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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가 바위 절벽에 걸린 매봉전망대에서 관광객들이 시원한 바닷바람을 맞으며 해안풍광을 감상하고 있다. 그 아래로 배 한 척이 지나고 있다.
 바닷가 바위 절벽에 걸린 매봉전망대에서 관광객들이 시원한 바닷바람을 맞으며 해안풍광을 감상하고 있다. 그 아래로 배 한 척이 지나고 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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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오도 비렁길을 찾아간다. 이번에는 전남도청 노동조합이 주관하는 문화탐방 동행이다. 지난 8월 29일이었다. 탐방로는 비렁길의 3코스와 4코스다. 비렁길은 여수에 딸린 섬 금오도의 남쪽 해안을 따라 함구미에서 두포, 직포, 학동, 심포, 장지까지 18.5㎞에 이른다. 모두 5개 코스로 이뤄져 있다.

'비렁'은 벼랑의 여수지역 말이다. 비렁길은 들쭉날쭉한 섬의 해안절벽 벼랑을 따라 이어져 있다. 오래 전 주민들이 땔감을 얻고 낚시를 하러 다니던 길이다. 이웃마을로 마실 다니던 길이기도 하다. 비렁길의 3코스는 직포마을에서 갈바람통전망대, 매봉전망대를 거쳐 학동마을까지 3.5㎞에 이른다. 4코스는 학동마을에서 사다리통전망대, 온금동을 거쳐 심포마을까지 3.2㎞다.

여수 돌산도 신기항에서 여객선을 타고 금오도 여천항으로 들어간다. '여천(汝泉)'은 여자의 젖가슴처럼 생긴 매봉산(대부산)의 봉우리에서 흐르는 물이 맑고 깨끗한 데서 유래한다. 여기서 비렁길의 3코스가 시작되는 직포마을까지 버스로 이동한다.

금오도로 들어가는 바닷길에서 만난 어선. 물살을 힘차게 가르는 모습에서 풍어의 꿈을 본다.
 금오도로 들어가는 바닷길에서 만난 어선. 물살을 힘차게 가르는 모습에서 풍어의 꿈을 본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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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포마을 풍경. 바닷가에 우뚝 서 있는 노송에서 세월의 더께가 묻어난다. 비렁길 2코스의 종점이면서 3코스의 시작지점이다.
 직포마을 풍경. 바닷가에 우뚝 서 있는 노송에서 세월의 더께가 묻어난다. 비렁길 2코스의 종점이면서 3코스의 시작지점이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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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포(織浦)'는 옥녀봉의 선녀가 목화와 누에고치를 가져와 베를 짰다는 곳이다. 해안으로 깊숙이 파인 포구와 마을을 마전등산이 감싸고 있다. 바닷가에 우뚝 서 있는 노송에서 세월의 더께가 묻어난다. 2코스를 지나온 사람들이 잠시 쉬어가는 곳이다.

비렁길 3코스는 직포마을에서 나무데크로 만들어진 계단을 올라서면서 시작된다. 곧바로 동백나무 우거진 숲길로 들어간다. 한낮인 데도 어둑어둑하다. 하늘도, 바다도 보이지 않는다. 깊은 산속 같다. 거문도와 오동도의 그것에 버금가는 동백숲길이다. 길은 산허리를 돌고 돌아 아득한 벼랑 위로 올라선다. 경쾌한 율동감과 함께 탁 트인 바다 풍광이 모습을 드러낸다.

갈바람통전망대다. 갈바람, 즉 남서풍이 불어오는 곳이다. 거대한 두 개의 바위벽 사이로 불어오는 갈바람이 선선하다. 바닷가 바위에 올라앉은 소나무도 멋스럽다. 저만치서 갯바위 낚시꾼을 태운 배가 물살을 헤치며 달려오고 있다.

소나무 그늘에 숨어서 바라보는 바다가 눈에 부시다. 해안절벽이 아찔하고 바위도 기이하게 생겼다. 여행객들이 많이 찾는 1, 2코스보다 더 매혹적이다. 비렁길의 이름값을 톡톡히 하는 절경이다.

동백숲이 터널을 이루고 있는 비렁길의 3코스. 햇볕 한 줌 들지 않을 만큼 동백나무가 우거져 있다.
 동백숲이 터널을 이루고 있는 비렁길의 3코스. 햇볕 한 줌 들지 않을 만큼 동백나무가 우거져 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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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위벽 사이로 낚시꾼을 태운 배가 들어왔다가 돌아가고 있다. 비렁길의 갈바람통 전망대에서다.
 바위벽 사이로 낚시꾼을 태운 배가 들어왔다가 돌아가고 있다. 비렁길의 갈바람통 전망대에서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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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이 선사하는 녹색의 향기

갈바람통전망대를 뒤로하고 다시 숲길로 접어드니 오르막길이다. 솔방솔방 걸을 수 없는 길이다. 숨소리도 금세 거칠어진다. 숲길에는 여전히 소나무와 동백나무가 많다. 생강나무와 잰피나무, 다래나무도 보인다. 길섶에는 일반 머위보다 질기게 생긴 털머위가 무성하다. 마삭줄도 여기저기 뻗어있다. 숲이 선사해주는 녹색의 향기에 눈과 코가 호사를 누린다.

금오도에선 예부터 황장목(黃腸木)을 길러냈다. 소나무는 오래 묵을수록 속이 성숙해지고 붉은색을 띠면서 재질이 좋아진다. 병균에 대한 저항력도 강해진다. 궁궐을 짓거나 임금의 관을 짤 때 이 나무를 썼다. 하여, 민간인이 맘대로 드나들 수 없었다. 지금껏 원시림이 잘 보존된 연유다.

멀리서 보면 숲이 울창해 검게 보인다고 '거무섬'이었다. 한자로 표기하면서 금오도(金鰲島)가 됐다. 다도해 해상 국립공원으로도 지정돼 있다. 올망졸망 다도해를 품은 바다 풍광이 매혹적인 섬 금오도다.

비렁길 3코스에서 만나는 갈바람통. 두 개의 바위벽 사이로 들어오는 갈바람, 즉 남서풍이 시원하다.
 비렁길 3코스에서 만나는 갈바람통. 두 개의 바위벽 사이로 들어오는 갈바람, 즉 남서풍이 시원하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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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봉전망대에서 내려다 본 해안데크 길. 금오도의 들쭉날쭉한 해안 벼랑이 병풍처럼 펼쳐져 있다.
 매봉전망대에서 내려다 본 해안데크 길. 금오도의 들쭉날쭉한 해안 벼랑이 병풍처럼 펼쳐져 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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흘러내리는 땀을 닦으며 닿은 곳은 매봉전망대다. 깎아지른 절벽에 전율이 인다. 그 풍광에 내 몸이 빨려들어갈 것 같다. 반짝이는 바다도 눈에 부신다. 비렁길에서 첫 번째 손가락에 꼽을만한 경물이다. 탄성이 절로 나온다.

절벽위에 걸쳐놓은 전망데크에 서니 바닷바람이 시원하다. 목덜미를 타고 흐르던 땀방울이 금세 식는다. 풍광도 거칠 게 없다. 길을 걷던 여행객들도 오랫동안 쉬어간다. 안개 속에서 나로우주센터가 희미하게 보인다.

매봉전망대 주변은 바위지대다. 그 위에 나무데크로 길을 놓았다. 바다풍광에 걸음은 여전히 더디다. 바위와 바위 사이에 부처손이 많이 붙어있다. 언뜻 이끼를 닮았지만, 항암에 특효가 있다는 산야초다.

매봉전망대 부근의 바위에 붙어있는 부처손. 이끼처럼 생겼지만 항암에 특효가 있다는 산야초다.
 매봉전망대 부근의 바위에 붙어있는 부처손. 이끼처럼 생겼지만 항암에 특효가 있다는 산야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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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렁길 3코스의 오르막길을 올라 온 여행객이 잠시 숨을 돌리고 있다. 그 옆으로는 해안풍경이 펼쳐진다.
 비렁길 3코스의 오르막길을 올라 온 여행객이 잠시 숨을 돌리고 있다. 그 옆으로는 해안풍경이 펼쳐진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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갠자굴통 삼거리에서 비렁다리를 만난다. 갠자굴통의 협곡 사이를 이어주는 출렁다리다. 다리 가운데쯤이 강화유리로 돼 있다. 내려다보이는 협곡과 벼랑에 소름까지 돋는다. 가락지처럼 생긴 이 다리를 연인이 같이 건너면 결혼에 성공한단다. 벌써 '언약의 다리'로 입소문을 타고 있다.

비렁길은 언약의 다리를 건너 비교적 평탄한 해안길과 만난다. 길의 경사도와 상관없이 바다풍광에서 눈을 뗄 수가 없다. 뉘엿뉘엿 걸으니 3코스의 종점 학동마을이다. 동쪽 산의 생김새가 학을 닮았다고 이름 붙었다. 해방 전까지는 '원학'으로 불렸다. 바닷가에 들어앉은 마을이 다소곳하다. 골골마다 이어지는 돌담도 정겹다.

비렁다리를 건너던 여행객이 강화유리로 된 부분을 통해 벼랑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다. 비렁다리는 갠자굴통의 협곡 사이를 이어주는 출렁다리다.
 비렁다리를 건너던 여행객이 강화유리로 된 부분을 통해 벼랑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다. 비렁다리는 갠자굴통의 협곡 사이를 이어주는 출렁다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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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동마을에서 만난 60대 아낙네가 방풍밭에서 잡풀을 뽑고 있다. 금오도 곳곳에 이 방풍나물이 자라고 있다.
 학동마을에서 만난 60대 아낙네가 방풍밭에서 잡풀을 뽑고 있다. 금오도 곳곳에 이 방풍나물이 자라고 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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밭에는 방풍나물이 지천이다. 중풍과 산후풍, 당뇨에 특별한 효능이 있다고 소문난 나물이다. 남자의 바람기를 잡아준다는 우스갯소리도 전해진다. 밭에서 한 아낙네가 풀을 뽑고 있다. 60대 중반이라는 아낙네는 "예전엔 소득이 괜찮았는디, 지금은 별로"라고 했다. "돈이 된다고, 여기저기서 많이 심은 탓"이란다.

학동마을에서 시작되는 비렁길 4코스는 숲길이다. 바다도 보이지만 산길에 가깝다. 길은 사다리통 전망대를 거쳐 심포(深浦)마을로 이어진다. 포구가 깊다고 '깊은 개'로도 불린다. 심포에서 길은 5코스로 접어들어 망산봉수대를 거쳐 장지마을로 이어진다.

금오도의 해안 벼랑을 따라 여행객들이 걷고 있다. 비렁길은 이렇게 금오도의 남쪽 해안의 벼랑을 따라 이어진다.
 금오도의 해안 벼랑을 따라 여행객들이 걷고 있다. 비렁길은 이렇게 금오도의 남쪽 해안의 벼랑을 따라 이어진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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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렁길을 걷던 여행객이 잠시 멈춰 서 해안 풍광과 마을을 바라보고 있다.
 비렁길을 걷던 여행객이 잠시 멈춰 서 해안 풍광과 마을을 바라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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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 찾아가는 길
여수항이나 돌산도 신기항, 백야도 백야항에서 배를 탄다. 백야항(여수시 백야해안길71)에서는 함구미로 07:20, 09:10, 10:50, 15:40 4회 운항한다. 이 가운데 07:20, 15:40 배는 함구미를 거쳐 직포까지 간다. 신기항(여수시 신기길27-1)에선 여천항으로 데려다준다. 07:45, 09:10, 10:30, 12:00, 14:30, 16:00, 18:00 7회 운항한다. 여수항(여수시 여객선터미널길 17)에선 함구미로 06:10, 09:50, 14:50 3회, 여천과 우학으로 06:20, 14:30 2회 운항한다. 배가 도착하는 시간에 맞춰 남면버스가 운행한다.



태그:#비렁길, #금오도, #매봉전망대, #갈바람통전망대, #비렁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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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찰이 일상이고, 일상이 해찰인 삶을 살고 있습니다. 전남도청에서 홍보 업무를 맡고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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