습니다.

제가 이런데 당사자인 황선·신은미씨는 어떤 공포를 겪고 있을까요. 여기에 대통령은 이 콘서트를 '종북콘서트'라고 칭하며 명백한 폭탄 테러를 종북주의자들로 인한 사회갈등으로 치부하는 이해할 수 없는 발언을 했습니다.

황선은 그 테러학생을 용서하겠다고 했습니다. 그것 역시 그의 인간적이고 상식적인 결정이라 생각합니다. 그 학생 또한 공안몰이와 종편의 악의적인 보도의 희생자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테러범을 용서하는 것은 또 다른 범죄를 용인하는 것이라고 그의 결정을 질책했습니다.

대신 그는 종편과 박근혜 대통령을 명예훼손으로 손해배상청구와 고소를 진행했습니다. 언론이 올바른 보도를 해야함은 물론이요, 통일과 국정화합의 힘을 다해야 할 대통령이 오히려 사회갈등과 반통일적인 행태를 하며 개인을 탄압하고 있으니 당연히 명예훼손 뿐 아니라 직무유기에 해당하지요.

힘들지만 정면 승부...  우리 민족의 평화위해 꼭 필요

황선에게는 학교 선생님께서도 이런 학생을 만나서 인생의 큰 기쁨이라고 칭찬할 정도로 착한 두 딸이 있습니다. 공부 1등은 아니지만 동네에서 모르는 어른들을 만나도 허리 숙여 인사하고 장애가 있는 친구들을 챙기는 것을 기쁨으로 아는 엄마를 똑 닮은 딸들입니다.

하지만 종편의 악의적인 명예훼손 보도 이후 동네에는 이 딸들의 인사를 외면하는 어른들과 "너네 엄마 텔레비전에서 봤다"는 학교 친구들의 곱지 않은 시선이 생겼습니다. 차마 입에 담을 수 없는 욕과 표현으로 가족들을 상처내는 일베 회원들과 네티즌들로 인해 황선과 그의 가족들은 가슴에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입고 있습니다.

얼마 전 검찰은 황선에게 구속영장을 신청했습니다. 그 증거로 16년 전 썼던 개인일기장과 (심지어 이 일기장은 책으로 출판까지 된 것) 누가 봐도 재판 자료라는 걸 알 수 있는 남편의 재판자료가 담긴 USB와 지금도 팔리고 있는 한국의 교수가 쓰고 한국에서 팔리고 있는 반미교과서라는 책을 평양출판사에서 출간한 이적 표현물이라는 말도 안 되는 근거를 들어서 국가보안법 위반이라고 하고 있습니다.

이쯤되면 무섭고 포기할 만도 하지만 우리는 함께 정면승부를 하려고 합니다. 대통령과 종편이 미워서, 일베가 싫어서가 아닙니다. 대한민국에서 통일을 이야기 하는 것이 더 이상 종북으로 매도되고 마녀로 각인되어서는 안 되기 때문입니다. 대통령이 말한 "통일은 대박"이라는 말처럼 통일은 우리민족의 평화를 위해 꼭 필요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 누구도 더 이상 통일을 이야기하고 바란다고 해서 빨갱이가 되고, 종북 마녀가 되어서는 안 되기 때문입니다. 개인 일기장과 통일에 관련한 시를 분석해서 국민 개개인의 뇌까지 열어 사상검증을 하고 종북으로 매도하는 매카시즘은 절대 용인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저도 역시 황선의 이런 상식적인 결정을 지지합니다. 그래서 그가 더 당당하고 상식적으로 싸울 수 있도록 힘이 되어주려고 합니다. 종북몰이와 공안탄압에 맞서 싸우고 있는 황선이 어이없이 구속되지 않도록 탄원서를 부탁드립니다.

오늘은 황선이 구속될지 모르지만 내일은 통일을 바라는, 민주주의를 바라는 다른 누군가가 될 수도 있으니까요. 마지막으로 종편에서 국가보안법위반이고 북에 대한 고무찬양이 들어있다는 황선의 시를 소개하며 긴 글을 마칠까 합니다.

평양으로 가자 (김양무 열사 5주기 추모시)
- 황선

그대, 평양에 가보았는가
아니, 그렇게 말고
미군에게 통과사증 받아서 말고
북경으로 어디로 에돌아서 말고

그대, 평양에 가보았는가
6.15깃발 차표삼아
그 깃발 훼손하는 무장의 손길
싹 걷어치우고 직행으로
대동강 물 아름다운 만경대, 모란봉
그 평양에 가보았는가

그렇게 가보게나
붐비는 차 속 한 구석
내 마음도 실어실어
올해는
온전히 가보게나
기약 없이 헤어져도 서럽지 않게

세기를 넘는 미국과의 전쟁
민족의 이름으로 지지엄호하고
마침내 승리하고

동지들 뭐 하는가
일어나라!
우리 함께 평양으로 가자.

2005. 1. 21. 김양무 선생님을 추모하며 황선

황선씨가 13일 오전 10시 30분에 영장실질심사가 있다고 합니다. 근거없는 종북몰이와 공안탄압에 맞설 힘을 보내주세요~! ☞ 황선 탄원서, 서명에 동참하기

덧붙이는 글 | 글쓴이 강현분은 황선과 팟캐스트 라디오반민특위를 공동으로 진행했습니다.



태그:#황선, #통일, #종북몰이, #라디오반민특위, #라반특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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