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쌍용자동차의 모기업인 마힌드라그룹의 아난드 마힌드라 회장이 지난 1월 14일 오전 경기도 평택 쌍용자동차 본사를 방문했을 때, 쌍용자동차 평택공장 70m 굴뚝 위에서 해고자 복직을 요구하며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는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인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김정욱 사무국장과 이창근 정책기획실장이 깔개 위에 청테이프로 'Let's Talk'이라는 글자를 만들어 들어보이고 있다.
▲ 쌍용차 굴뚝 외침 'Let's Talk' 쌍용자동차의 모기업인 마힌드라그룹의 아난드 마힌드라 회장이 지난 1월 14일 오전 경기도 평택 쌍용자동차 본사를 방문했을 때, 쌍용자동차 평택공장 70m 굴뚝 위에서 해고자 복직을 요구하며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는 쌍용자동차 해고노동자인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김정욱 사무국장과 이창근 정책기획실장이 깔개 위에 청테이프로 'Let's Talk'이라는 글자를 만들어 들어보이고 있다.
ⓒ 유성호

관련사진보기


전국에서 쌍용차 굴뚝 농성을 응원하려고 모이는 3.14 희망행동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과연 쌍용차 희생자 26명의 명예회복과 해고자 187명 복직을 응원하는 2만 6천 개의 열쇠와 자물쇠는 온전히 모일 수 있을까?

"2만6000개의 자물쇠는 100명이 쌍용차 희생자 1명을 온전히 품어주겠다는 의미다. '분홍 도서관'을 노사 공동으로 만들고 반듯하게 이 싸움에 이겨서..."

굴뚝 농성 91일째인 13일 오전 장윤선 기자가 진행하는 <오마이뉴스> 팟캐스트 방송 '장윤선의 팟짱'에 출연한 이창근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기획실장은 결국 말을 제대로 잇지 못했다. 해고자 복직을 위한 노사 협상에 진전이 없는 데다 설상가상 협상에 참여하려고 잠시 굴뚝에서 내려간 김정욱 사무국장이 구속될 위기에 처한 것이다.

티볼리 대박 났는데... 유럽에서 잘 팔려야 한다고?

서로 버팀목이 돼온 김정욱 사무국장이 지난 11일 갑자기 굴뚝을 내려간 이유에 대해 이창근 실장은 "지난 1월 29일 시작된 교섭이 진전되지 않고 있다"면서 "굴뚝보다 굴뚝 아래 상황이 더 어려워 김정욱 사무국장이 내려가려고 결심한 것 아니겠나"라고 밝혔다.

병원에서 경찰 조사를 받은 김정욱 국장에겐 업무방해 및 주거침입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됐다. 이날 오후 2시부터 수원지방법원 평택지원에서 영장실질심사가 진행되고 있다. 교섭 참여 자체가 어려운 상황이 아니냐는 장 기자 질문에 이 실장은 "당연히 교섭이 가능하다"면서 "최종식 신임 사장을 만나러 간다고 했으니 회사도 얘기를 들어보자고 할 수 있는 거 아닌가, 마침 3월 17일 대표 교섭 한다고 했고 노조 사무국장이니 격도 맞다"며 교섭 보장을 요구했다.

이 실장은 "협상 상황이 언론에 많이 알려지지 않고 어떤 얘기가 오가고 어디서 막혔는지 누구도 설명하지 않아 지켜보는 이들이 의아해 하고 있다"면서도 봄 꽃망울에 빗대 협상 타결에 대한 희망을 거두지 않았다.

"지금이 봄이지 않나. 꽃망울을 피우려면 겉껍데기를 찢고 뚫고 나오는 아픔과 고통이 있어야 하얀 매화꽃을 볼 수 있는 것처럼 기대는 안 버렸으면 좋겠다. 쌍용차 교섭은 진리고 순리다. 바꿀 수 없다. 다시 겨울로 되돌릴 수 없다. 기간이 길고 진행이 더뎌 보여도 꽃망울이 안  피면 이곳 기온이 다르거나 토양이 좀 부실한 거 아닌가 정도로 봐줬으면 좋겠다."

회사에 대한 아쉬움도 나타냈다. 쌍용차 신차 '티볼리'는 대박이 났지만 정작 "티볼리가 잘 팔리면 해고자를 복직시키겠다"던 쌍용차 경영진의 약속은 기약이 없는 탓이다.

이유일 쌍용자동차 대표이사가 지난 1월 13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 동대문디지안플라자(DDP)에서 열린 티볼리 신차발표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쌍용차 해고자 복직 문제에 대한 아난드 마힌드라 회장의 답변을 경청하고 있다.
▲ 쌍용차 해고자 복직 묻는 질문에 난간한 이유일 대표이사 이유일 쌍용자동차 대표이사가 지난 1월 13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 동대문디지안플라자(DDP)에서 열린 티볼리 신차발표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쌍용차 해고자 복직 문제에 대한 아난드 마힌드라 회장의 답변을 경청하고 있다.
ⓒ 유성호

관련사진보기


"26명 희생자 문제를 어떻게 풀지 회사쪽 고민을 듣고 싶다. 티볼리 많이 팔리면 해고자 복직시킨다는 회사쪽 얘기는 이미 철 지난 얘기다. 티볼리 이미 대박 났다. 이제 어찌할지 대답해야지, 언제까지 티볼리 얘기 팔고 다닐 거냐? 6월경 디젤 티볼리도 나온다. SUV 시장에서 디젤 시장이 더 크다는 건 통계로 다 나와 있다. 회사 홍보팀 입장에서 이제 많이 팔았으니 디젤 나와도 사지 말라는 거나 다름없다."

장윤선 기자가 "티볼리 잘 팔려서 쌍용차가 영업직 300명을 더 뽑는다는 얘기도 있는데 정작 해고 노동자 언급은 없다"면서 최근 퇴임을 앞둔 이유일 쌍용차 사장을 언급하자 공을 평가하면서도 서운한 감정도 드러냈다.

"7년간 고생 많이 했다. 적은 나이가 아닌데 해외 경험, 미국 판매 경험 살려 어려운 회사 반듯하게 잘 세웠고 직원 고용 안정시키고 신차 냈다. 공이 있으면 과도 있는데 해고자에겐 과가 많이 보인다. 희생자 직접 책임은 논외로 하고 일말 양심이 있다면 미안하다는 말, 행정적이라도 심심한 유감 정도는 말했어야 했다. 쌍용차 사태를 더 꼬이게 한 건 이런 말을 안 해서다. 말 한 마디로 천 냥 빚도 갚고 할 수 있는 일이 많다. 그럼에도 가는 사람 뒤통수에 얘기하는 건 아닌 것 같다. 그 전에 최선을 다해 싸우고 임기 끝난 사람은 잘 떠났으면 하는 바람이다."

"티볼리 수익성 낮다, 유럽 판매 성공하면 생각해 보겠다"는 사쪽 입장에 대해선 답답한 심정도 토로했다. 이 실장은 "수익성이 낮다는 건 3000만 원 주고 팔아도 남는 게 없다는 건데, 원가 공개도 안 하면서 그렇게 말하니 서운하다"면서 "쌍용차 부침의 역사는 수출이 아니라 내수 때문인데 분석을 제대로 했나"라고 꼬집었다.

2만6천개 자물쇠 달기... "해결 때까지 열쇠 간직해달라"

해고자 복직을 요구하며 쌍용자동차지부 이창근 기획실장(왼쪽)과 김정욱 사무국장이 2014년 12월 13일부터 경기도 평택 쌍용자동차 공장애 70미터 굴뚝에 올라가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다. 사진은 지난 1월 22일 오후 굴뚝농성중인 이창근 실장이 스마트폰으로 직접 촬영한 사진
 해고자 복직을 요구하며 쌍용자동차지부 이창근 기획실장(왼쪽)과 김정욱 사무국장이 2014년 12월 13일부터 경기도 평택 쌍용자동차 공장애 70미터 굴뚝에 올라가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다. 사진은 지난 1월 22일 오후 굴뚝농성중인 이창근 실장이 스마트폰으로 직접 촬영한 사진
ⓒ 사진제공 이창근

관련사진보기


90일 넘게 굴뚝 농성을 벌이는 쌍용차 해고자를 응원하는 시민들의 마음은 한결같다. 쌍용차 투쟁 과정을 담은 <이창근의 해고 일기>가 8쇄를 찍으며 출판계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것도 한 징표다. 또 14일에는 '3.14 쌍용차 희망행동'을 맞아 전국에서 평택 쌍용차 공장 굴뚝 앞으로 집결하고 해고자 복직을 바라는 마음을 담아 2만6천 개의 자물쇠를 쌍용차 철조망 등에 달 예정이다.

"모여 있는 열기를 회사는 뜨겁게만 보는 것 같은데 그런 열기가 아니라 에너지로 보면 된다. 에너지를 어떻게 쓸지에 따라 방향이 바뀔 수 있다. 왜 자신들에 대한 공격으로만 보나. 함께 사는 게 좋지 않나. 우리도 '해고는 살인'이라는 구호를 회사 이마에서 지워주고 싶다.  회사가 우리를 품고 우리말에 공감해줘야 한다. 2만6천 개의 자물쇠를 모으는 게 시작일 것이다. 자물쇠는 노사가 함께 만들 '분홍 도서관'의 조형물이 될 것이다. 지금은 철책 아래 자물쇠가 걸리겠지만 열쇠는 꼭 가져가서 어디든 걸어 달라. 이 문제 해결할 테니 도서관 지으면 자물쇠 풀어서 거기에 걸어 달라."

이 대목에서 이 실장은 울먹이며 말을 제대로 잇지 못했다.

"1시간만이라도 이 얘기를 들어줬으면 26명이 죽었겠는가. 187명 해고자 가운데 못 나오는 해고자가 100명이 넘는다. 얼마나 짓밟혔으면 일어나지도 못 하나. 이거는 좀 아니지 않나. 회사가 도와줘야 하지 않나. 우리가 앵벌이 하는 거 아니다. 책 팔고 인세로 혹은 해고자 십시일반 모은 돈으로 우리 힘으로 짓겠다는 거다. 그동안 너무 많이 도움 받아 미안해 죽겠으니 죄책감에서 벗어나고 싶다. 벗어난다고 기억이 지워지나. 아름다운 기억을 채우면서 아픈 기억을 밀어내는 거잖나."

이날 인터뷰를 진행한 장윤선 기자도 "14일 많은 시민들이 쌍용차 굴뚝 앞에 모일 것이고 이 힘으로 이창근과 쌍용차 투쟁은 반드시 성공할 것"이라면서 "회사에 긍정적 에너지를 보내고 있는데 회사가 두려워하고 있는 건 아닌가, 오늘 얘기 가슴 아프게 잘 들었다"고 마무리했다. 이 실장도 "14일 많이 와주고 자물쇠, 열쇠 많이 보내달라"고 당부하며 이야기를 마쳤다.

3.14 쌍용차 희망행동은 14일 오후 3시 경기도 평택시 쌍용차 공장 굴뚝 농성장 앞에서 진행될 예정이다.(참가신청)

☞ 아이튠즈에서 <장윤선의 팟짱> 듣기
☞ 오마이TV에서 <장윤선의 팟짱> 듣기
☞ 팟빵에서 <장윤선의 팟짱> 듣기


태그:#쌍용차, #티볼리, #이창근, #굴뚝농성
댓글2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팩트체크를 맡고 있습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