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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22일, 삼성물산의 주가는 5만 5300원에 불과했다. 하지만 지난 5일에는 7만 6100원까지 치솟는 등 주식 가격이 가파르게 출렁였다. 바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그에 반대하는 외국계 펀드의 출현으로 여러 사건이 속출했기 때문이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이 합병 계획을 발표한 5월 26일부터 삼성물산의 주주 확정 기준일인 지난 11일까지의 숨 가빴던 경과를 정리했다.

[기 : 5월 26일] 삼성물산, 제일모직과 합병 계획 발표

ⓒ 김병현

지난 5월 26일,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은 "7월 임시 주주총회를 거쳐 9월 1일부로 합병을 마무리할 것"이라는 발표를 했다. 두 회사는 보도자료를 통해 이번 합병이 "건설 사업 경쟁력 제고, 새로운 사업 기회 발굴, 안정성과 성장성을 동시에 추구"가 가능하게 될 것으로 기대했다. 합병 비율은 '1:0.35'였다.

[승 : 6월 4일] 엘리엇 매니지먼트, 삼성물산 지분 확보 공시

하지만 이 합병은 암초를 만났다. 미국계 헤지펀드인 '엘리엇매니지먼트(아래 엘리엇)'가 경영 참여를 목적으로 삼성물산의 지분을 대량으로 매입한 후, 합병 반대 의사를 표명한 것. 엘리엇은 지난 4일, 삼성물산 지분 1112만 5927주(7.12%)를 장내 매수했다고 공시했다. 이어 "합병 조건이 공정하지 않아 주주 이익에 배치된다"면서 반대 의견을 분명히 했다.

여기에 소액 주주들도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삼성물산 소액 주주들의 인터넷 카페인 '삼성물산 소액 주주 연대' 회원들은 자식들의 소유 주식 67만 주(0.43%)의 의결권을 엘리엇 쪽에 위임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동안 소외되던 소액 주주들이 결집한 모습은 언론의 큰 주목을 받았다.

카페 관계자는 공지를 통해 "계란으로도 바위가 깨진다는 걸 보여줘야 한다"면서 "소액 주주들의 이익을 대변하겠다"고 설명했다.

[전 : 6월 10일] KCC, 삼성물산 자사주 매입

ⓒ 김병현

다급해진 삼성물산은 '백기사'를 찾기 시작했다. 불과 하루 전만 해도 "자사주 매각은 없다"는 완고한 태도가 무너진 것이다. 여러 언론에 따르면, KCC는 삼성물산이 자사주 매각 방침을 정한 직후 '백기사'를 자청했다. '백기사'란 '경영권 방어에 협조적인 우호 주주'를 일컫는 증시 용어다.

이에 삼성은 10일 이사회를 긴급 소집하고 "합병 성사를 위해 6%에 가까운 자사주를 그대로 놔둬서는 안 된다"며 만장일치로 자사주 매각을 결의했다. 결국 '백기사' KCC는 삼성물산의 자사주 전량 899만 557주(5.76%)를 블록 세일 방식으로 넘겨받기로 했다.

엘리엇은 지난 11일 보도자료를 통해 "삼성물산이 보유한 삼성물산 보통주 5.76%를 제일모직 제휴사인 KCC에 매각 제안한 것은 이번 불법적 합병과 관련해 절박한 상황에 처한 삼성물산과 이사진 및 관계자들의 우호 지분 확보를 위한 불법적인 시도라고 판단한다"면서 "삼성물산 주주들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삼성물산과 이사진 및 KCC를 상대로 긴급히 가처분 소송 제기를 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삼성물산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자사주 매각은 적법한 절차로 진행됐으며 전혀 문제가 없다"고 밝히면서 "우리는 두 회사가 합병으로 확실한 시너지를 가지리라 믿으며 합병 또한 순조롭게 진행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주주 확정 기준일은 지난 11일이었다. 따라서 지난 9일까지 매입한 주식은 삼성물산 주주총회에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

[결 : 7월 17일] 삼성물산 주주총회

남은 변수는 엘리엇이나 삼성물산이 얼마나 많은 우호 지분을 확보하는가에 달렸다. 삼성물산의 최대 주주인 국민연금이나 국내 연기금·자산운용사는 삼성물산을 지지하고, 외국인 주주들은 엘리엇을 지지할 것이라는 예측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이는 최종 '표 대결'이 이뤄지는 7월 17일 주주총회까지 유동적인 의견일 뿐이다.

특별 결의 사안인 합병 안건이 통과되기 위해서는, 출석 주주 의결권의 3분의 2 이상과 발행 주식 총수 3분의 1 이상의 찬성이 모두 만족돼야 한다. 양사 합병안에 따르면 1조 5000억 원의 주식매수청구권이 행사되면 합병이 취소될 수도 있다.

하지만 주식매수청구권이 대량으로 행사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주식매수청구권 가격(5만 7234원)보다 시장 가격(11일 종가 기준 6만 9700원)이 훨씬 더 높게 형성돼 있기 때문이다.

한편 일부 경제 관련 시민단체들은 이번 사건을 두고 삼성물산이 스스로 공격 당할 구실을 만들었다는 분석을 내놨다. 경제개혁연대는 논평을 내고 "두 회사 주가가 극도의 불균형을 유지하는 상황이 오래 지속됐음에도 삼성그룹이 삼성물산의 저평가 문제를 개선하려는 어떠한 노력도 기울이지 않아 엘리엇의 공격을 자초했다"면서 "회사와 주주 전체의 이익은 아랑곳없이 오직 총수일가의 지배권 유지와 승계만을 우선시하는 삼성의 후진적 지배 구조 문제가 전혀 개선되지 않았음을 드러내는 것"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 편집ㅣ조혜지 기자



태그:#삼성물산, #엘리엇 매니지먼트, #제일모직, #합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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