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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 5월 세월호 참사 추모집회를 주도한 혐의로 구속된 박래군 4·16연대 상임운영위원이 포승줄에 묶인 채 7월 22일 오전 서울 종로경찰서를 나서 호송 차량에 오르고 있다.
 지난 4, 5월 세월호 참사 추모집회를 주도한 혐의로 구속된 박래군 4·16연대 상임운영위원이 포승줄에 묶인 채 7월 22일 오전 서울 종로경찰서를 나서 호송 차량에 오르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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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오전 10시 5분, 그가 도착했다. 이날로 91일째 구속 수감 중인 탓인지 거뭇거뭇한 얼굴은 다소 야위어 있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311호 법정을 채운 방청객 약 50명은 이마저도 반갑다는 듯 '피고인석'에서 좀처럼 눈을 떼지 못했다. 세월호 참사 유족들도 말없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곧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심규홍)는 '피고인 박래군'의 첫 공판을 시작했다.

지난 7월 30일 검찰은 박래군 4·16연대 상임운영위원을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아래 집시법) 위반 등으로 기소했다. 검찰은 그가 지난해부터 주최해온 세월호 참사 추모집회에서 일어난 각종 불법행위를 주도했다고 봤다. 또 함께 4·16연대에서 활동하는 김혜진 운영위원이 그를 도왔다며 함께 기소했다.

그런데 두 사람의 혐의는 달랐다. 검찰은 박 위원의 경우 집시법 위반만이 아니라 최소 징역 3년에 처할 수 있는 특수공무집행방해치상까지 저질렀다고 했다. 며칠 뒤에는 '7시간 행적 의혹'을 제기, 박근혜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혐의까지 추가했다. '꼭 처벌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셈이었다.

☞ 세월호 집회 불법·폭력행위는 박래군만의 책임?
☞ 박래군, "박근혜 마약·보톡스?" 발언으로 추가 기소

무거운 혐의 하나둘 추가... '박래군 처벌' 벼르는 검찰

박래군 위원은 검찰의 기소 자체를 두고는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다. 그는 다만 재판부를 향해 "제 혐의만 두고 재판이 이뤄진다면 본질을 잃어버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오늘은 547번째 4월 16일"이기 때문이라는 이유였다.

"지난해 4월 16일, 정부는 단 한 명도 구조하지 못했고 이후 잔인한 폭력성을 드러냈다.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시민들이 먼저 밝힌 촛불을 따라 같이 들고 유족 곁에서 손을 잡아주는 것이었다. 그런데 (2015년) 4월은 정부가, 국가가 집중적으로 세월호 참사를 잔인하게 덮으려는 종합 기획을 했던 때다. 거기 맞서 할 수 있는 것은 평화적인 집회와 시위밖에 없는데 (정부가) 이것도 폭력적으로 막으려 했던 일이 이 사건 배경이다.

오늘로 547번째 4월 16일인데, 제가 해온 일은 사실 큰 게 없다. 유족들이 스스로 논의하고 결정해서 '진상 규명, 책임자 처벌, 안전사회 만들자'고 한 것이 당연히 해야 하고 꼭 필요한 일이라 같이 해야 한다는 심정으로 함께 했다. 이런 부분을 문제 삼고 처벌한다면 우리 사회는 암담하다. 세월호 참사의 의미를 감안해서, 유족들과 저희 4·16연대 회원들, 시민들이 함께 주장하고 외쳤던 것들이 무엇인지를 감안해서 재판이 진행되길 바란다."

김혜진 위원 역시 재판부에게 자신의 유무죄 판단을 떠나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사건을 이해해달라고 했다. 그는 "검찰과 경찰은 약간의 교통 방해 등을 '공공의 안녕이 위협당하는 상황'으로 이해하는 것 같다"며 "국가가 시민의 자유를 억압하며 유족을 모욕하고, 안전사회는 만들어지지 않고 시민들은 침묵할 수밖에 없는 것이야말로 위협"이라고 했다.

이어 "이 재판이 참사의 진실을 바라는 시민들의 갈망, 안전사회를 바라는 절실함이 드러나는 재판이길 바란다"며 "이 마음들이 처벌받는 순간 많은 이들이 절망을 느낄까 두렵다"고 했다.

변호인들 "검찰 기소, 문제 많아"

변호인들은 검찰의 기소 자체에도 문제가 많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박 위원과 김 위원의 공소사실 중에는 두 사람이 집회 장소에 참석하지 않았는데도 혐의를 적용한 부분이 있다고 했다.

또 경찰이 집회가 열린 광화문 광장 주변을 차벽으로 에워싸고 참가자들에게 물대포와 최루액을 난사하는 등 과도하게 공권력을 행사했던 만큼 참가자들이 여기에 맞선 것을 불법으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변호인들은 박래군 위원이 집회 참가를 독려했을 뿐이며 참가자들이 어떤 '조직'을 이루고 있지 않은 만큼 '피고인이 불법 행위를 지시했다'는 공소사실 역시 무죄라고 덧붙였다. 박 위원은 '세월호 참사 당일 박근혜 대통령 행적 중 7시간이 드러나지 않았다'는 의혹을 조사해봐야 한다고 말했을 뿐이라며 박 대통령 명예훼손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도 말했다.

한편 박 위원은 9월 17일 재판부에 보석을 신청했다. 변호인들은 그가 증거를 없애거나 도망갈 우려가 전혀 없고, 10년 이상 징역을 살아야 하는 수준의 무거운 범죄를 저지르지 않았다는 이유를 들었다.

또 수면무호흡증 등 크고 작은 건강 문제가 있는 데다 독방에서 지내면서 동영상과 사진 등 디지털 증거를 확인하기 어려워 방어권을 행사하기 힘들다고 했다. 박 위원은 법정에서 "재판에 충실히 임하겠다"며 "재판부에서 신중하게 생각해달라"고 말했다. 재판부는 심리를 좀 더 진행한 뒤 그의 보석 허가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태그:#박래군, #세월호, #박근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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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정치부. sost38@oh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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