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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려왔던 '복덩이 컨테이너'를 주인한테 돌려보내고, 그곳을 지키며 오랫동안 투쟁했던 해고자들은 다시 일터로 돌아간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전국금속노동조합 경남지부 대림자동차해고자복직투쟁위원회(위원장 이경수) 조합원들이 끈질기게 투쟁해서 5년 만에 복직하게 된 것이다.

이경수 위원장을 포함한 12명의 해고자들이 27일 오전 7시경 대림차 공장 정문에 들어선다. 2009년 11월 정리해고 때 회사 본관 옥상에서 농성하다 쫓겨나온 지 5년 3개월 만이다. 이들이 다시 오토바이를 만들려 공장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해고자들은 끈질기게 투쟁해 왔다. 공장 정문 앞에서 집회를 열기도 하고, 그룹 본사가 있는 서울에 가서 상경투쟁도 했으며, 창원공장 옆에 컨테이너를 갖다놓고 농성을 벌이기도 했다.

금속노조 경남지부 대림자동차해고자복직투쟁위원회는 2009년 11월 해고된 뒤 복직투쟁하면서 창원공장 옆에 컨테이너를 갖고 놓고 농성을 벌여 왔고, 지난 25일 이를 원래주인인 경주 발레오만도 해고자들한테 돌려보냈다.
 금속노조 경남지부 대림자동차해고자복직투쟁위원회는 2009년 11월 해고된 뒤 복직투쟁하면서 창원공장 옆에 컨테이너를 갖고 놓고 농성을 벌여 왔고, 지난 25일 이를 원래주인인 경주 발레오만도 해고자들한테 돌려보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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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이 복직하게 된 것은 대법원으로부터 '해고무효' 판결을 받았기 때문이다. 대법원 제2부(신영철, 이상훈, 김창석, 조희대 대법관)는 지난해 12월 24일 '해고무효'라 했던 항소심에 불복했던 사측의 상고를 기각하는 판결을 했다.

그 뒤 대림차 사측과 해고자들은 몇 차례 협상을 벌여 이날 복직하기로 합의했다. 해고자들은 원직복직하게 되고, 우선 한 달 가량 교육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해고자들은 25일까지 공장 옆에 있던 컨테이너와 각종 구호가 적힌 펼침막을 정리했다. 이들은 경주 발레오만도(현 발레오전장시스템코리아) 해고자들이 사용하던 컨테이너를 빌려와 2013년 5월부터 대림차 정문 도랑 건너편에 두고 사용해 왔다.

금속노조 발레오만도지회가 사측과 각종 소송을 벌이며 패소했다가 컨테이너농성을 시작한 뒤부터 승소했고, 이때부터 해고자들은 '복덩이 컨테이너'라 불렀다. 그러다가 대림차 해고자들이 이 컨테이너를 빌려왔다. 해고무효소송 1심에서 패소했던 대림차 해고자들은 컨테이너 농성 뒤에 열린 항소심부터 승소했다.

대림차해복투는 25일 모든 해고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컨테이너를 정리하고, 이를 다시 발레오만도 해고자들한테 돌려보냈다.

대림차 사측은 대법원 판결 뒤인 지난 1월부터 임금을 해고자들한테도 지급했다. 그러나 해고기간의 임금 문제에 대해서는 아직 매듭을 짓지 못했다. 해고자들은 법원에 해고기간 임금청구소송을 내놓았는데, 이 문제는 복직해서 교섭을 통해 풀어야 할 과제다.

복직 하루를 앞두고 해고자들은 기분이 들떠 있다. 이경수 위원장은 "우리가 해고된 뒤 현장은 금속노조가 와해되고, 기업별노조가 생겼다"며 "복직해서 풀어야 할 과제도 많지만 우선 금속노조 활동을 계속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 5년 사이 사람이나 조직이 많이 바뀌었다, 그래서 복직된다고 하지만 많이 낯이 설 것 같다, 잘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도 생긴다"고 말했다. 부당해고에 대한 사측의 사과도 요구했다. 그는 "복직 협상 때 사측에 공식사과를 요구했지만, 사측은 정리해고는 합법적인데 절차가 문제가 된 것이라며 사과하지 않았다"며 "앞으로 사과를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림차 정리해고 때 '노조파괴'라는 지목을 받은 창조컨설팅이 개입됐다는 의혹을 받았지만, 사측은 지금까지 부인해 오고 있다. 이에 대해 이경수 위원장은 "회사에서 창조컨설팅에 돈을 준 게 있다, 사측은 노동위원회와 관련해 자문을 받았다고 하지만, 창조컨설팅이 개입해 그룹 차원에서 민주노조를 깨기 위한 의도가 있었다고 본다"고 밝혔다.

전국금속노동조합 경남지부 대림자동차해고자복직투쟁위원회는 대법원에서 해고무효 판결을 받은 뒤 사측과 협상을 벌여, 27일 오전 복직한다. 사진은 사진은 이경수 위원장이 지난해 3월 투쟁하면서 대림차 창원공장 정문 앞에 서 있을 때 모습.
 전국금속노동조합 경남지부 대림자동차해고자복직투쟁위원회는 대법원에서 해고무효 판결을 받은 뒤 사측과 협상을 벌여, 27일 오전 복직한다. 사진은 사진은 이경수 위원장이 지난해 3월 투쟁하면서 대림차 창원공장 정문 앞에 서 있을 때 모습.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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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해고자들도 그동안 힘들었다고 털어놓았다. 이귀흠씨는 "힘들었다, 다시 일하게 된다는 생각에 지금 기분은 흥분될 정도다"고 말했다.그는 "그동안 금속노조와 시민사회단체에서 많이 도와주었는데 고맙다"며 "다른 사업장에 해고자들이 많은데, 어쨌든 참고 견디다 보면 정의가 승리한다는 생각으로 끝까지 버텨내야 한다는 말을 해주고 싶다"고 밝혔다.

김종규씨는 지난해 건강이 좋지 않아 병원에 입원했다가 지금은 회복된 상태다. 그는 "폐가 좋지 않았는데, 해고를 당해 지쳐있다 보니 몸에 저항력이 떨어져 아팠다는 생각도 든다"며 "그동안 힘들었다, 이전에 많은 임금도 아니다 보니 모아놓은 돈도 없는 속에 해고를 당해 경제적으로 어려웠다"고 말했다.

그는 "옆에 있는 쌍용자동차 창원공장에도 해고자들이 오랫동안 투쟁하고 있다, 어제 컨테이너 정리하면서 우리끼리 모여서 했던 이야기가 있다, 이번에 쌍용차에서 내놓은 새 차를 해고자들이 한 대씩 사고 선전도 해주겠다는 공문을 쌍용차 사측에 보내고, 그러면서 해고자들을 복직시켜 달라고 하자고 했다"며 "해고자들은 끝까지 투쟁하면 승리한다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고 말했다.

금속노조 경남지부는 27일 아침 대림차 정문 앞에서 복직하는 해고자들을 격려하는 자리를 열 예정이다.


태그:#대림자동차, #금속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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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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