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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고단 가는 길...
▲ 지리산... 노고단 가는 길...
ⓒ 최재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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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꽃이 앞 다투어 피어나면서 꽃무리 수놓았던 사월이 가고 꽃만큼이나 어여쁜 연두빛 잎들이 꽃 진 자리를 물들이며 연녹색으로 나날이 물들어가는 오월. 피천득 시인은 오월을 '금방 찬물로 세수를 한 스물 한 살 청신한 얼굴'이라고 노래하였고 도종환 시인은 '오월의 노래'에서 '오월에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이가 많은 이 땅에선 찔레 하나 피는 것도 예사롭지 않다'고 했고 김영랑 시인은 오월을 '청량하다'고 표현했다.

이팝나무 꽃이 봄눈처럼 내리고 아카시야꽃향기 진동하며 찾아 온 오월에 지리산을 만났다. 오월은 춥지도 덥지도 않아 산과 조우하기에도 딱 좋은 계절이다. 사월은 들뜨고 황홀하지만 불안하다면, 오월은 연녹색으로 산하를 물들이며 초록빛 평정을 안겨준다.

노고단...
▲ 지리산... 노고단...
ⓒ 이명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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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지리산 노고단 산행엔 마흔 네 명이 함께 동행 했다. 2일 오전 7시 정각. 교회 앞에서 모여 지리산으로 향했다. 부산 금곡동에서 물금 톨게이트를 지나 함안을 거쳐 진주 분기점에서 단성IC, 산청IC, 생초IC를 지나 37번 국도를 달려 뱀사골로 접어들었다.

지리산은 가끔 만났지만 뱀사골로 가는 것은 처음이다. 첫 대면이 설렌다. 구례에서 성삼재로 올라가려던 처음 계획을 버리고 반대쪽 뱀사골 방향으로 오길 잘 한 것 같다. 많은 차와 사람들이 몰려든 노고단 가는 길이 덜 막히기 때문이다. 뱀사골 일대가 공기 좋고 물 맑고 골 깊고 푸르러서 언제 다시 와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노고단...
▲ 지리산... 노고단...
ⓒ 이명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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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불꼬불한 길을 오르고 올라 성삼재에 도착했다. 일찍부터 성삼재는 사람들로 붐비고 있다. 아래 세상에는 진달래가 이미 다 졌지만 노고단 일대는 지금 진달래가 한창이다. 군데군데 붉은 피를 토해 놓은 듯 선홍빛 꽃무더기가 지천이다.

성삼재에서 노고단까지는 산보하듯이 가는 길이다. 날은 맑았다 흐렸다 반복한다. 노고단 대피소에 도착해 잠시 휴식하고 노고단으로 향한다. 성삼재에서 노고단까지 걷는 길이야 간단한데 하산길이 내심 걱정된다. 얼마 전에 발목을 다쳤지만 지리산을 만나고 싶어 무리를 하고 올라 왔기 때문이다. 오른쪽 발목에 압박붕대를 감고 오긴 했지만 긴 긴 하산길이 마음에 걸린다. 다리 불편한 사람들의 심정을 조금은 이해할 것 같다.

노고단에서...
▲ 지리산... 노고단에서...
ⓒ 이명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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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고단 진달래...
▲ 지리산 노고단 진달래...
ⓒ 이명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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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다 쉬고 가다 쉬기를 반복하면서 노고단 정상에 닿았다. 사람들로 넘친다. 노고단 정상에서 두루 살펴보다 숲속으로 접어들어 점심 도시락을 먹었다. 함께 밥 먹는 이 시간에 처음 온 사람들도 친해지고 더 친밀해진다. 산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행복한 시간이다. 점심을 먹고 돼지령을 지나고 피아골삼거리로 접어든다.

이제 계속되는 하산 길이다. 올라온 만큼 내려가야 하는 길이라 부담이 된다. 피아골 계곡 길은 얼마나 긴지, 얼마나 험한지 초행길이라 전혀 가늠하기 힘들다. 어쨌든 지리산 길은 힘들지 않은 길이 없다.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길은 가파르고 오래 계속된다. 마음은 원이로되 발이 마음먹은 대로 잘 움직여지지 않아 갑갑하다.

피아골 계곡 길따라 내려오다...
▲ 지리산... 피아골 계곡 길따라 내려오다...
ⓒ 이명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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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골계곡에서...
▲ 지리산... 피아골계곡에서...
ⓒ 이명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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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골은 옛날 연곡사의 수많은 승려들을 먹여 살리기 위해 박토의 땅에 벼가 아닌 '피'를 심어 '피밭골'이라고 했는데 부르기 쉽게 '피아골'이라 바뀌게 되었다 한다. 끝없이 이어지는 계곡 길에서 물소리 환하다. 가다가 넓은 소에서 발을 담그고 잠시 쉬었다.

삼홍소 가까이 닿도록 뒤에 처진 일행의 모습이 아직도 안 보인다. 몸이 불편한 일행을 챙겨오는 사람들도 함께. 아직도 오지 않는 뒤처진 일행들 핑계로 우린 피아골 삼홍소에 퍼질러 앉아 다시 발을 담갔다. 핑계 삼아 여유를 부려본다.

피아골계곡 삼홍소에서...
▲ 지리산... 피아골계곡 삼홍소에서...
ⓒ 이명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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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골 삼홍소는 단풍이 붉게 타는 산홍(山紅), 붉은 단풍이 물에 비치어 붉게 보이는 수홍(水紅), 산홍과 수홍으로 사람 얼굴이 붉어 보인다는 인홍(人紅), 이 세 가지가 합쳐져 삼홍소(三紅沼)라 한단다. 단풍 깊게 드는 가을에 이곳에 오면 흐르는 계곡 물빛도 얼굴도 낙엽도 붉게 물드는 풍경에 황홀하겠다. 그러나 때는 오월...신록으로 물들어가는 삼홍소도 볼 만하다. 쾌활한 물소리 듣고 발을 담근 채 망중한. 함께 한 사람들과 몇 마디 주고받지만 말소리는 폭포 소리에 묻히고 만다. 숲은 싱그럽고 물소리는 환하다.

다시 걷는 길. 숲은 어두워지고 뒤에 사람은 아직 오지 않고, 염려하는 눈길로 뒤돌아보고 걷고 또 뒤돌아보고 하는 도중에 무전기가 울린다. 남편은 왔던 길을 무거운 배낭을 멘 채로 달려 올라간다. 걱정되는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는데 뒤처진 일행 중 한 사람을 업고 내려오는 모습이 보인다. 돌밭 길이 나오다 흙길 나오다 하는 하산 길을 업고 가다가 또 부축해 가다가 다시 업고 가다가 한다.

함께 돕고 어우러져 내려오는 길에서 더 끈끈한 동료애가 만들어지는 것 같다.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아프리카 속담)고 했던가. 감사하다. 무사히 내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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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리산... ...
ⓒ 이명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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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수첩
1. 일시: 2015.5.2(토)
2. 산행: 부산 포도원교회 등산선교회 5월 정기산행/44명
3. 산행시간: 8시간 35분
4. 진행: 성삼재 탐방지원센터(10:35)-무넹기(1,277m,11:05)-노고단대피소(11:20)-노고단 고개(11:40)-노고단 정상(12:00)-노고단 고개(12:25)-헬기장(12:50)-점심식사 후 출발(1:55)-돼지령(H:헬기장, 1,390m)-(2:05)-피아골 삼거리(2:20)-불로교(다리 3:40)-피아골대피소(789m,4:00)-삼홍소(600m,5:00)-직전마을(천왕봉식당 7:10)



태그:#지리산 피아골 삼홍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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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기뻐하라 쉬지 말고 기도하라 범사에 감사하라 이는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너희를 향하신 하나님의 뜻이니라.'(데살전5: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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