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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서울 관악구청에서 불법현수막 근절대책을 논의하는 토론회가 열렸다.
 23일 서울 관악구청에서 불법현수막 근절대책을 논의하는 토론회가 열렸다.
ⓒ 관악구청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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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 어느 곳에 가보니 '현수막집중단속기간'이라고 쓴 현수막이 걸려있더라. 코미디다. 오른손으로 불법을 단속해야 하는 구청이 왼손으론 스스로 불법을 저지르고 있다."

23일 오후 서울 관악구청 8층 대강당에서는 '아름다운 도시환경 조성을 위한 현수막 정비·관리방안 정책토론회'라는 긴 이름의 토론회가 열렸다. 그러나 간단히 말하면, 불법 현수막을 어떻게 근절할 것이냐는 토론이다.

현행 옥외광고물 등 관리법은 지정된 게시대가 아닌 곳에 설치된 현수막은 모두 불법이다. 가게나 기업 같이 민간에서 내건 현수막도 문제겠지만 이날 토론회에서 집중 거론된 것은 주로 공공기관이나 정당에서 내건 것들이다.

공공기관은 이들 불법현수막을 단속해야 하는 입장이면서도 한쪽으로는 자체 정책의 홍보를 위해 현수막을 걸고 있으며, 모범을 보여야 하는 정당들은 한술 더 떠 '현수막 전쟁'이라 불릴 만큼 현수막을 통한 정책 홍보에 열을 올려 거리 경관을 해치는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기 때문이다.

"현수막이 홍보효과 가장 높아... 앞으로 더 심해질 듯"

"섭외를 받았지만 (솔직히) 나오기 싫었다"고 입을 뗀 정우윤 새정치민주연합 서울시당 홍보국장은 "현수막을 적재적소에 걸 경우 홍보효과가 가장 높기 때문에 불법성을 알고 있으면서도 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정 국장은 "국정교과서, 노동개혁 등 국면에서 새누리당이 현수막을 주도적으로 걸고 있고 우리는 뒤늦게 대응하고 있다"면서도 "내년 4월 총선이 있는 만큼 앞으로 상황이 더 심해질 가능성이 높다"며 당 차원의 개선방안이 필요함을 인정했다.

정 국장은 최근 중앙당으로부터 시도당이나 지역위 별로 현수막에 담당자를 명기해 관리책임을 지우고, 현수막업체와 계약을 맺을 때 게시하는 것 뿐만 아니라 떼는 것까지 책임을 지도록 하라는 공문을 받았다고 밝혔다.

새누리당쪽 대표로 나온 민영진 관악구 의원은 현수막의 대부분은 옥외광고관리법 위반이므로 정당은 적법한 홍보수단으로 디지털 홍보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 의원은 "LED 전자현수막을 도입하면 초기비용은 많이 들어도 도시미관 유지도 할 수 있고 지방세 수입도 될 것"이라며 "국회에 계류중인 옥외광고물관리법을 얼른 개정해서 전자현수막 게시대를 설치 운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사회를 맡은 임병욱 한국전광방송협회 회장은 "옥외광고물관리법이 현재 국회에서 소위만 통과하고 계류중인데 빨리 통과시켜 전자현수막을 설치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양당에 주문했다.

이날 양당 대표들로부터 불법현수막을 걸지 않겠다는 답은 결국 나오지 않았다.

그러자 자체회의에서 내년에는 현수막을 달지 않을 것을 결의하고 나왔다는 박승한 관악사회복지 상임이사는 "정당이 불법임을 알면서도 홍보효과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계속 걸겠다면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불법행위를 조장하겠다는 것이나 다름 없다"며 "대체수단을 개발하도록 노력해달라"고 주문했다.

"오른손으로는 단속하면서 왼손으로는 불법을 저질러"

김정수 한국옥외광고 정책연구소장은 주제발표에서 "업소나 공공기관, 정당 등의 입장에서 보면 현수막은 가장 효과가 좋은 홍보수단이라는 점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도 "그러나 지정게시대가 아닌 가로에 거는 현수막은 모두 불법이며 가로경관을 해치고 사고위험까지 있는 만큼 이제 근절 대책을 세워야 할 때"라고 말했다.

김 소장은 특히 "토론회가 열리고 있는 현재도 관악구청 앞에 구청측이 내건 현수막이 3장이나 붙어있더라"며 "단속을 해야 할 주체가 스스로 불법을 저지르는 게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김 소장은 이어 "구청이 지속적으로 단속하는 한편 유럽에서 시행하고 있는 차폐형, 원통형, 세로형 같은 다양한 게시대를 개발설치하는 등 출구전략 마련이 시급하다"고 제안했다.

최영균 서울시옥외광고협회 회장은 "예전엔 지정된 게시대가 많았지만 지금은 다 철거하다보니까 달 데가 없다"며 "게시대가 많이 늘어나야 불법 현수막이 없어진다"고 말했다.

그러나 고은정 명지대 겸임교수는 "가로 경관을 위해 첫 번째로 불법 현수막이 없어져야 한다"면서도 "지정게시대가 가로경관에 그리 좋은 대안은 아니다"고 말했다.

박진애 종로구청 광고물팀장은 단속공무원들이 주말에도 나와서 일하면서도 생계형 현수막들까지 야박하게 단속한다는 비난을 듣는다며 "차라리 날짜나 요일을 정해서 하루 정도는 맘껏 게시하게 하고 다른 날은 과태료를 제대로 부과하는게 좋겠다"고 하소연했다.

"로마시청은 떼는 대신 과태료 스티커 붙인다"

위성연 한국옥외광고센터 간판개선부 과장은 "로마시청은 공무원이 불법현수막을 발견하면 제거하지 않고 그대로 스티커를 붙이고 1㎡에 100유로의 과태료를 부과한다"며 처벌을 강화할 것을 제안했다. 스티커를 붙이면 사람들이 현수막 부착행위가 불법이라는 것을 알리는 효과도 있다는 것이다.

민경조 행정자치부 주민생활환경과 사무관은 "불법 현수막 문제를 비정상의 정상화 과제에 포함시키는 등 정부도 관심이 많다"며 "공공기관이나 지자체, 정당이 내건 현수막은 다른 지자체와 교차단속, 민간과 합동점검 등을 통해 우선적으로 정비하려고 한다"며 봐주기 의혹을 부인했다.


태그:#불법현수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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