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환경단체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지자체나 정부는 사업을 강행한다. 이렇게 강행하다가 낭패를 보면, 새로운 사업으로 그 사업의 문제를 덮곤 한다. 4대강 사업이 대표적인 예이다. 4대강 사업으로 수질이 나빠지자 수질개선을 위해 또 다른 사업을 하고 있고, 포스트 4대강 사업이라며 지천을 박살내고 있다. 4대강 수문만 개방하면 모든 것이 과거로 돌아와 안정을 찾을 수 있는데도 말이다.

이런 사업의 예는 지자체가 진행하는 사업에도 많이 존재한다. 지난해 5월 대전광역시 하천관리사업소가 진행한 갑천파크골프장에 다목적광장(주차장) 설치 역시 이런 사례들 중 하나다. 파크골프장을 이용하는 장애인 주차 및 사전준비운동을 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겠다는 취지의 사업이었다. 하천부지에 존재하는 주차장도 철거하는 상황이다. 비상식적으로 느껴질 수밖에 없다.

클럽하우스와 주차장의 거리가 유관으로 보기에도 가장 멀다!
▲ 퍼블릭골프장에 대한 설명 그림 클럽하우스와 주차장의 거리가 유관으로 보기에도 가장 멀다!
ⓒ 이경호

관련사진보기


대전환경운동연합을 비롯한 환경단체는 사업예정부지가 멸종위기종인 맹꽁이와 천연기념물 칡부엉이의 서식처로 보전이 필요하다고 반대했다. 실제로 사업예정부지에는 맹꽁이 서식처라는 푯말이 세워져 있었다. 사업을 진행하던 대전시 하천관리사업소는 맹꽁이 서식처라며 문제를 제기하자 사업부지를 옮겨서 주차장을 지었다. 하지만 반대편으로 옮긴 것에 불과해 큰 의미가 없었다. 맹꽁이 서식처에게 가해지는 위협은 현재진행형이다.

맹꽁이
▲ 골프장 건설전에 세워져있던 서식지역 푯말 맹꽁이
ⓒ 이경호

관련사진보기


또한, 클럽하우스 인근에 주차장시설을 만들 수 있는 나대지가 있었다. 사업 이전부터 시민들이 잠시 주차를 하는 곳으로, 경부고속철도가 지나가는 부지 아래 있다. 실제로 많은 이용자들이 이곳에 주차를 하고 있다. 또한 주택이나 공장부지가 없는 이면도로가 있어, 이 부분을 활용하면 충분히 주차공간을 마련할 수 있다.

시민들이 이용하고 있은 곳으로 약간의 정비만으로 충분히 주차장으로 이용할 수 있는 지역이다.
▲ 인그에 추천된 나대지 시민들이 이용하고 있은 곳으로 약간의 정비만으로 충분히 주차장으로 이용할 수 있는 지역이다.
ⓒ 이경호

관련사진보기


정 어려울 경우 대로와 제방 사이에 완충 녹지를 조성한 곳 일부에 주차장 시설을 둘 수도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대안 제시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장애인들이 많이 이용하는 곳이기에 접근성 확보를 위해 반드시 주차장이 필요하다"는 게 대전 하천관리사업소가 말하는 주차장 설립 이유였다.

그런데 장애인들이 이용하는 곳이라면 주차장 건설에 더 신중했어야 한다. 앞에서 말한 나대지와 이면도로 완충녹지대에 비해 현재 조성된 주차장은 클럽하우스에서 거리가 훨씬 멀다. 지난 2월 26일 찾아간 사업현장을 보면 참으로 아까운 세금이 낭비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주차장을 조성하는 데 책정된 사업비는 4100만 원 이다.

주차장 목적으로 조성된 사업부지에는 차량이 없었다. 약 600㎡의 주차장은 텅텅 비어 있었다. 사람들이 가장 많이 이용할 만한 주말 오후였기 때문에 파크골프장 운영이 잘 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주차장이 건설된 곳에 차량은 없다.
▲ 파크골프장 전용주차장 푯말과 주차장의 모습 주차장이 건설된 곳에 차량은 없다.
ⓒ 이경호

관련사진보기


하지만 이내 생각은 달라졌다. 클럽하우스 인근 대로변에 주차된 10대의 차량을 보게 되었기 때문이다. 파크골프장에는 골프를 즐기며 한가로운 주말 오후를 보내고 있는 시민들이 있었다. 만들어진 주차장은 전혀 실효성이 없었다. 거리가 먼 주차장에 주차하고 클럽하우스로 이동하여 골프를 즐긴다는 발상이 실패한 것이다.

약 10대의 차량이 불법주차를 해놓고 파크골프를 하고 있었다.
▲ 대로변에 주차하고 있는 골프장 이용자 차량들 약 10대의 차량이 불법주차를 해놓고 파크골프를 하고 있었다.
ⓒ 이경호

관련사진보기


이렇게 실효성이 없는 주차장을 만들기 위해 멸종위기종인 맹꽁이 서식처를 위협했다. 책임은 이제 누가 질까? 작은 일이지만 꼭 책임을 묻고 지나가야 할 일이다. 대전광역시 하천관리사업소 관계자는 "전임자가 진행한 일이라 잘 모르지만, 개선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대전시는 효용성 없는 주차장을 보완하기 위한 새로운 사업을 벌이지 말아야 한다.

하천에 불필요하게 많은 시설물이 설치되었다. 이런 사례들은 적지 않게 찾을 수 있다. 하천 이용시설물의 수요조사를 통해 불필요한 시설물을 찾아내어 제거할 필요가 있다. 홍수시에 물에 잠기는 둔치에 시설물을 설치하는 것 자체가 부적절하다. 이렇게 예산낭비되는 일이 다시 일어나지 않기를 바란다.



태그:#4대강 정비사업, #예산낭비
댓글2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날로 파괴되어지는 강산을 보며 눈물만 흘리고 계시지 않으신가요? 자연을 위한 활동이 필요하시면 연락주세요! 대전환경운동연합 회원이 되시면 함께 눈물을 흘리고 치유 받을 수 있습니다. 회원가입하기! https://online.mrm.or.kr/FZeRvcn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