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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이 적극 추진 중인 상고법원 설치를 두고 변호사 계에서도 의견이 나뉘고 있다.

19일 부산·울산·경남지방변호사회(아래 부울경변호사회)는 공동으로 성명을 내 "상고법원을 강력히 반대한다"고 밝혔다. 전날 서울지방변호사회가 상고법원 설치에 찬성한다고 발표한 것과 대척점에 선 것이다. 부울경변호사회는 또 대법원이 반대 여론을 살피지 않고 일방적으로 상고법원안을 밀어붙이고 있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대법원은 지난해부터 상고심 개선 방안을 모색해왔다. 그 결과 사법부가 내놓은 답안은 모든 상고심을 대법관이 직접 심리하는 현재 방식을 대법원에서 판단할 사건과 아닌 것으로 나누는 '상고법원 설치'였다.

대법원은 상고법원에서 주로 상고심을 살펴보되 새로운 법리 선언이 필요하거나 법령해석의 통일이 필요한 사건, 재판 결과가 공익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건 위주로 판단해 사건 수는 줄이고, 대법원의 정책법원 기능은 강화하겠다고 설명해왔다(관련 기사 : 상고법원 도입안 공개 '어중간한 절충').

'상고법원 설치' 찬성-반대 팽팽하게 맞서

지난해 9월 24일 오후 대법원에서 열린 상고제도 개선 공청회.
 지난해 9월 24일 오후 대법원에서 열린 상고제도 개선 공청회.
ⓒ 대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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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법조계 의견은 아직 하나로 모이지 않았다. 대법관 한 사람당 1년에 약 3000건씩 사건이 몰리는 바람에 국민이 재판 받을 권리를 제대로 누릴 수 없다는 찬성론과 상고법원은 위헌적이며 근본 해법이 될 수 없다는 반대론이 팽팽하게 맞섰기 때문이다.

찬성 쪽에서도 대법관 증원이나 구성의 다양화, 하급심 강화 등의 전제 조건을 다는 이들이 있었다. 현재 국회는 홍일표 새누리당 의원이 2014년 12월 19일 대표발의한 상고법원안(상고심절차에 관한 특례법 폐지법률안)을 심사 중이다(☞ 법안 바로가기).

서울변호사회는 이 법안이 가장 현실적인 상고심 개선안이라며 찬성하고 있다. 이들은 18일 성명서에서 "국회 공청회에서도 지금의 상고심 제도를 그대로 유지할 수 없다는 점에는 전혀 이견이 없었다"며 "상고법원안이 완벽하거나 최선은 아니지만, 가장 현실적인 방안"이라고 했다.

서울변호사회는 대법원이 상고법원을 도입하는 대신 심리불속행제(하급심 판결을 다시 심리하지 않고 기각)를 폐지하고, 대법원 사건은 필수적 변호사대리 제도 및 국선대리인 제도를 도입하도록 한 대목도 높이 평가했다.

반면 부울경변호사회는 홍 의원의 상고법원안 자체가 "대법원의 집요한 입법로비 산물"이라며 "대법원은 (상고법원안을) 일방적으로 몰아붙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심리불속행제 도입에도 상고건수가 줄지 않는 것은 하급심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지 상고심 제도를 개선한다고 해결할 수 없다며 상고법원안이 '미봉책'이라고도 지적했다. 이어 "상고법원안은 대법원 심리부실의 책임을 상고법원에 떠넘기는 것"이라며 "하급심 법관을 늘리고 하급심 법관의 경력과 수준을 지역별로 편차 없이 높여야 한다"고 했다.

지방변호사회들끼리 상고법원을 두고 엇갈리는 목소리가 나오는 까닭은 무엇일까. 저마다 제도 자체가 적절한지를 두고 다르게 보기도 하지만, '상고법원이 어디로 가느냐'에서 이해관계가 달라진다는 이유도 있다. 상고법원은 전국에 딱 한 곳 세워질 예정인데, 가능성이 가장 높은 곳은 역시 서울이다. 지난해 9월 서울변호사회는 회원 1025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해보니 응답자의 54.8%가 찬성했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서울변호사회 관계자는 19일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저희들은 회원들의 입장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며 "서울 변호사들은 굳이 반대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또 "심리불속행제 때문에 이유없이 기각되는 사람이 많은 점을 없애야 한다 등 저희가 요구했던 내용들도 많이 반영됐다"고 했다. 그는 "저희는 (지방변호사회마다) 각각 의견을 낼 수 있다고 본다"며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정책이 집행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말도 덧붙였다.

대한변협은 '반대'... 6월쯤 공식 의견 내놓을 듯

변호사 전체를 대변하는 대한변호사협회(회장 하창우)은 아직 공식 의견을 내놓진 않았지만 줄곧 상고법원을 반대해왔다. 대한변협은 지난 1월 회원들을 상대로 한 설문조사 결과, 상고심 개선 방안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대법관 증원(응답자의 51%)이라며 대법관 증원으로 상고제도를 개선하도록 국회에 의견을 제시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창우 회장 역시 공공연하게 상고법원 반대 뜻을 밝히고 있다.

대한변협 관계자도 "대한변협은 기존대로 상고법원에 반대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대한변협 설문조사에서도 반대 회원이 많았고, 상고법원의 법률 상 지위 등을 볼 때 대한변협은 서울변호사회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다만 "대한변협은 전체 변호사회의 의견과 동의절차를 거쳐야 해서 아직 성명서 등을 내지 않은 것"이라며 "6월쯤 상고심개선TF 연구 결과, 대법원의 입법활동 등을 전체적으로 다룰 예정"이라고 했다.

[관련 기사]
대법원, '사실심 강화'로 상고법원 반대 넘어설까
대한변협 "51%가 상고법원보다 대법관 증원 선호"

○ 편집ㅣ최은경 기자



태그:#대법원, #상고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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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정치부. sost38@oh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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