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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발생 379일째인 29일, 세월호 참사로 목숨을 잃은 고 이승현(단원고)군의 아버지와 누나 아름씨가 '진도 팽목항~서울 광화문 삼보일배'를 66일째 이어갔다. 29일에서 30일로 넘어가는 자정은 승현군의 기일이다.
 세월호 참사 발생 379일째인 29일, 세월호 참사로 목숨을 잃은 고 이승현(단원고)군의 아버지와 누나 아름씨가 '진도 팽목항~서울 광화문 삼보일배'를 66일째 이어갔다. 29일에서 30일로 넘어가는 자정은 승현군의 기일이다.
ⓒ 이호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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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현이가 별이 된 지 1년째 되는 날입니다."

지난해 4월 30일 오전 4시 40분, 세월호 참사 발생 15일째 만에 아들이 물 밖으로 나왔다. 전날 아버지는 불현 듯 '아들을 볼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진도 팽목항에 있던 딸을 목포 시내로 보내 아들이 좋아할 운동복, 축구화, 축구공을 사뒀다.

다음날 아들은 아버지의 부름에 응답했다. 아버지의 선물을 입고, 신고, 안은 채 아들은 별이 됐다.

1년이 지났다. 29일에서 30일로 넘어가는 자정, 세월호 참사로 목숨을 잃은 고 이승현(단원고)군의 기일이다. 아버지 이호진씨는 아들의 제삿날을 길 위에서 맞는다. 그것도 땅에 이마를 맞댄 채…. 세월호 참사 발생 379일째인 29일, 이씨는 딸 아름씨와 함께 '진도 팽목항~서울 광화문 삼보일배'를 66일째 이어갔다.

승현군 영정, 행렬 맨 앞에

세월호 참사 발생 353일째인 3일, 고 이승현(단원고)군의 아버지 이호진씨와 누나 이아름씨는 '40일째' 삼보일배를 이어갔다. 이호진씨가 삼보일배 도중 휴식을 취하고 있다.
▲ 땀 흘리는 '승현 아빠' 세월호 참사 발생 353일째인 3일, 고 이승현(단원고)군의 아버지 이호진씨와 누나 이아름씨는 '40일째' 삼보일배를 이어갔다. 이호진씨가 삼보일배 도중 휴식을 취하고 있다.
ⓒ 소중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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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아침부터 내린 비가 땅을 적셨다. 비를 맞은 아버지는 "하염없이 절하는 (아버지와 누나의) 모습을 본 승현이가 하늘에서 슬피 운다"고 자신의 페이스북에 적었다.

이날은 특별히 승현군의 영정이 삼보일배 행렬 맨 앞에 섰다. 영정은 만화가 박재동 화백이 승현군의 기일을 앞두고 그린 그림을 가로 80cm, 세로 110cm 크기로 확대한 것이다.

영정 속 승현군은 입가에 미소를 머금은 채 절하는 누나를 바라봤다. 승현군의 누나 아름씨는 "승현이 얼굴에 여전히 장난기가 가득하다"며 "하늘과 산을 벗 삼아 장난기 가득한 미소를 짓고 있는 우리 승현이가 정말 예쁘다"고 말했다.

아버지 이호진씨는 "(기존의) 칙칙한 영정 사진이 싫었는데 (박 화백이 그린) 영정은 마음에 쏙 든다"면서도 "(아들 기일을 앞두고 마음이) 편치 않다"고 말했다. "그저 착잡하지 뭐"라고 말을 이어가던 그는 "내 마음을 말로 설명하기 어렵다"며 말을 잇지 않았다.

이날 부녀는 오전 9시 충남 논산 부적면 외성삼거리를 출발해 오후 6시 연산면의 한 주유소 앞까지 약 8km를 삼보일배로 이동했다. 이들은 6월 13일 서울 광화문에 도착하는 것을 목표로 일주일에 하루만을 쉬며 삼보일배를 이어가고 있다.

한 달 전 "몸이 적응해가는 것 같다"던 이호진씨는 이날은 "온 몸이 두들겨 맞은 것 같다"고 말했다. 총 일정의 절반 이상을 소화하고 나니 몸에 무리가 오기 시작한 것이다. 이씨는 "목부터 팔, 등, 다리까지 묵직한 것이 쌓이고 쌓여서 무겁다"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삼보일배 행렬에 동참해준 이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이씨는 "어떻게 보면 남 일인데 매번 함께 해주는 이들이 있어 숙연해진다"며 "세월호 희생자를 위해 많은 이들이 땀방울을 길바닥에 뿌리며 절을 하는 모습을 보고, 스스로 분노를 가라앉히며 바른길을 가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고 설명했다.

'기적의 500원' 모금, 30일까지

세월호 참사 발생 379일째인 29일, 세월호 참사로 목숨을 잃은 고 이승현(단원고)군의 아버지와 누나 아름씨가 '진도 팽목항~서울 광화문 삼보일배'를 66일째 이어갔다. 29일에서 30일로 넘어가는 자정은 승현군의 기일이다.
 세월호 참사 발생 379일째인 29일, 세월호 참사로 목숨을 잃은 고 이승현(단원고)군의 아버지와 누나 아름씨가 '진도 팽목항~서울 광화문 삼보일배'를 66일째 이어갔다. 29일에서 30일로 넘어가는 자정은 승현군의 기일이다.
ⓒ 이호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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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부녀는 나룻배 제작을 위한 '기적의 500원' 캠페인을 시작했다. 1인 500원 모금을 통해 1톤 규모의 나룻배를 만들어 6월 13일 도착할 예정인 광화문까지 끌고 가겠다는 생각이다. 지난 24일 시작한 모금은 30일까지 계속된다. 현재(29일 오후 6시)까지 목표 금액의 2/3 정도인 약 540만 원이 모였다(모금 안내 바로가기).

"세월호 희생자들이 말 한마디 남기지 못하고 차례로 별이 되던 당시, 저는 '나룻배 한 척만 있었으면 그들을 살릴 수 있지 않을까'라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지금, 세월호가 우리의 기억에서 사라질 때 세월호를 알릴 나룻배가 필요하고 생각했습니다. 잊혀진 세월호 희생자의 영혼을 달래고, 그들을 정신적으로 살릴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한 끝에 나룻배를 떠올렸습니다.

나룻배는 많은 이들이 함께 끌어야 움직일 수 있게 만들 겁니다. 많은 분들의 뜻이 모이지 않으면 나룻배를 만들 수 없고, 설사 만든다 하더라도 이를 이끌 분들이 없으면 나룻배는 광화문에 도착할 수 없습니다. 우리 승현이의 죽음, 그리고 우리 승현이보다 더 억울하고 한 맺힌 죽음을 보며 분노와 적개심을 많은 분들과 함께 사랑의 외침으로 승화시키고 싶습니다." 

이날 삼보일배를 마친 부녀는 오후 7시 30분 대전 도안동 성당으로 이동해, 성당 측이 승현군 기일을 맞아 마련한 미사에 참석할 예정이다. 이어 자정이 되면 승현이의 첫 제사를 지낸다. 이호진씨에게 "아버지로서 가장 바라는 게 무엇인지" 물었다. 이씨는 긴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 바란다고 해서 이뤄질 거란 보장도 없지만, 지금 바라는 건 1년 전이나 지금이나 똑같아요. 진실을 밝히고, 왜 희생자가 배 밖으로 나오지 못했는지 알기 위해 지금 저와 아름이가 팽목항부터 광화문까지 절하고 있는 겁니다."

세월호 참사 발생 379일째인 29일, 세월호 참사로 목숨을 잃은 고 이승현(단원고)군의 아버지와 누나 아름씨가 '진도 팽목항~서울 광화문 삼보일배'를 66일째 이어갔다. 29일에서 30일로 넘어가는 자정은 승현군의 기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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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세월호 참사, #삼보일배, #이승현, #이호진, #이아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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