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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가 매년 개최하는 공모전 중 '20대 청춘! 기자상'이란 게 있다. 20대 시민기자들이 작성한 공모글 중에서 수상작을 선발하는 이 공모전이다. 2015년 청춘! 기자상 공모는 지난해 11월 11일부터 12월 30일까지 진행됐고, 결과는 1월 13일 발표됐다.

[기사수정: 22일 오후 9시 49분]

그 결과 4명의 당선자가 발표됐다. 대상 수상자는 없었고, 최우수상 2명과 우수상 2명이 선정됐다. 매년 청춘! 기자상 당선작을 보면 우울한 한국사회의 단면을 보여주는 내용이 많은 편이었는데, 이번에도 그랬다. 총 4편의 기사 중에서 3편이 아르바이트 노동자에 대한 이야기였다. 밤샘 알바, 빵집 알바, 비대학생 알바…. 자신이 경험하거나 사람들을 인터뷰해 작성된 20대의 노동에 대한 이야기였다.

<오마이뉴스>는 심사평을 통해 "이번 '청춘! 기자상'에 응모한 기사들을 보면서 청년들의 노동 환경이 얼마나 열악한지, 취업이라는 화두에 얼마나 많은 청춘이 가슴 답답해하는지 알 수 있었다"라고 평가했다.

설을 앞두고 20대의 아르바이트 노동을 주제로 기사를 작성해 당선된 세 명의 시민기자를 만나봤다. 취재의 뒷이야기가 궁금하기도 했고, 왜 이러한 주제로 글을 쓰게 됐는지 속내도 궁금했다. 그리고 약속을 잡으면서 그 세 명에게는 공통점이 있다는 것도 알게 됐다. 바로 '알바노조 조합원'이라는 사실 말이다.

20대 청춘, 주변을 돌아보다

왼쪽부터 신혜연, 이찬우, 이가현 시민기자
▲ 오마이뉴스 2015년 청춘!기자상 수상자들 왼쪽부터 신혜연, 이찬우, 이가현 시민기자
ⓒ 강서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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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청춘! 기자상에서 최우수상에 선정된 이가현 시민기자는 2014~2015년 알바노조가 맥도날드 관련 문제제기를 시작하는 데 있어서 중심 인물로 역할을 했던 이었다. 맥도날드에서 일하는 기간 동안 노동조합 활동을 하고, 맥도날드 노동자에 대한 문제제기를 한다는 것에 주의당한 적이 있었는데, 맥도날드에서 계약만료를 이유로 해고를 통보했기 때문이었다. 그 이후, 파리바게트에서 아르바이트 노동자로 근무했는데 또 해고를 당했다. 이가현 기자는 그 곳에서 체불임금을 받아내는 과정을 담담하게 그려냈다(관련기사 : '노동법 위반율 90%' 무시무시한 빵집 알바 이야기).

"파리바게트에서 아르바이트 2달 반을 하고 해고당했어요. 그때 <오마이뉴스>에서 청춘!기자상 공모전을 진행한다는 소식을 들었고, 찬우씨(이찬우 시민기자)에게 써보라고 이야기해줬죠. 인터뷰이 연결을 도와주다가 내가 해고된 이야기를 써보자는 생각이 퍼뜩 들었어요. 진정을 넣고 어떻게 받았는지에 대해서 쓰게 됐죠. 알바노조에서도 프랜차이즈 아르바이트 노동자를 위한 모임을 해보자는 계획이 있어서 내 사례부터 정리해보자면서요."

이번 공모에서 우수상 수상자로 선정된 이찬우 시민기자는 이가현씨와 알고 지내던 사이였다. 알바연대가 처음 생기던 2012년, 박정훈 위원장이 가입을 권유했고, 지난해 3월 조합원으로 전환했다. 대학에서 신문방송학을 전공하고 있는데, 휴학한 동안에 이가현씨가 20대 청춘! 기자상을 써보는 게 어떻겠냐고 말했다.

"주제를 고민하는 과정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에 진학하지 않고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청년들에 대한 인터뷰 기사를 쓰자고 생각했어요. 전에 청소년 운동을 했던 경험이 있어서 그것을 바탕으로 주변에 비대학생 청년노동자들을 찾게 됐죠. 그렇게 여러사람을 인터뷰하면서 기사를 쓰게 됐어요."(관련기사 : 편의점의 '대학생' 알바, 뭐가 잘못됐을까 )

2015 청춘! 기자상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한 신혜연 시민기자는 알바노조 조합원이 된 지 석 달도 되지 않았다. 지난해 말, 민중총궐기 진압한 공권력에 대한 '합법폭력 간담회' 때 강의를 듣고는 알바노조 조합원으로 가입하게 됐다. 청년단체 '리빙액트'가 서울노동권익센터의 지원사업을 통해 관악구 청년들의 '심야노동 실태조사'를 진행했는데, 이를 바탕으로 르포기사를 작성했다(관련기사 : 돈 때문에 '밤샘알바', 청년들이 위험하다).

"지난해 방학에 서울시노동권익센터 '나와 노동'이라는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됐어요. 그때 리빙액트에서 야간알바 팀에 속하게 되었는데, 발을 빼고 취업준비를 하며 제대로 활동하지 못하게 됐는데요, 리빙액트에 여쭤보니 기사화되지 않았더라고요. 대학에서 하는 저널리즘 실습 강좌를 듣고 있을 때였는데 자료를 받아서 기사를 완성하게 됐어요. 쓴 기사이니 알리고 싶었는데, <오마이뉴스> 청춘! 기자상 공모를 보고 마감 전날에 제출하게 됐어요."

각기 어려웠던 취재의 뒷이야기

알바연대에서 서울시 내 야간아르바이트 노동자들을 만나 노동권 관련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알바연대에서 서울시 내 야간아르바이트 노동자들을 만나 노동권 관련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 알바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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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가현씨는 부모님이 동네에서 마트를 해서 어렸을 때부터 가게 일을 도왔고, 아르바이트 현장에서도 일을 꽤 잘하는 편이었다. 이찬우씨는 청소년에게 술을 팔았다는 누명을 쓰고(실제 팔지 않았다) 편의점에서 해고당했다. 영화관에서 8개월 일했는데, 규정이 너무 엄해 힘들어했다. 대행사나 기획사에서 하청을 줘서 마케팅을 위해 인터넷이나 앱에 글을 쓰는 일도 했었다. 신혜연씨는 안경집에서 안경을 파는 알바를 했었는데, 앉아 있지 못하는 문제가 가장 힘들었다고 한다.

다들 아르바이트 노동자이거나 노동자였지만, 기사를 쓰는 것은 또 다른 일이었나 보다. 신혜연씨는 심야노동 취재를 하면서 (며칠밖에 되지 않았지만) 심야노동의 어려움을 몸소 체험하게 됐다. 의정부에 살고 있는 그는 친구 자취방에서 자정까지 자고 대학로를 돌아다니며 취재를 진행했다.

"오전 2시까지는 취객이 많더라고요. 그런데 편의점을 돌다보니 오전 3시부터 새벽까지 너무 고요한 거에요. 많은 편의점에 불이 켜져 있고 일하고 있는 노동자들은 시간을 죽이고 있었어요. 그때 깨어 있으면 피곤할 텐데라는 생각과 동시에 엄숙한 기분이 들었어요. 풍경이 낯설었어요."

이찬우씨도 편의점 알바 경험이 있다면서 "편의점 야간근무할 때 그 시간이 제일 힘들었던 거 같아요, 쉬기에는 한명 씩 오고, 졸리고, 그렇다고 뭔가 하기엔 힘들고…"라며 이야기를 거든다. 그의 인터뷰에는 다양한 사람이 등장한다. 모두 대학을 다니지 않거나 졸업하지 않은 사람들로 사무직, 시민단체 활동가, 구직자 등이었다.

"인터뷰이를 구하는 게 어려웠어요. 아는 사람의 아는 사람을 통해 소개받았는데 알고 보니 제가 직접 아는 사람이었어요. 엄청 당황스러웠죠. 취재하는 과정에서 인터뷰이 한명은 자기는 차별을 느껴본 적이 없다고 해서 쓰기는 곤란해 하기도 하고요."

반면 이가현씨는 자신의 이야기를 직접 쓴 것이어서 취재의 어려움은 없었다. 그런데 다른 곳에서 어려움이 있었다. 자기의 이야기를 쓰기 때문에 일어나는 그런 어려움이었다.

"기사를 쓰면서 사장이 저에게 했던 말들을 다시 들어보고, 문자를 보면서 마음이 울컥 했어요. 내가 이렇게 모욕당했구나 싶어서요."

"앞으로 세상에 글쓰는 일을 하고 싶어요!"

이 세 명의 공통점은 사실 또 하나 더 있다. 글을 쓰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신혜연씨와 이가현씨는 대학 학보사에서 기자로 활동했고, 이찬우씨는 '트웬티스 타임라인(http://20timeline.com/)'에서 에디터로 일하기도 했다. 

"대학에 들어갔는데 학교 신문사가 편집권 독립을 위해 싸우고 있었어요. 고등학교 때에도 신문사에서 활동했는데, 학교 이미지에 맞지 않는 기사를 쓰면 기사가 잘리는 거예요. 그래서 대학에서는 신문사 들어가지 말아야지 했는데, 모른 척하는 것이 찜찜하더라고요. 결국 들어갔고 못 빠져 나왔죠."

신혜연씨는 대학에 다니면서 학보사뿐만 아니라 다른 매체에서 하는 프로그램 등을 이수했다. 최근 <뉴스타파>에서 하는 연수 과정을 듣고 있는데, "해직 언론인이 하는 매체여서 그런지 한국에서 언론인으로 사는 것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게 된다"라고 이야기한다. 3월부터는 저널리즘대학원에 입학 언론에 대해 더 공부하기 위해 석사과정을 밟는다.

반면 이가현씨는 학교 신문사에서 나온 케이스다. 1~2학년 때 학보사 기자였는데, 학교의 잘못된 점을 지적하는 기사를 작성한 것이 문제가 됐고, 학교에서는 그 기사를 빼야 한다고 했다. 편집권 투쟁을 하다가 관뒀다. 그 이후 기자의 꿈은 많이 멀어졌다.

"학보사를 나오고 학교에서 노조 활동을 계속하게 됐어요. 알바노조 2기 임원 선거를 하면서 기획팀장을 맡기로 했습니다. 상반기에는 전공을 살려 노동법 공부를 해서 노무사 시험을 보려고 준비하고 있어요."

방송프로듀서가 되고 싶었던 이찬우씨는 고등학교 2학년 그 꿈을 포기했지만 다시 글을 쓰기 시작했다. 결국 제일 잘하던 글쓰기를 이어가게 된 것이다. 최근 그는 <오마이뉴스> 12월 이달의 새뉴스게릴라에 선정되기도 했다.

"대학 와서도 언론 쪽으로 가겠다는 마음보다 적당한 중소기업 들어가서 일하다가 퇴직하고 살아야겠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앞으로도 계속 글쓰면서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3월이면 대학에 복학하는데, 계속 <오마이뉴스>나 <직설>에서 글쓰고 싶어요. 뭘 쓸지는 모르겠지만요."

2015년 청춘! 기자상 시상식은 지난 20일 진행됐다. 아직도 상받은 게 부끄럽다는 이들은 그 상금을 어디에 쓸까? 이가현씨는 상금의 일부를 알바노조 해고기금에 후원하겠다고 했고, 찬우씨는 아직 모르겠다고 했다. 그리고 신혜연씨는 알바노조가 서울고용노동청 민원실에 갔다가 대거 연행됐는데, 벌금이 나오면 일부 기부하고 싶다고 밝혔다. 그리고 인터뷰를 마치며 이 셋은 20~30대 알바노동자에 대한 기록을 함께 쓰기로 했다. 이들이 써내는 이야기가 점점 더 궁금해진다.

지난 20일 상암동 오마이뉴스 본사에서 열린 2015 청춘! 기자상 시상식에 참석한 시민기자들. 왼쪽서부터 이찬우, 신혜연, 김민정 시민기자. 이가현 시민기자는 개인 사정상 참석하지 못했다.
 지난 20일 상암동 오마이뉴스 본사에서 열린 2015 청춘! 기자상 시상식에 참석한 시민기자들. 왼쪽서부터 이찬우, 신혜연, 김민정 시민기자. 이가현 시민기자는 개인 사정상 참석하지 못했다.
ⓒ 곽우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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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알바노조 http://www.alba.or.kr 02-3144-0935
알바하다 궁금하면? 알바상담소 http://cafe.naver.com/talkalba



태그:#아르바이트, #알바, #시민기자, #청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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