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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고구마를 수확하면 사랑방 윗목에 보관했다가 겨우내 깎아먹고, 쪄먹고, 구워 먹던 기억이 있다. 시골에서는 겨울을 나는 데 아주 중요한 식량 중 하나가 고구마였다. 배고픈 시절이었고 군것질 거리가 없던 때라 겨울철의 식량이자 별미였다. 이런 이유로 시골에서는 대부분의 농가에서 고구마를 재배했다.

고구마는 감자에 비해 당질과 비타민C가 많고 칼로리가 낮으며, 탄수화물, 칼륨, 칼슘, 비타민B 등이 많이 들어있어 피로회복, 노화방지, 성인병 예방과 혈압을 낮춰주며, 폐암을 예방하는 채소로 알려져 있고, 콜레스테롤 배출 능력이 탁월해 다이어트 식품으로도 인기가 많다.

날씨가 더워지면서 고구마꽃이 많이 핀다
▲ 고구마꽃 날씨가 더워지면서 고구마꽃이 많이 핀다
ⓒ 한정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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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구마가 과거에는 식량 차원에서 재배되었다면 요즘에는 건강식품용으로 재배되는 경우를 흔히 볼 수 있다. 당수동 시민 농장에만 가봐도 대부분의 도시농부들이 텃밭 일부에 고구마를 재배한다. 고구마의 화려한 변신이다.

고구마는 중남미가 원산지로 알려졌고 우리나라를 비롯해 중국, 인도네시아, 브라질 등에서 재배되는 메꽃과에 속하는 쌍떡잎식물이며 따뜻한 기후를 좋아한다. 고구마 꽃은 100년에 한 번 볼까말까 할 정도로 희귀해 행운의 꽃으로 알려져 있다.

고구마가 열대지방이 원산지로 아열대 지역에서는 꽃이 피지만, 온대기후인 우리나라에서는 꽃피는 것을 쉽게 볼 수 없었다. 남부지방에서도 흔히 볼 수 없었는데 최근 몇 년 사이에 중부지방에서도 고구마 꽃을 쉽게 볼 수 있다.

나팔꽃, 메꽃과 비슷하게 생겼으며 색깔이 단아해 예쁘고 새벽에 핀다.

고구마꽃은 아침에 피었다가 오후가 되면 진다.
▲ 고구마꽃 고구마꽃은 아침에 피었다가 오후가 되면 진다.
ⓒ 한정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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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운을 상징한다는 고구마 꽃을 자주 보는 게 반가운 일은 아니다. 그만큼 우리나라의 기후가 아열대화 되었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100년에 한 번 볼 수 있는 꽃이라면, 행운의 꽃이고, 신기하고 반가운 일이지만, 고구마 꽃이 일상적으로 핀다는 것은 현재 우리나라 기후가 온대기후에서 아열대 기후로 변하고 있다는 증거인 것이다.

열대과일이나 채소를 우리나라에서 재배할 수 있고, 열대 어류들이 우리나라 해안가에서 잡히고, 남쪽에서만 재배되던 과일이나 채소를 중북부 지방에서도 재배할 수 있는 등 우리나라는 급속히 아열대 기후로 변하고 있다. 변하는 속도는 빠른데 여기에 적응하는 속도에 한계가 있다는 사실은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한 겨울 추위에 지치고 이른 봄이 되면, 봄꽃 소식을 기다리게 되는데 남녘에서 꽃소식이 들리기 시작하고 20일 전후해서 중부지방에서도 꽃이 핀다. 봄꽃이 피는 북상속도는 하루에 약 30km 정도인데, 이 속도는 온도가 올라가는 속도와 같은 것이다. 아열대 기후가 이렇게 북상한다고 생각하면 얼마나 아찔한가? 그렇지만 현실화 되어가고 있다.

고구마꽃은 메꽃, 나팔꽃과 비슷하게 생겼다.
▲ 고구마꽃 고구마꽃은 메꽃, 나팔꽃과 비슷하게 생겼다.
ⓒ 한정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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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상청 자료에 의하면 한반도의 연평균 기온은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1954~1999년에는 0.23℃/10년, 1981~2010년에는 0.41℃/10년, 2001~2010년에는 0.5℃/10년 증가한 것으로 온난화가 지속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지난해 이맘때에도 장맛비가 내리지 않고 한여름 불볕더위가 기승을 부렸었다.

올해는 어떤가? 5월부터 한여름 날씨를 보였고, 극심한 가뭄이 이어졌었다. 이런 현상이 더 이상은 기상이변이 아님을 받아들여야 한다. 기상이변이란 평상시의 기후값에서 크게 벗어난 기상현상을 말하는데, 해마다 기상이변을 겪는 것은 일상적인 기후가 되었다는 것이다.

최근 열대 태평양의 해수면 온도는 평균 28.9℃로 평년보다 1.8℃ 높은 상태로 중간 강도의 엘니뇨 상태가 지속되고 있으며 하반기 동안 계속 발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우리나라 주변의 해수면 온도는 평균 22.5℃로 평년보다 0.6℃ 낮은 상태이다. 엘니뇨로 인한 기상이변이 예측되고, 이런 상태가 지속되면 더 강력한 태풍이 올 가능성도 있는 것이다.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

기상현상은 어느 정도 예측이 가능하다. 예측이 가능하다는 것은 대비할 시간이 있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예측 가능한 시간보다 빠르게 진행되면 손을 쓸 수가 없다. 현재의 기후변화 속도는 이처럼 빠르다. 관성에 얽매여 있는 동안 예측가능한 대비도 못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 편집ㅣ홍현진 기자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블로그,e수원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고구마꽃, #기후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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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수원화성을 가슴에 안고 살면서 고전과 서예에 취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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