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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운동가 우당(友堂) 이회영(李會榮)의 손자이자 대한민국 임시정부 기념관건립추진위원장인 이종찬 전 국정원장과 임정기념관 건립과 임정 법통에 대해 나눈 역사 인터뷰를 2차례 나눠 싣는다. - 기자 말

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관 건립추진위원장 이종찬 전 국정원장
 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관 건립추진위원장 이종찬 전 국정원장
ⓒ 조호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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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월 1일, 대한민국임시정부(임정) 기념관설계비(10억원) 예산이 여야 합의로 통과됐다. 이 소식을 접한 이종찬(80) 임정기념관건립 추진위원장은 다소 흥분했다. 4선 국회의원을 역임하고 정무장관과 대통령직 인수위원장, 국정원장까지 지낸 원로가 들뜬 것은 10년 넘게 기념관 건립을 추진하면서 무산의 아픔을 여러 차례 겪었기 때문이다.

이 위원장에게 임정기념관 건립은 남다르다. 그는 임정이 있는 상해 프랑스 조계에서 1936년 태어났다. 할아버지 우당은 독립군 양성소인 신흥무관학교를 설립하는 등 목숨과 전재산을 독립운동에 바쳤고 조선을 떠났던 6형제 중 초대 부통령을 지낸 작은 할아버지 이시영 선생만 살아서 환국했다. 그에게 임정과 독립운동은 조국을 위해 모든 것을 바친 가문 역사의 현장이다.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신교동 우당기념관에서 이종찬 추진위원장과 임정기념관 건립과 임정 법통에 대한 역사 인터뷰를 했다. 이 위원장은 "그동안 기념관 추진이 여러 차례 무산됐는데 이번에는 순조롭게 첫 발을 뗐다"면서 "3․1운동과 임정수립 100주년인 2019년에 임정기념관을 개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구멍 뚫린 대한민국 정통성, 2019년 임정기념관 건립으로 확보

2015년 12월 1일부터 9일까지 광화문광장에서 열리고 있는 대한민국 임시정부 환국 70주년 전시장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윤경로 친일인명사전 편찬위원장과 이종찬 위원장
 2015년 12월 1일부터 9일까지 광화문광장에서 열리고 있는 대한민국 임시정부 환국 70주년 전시장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윤경로 친일인명사전 편찬위원장과 이종찬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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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정기념관 추진위는 언제 출발했나요.
"지난 7월 17일 '대한민국 임시정부 기념관건립준비위원회'로 출발, 지난달 23일 창립총회를 개최하면서 추진위로 전환했습니다. 추진위와 임정기념사업회(회장 김자동)는 지난 1일부터 9일까지 광화문광장에서 대한민국 임시정부 환국 70주년 기념전시회를 개최하면서 독립운동과 임시정부 역사를 국민에게 알리는 일을 시작했습니다."

- 임정기념관 건립은 어떤 의미입니까.
"상해를 비롯해 중국의 5개 도시에 임정기념관이 있고, 파리에도 임정기념관이 있는데 본산인 대한민국에는 임정기념관이 없습니다. 정통성에 구멍이 뚫린 것처럼 부끄러운 일입니다. 예산 통과 소식을 듣고서 부끄러움과 기쁨이 교차했습니다. 임정기념관 건립 기초 예산이 여야 합의로 통과된 것은 큰 의미가 있다고 할 것입니다."

- 광복 70년에 이르도록 임정기념관을 짓지 못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이명박 대통령이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을 추진하면서(2012년 개관)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가진 임정 역사는 외면했습니다. 이명박 정부는 백범 김구 선생을 테러리스트로 규정한 뉴라이트와 손을 잡고 임정을 무력화 하려는 건국60주년기념사업을 추진했다가 광복회원들이 훈장을 반납하는 등의 사태를 야기한 바도 있습니다. 이처럼 반역사적인 세력과 몰역사적인 정치인의 방해로 임정은 해방 이후 계속 위태로웠습니다."

1948년 8월 15일 대한민국 정부수립을 기념해 발행판 기념우표에도 '정부수립기념'이라고 되어 있다.
 1948년 8월 15일 대한민국 정부수립을 기념해 발행판 기념우표에도 '정부수립기념'이라고 되어 있다.
ⓒ 우당기념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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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과서 국정화로 역사 혼란이 극심합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9월 4일 상해 임정청사 재개관식에 참석해 '우리 역사(대한민국)의 뿌리(정통성)와 민족의 자긍심이 (임정에)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지난 광복절 경축사에서는 '광복 70주년이자 건국 67주년을 맞는 역사적인 날'이라고 말실수했습니다. 이것은 현대판 일진회인 뉴라이트 세력이 대통령의 역사관에 혼란을 일으키기 때문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 황교안 국무총리의 역사교과서 담화문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황 총리는 지난 11월 발표한 담화문에서 '현행 역사교과서가 1948년 8월 15일에 대해 북한은 국가 수립이라고 표현하면서 북한에 국가 정통성이 있는 것처럼 왜곡하고, 대한민국은 정부 수립으로 국가가 아니라 정부단체가 조직된 것처럼 의미를 축소했다'고 발표했는데 이것은 무엇인가 착각하고 있는 것입니다.

1919년 4월 11일 상해 임시 의정원(의장 이동녕)에 의해 국호(國號) 대한민국이 수립됐습니다. 1919년 3․1운동의 독립정신을 토대로 국민이 주인인 '대한민국'을 선포한 것입니다. 이때 건국됐으니 1948년 8월 15일은 정부 수립일입니다. 그날 중앙청에 갔더니 '대한민국 정부수립기념 국민축하식'이라는 플래카드가 걸려 있었고, 이를 기념해 발행한 우표에도 '정부수립기념'이라고 되어 있습니다. 이처럼 임시정부였던 대한민국이 국토를 회복하면서 정부를 재건한 것인데 황 총리는 담화를 통해 역사를 왜곡했습니다."

"뉴라이트는 현대판 일진회... 박근혜 대통령은 뉴라이트 경계해야"

김자동 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사업회 회장(오른쪽에서 2번째) 등과 함께 전시회를 관람하고 있는 이종찬 위원장(맨 오른쪽)
 김자동 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사업회 회장(오른쪽에서 2번째) 등과 함께 전시회를 관람하고 있는 이종찬 위원장(맨 오른쪽)
ⓒ 조호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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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정을 부정하고 왜곡하는 세력이 있습니다.
"어느 시대에나 역사를 좀먹고 민족을 배신하는 세력은 있었습니다. 일제 강점기에는 일진회였고, 현재는 뉴라이트가 그런 세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들이 임정기념관 건립을 방해할 가능성이 큽니다. 우당을 비롯해 집안 어르신들이 일진회와 싸운 것처럼 비록 팔순의 노구이지만 민족 정통성 확립을 위해 검은 세력과 맞설 것입니다. 역사 정의가 강물처럼 흐르면 검은 세력들은 민족의 이름으로 제압될 것입니다."

- 대통령이 국정화 논란 중심에 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현대판 일진회를 경계해야 합니다. 검인정 교과서가 완벽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문제가 있다면 수정 보완하면 될 일인데 국정화 논란으로 온 나라를 혼란스럽게 만드는 것은 온당치 않습니다. 일진회가 고종 황제를 속이면서 나라를 팔아넘긴 것처럼 현대판 일진회가 대통령을 속이고 있는 만큼 대통령께서는 뉴라이트를 멀리해야 합니다."

- 임정기념관에 담을 정신은 무엇입니까.
"국가 원로들에게 기념관 건립 방향을 이렇게 약속했습니다. 이승만, 김구, 안창호, 여운형, 김원봉까지 담아내는 화이부동(和而不同) 즉, 각자의 정치와 사상은 인정하면서 민족을 위해 화해하는 정신을 기념관에 담겠다고 했습니다. 임정도 좌우가 함께했다가 갈라섰고, 갈라섰다가 다시 합치는 화이부동 정신을 발휘했습니다.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면서 꽃피우는 게 민주주의 아니겠습니까.

이승만박사기념사업회 박진 회장을 만나서 화이부동 정신에 대해 의견을 나누었는데 공감해주었습니다. 박진 회장에게 감사드립니다. 독립운동 후손 및 청와대 관계자 등에게 화이부동 정신을 충분히 설명하면서 동의를 구했더니 이론의 여지 없이 받아들였습니다."

- 좌파까지 녹일 수 있을까요.
"임정 인사 중에는 좌파가 많았습니다. 해방 이후 친일파의 준동과 일시적 판단 잘못으로 월북했다가 불행하게 돌아가신 독립 운동가들이 있습니다. 대표적인 분이 약산 김원봉 선생입니다. 조국독립을 위해 헌신했음에도 남과 북에서 외면당한 영혼들을 누가 달래줘야 합니까. 좌파우파, 빨갱이 운운할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큰 품으로 안아주어야 합니다. 그것이 통일입니다."

- 역사 갈등이 심각합니다. 화해할 수 있을까요.
"역사 화해를 위해선 공칠과삼(功七過三, 잘한 게 칠이고, 과오가 삼이란 뜻)의 평가 방식이 필요합니다. 진영 논리가 아닌 민족 논리로 민족의 갈등과 한을 풀어야 합니다. 김구와 이승만의 대립구도를 화해구도로 전환해야 합니다. 이승만 박사도 잘한 게 있고 과오도 있고, 김구 선생도 잘한 게 있고, 과오도 있습니다."

- 임정 세력의 과오는 무엇입니까.
"이상과 정의를 부르짖은 임정 세력은 현실 정치 참여를 소홀히 하면서 결과적으로 친일세력을 청산하지 못했습니다. 임정 세력이 전략적 사고를 통해 현실정치에 참여했다면 친일세력을 어느 정도는 청산했을 것입니다. 부르짖기만 해선 정의를 세울 수 없습니다. 정의를 세우기 위해선 능력이 있어야 합니다. 저부터 무능했습니다. 반성합니다."

"서대문구의회 유력... 임정기념관은 민족의 자산이 될 것"

대한민국 임시정부 기념관 건립 후보지로 유력한 서대문구의회.
 대한민국 임시정부 기념관 건립 후보지로 유력한 서대문구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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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념관 건립부지 여러 곳이 거론됐습니다.
"보훈처는 서울시가 부지를 제공하면 기념관 건립은 정부가 하겠다고 했습니다. 박원순 서울시장에게 부지 제공을 요청했더니 여러 후보지를 제시한 가운데 독립공원(서대문 형무소) 바로 옆에 위치한 서대문구의회가 기념관 건립부지로 유력해졌습니다. 서울시가 대체 부지를 마련해주면 서대문구의회 자리를 기념관 부지로 협조하겠다고 이 지역 국회의원인 정두언 의원과 우상호 의원이 합의하면서 협조하고 있습니다."

- 서대문구의회 위치가 기념관의 적지인가요.
"민족수난의 현장이었던 서대문형무소가 독립공원으로 바뀌면서 애국선열들의 위패를 봉안하는 현충사가 운영되고 있습니다. 독립공원 입구의 독립문은 영은문을 헐고 세운 것입니다. 영은문(迎恩門)은 중국 황제의 은혜에 감사하기 위해 세운 사대주의 문으로 명나라 사신들이 한양에 들어올 때 여기를 통과했습니다.

임정기념관을 이 곳에 세우려는 것은 수난과 수모의 역사를 극복하자는 뜻이 담겨 있습니다. 임정기념관이 건립 돼 북측 관계자들이 방문한다면 남한의 정통성 운운하던 그들이 숙연하게 옷깃을 여밀 것입니다. 서대문 사거리에는 독립과 자유를 상징하는 오벨리스크(고대 이집트가 세운 기념비)를 세우고, 100주년에 맞춰 3․1운동 기념탑을 독립공원에 웅대하게 세웠으면 좋겠습니다. 독립공원에 3․1운동 기념탑이 있긴 하지만 너무 초라합니다.

서대문구의회에 서서 보면 남산과 독립공원이 한 눈에 보입니다. 다만 고가도로가 눈에 걸리는데 고가도로를 철거한다면 최고의 전망을 갖게 될 것입니다. 이곳의 최대 장점은 교통 접근성이 뛰어나다는 것입니다. 국민들이 언제든 찾아올 수 있는 곳, 대한민국 정통성을 그대로 보여주기에 이만한 곳은 없습니다. 박원순 시장이 이 일대를 독립 공원화하겠다는 계획을 밝혔고, 보훈처가 공간이 부족해 2835위 밖에 모시지 못한 순국선열 위패봉안소를 1만위 이상으로 확대해 애국지사 위패도 모실 계획입니다. 애국선열을 모신 현충사와 임정기념관, 그리고 독립공원이 확대 조성되면 이 곳은 국가와 민족의 큰 자산이 될 것입니다."

임정기념관 건립후보지인 서대문구의회에서 바라본 독립공원 일대. 남산타워가 한 눈에 들어온다.
 임정기념관 건립후보지인 서대문구의회에서 바라본 독립공원 일대. 남산타워가 한 눈에 들어온다.
ⓒ 조호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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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민의 관심이 아직은 크지 않은 것 같습니다.
"임정 역사를 주제로 한 영화 <암살>을 천만 명이 넘는 국민들이 관람했습니다. 친일청산을 하지 못한 것에 대해 국민이 아쉬워한다는 증거입니다. 그런 아쉬움을 풀면서 큰 틀로 나가는 기념관을 만들면 국민의 호응을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임정기념관은 민주시민을 양성하는 메카, 민족과 역사의 아픔을 달래는 민족의 자산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국민의 참여와 성원에 의해 추진되는 임정기념관이 되도록 국민운동을 전개할 계획입니다."

- 임정기념관 건립 전망은 어떨 것 같습니까.
"청와대와 여야를 비롯해 정관계 많은 분들의 의견을 수렴했는데 화이부동 정신에 동의했습니다. 기초 예산이 여야 합의로 통과한 것처럼 임정기념관 건립은 더 이상 거스를 수 없는 기운을 형성하고 있습니다. 기념관 건립을 반대하고 방해하는 세력이 있지만 역사의 물줄기를 바꾸진 못할 것입니다. 이제 진영 간의 많은 갈등과 차이를 용해해서 민족의 자산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국민 여러분이 힘을 모아 주십시오."

(관련 기사 : "백범이 정치 참여했으면 친일파 청산됐을 것")


태그:#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관건립추진위원회, #이종찬 위원장, #임시정부, #법통, #뉴라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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