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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에서 올해 1월부터 7월 15일까지 집행된 사형건수가 무려 694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추세라면 국제앰네스티가 기록한 전세계 총 사형집행 건수를 뛰어넘을 것으로 보인다.

사이드 부메두하(Said Boumedouha) 국제앰네스티 중동-북아프리카 부국장은 "올해 상반기에 나타난 계획적이고 대규모로 이뤄진 이란의 사형집행 건수는 법적으로 허용된 살인을 계속하는 국가제도의 사악한 단면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이란 정부는 정당한 법적 절차라는 기본적인 보호조치조차 완전히 무시한 채 수백여 명을 처형한 것에 대해 부끄러워 해야한다"고 말했다.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앰네스티 활동가들이 사형제도 폐지 캠페인을 위해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앰네스티 활동가들이 사형제도 폐지 캠페인을 위해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 Jon Bjørnsen/국제앰네스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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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앰네스티는 이란의 독립성과 공정성을 상실한 법원에 의해 형이 선고되고 있는 것에 대해 우려를 나타냈다. 모호하게 표현되었거나 지나치게 광범위한 범죄, 또는 범죄화조차 되어서는 안 되는 행위에도 사형이 선고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란에서는 피고인들은 조사 단계에서 변호사 접견이 허용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항소, 사면, 감형 절차도 충분히 마련되어 있지 않다.

올해 이란에서 처형된 사형수 대부분이 마약사범이었다. 이란의 '마약반대법'은 5kg 이상의 아편, 30g 이상의 헤로인, 모르핀, 코카인 또는 관련 화학적 파생 약물을 밀거래한 경우 의무적으로 사형을 선고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이는 살인과 같이 '매우 중한 범죄'일 경우에만 사형을 집행하도록 제한하고 있는 국제법을 직접적으로 위반하는 것이다. 마약 범죄는 '중한 범죄'의 기준에 해당하지 않는다.

"사형, 범죄 감소에 효과적 방법 아니다"

또한 올해 초 이란 전략연구센터 부대표는 사형으로 마약 밀매 감소 효과가 나타나지 않았다고 인정했듯이 사형제도가 범죄와 마약 밀수 또는 투여에 억지력이 있다는 증거도 없다.

사이드 부메두하 부국장은 "수년 동안 이란 정부는 마약 밀매를 타도하기 위한 잘못된 노력으로 사형을 부과하며 공포 분위기를 확산시켰지만, 이것이 범죄 감소에 효과적인 방법이라는 증거는 전혀 없다"고 말했다.

마약 범죄로 유죄가 선고된 사형수 중 많은 수가 불우한 환경에서 자라왔지만, 이들의 출신이나 배경이 알려지는 일은 거의 없다. 지난 6월 테헤란부근의 게젤 헤사르(Ghezel Hesar) 교도소에 수감된 사형수 54명은 자신들이 처한 곤경을 설명하는 글을 온라인상에 유포했다.

"우리는 굶주림과 가난, 절망에 사로잡혀, 우리의 의지와 상관없이 강제로 끝없는 지옥의 공포 속에 던져진 피해자들입니다.(중략) 우리가 직업이 있고, 도움이 필요한 처지가 아니라면, 인생을 바꾸고 자식들을 굶기지 않을 수 있다면, 왜 죽음밖에 남지 않은 길을 가겠습니까?"

2014년 한 해동안 이란에서 289건 이상의 사형이 집행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2014년 한 해동안 이란에서 289건 이상의 사형이 집행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 국제앰네스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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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에서 처형된 사형수 중에는 '신에 대한 적대'와 '세속적 타락' 혐의로 유죄가 선고된 쿠르드족 정치수와 수니파 이슬람교도 등의 소수민족과 소수종교 출신도 있다. 국제앰네스티를 비롯한 인권단체의 모니터링 결과에 따르면 이란에서 복역 중인 사형수는 수천여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이란정부는 형 집행을 기다리고 있는 사형수의 80%가 마약사범이라고 밝혔지만, 정확한 숫자는 공개하지 않았다. 또한 대부분 사형이 집행되기 불과 몇시간 전에 소식을 듣게 되며, 가족들이 사형집행 후 수일, 또는 수주가 지난 뒤에 생사를 알게 되는 경우도 있다.

현재 전세계 99개 국가에서 사형제도를 완전히 폐지했으며, 집행을 하고 있지 않은 국가까지 포함하면 140개국에 이른다. 우리나라는 지난 1997년 12월 이후 18년 동안 사형을 집행하지 않아 '실질적인 사형폐지국'으로 분류되기도 한다.

하지만 현재 대법원에서 사형이 확정돼 58명의 사형수가 형 집행을 기다리고 있다. 19대 국회에서는 사형제도의 완전한 폐지를 위해 지난 6일 여야 의원 172명이 '사형제도폐지특별법안'을 공동발의했다. 사형제 폐지 법안은 15대 국회부터 6번 발의됐으나 법안 통과는 모두 실패했다.


태그:#사형, #국제앰네스티, #이란, #마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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