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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본색'은 정치부 기자들이 쓰는 '取중眞담'으로 '새로운 정보'가 있는 기자 칼럼을 지향합니다. [편집자말]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지난 13일 오전 국회 당무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 발언하는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지난 13일 오전 국회 당무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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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정치민주연합 국회의원이나 당직자들과 하는 식사·술자리에 가면 꼭 화젯거리로 오르는 인물이 있다. 문재인 대표다. 제1야당을 이끄는 수장이자 야권의 유력 대권주자인 그는 당의 핵심 '이슈메이커'다. 밥상이나 술상에 따끈한 '반찬' 또는 '안주'로 오르기 딱 좋은 인물일 수밖에 없다.

같은 당 식구들은 문 대표 이야기가 나오면 하나 같이 '선하다', '착하다', '바르다'라는 평가부터 내놓는다. 소위 '비노(비노무현)', '반노(반노무현)' 그룹도 마찬가지다. 공석이나 사석에서 그를 만난 인사들은 "겸손하고 순수하며 예의바르다", "사람들과 두루 잘 지낸다"라고 입을 모은다. 심지어 야당과 늘 각을 세우는 새누리당의 한 초선 의원도 "문 대표는 '후까시(허세를 이르는 속어)'가 전혀 없다, 행동이 참 선한 사람"이라고 칭찬했다.

그러나 좋은 말로만 끝나지는 않는다. "올바른 분이긴 한데…", "기본적으로 착하긴 하지만…"이라는 식이다. 연결어미 뒤로는 "정치인답지 않다"는 평가가 가장 많이 붙는다. 선한 인성과는 별개로 정치인으로서 유연성, 포용력, 순발력 등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한다는 비평이다.

'좋은 사람'이지만... "자기편 만들 줄 몰라"

지난 13일 국회에서 열린 당무위원회의에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와 유승희 의원이 참석하고 있다. 주요당직 인선 항의로 보이콧을 선언했다 20일 여만에 복귀한 유 의원은 앞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전당대회와 4·29 재보궐 선거 패배 이후 당헌을 무시하고 최고위 의결을 생략하던 관행에 대한 당 대표의 사과와 즉각적인 시정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지난 13일 국회에서 열린 당무위원회의에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와 유승희 의원이 참석하고 있다. 주요당직 인선 항의로 보이콧을 선언했다 20일 여만에 복귀한 유 의원은 앞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전당대회와 4·29 재보궐 선거 패배 이후 당헌을 무시하고 최고위 의결을 생략하던 관행에 대한 당 대표의 사과와 즉각적인 시정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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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적 사례로는 최근 최재성 사무총장 인선을 두고 불거진 갈등이 꼽힌다. 문 대표가 '비노' 의원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인선을 강행해 내분을 키웠다는 것이다. 실제로 당시 '비주류'로 꼽히는 이종걸 원내대표가 당무를 거부하는 등 계파 간의 진통이 한동안 계속됐다.

'비노'로 분류되는 한 재선 의원은 "계파 갈등 봉합 차원에서라도 문 대표가 사무총장직을 두고 탕평 인사를 펼쳤어야 했는데 오히려 자기 고집만 내세웠다"라며 "이번 일로 문 대표에게 우호적이던 '비노' 의원들마저 마음을 돌렸다, 관계를 회복하는 데 시간이 꽤 걸릴 것"이라고 전했다.

이 의원은 "대선까지 생각하는 분이라면 당에서 최대한 자기편을 만들어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도 대선을 앞두고 상대편까지 자기 진영으로 끌어들이려 하지 않았나"라며 "문 대표는 적을 자기 사람으로 만들 줄을 모른다, 그게 박근혜와 문재인의 결정적인 차이"라고 쓴 소리를 내놓기도 했다. 당 통합 차원에서 유연하게 사무총장직을 양보했어야 한다는 뜻이다.

갈등을 봉합하기 위한 정치적 포용력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원내의 한 주요관계자는 "등 돌린 상대의 마음을 풀어주려면 식사 자리라도 한 번 마련하는 식으로 멍석을 깔아줘야 하는데, 문 대표는 그런 걸 잘 못한다"라며 "이 원내대표가 당무를 거부했을 때도 먼저 '밥 먹자'고 연락 한 번 안 했다더라, 아무래도 문 대표가 사회성이 부족한 듯하다"라고 혹평했다.

'공갈' 발언으로 촉발된 주승용-정청래 사태를 둘러싼 대응 방식을 두고도 아쉽다는 평가가 이어진다. 당직을 맡은 한 초선 의원은 "정청래 최고위원이 주승용 최고위원에게 막말할 때 바로 나서서 나무라는 순발력을 발휘했다면 사태가 이렇게 커지진 않았을 것"이라며 "문 대표가 바르고 올곧은 사람인 건 맞지만, 정치적 감각은 많이 부족하다"라고 말했다.

'친노'로 분류되는 인사들은 문 대표가 지나치게 원칙적이라서 당내 갈등을 유연하게 관리하지 못한다고 보는 편이다. 문 대표와 가까운 한 의원은 "문 대표는 절차를 제대로 거쳐서 일하는 스타일인데다가 원칙에 어긋나는 것 자체에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라며 "적당히 부드럽게 넘어가는 걸 전혀 못한다, 오히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더 유연하다고 느낄 정도"라고 평가했다.

문 대표의 한 측근도 "문 대표는 괜한 오해를 사지 않기 위해서 독대도 잘 안 한다"라며 "청와대 민정수석으로 있을 때는 고등학교 동문조차 안 만났다고 한다, 그래서 지금까지도 동문회에서 문 대표를 별로 안 반긴다"라고 귀띔했다.

"정치적 경험 부족" - "그만큼 순수한 것"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지난 9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신길동 한 카페에서 '일일알바' 체험을 하며 음료 서빙을 하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지난 9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신길동 한 카페에서 '일일알바' 체험을 하며 음료 서빙을 하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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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내 중진 의원들은 초선인 문 대표의 경험 미숙을 단점으로 꼽는다. 정치인 경력이 짧아서 대표 취임 초반에 '천안함 폭침', '의원정수 확대' 발언 논란을 일으켰다는 주장이다. 수도권의 한 3선 의원은 "4·29 재·보궐 선거를 앞두고는 지지층을 모으기 위해 전력을 다했어야 하는데, 뜬금없이 '천안함 폭침' 발언으로 혼란을 만들었다"라며 "문 대표는 그냥 지지율 관리 잘해서 대선후보로 바로 나왔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당의 한 고위관계자는 "문 대표가 당 정책엑스포 때 '의원 정수를 400명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는 걸 듣고 깜짝 놀랐다"라며 "당의 대표가 정치적으로 민감한 발언을 아무렇지 않게 했다는 사실이 믿겨지지 않더라"라고 당시 상황을 회상했다. "문 대표가 이전 당 대표들보다 정치적 경험이 뒤처지는 건 무시할 수 없는 문제"라고도 덧붙였다.

'친노' 인사들은 문 대표가 그만큼 정치적으로 순수한 것이라고 반박한다. 문 대표의 한 측근은 국회의원 정수 확대 발언과 관련해 "행사 이벤트에 참여하는 과정에서 큰 의미 없이 말한 것"이라며 "문 대표는 모든 발언을 정치적으로 계산하고 내뱉는 스타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친노'로 분류되는 당의 한 관계자도 "문 대표는 '여의도식 정치 탈피'를 목표로 정치를 시작한 사람"이라며 "기존의 정치 문법으로 문재인이란 사람을 평가하는 자체가 무리"라고 반박했다.

실제로 문 대표는 지난 3월 29일 기자간담회에서 '스스로 정치인다워졌다는 걸 느끼나'라는 질문을 받고 "그렇다면 큰일이다, 정치인답지 않다는 걸 장점으로 생각하고, 이러한 장점으로 국민의 지지를 받으면서 정치를 바꾸겠다고 나섰는데, 정치인답게 돼버리면 큰일 아닌가"라고 답했다.

그러나 문 대표의 미덕으로 꼽히는 '순수하고 겸손한 태도'를 두고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기도 한다. "사심 없이 대표직을 수행하면 계파 갈등이 저절로 해소될 것(3월 29일 기자간담회)"이라는 게 문 대표의 생각이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는 지적이다. 심지어 문 대표 주변에서도 "좀 더 강하게 당을 이끌어야 한다"는 요구가 나온다.

당의 한 주요 관계자는 '서생적 문제의식과 상인적 현실감각'을 강조한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원칙을 예로 들며 "문 대표는 서생적 문제의식은 많은데 상인적 현실감각이 부족하다"라고 평가했다. 당의 또 다른 관계자도 "리더가 '나 믿고 따라오라'면서 권위를 좀 내세워야 하는데, 문 대표는 그런 게 없다"라면서 "너무 겸손한 것도 문제"라고 아쉬움을 내비쳤다.

'친노' 인사들에 따르면, 문 대표는 2·8 전당대회에 출마하기 전 "선한 의지만으로는 지도자가 될 수 없다"는 각오를 주변에 밝혔다는 후문이다. 계파갈등에 이어 '야권신당설'로 새정치연합 내부가 혼란스러운 지금, 과연 그의 각오가 제대로 실현되고 있는 것일까.

○ 편집ㅣ장지혜 기자



태그:#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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