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5월 11일 12시 동국대학교 교수협의회 회장 한만수 교수가 동국대학교 광장에서 천막 강의를 하고 있다.
 5월 11일 12시 동국대학교 교수협의회 회장 한만수 교수가 동국대학교 광장에서 천막 강의를 하고 있다.
ⓒ 허우진

관련사진보기


동국대학교가 '논문 표절 총장 선출'로 내홍을 겪고 있는 가운데, 동국대 교수협의회 교수들의 강의실 밖 행보가 주목받고 있다. 교수협의회는 '표절총장, 외압총장 반대'라는 기조로 지난 4월 20일부터 3주간 단식 릴레이를 했다.

그러나 문제 해결의 진척이 없자, 동국대 교수협의회는 '표절 총장 반대 천막 강의'를 기획했다. 11일 한만수 국어국문문예창작학부 교수의 강의를 시작으로, 매일 낮 12시 교수협의회 교수들이 학교 곳곳을 돌아다니며 천막 강의를 열 예정이다.

"부끄러워서 굶습니다, 그렇게 함께 배부르고 싶습니다"

"'선언'을 통해 자존감을 회복하자"고 강의하는 한만수 교수
 "'선언'을 통해 자존감을 회복하자"고 강의하는 한만수 교수
ⓒ 허우진

관련사진보기


"밤잠 못 자면서 보고서를 쓰고 시험공부를 하는 학생들 앞에서 할 말이 없다. 1학기 등록금 약 350만 원을 아르바이트로 벌려면 최저임금 5580원 기준으로 627시간을 일해야 한다. 하루 4시간씩 잡더라도 꼬박 156일, 즉 한 학기 내내 일을 해야 하는 것이다.

그런 제자들이 '표절총장으로 동국대 학생임을 부끄럽게 여기게 하지 말아 달라'고 외치고 있다. 제자들의 신음소리를 우리도 듣고 있음을, 우리도 아프다는 것을 전하고 싶다. 동국대학교라는 교육공동체를 지켜내고 싶습니다. 또한 그렇게 굶어 얼마간 돈이 모일 테네, 하다못해 컵라면이라도 사서 제자들과 함께 나누고 싶다.

일곱집을 들러도 발우에 음식이 채워지지 않으면 더 이상 탁발하지 말고 중생들과 함께 굶으라고 부처님은 가르쳤다. '굶주림'도 함께하면 좀 나아지지 않을까. 생활형편도 넉넉지 못한데, 자존감까지 타격을 받았다는 학생들의 '배고픔'에 교수들도 동참하겠다. 그렇게 '함께' 굶어, '함께' 배불러 보았으면 한다."

동국대 한만수 교수가 '선언'의 중요성에 대해 강의하고 있다. 30여명의 학생들이 강의를 듣고 있다.
 동국대 한만수 교수가 '선언'의 중요성에 대해 강의하고 있다. 30여명의 학생들이 강의를 듣고 있다.
ⓒ 허우진

관련사진보기


지난 3주간의 '표절 총장 반대 릴레이 단식'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보광 스님은 동국대학교 18대 총장으로 선출이 됐다. 동국대 협의회는 학교 중앙에 있는 팔정도에 천막을 치고 머무르지 않고, 학생들을 찾아가 표절 총장 선출을 알리고자 '천막 강의'를 기획했다.

"그립다 말을 할까 하니 그리워."

한만수 교수는 김소월의 시 '가는 길'의 한 구절을 들어 '선언'의 중요성에 대해 강의했다. 한 교수는 "학생들이 '나는 표절 총장 선출에 반대한다, 우리는 그들과 다르다, 나는 내 양심과 믿음대로 행동하는 인간이다'라고 선언함으로써 자존성을 회복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선언을 통해 마음을 움직이는 것이 중요하다, 많은 사람의 입은 쇠를 녹인다"고 강조했다. 한 교수는 이어 "선언, 즉 말하는 것의 힘은 크다"며 "선언을 하자"고 말했다.

줄 수 있는 게, OO밖에 없다?

천막 강의 5월 2주차 강의록
 천막 강의 5월 2주차 강의록
ⓒ 허우진

관련사진보기


동국대 교수협의회는 하루 단식해서 남긴 돈으로 학생들에게 컵라면을 나눠주었다. 한 교수는 "프랑스 사회학자 부르디외는 사물에는 도구적 성격, 상품적 성격, 기호적 성격, 상징적 성격이 있다고 했다"며, "이 컵라면은 세상에 하나 밖에 없는, 표절 총장에 반대한다는 상징적 의미의 컵라면이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강의에 참석한 교수들과 인증샷을 찍어 SNS에 공유하고, 컵라면을 받아갔다.

강의를 들은 한 학생은 "연구실과 강의실에서 현실과 괴리된 이론만을 가르치는 교수들과 다르게, 거리와 현장에서 학생들과 함께하는 교수님들이 존경스럽다"고 말했다. 이 학생은 "일부 권력에 편승해 한 자리씩 맡은 교수님들에 대한 실망감을 많이 치유했다"며 인증샷을 찍고 컵라면을 받아갔다.

천막 강의는 화요일(권승구 교수), 수요일(한철호 교수), 목요일(홍윤기 교수), 금요일(김준 교수)의 강의로 이어진다.

동국대 교수협의회는 하루 단식해서 남긴 돈으로 학생들에게 컵라면을 나눠주었다.
 동국대 교수협의회는 하루 단식해서 남긴 돈으로 학생들에게 컵라면을 나눠주었다.
ⓒ 허우진

관련사진보기




태그:#동국대 천막 강의, #동국대 교수협의회, #표절 총장
댓글3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