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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이 끝난 고3 수험생들과 마찬가지로, 입시 준비로 손바닥에 땀이 나는 중3 학생들도 있다. 지난주 13일부터 특목고 1차발표가 시작되어, 아이들의 긴장감을 더욱 더 고조시켰다.

고입 선발고사를 보지 않는 중3들은 나름 새로운 고등학교 생활에 설레는 모습을 보이지만, 그렇지 않는 아이들은 자기소개서와 생활기록부를 손에서 놓지 못하는 대조적인 모습을 보인다.

이번주 토요일부터 2차면접 평가가 시작된다. 아이들을 내신성적으로 줄 세우는 것이 아닌, 아이들의 사고력, 창의력, 학습법, 독서이해력, 인성 등 종합적인 심층평가를 하는 것이다. 

방과 후, 수학문제집과 영어문제집 대신 너덜너덜해진 자기소개서와 면접 평가지를 손에서 놓지 못하는 아이들을 볼 수 있었다. 준비한 지 한두 달 되지 않은 친구들이 있는가 하면, 1년 전부터 차근차근 준비한 이들도 있었다.

제각각 준비한 기간과 언어 구사력에 따라, 가상 면접 결과가 다르게 나온다. 언변력이 좋아서, 조금만 다듬으면 멋스러운 면접을 하는 아이들, 소심하고 숫기가 없어서 눈만 마주치면 울음을 터트리려는 아이들까지 정말 다양하다.

"위인전 읽는 것 같은 답변... 안타지만, 당연하다"

학생들이 가상 면접하는 모습이다.
▲ 면접 너무 떨려요 학생들이 가상 면접하는 모습이다.
ⓒ 이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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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스토리텔링이 전혀 없어, 마치 위인전 읽는 거 같아"

나는 1년 정도 아이들 면접을 지도해주고 있다. 처음 면접을 하러 들어오면, "쌤, 저 다시 할게요", "어떻게 말해야 하는지 모르겠어요", "차라리 수학문제 하나 더 풀면 안 돼요?"라는 말을 간혹 한다. 열심히 준비했는데 떨려서 자기 생각을 제대로 펼치지 못해 울면서 나가는 친구들도 있었다.

면접을 생전 처음 하는 아이들의 공통점은 질문에 대한 답을 간단 명료하게 이야기 한다는 점이다. 마치 수학 문제인 1+1=2인 것처럼. 자신이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와 사례는 전혀 들어가 있지 않았다. 간혹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하는 것조차 뉴스를 시청하는 느낌이 들 정도 였다.

"본인의 인생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사람에 대해 말해주고, 왜 기억에 남는지 이유도 함께 설명해 주세요."
"저는 부모님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그 이유는......"

생활기록부와 자기소개서에 쓴 내용을 읽다보면, 동아리활동, 봉사활동 및 학교 활동들이 유사하다. 학생들이 꿈꾸는 진로를 탐색하고 연구하며, 그에 관련된 교과 외 활동을 하기엔 너무나 시간적, 공간적 제한을 받는다.

아침 9시부터 등교하여 관광 버스 식의 일렬행 자세로 선생님의 얼굴만 맞대고, 하루 종일 오후 3, 4시까지 수업을 듣는다. 본인의 생각을 말할 수 있는 시간은 대략 얼마나 될까? 또 종례 시간이 끝나자마자, 학원, 독서실로 향하는 학생들이 대다수일 것이다.

다른 친구들보다 1점 더올리기 위해 말이다. 이런 학생들에게 자기 주도적 학습을 어떻게 해 왔고, 본인이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한 활동을 설명하라 한다면 아이들은 넋이 나갈 수밖에 없다.

그나마 이번 년에 도입된 자유학기제가 지금 중3 학생들이 겪고 있는 고민을 덜어 줄 수 있는 최상위 방안이라 하지만, 전체적인 교육시스템의 흐름과 목적이 바뀌지 않고 새로운 대안만 실현하려는 우리 어른들이 고민하는 시간을 더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금도 거울을 보며, 녹음기를 켜고 본인이 입학하는 동기와 진로를 꿈꾸게 된 계기를 달달 외우고 있는 학생들이 있을 것이다. 2년 반이라는 중학 생활을 약 20분 되는 면접으로 표현하려는 학생들을 응원한다.


태그:#면접, #학교, #입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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