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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돈내코에서 만난 돌탑
▲ 돌탑 제주 돈내코에서 만난 돌탑
ⓒ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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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병신년이 밝아오기 전, 12월 28일 위안부 관련 한일협상 관련 보도를 보면서 마음이 '턱!' 하고 막히는 느낌을 받았다. '박근혜 대통령이 아버지의 대를 잇고자 하는 것인가?' 하는 의구심이 들 정도였다.

종편에서는 종일 이 협상에 대해 치켜올리느라 혈안이 됐고, 나는 마치 무슨 질낮은 공상소설을 보는 듯했다. 그리고 이어 나오는 보도들은 더욱 더 충격적인 것이었다. 아베는 사죄하는 자의 자세가 아니었고, 국민들의 반대에 침묵하는 권력은 더욱 더 잔인해 보였다. 그러나 이 잔인함은 더욱더 날카로워져서 할머니들의 가슴을 후벼파고, 보통의 상식을 가진 국민들의 마음을 난도질하기에 충분했다.

엄마부대와 어버이연합 등 보수단체와 개인들이 주장하는 내용은 '설마' 하는 생각을 하지 않고서는 볼 수 없는 내용이었다. 용서는 강요되어져선 안 된다. 그 누구라도 피해자가 아닌 바에는 용서를 강요해서는 안 된다. 더군나다 무슨무슨 이익을 위해서 강요한다면, 그것은 '금수'만도 못한 짓이다.

영월 동강에서 만난 돌탑
▲ 돌탑 영월 동강에서 만난 돌탑
ⓒ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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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이 나라는 어쩌자고 '금수의 나라'가 된 것일까? 이런 생각들로 인해 지난해 연말부터 지금까지도 침울한 마음을 가눌 수가 없다.

1212회 수요집회에 많은 이들이 참석했다는 것에 위로를 받으면서도 여전히 망령처럼 날뛰는 저 보수들의 난동과 권력의 침묵은 어찌할 것인가?

그래도 그 와중에 '효녀연합'이나 '진짜 엄마' 등의 등장은 단비와 같은 소식이었다. 이런 유쾌발랄함과 올곧은 생각을 하고 있는 이들이 있는 한 우리는 여전히 희망을 가져야 하는 것일까?

새해 벽두부터 온통 물음표(?)였다. 그것도 50 중반을 바라보면서 말이다.

돌탑들을 생각했다.

작은 소원들이 켜켜이 쌓인 돌탑, 어떤 소원은 이미 이뤄졌을 것이고, 어떤 소원은 이미 망각됐을 수도 있다. 어떤 돌탑은 지금도 여전히 남아있을 것이며, 어떤 돌탑은 이미 무너져 버렸을 것이다. 그래도 여전히 소원을 비는 이들은 차고 넘쳐 어딘가에는 소원이 켜켜이 쌓인 돌탑이 지금도 그 누군가의 소원을 하늘에 빌고 있을 것이다.

경기도 용문사에서 만난 돌탑
▲ 돌탑 경기도 용문사에서 만난 돌탑
ⓒ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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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1980년대가 생각났다.

1980년 5월 광주를 테러한 군부독재는 해가 갈수록 국민에게 '광주민주화운동'을 잊으라고 강요했다. 주범 전두환 전 대통령이 백담사로 유배(?)까지 간 마당에 이젠 용서해야 하지 않겠는가 하는 오만방자한 주장이었다.

강압적이고 권위적인 용서를 강요하는 시대는 참으로 끔찍했다. 그런데 다시 우리는 용서를 강요당하는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그것도 가해자가 아니라, 국민을 지켜주지 못했던 국가로부터 말이다.

이런 일들을 국가가 뒤에서 조종하는 것이 아니라면, 엄마부대나 어버이연합이나 위안부 할머니들에게 막말을 해대는 이들을 국가는 사법처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오히려 국가는 소녀상을 지키겠노라고 이 추운 겨울에 그곳을 지키던 이들을 사법처리하겠다고 한다.

소매물도에서 만난 돌탑
▲ 돌탑 소매물도에서 만난 돌탑
ⓒ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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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정작 하는 일들은 4월 총선에서 어떻게 하면 표를 많이 얻을까에만 골몰하며, 선거의 중립을 지켜야 할 대통령은 친박이니 진박이니 하며 노골적으로 선거에 개입하는 듯하다. 그 장단에 춤추는 새누리당이나 분열을 거듭하고 있는 제1야당이나 잿밥에만 정신이 팔려있다.

그리고 분단을 적절하게 이용하는 것도 단골메뉴로 북한의 수소폭탄 실험을 이유로 다시 대북방송을 재개하겠다고 한다. 과연 그것이 얼마나 실효성이 있느냐의 문제를 따지기 전에, 적절하게 불안감을 조성해서 분단이데올로기를 이용한 장사나 해먹겠다는 속셈이 아니겠는가?

그런데도 국민들은 권력의 장난에 잘도 넘어간다. 이번 4월 총선에서 어부지리로 새우리당이 180석 이상을 얻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는 것을 보면 얼만큼 더 이 나라가 나락으로 떨어져야 국민이 정신을 차릴까 아찔하다.

답답하다.

'새해 소원 돌탑에 비나이다. 우매한 국민들 정신차리게 해주시오.'

눈물을 흘리고 있는 소녀상
▲ 소녀상 눈물을 흘리고 있는 소녀상
ⓒ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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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잊힐까.

잊혀진 역사는 반복되는 법인데, 세월호가 잊혀져가는 것처럼 소녀상도 이번 한일협상도 또 잊혀지고 4월 총선이 되면 국민 위에 군림하는 의원나리들 '저는 국민의 종입네' 읍소를 하면 또 찍어줄 것 아닌가?

도대체 이 나라는 왜 이렇게도 의문투성이의 질문을 해야만 하는 것일까? 정의로워야 예측가능할 터인데, 정의가 통하지 않으니 온통 의문문(?)일 수밖에 없다.

과거에 돌탑은 단지 소원을 빌기 위해서만 쌓았던 것이 아니다. 산을 오르다 만나는 큰 돌탑들은 전시에 사용하기 위해서 쌓아두기도 했던 것들이다. 민간신앙을 접목시키며 유사시에 나라를 지켜가고자 했던 것이다. 1980년대 민주화 운동의 과정에서 소위 '짱돌'의 위력은 군부독재로부터 국민을에게 민주주의를 선물했다.

그러나 이제 다시 민주주의는 30년 전으로 되돌아갔으며, 한일관계에서 조차도 굴욕적인 협상을 잘했다고 자화자찬하는 나라에서 살고 있다. 짱돌을 다시 들고 거리로 나갈 수는 없는 일이니 새해 소원을 돌탑에 빈다.


태그:#돌탑, #소녀상, #위안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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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소재로 사진담고 글쓰는 일을 좋아한다. 최근작 <들꽃, 나도 너처럼 피어나고 싶다>가 있으며, 사는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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